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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30화 (30/241)

30화

“아아. 부디 괜한 오해는 하지 마라. 그건 정말로 사고였어.”

“그래.. 그렇다고 하니까..”

“... 너 설마 직접 조사해 볼 생각이야?”

“필요하다면..”

“.. 과대 망상일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지.”

강현은 제시를 잃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원망할 대상을 필요로 했다. 그것은 일종의 집착일 수도 있었다.

본인도 충분히 자각했지만 그래도 우연이란 불합리성이 가져온 불운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었기에 그대로 납득할 수는 없었다.

“하아.. 모르겠다. 알아서 해라.”

잭은 부디 정말로 제시의 사고가 우연이기를 바랬다.

미국으로 돌아온 강현은 계속 안드로이드 제작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한 가지 작업을 더 시작했다.

그것은 전자 세계를 완전히 감시할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제시가 죽은 이유, 강현은 자신의 주변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졌다. 혹시나 누군가의 악의가 불운을 가장하고 찾아올 가능성에 대처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가 필요했다.

강현은 아즈삭의 개량와 확장에도 신경을 썼다. 아즈삭이야 말로 그런 체계의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강현은 아즈삭의 개량 분야를 몇 가지로 확실하게 구분했다.

일단은 자율형 전력 보급체계가 첫째였다. 전기로 구동하는 아즈삭에게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여러 대체 전원 장치를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핵전지를 이용한 방법이지만 핵물질은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데다가 방사능 위험이 있으니 제외했다.

강현은 자신의 컨덴서형 배터리를 이용한 비상 전원 장치를 설치하고 태양열이나 풍력 등을 이용한 재생 에너지로 아즈삭의 전원을 공급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즈삭은 전기를 너무 많이 잡아먹었고 기존에 있던 재생 에너지 기술은 그 효율이 너무나 떨어졌다. 또한 강현이 제작한 배터리는 방전 속도가 너무 빨랐다.

때문에 강현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에너지인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 생산 기술의 개량에 들어갔다.

태양을 이용한 발전에는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태양열, 그리고 다른 하나는 태양광 발전이다.

전자는 거대한 반사판을 이용해 태양빛을 집중시켜 온도를 상승시키는 거대 발전 설비고 후자는 태양전지라는 기술로 대표되는 것으로 인공 위성에 쓰이는 기술이다.

이 태양 전지의 원리는 태양광이 적층된 나노 구조체에 부딪혀 직접 전위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에너지 효율만 따지면 태양열 발전보다 훨씬 높다.

태양열 발전은 에너지 집중, 가열, 터빈 회전, 발전기 발전이라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여러 단계가 있지만 태양광 발전은 광 에너지 흡수, 전위 발생이라는 극단적으로 적은 에너지 전환 단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계공학에서 에너지의 전달을 위한 중간 단계가 많을 수록 에너지 소비가 높다는 것은 상식. 그러한 이치가 에너지 생산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은 태양열 발전처럼 대규모 설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이었다.

태양광을 받아 전위를 만들어내는 모듈만 있으면 오히려 정류 시설이나 변압기 등의 주변 장치가 더 작아지고 간단해 지기 때문에 유럽에는 이 태양광을 각 가정의 지붕에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태양광 발전의 가장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바로 태양광 발전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듈을 만드는 것이다.

마치 엽록소를 만들듯 정교한 공정으로 나노 구조체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다.

주로 현재 상용화 되고 있는 태양광 모듈의 재료는 실리콘으로 반도체를 만들 때 쓰이는 그것이다. 왜냐면 태양광 발전의 근본원리는 태양광에 의해서 생기는 들뜬 전자와 정공(결정 구조에서 전자가 빠져 생기는 +전하)를 반도체에 사용되는 PN접합면을 이용해서 분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실리콘도 비정질 실리콘과 결정질 실리콘으로 나뉘는데 가장 효율이 좋은 것은 결정질 실리콘이다. 그러나 이 결정질 실리콘의 생산비용은 당연하게도 비정질 실리콘보다 더 높았다.

그리고 그 동안의 연구를 통해서 실리콘 기반 태양 전지는 그 재료에 기반한 기술적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실리콘 기반 태양 전지가 널리 보급되는 것에 또하나의 걸림돌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실리콘 자체의 생산 단가였다.

대규모 산업에서 단가를 줄이는 것은 곧 이익으로 나타나고 단가의 증가는 그것이 0.1%라고 해도 사업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실리콘 기반의 태양전지에서 벗어나 대규모 보급을 위한 새로운 소재를 찾기 시작했고 그러한 노력중 하나로 폴리머 기반 태양 전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폴리머 기반의 태양전지는 단가는 확실하게 떨어졌지만 필요한 만큼의 내구성이나 출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태양 전지의 보급화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급선무였다.

그러나 강현은 여기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었다. 파스퇴스 연구소라는 생물학 연구에 좋은 분위기에서 생물의 단백질 섬유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강현을 그때의 경험을 이용해서 새로운 형태의 태양 전지를 구상할 수 있었다.

엽록소는 어떻게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포도당을 합성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근육은 어떻게 움직일 수가 있는가?

그것은 결국에는 단백질이 에너지를 흡수하고 배출할 때 생기는 복잡한 전기화학적 변화의 결과물이었다.

그러한 방법을 이용해서 강현은 단백질 태양광 전지를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다.

태양광을 흡수한 단백질의 내부에 전자와 정공의 쌍이 만들어져서 그 단백질의 화학적 성질이 변하면 단백질의 접힘 구조 역시 변하는 것을 이용해 보고자 그러한 종류의 단백질을 찾고 다시 그 단백질을 반도체 기판 위에 올리는 실험을 반복했다.

