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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0화 (10/241)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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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채산성 분석이 끝났다. 나날이 확장되고 업그레이드되는 아즈삭이 없었다면 고작 한 달 안에 분석을 끝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채산성 분석을 위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약간의 인공지능이 발휘되기 시작한 아즈삭이 순식간에 처리해 버린 것이다.

[석유 카르텔! 천재와 타협하다!]

파이넨셜 타임, 포츈, 월 스트리트 저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지의 전면에 나온 헤드라인이었다.

강현의 특허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더 이상 전 세계 인류가 석유 고갈의 공포에 빠져있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강현의 특허 라이센스를 허가받기 위해서는 강현이 개최한 컨소시엄에 참여해서 지분을 나누어야 했다.

강현은 수많은 국가들과 회사들이 참여하자 그들에게 투표권을 분배했다. 투표권은 법인과 개인에게 부여했는데 기준은 석유라는 상품에 그들이 행사하는 실질적인 영향력의 크기에 따라서 차등 배분되었다.

그 영향력을 분석하기 위해서 각 기업과 국가가 석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 그리고 그 기업에 대해 주주들이 가진 주식의 비율도 고려해서 아주 복잡하게 차등으로 배분되었다.

어느 누구도 차등 배분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이 강현이라는 천재는 아주 괴팍해서 자신을 죽이려고 청부살인을 청부한 이에게는 어떤 권리로 주지 않았다. 중동의 어느 나라 독재자의 경우에는(독재자기에 처벌 받지 않았다.) 컨소시엄의 참가 자체가 불허 되었다. 괜히 쓸데없이 ‘이보다 더 정확하게 배분할 수 없다’고 자신하는 천재에게 딴지만 걸어봤자 망신만 당할 뿐이었다.

강현은 라이센스의 적용에 대해서는 손을 놓았다. 왜냐면 자신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닥 정해버리면 그대로 석유시장이 고착화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고 고착화된 석유시장으로 인해 어떤 국가가 불만을 품게 될지 알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센스의 지역분할같은 사업영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당사자들끼리 협의 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투표권 배분이었다.

하지만 사람 수가 하도 많고 기업과 기업 자체내의 주주들간의 협상도 있어야 하고 국가간의 알력이나 자존심 문제 등 수많은 갈등이 있었기에 라이센스 분할은 너무나 많은 단서조항들과 복잡한 권리 관계를 담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때문에 협상은 언제 끝 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혹자는 답답하다며 강현이 이 모든 것을 정리해주기를 바랬지만 강현은 더 이상 이 건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협상이 무한이 길어진다고? 그렇게 되어도 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강현이 컨소시엄을 열고 약 보름 후. 컨소시엄에 참가했던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은 이 문제가 단순히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강현은 석유에 얽힌 수많은 갈등과 문제들을 표면적으로 끌어올리고 그 방대한 분량을 이 작은 호텔의 홀에 집적시킨 것이다.

참가자들은 이 문제가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일단 내부의 문제부터 합의를 보기로 하고 차후 다시 모이기로 했다. ‘오일 릴레이’라는 이름이 붙은 역사의 남을 협약이 시작된 것이다.

[Happy birthday!]

산뜻하게 자신을 노리는 이들을 정리한 강현은(약간 덜 닦은 똥이 남아있지만 그건 자신의 라이센스를 받은 다른 석유 카르텔이 정리해 줄 것이다.) 법적 성인이 되는 생일을 맞이했다.

“제, 제시?’

“현.. 걱정마지마. 다 나에게 맡겨.”

그리고 강현은 그의 연구실에 딸려있는 숙소에서 제시에게 동정을 잃었다.

제시는 드디어 강현과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가 되었음을 공표했다. 물론 그녀에게 강현과의 결혼 역시 깊은 고려 대상이었다.

특히 이번에 석유 제조 기술에 대한 라이센스로 인해 중동 못지 않은 부자가 될 것이 확실한 강현은 그녀 뿐만 아니라 가슴만 크고 머리에 골빈 년들 또한 탐을 낼 수 밖에 없는 남자가 되었다.

물론 돈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제시는 많은 돈이 가져다 주는 부유한 삶의 쾌락보다는 명예가 더 좋았다. 그리고 그 명예는 돈 많은 남편에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한 것이라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천재의 아내’ VS ‘천재의 천재 아내’

제시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이건 어때?”

“글쎄... 인지질뿐만 아니라 세포의 작용에 중요한 단백질 합성을 위한 DNA 패턴도 집어 넣어야 하지 않을까?”

“복잡해.”

둘의 데이트는 실험실 안에서 이루어 졌다. 서로의 동일한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가 잘 통하는 커플이니 그동안 같이 일하며 쌓은 정에 다시 연인으로서의 추억이 쌓이기 시작했다.

실험하는 간간히 서로의 입술에 키스를 하며 배시시 웃는 꼴에 사브리나가 한 마디 했다.

“이것들아! 염장 지르지 말고 밖에 나가서 연애해!”

이미 기혼인 사브리나가 질투할 정도의 두 사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다.

제시는 곧 강현을 따라 NASA에 숙소를 구했다. 다행이 직원들 용 기숙사가 있어서 연구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기거할 수 있었다.

“아아, 너무 불편해.”

“뭐가?”

“기숙사. 화장실도 공용이고 샤워실도 공용이고.. 돈 넘친다는 NASA 맞아?”

그러나 곧 제시의 입에서는 불평 불만이 쏟아졌다. 솔직히 기술의 첨단을 걷는 나사의 기숙사 치고는 시설이 형편없었다.

그리고 제시의 불편 건의에 기숙사 시설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NASA 측은 예산이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제시는 이해가 안 됐지만 사실 NASA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제시가 기거하고 있는 기숙사는 애시당초 사회 진입을 NASA에서 시작하는 어린 청년들을 위한 것으로 계속 거주할 만한 곳이 아닌 임시적인 숙소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그리노 NASA에서 일하며 돈을 모은 직원들은 곧 근처의 주택으로 이사를 가버리고 그것이 NASA가 계획한 직원 복지인 것이다. 무슨 양계장의 닭도 아니고 자기 집도 없이 생활공간을 공용으로 계속 쓰게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 근처에 있는 집이나 하나 살까?”

“사?”

제시의 얼굴에 기대감이 어렸다. 이 어린 애인은 그 정도 해줄 돈은 차고도 넘쳤다.

“그럼, 알아보자.”

그렇게 두 사람은 연구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나온 매물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경한 잭이 즉시 상부에 보고하고 그들을 원거리 경호하는 성화를 부린 것을 두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실 둘이 같이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것은 데이트를 겸한 것이기도 했던 것이라 서로에게서 시선을 때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한 사흘 동안 돌아다닌 결과 둘은 마침내 가장 가까운 정원이 딸린 이층 주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시는 탁 트인 넓은 정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고 강현은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초현대적인 건축양식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강현은 일시불로 값을 치루고는 제시와 함께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이사하기 위해서는 짐을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 별로 옮길게 없네..”

강현이 챙긴 것은 옷가지 뿐. 살림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고 할 필요도 없으니 당연했다.

한쪽에 놓인 먼지 쌓인 캐리어 백에 옷을 집어 넣고 연구실을 나서니 꼭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의 생각이 나서 기분이 묘해졌다.

강현은 바로 연구소를 나서지 않고 기숙사로 향했다. 운전할 줄 모르는 그였기에 제시가 운전하는 차를 타야했다.

제시는 이미 짐을 싣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숙사에 살고 옷가지에 별로 관심없는 그녀였기에 강현과 마찬가지로 짐이 별로 없었다. 무게가 나가는 것들이 컴퓨터 2대 정도에 불과하다면 말 다 했달까/ 그렇게 둘 만의 신혼집에 도착한 둘은 짐을 풀기도 전에 서로의 육체에 뜨겁게 얽혔다. 젊음은 비단 연구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강현이기에 도착하기 무섭게 제시의 몸에 달라 붙은 것이다. 물론 짧은 핫팬츠와 노브라 나시티를 입은 제시가 일부러 그런 상황을 유지한 탓도 있었다.