근육섬유의 미오신 필라멘트가 ATP가 들어옴에 따라서 펴지고 구부러지는 작용을 본따 일종의 전기화학적 스프링을 붙인 것으로 비유할 수 있었다.

강현이 디자인한 태양전지의 메카니즘은 다음과 같았다.

태양광을 흡수한다. 단백질 섬유가 수축한다. 이온을 이동시킨다. 전위가 발생한다.

다시 역으로 전위를 사용한다. 단백질 섬유의 들뜸이 사라진다. 원래대로 팽창한다.

이 과정이 일어나는 태양전지는 단백질 섬유가 수직으로 붙은 투명 전극과 이온을 흡착하도록 되어 있는 또다른 종류의 단백질 섬유가 수평으로 붙어있는 전극,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는 나노 두께의 전해질 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단백질의 전기화학적 그리고 물리적 변화를 총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원리이기 때문에 단백질이 존재하는 전해질 젤의 점성과 두깨가 중요한 문제였지만 전해질이 젤이었기 때문에 두 전극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러나 강현은 전극에 단단한 플라스틱 박막을 입히고 다시 그것을 반도체 공정에서 반도체 위해 회로를 그리는 포토 리소그래피기법을 이용해 격자 무늬의 홈을 전극에 새기는 것에 성공, 젤로 인한 기계적 내구성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게 만든 단백질 태양 전지는 의외로 괜찮은 효율을 보였다. 실리콘 기반 태양 전지에는 못미쳤지만 그때까지 연구되었던 폴리머 태양전지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태양 전지의 구조와 효율 상승을 위한 메커니즘은 거의다 밝혀진 상태였다.

그리하여 지금 태양전지의 기술 개발은 태양광을 얼마나 많이 흡수할 것이냐, 흡수된 태양광에 의해서 생긴 전자와 정공을 어떻게 분리시키고 어떻게 각 전극으로 이동시키느냐, 그리고 그 이동 과정 중에 전자와 정공의 소실을 얼마나 줄일 것이냐가 개발의 과제였고 그런 노력의 방향은 역시나 나노기술과 신소재의 개발이 주 방향이었다.

그런면에서 단백질을 도입한 강현의 시도는 무척이나 참신한 것이었다.

그러나 첫번째 샘플이 만드는 전위는 생각보다 높았지만 전류가 충분하게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온 이동으로 전위를 만드는 단백질의 전기 저항이 높기 때문에 전자의 이동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강현은 나노 탄소 튜브를 살짝 섞어 전류 역시 증가하게 만드는 꼼수를 발휘했고 이로서 태양 전지의 효율이 무척이나 증가했다.

그러나 강현의 개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태양광의 넓은 스펙트럼을 흡수해야 원천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증가하기 때문에 다양한 길이와 종류의 단백질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섞어서 적색의 태양 전지를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했다. 태양 전지가 적색이라는 것은 그보다 짧은 파장의 광선은 흡수한다는 뜻이었다.

단순히 에너지 총량을 생각하면 완전히 검은 색의 태양전지가 더 많은 스펙트럼의 태양광을 흡수하겠지만 일정 수준의 전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전위를 만들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광자가 필요했고 그 광자의 에너지는 빛의 광량이 아니라 전적으로 파장에 의해서 결정되었다.

즉, 필요한 특정 크기의 전위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 이외의 광자를 흡수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던 행위였던 것이다.

이렇게 완성한 적색 태양 전지, 영어로 레드 솔라 셀이라고 명명된 결과물이 알려지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강현의 인공 석유 제조 기술에 의해서 점차 투자금이 축소되어 가던 재생 에너지에 관련된 업을 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쏠렸다. 교토 의정서로 인해서 이산화 탄소 배출 규제에 관한 국제적인 동의와 각국 정부의 규제가 없었다면 에너지 시장에서 퇴출 되었을 것이다.

그나마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 덕분에 재생 에너지 업계가 존속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강현의 결과물을 무척이나 반겼는데 이유는 역시나 그 효율에 있었다.

강현이 만들어낸 단백질은 마치 프리온 단백질처럼 자외선에 무척이나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기에 내구성이 무척 좋았다. 뿐만 아니라 생산 전력도 그때까지 연구되던 폴리머 계열의 태양 전지보다 약 1.5배정도 더 좋았다.

게다가 젤이라는 전해질이 들어갔다는 특성상 그 형태가 딱딱한 판상 구조여야 했기에 모듈 형식으로 제작되어야 했고 공정상 기존의 실리콘 태양 전지 생산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초기 투자비도 무척이나 줄어든다는 매력이 있었다.

다만 문제는 단백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새롭게 원료를 공급할 공장이 필요했고 또한 생산단가 역시 기존의 폴리머 태양 전지에 비해서 대체로 높았다.

과연 이 레스 솔라 셀이 상용화 되면 가장 먼저 쓰일 곳은 어디인가?

안에 젤이 들어있기 때문에 우주 공간같은 진공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대신에 실리콘 솔라 셀보다 공정이 더 간단하고 효율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기 때문에 지상에 사용하기 좋은 개발품이었다.

결과적으로 강현의 개발품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와 얽혀 재생 에너지 산업에 다시 한번 부흥을 일으키기 되었는데 강현의 그래핀 배터리와의 상성이 참 좋아 일조량이 좋은 지역의 경우에는 주거지역의 거의 모든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여기에는 각 가정의 지붕에 레드 솔라 셀을 설치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강현의 레드 솔라 셀은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적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았고 기존의 태양 전지 패널보다 저렴했기에 날개 돋힌듯이 팔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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