이사 기념으로 두 사람을 뜨거운 시간은 해가 지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강현은 허리를 너무 썼는지 요통이 왔다.

제시는 그의 허리 통증의 원인이 운동과 거리가 먼 그의 생활 양식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이 운동하자.”

“..... 싫은데..”

천성이 머리를 굴리는 타입인 그는 몸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체력이 좋아야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거야.”

“그래?”

강현은 제시의 설득에 귀가 쫑긋했다. 일단 애인이 하는 말이라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곧 강현은 어떻게 운동에 시간을 적게 투자하면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 낼 수 있는지 머리를 굴렸다.

그의 목적은 피트니스가 아니다. 단지 육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면 족했다. 괜히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헛짓거리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곧 자신의 연구실에 러닝 머신을 가져다 놓았다. 그러면서 러닝 머신에 거치대를 설치해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놓고 걸으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기에는 병신 같은 짓이지만 강현은 잘도 적응했다.

걷는다는 행위.

인간의 조상은 원래 사냥꾼이다. 농사를 짓기 이전 채집과 수렵으로 살아왔다는 고고학적인 증거자료가 이를 증명한다. 거기에 정면을 보도록 진화한 눈 또한 그것의 증거다.

그런데 다른 동물들 보다 느리기 짝이 없는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답은 간단했다. 이동이다. 이족보행을 하는 인간은 네 발로 걷는 동물들에 비해 이동시에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이 절반이상 적다. 왼발 오른발 발을 때면서 시계추처럼 다리가 움직여 에너지의 소비를 극소화한다. 일단 사냥감에게 상처를 입히면 느긋하게 추적을 해서 마침내 목숨을 빼앗는 것이다.

즉, 걷는다는 행위는 인류가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행위들 중 하나인 것이다.

그렇기에 강현은 걸으면서도 연구에 정신을 쏟을 수 있는 걷기를 주력 운동으로 선택한 것이다.

걷기의 장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걷기는 사실상 전신 운동이다. 체중을 싣는 발끝과 장딴지는 물론 다리를 내딛는데 사용다는 허벅지와 당길때 사요하는 엉덩이, 그리고 흔들리는 골반과 척수, 상체를 제어하기 위한 수많은 상체 근육은 물론 팔은 흔드는 근육까지 전신의 모든 근육이 남김없이 사용된다.

물론 운동 강도는 다른 운동에 비해서 약하기 그지 없으나 불필요한 지방을 태우고 신체의 균형 발달에 더 없이 적합한 운동이다. 물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걸어야 하기에 그럴 시간을 내기 힘든 이들에게는 그다지 선호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강현은 거의 대부분 지칠 때까지 걸을 수 있었다. 어차피 자신이 하는 일에 간섭하는 이도 없었다.

“또 걷는거야? 도대체 언제부터 걸은거야?”

잭이 땀으로 흠뻑 젖은 강현의 모습에 혀를 차며 물었다.

강현은 시계를 보았다. 벌써 밥 먹으러 갈 시간이었다.

“음 아침부터 걸었으니까 4시간?”

“오우! 발 안 아프냐?”

“좀 아프네.”

강현은 천재다. 자신도 똑똑하고 잘났다는 말은 들었지만 질투가 나지는 않는다.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연구에 집중하는 강현의 모습은 그가 천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만했다. 하지만 그 집중력 때문에 발이 아픈지도 모르고 계속 걷는 미련함이 보이니 절로 혀가 쯧쯧 거렸다.

“쯧쯧, 이 미련한 천재야.”

“그거 모순되는 단어인데?”

“지금 네 모습을 잘 생각해봐. 그보다 더 어울리는 단어가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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