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9화 (9/241)

9화

메모장으로 작성된 그 파일은 잭이 연결한 수상하게 생긴 단말기로 전해졌다. 그리고 단말기에서 '암호화 전송'이라는 막대 그래프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다. 잭은 미국 정보부의 요원이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강현의 감시 밑 보호를 위해서 그를 NASA에 위장 잠입시켰다. 물론 잭의 능력이 NASA의 채용기준에 맡지 않았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또 프로메테우스란 강현을 가리키는 암어였다.

프로메테우스. 티탄 족 출신의 신으로 제우스에게 벌을 받아 독수리에게 영원히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는 존재로 그가 벌을 받는 이유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먼저 무지한 원시 인류에게 문명으로 상징되는 불을 주었다는 이유, 다른 하나는 제우스가 제우스 자신의 미래를 보여 달라는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

현재 과학 문명의 수준을 부쩍 끌어올리고 있는 강현에게는 여러모로 어울리는 코드명이었다.

= = = = =

잭의 조언을 들은 강현은 행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석유업계 전반을 공포에 떨게 할 계획을 기획했다.

이른바 허허실실.

강현은 연구실에서 한동안 나오지를 않았다. 동료들은 의례 그러려니 생각했지만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기상천외한 결과물을 들고 나올 것인가?

결과는 한 달 후 그가 밖으로 나왔을 때 알려졌다.

[석유 대체 재료 제조 공법]

과학 기술 문명이 강력하고 위대한 이유는 거대 설비를 이용한 공장제 생산 방식에 있었다. 제조 비용은 줄이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물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의 질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공장들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하나 같이 어떤 동력원이 필요하다. 그것이 가축의 힘을 이용한 것이든 수력이든 화력이든 말이다.

“우와! 이거 설마 태양빛으로 돌아가는 거야?”

“응. 거의 비슷해. 그리고 이미 연구되고 있는 녹조류를 이용하면 석유를 완전 대체할 수 있을 걸?”

“녹조류를 이용한 플랜트는 이미 연구되고 있을 텐데..”

“녹조류는 갈거나 효소, 세균을 이용해서 고분자화 된 단백질 구조를 부수는 작업을 또 해야하잖아. 에너지 손실이 생길 수 밖에 없지. 하지만 차라리 녹조류 자체가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면 에너지 손실이 덜 가잖아.”

“그게 가능할까?”

잭의 의문에 데나가 약은 시약병을 몇 개 꺼내어 들었다. 시약병은 초록 빨강 파랑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이야.”

“그게 뭔데?”

“유전자 조작한 녹조류. 요건 에탄올과 메탄올을 합성하고 요건 그것으로 에스테르 결합이 잇는 사슬 형태의 고분자를 합성하고 요건 알칸족을 합성하고 요건 고리형으로 만들어.”

“벤젠이 빠졌잖아.”

“벤젠은 아무래도 DNA레벨에서는 합성이 어려운 것 같아. 단일결합과 이중결합의 공명구조가 너무 안정해서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바이오 공법으로는 어려워.”

“그럼 석유의 가치가 사라지지는 않잖아.”

벤젠은 현대 화공학과 각종 생활물품에 빠지지 않는 필수 물질이었다. 강현의 계획에서 석유의 가치 하락은 필수적인 단계였다.

“그래서 준비했지.”

잭의 걱정에 강현은 컴퓨터 화면에 무언가를 출력했다.

“짜잔! 포도당을 이용한 벤젠 합성구조 공법이야.”

“..... 대, 대단한데?”

“포도당역시 6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서 불필요한 산소를 탄소로 치환시키는 방법을 구상했지. 결과는 벤젠이 아니라 톨루엔이 생산 되지만 톨루엔에서 벤젠으로 변환시키는 건 어렵지 않잖아.”

이미 1877년에 크리델 크레프트 공법으로 벤젠을 톨루엔으로 만드는 방법이 고안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역반응으로 울프키쉬너 반응이나 크리멘델 반응을 이용하면 톨루엔을 벤젠으로 만들 수도 있다. 벤젠의 공명구조가 무척이나 안정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걸로 석유의 가치가 위협을 받을까?”

잭은 강현의 연구결과를 듣고서 그것의 장점과 약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강현의 말대로라면 인류는 석유의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석유와 다르게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탄화수소를 충당하는 문제에 있어서 아무래도 중간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채산성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의 문제가 남아있었다.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산업 일수록 채산성은 그것이 소수점 자리의 효율이라고 해도 큰 문제가 된다.

“뭐 어때? 만들어 질 것 같다고 말만하고 채산성은 안 밝히면 되잖아. 중요한 자료도 발표하면 안되겠네.”

잭은 할 말을 잃었다. 지금 연구한 결과만 발표해도 세상이 뒤집어질 정도인데 더 이상 연구를 안 하겠다고?

“....”

“안 그래도 채산성을 계산하기도 귀찮은데 발표만 하고 놔두면 되겠네.”

“.....”

“그리고 이렇게 석유 회사의 오너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거야. 더 이상 나를 위협한다면 당신네들 사업을 망하게 해버리겠다고.”

“....”

“아~. 진작에 이랬어야 하는데. 속이 확 풀리네. 고마워, 잭.”

“.....”

정보부 요원으로서 잭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 = = = =

강현의 논문은 한꺼번에 발표되지 않고 하나하나 차근히 발표되기 시작했다. 포도당으로 톨루엔, 벤젠을 만드는 촉매공법부터 시작해서 탄화수소를 만들어내는 녹조류를 하나 하나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반응은 매서웠다. 금방 유가가 폭락하고 증시가 요동쳤다. 강현이 등록한 라이센스의 사용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바이어들이 줄기차게 NASA를 방문했지만 강현의 거주지역은 특급 비밀에 준하는 취급을 받았다. 물론 아무리 기다려도 연구소 밖으로는 한 걸음도 하지 않는 강현이기에 만나지도 못했다.

“....”

이런 와중에 록팰러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의 발신인은 Dr. Kang. 록팰러로서는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스텐다드 오일 컴퍼니의 주가를 곤두박질 치게 만든 과학 괴물이 아닌가?

그는 서재의 레터 나이프로 봉투를 잘랐다. 안에는 편지가 하나 있었다.

‘돈 많은 록팰러씨에게.

안녕하세요. 닥터 강입니다. 요즘들어 근심이 많으신 것으로 압니다. 당연하죠. 제가 그 장본인인데요. 그러게 왜 그런 짓을 했나요?’

그런짓? 록팰러의 눈살이 찌부려졌다. 처음 듣는 소리다.

‘어떻게든 제가 만든 기술의 라이센스를 따내고 싶으시겠죠? 그렇다면 성의를 보이세요. ‘그 일’을 주도한 인간을 처리해 주세요. 용서는 없습니다. 한 번 한 행동은 두번째하기는 너무 쉽거든요. 그럼 이만.’

직설적이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편지였다. 하지만 편지에 담긴 감성은 120%전달했다.

짜증.

편지를 보낸 자는 짜증나 있었다. 그것도 록팰러 자신도 모르는 일로.

록팰러는 바로 NASA로 다음날 일정을 변경했다. 뭔가 오해가 있어서 이러는가 싶어서 오해를 풀기 위해서 였다.

“단도 직입적으로 말해줘요?”

“....”

오해를 풀자고 왔던 록팰러는 강현의 무표정한 얼굴을 마주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댁의 회사에서 저를 죽이라고 히트맨을 고용했어요.”

“...... 그럴리가.”

록팰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 정황증거 자료.”

강현은 록팰러 그룹의 회계자료 분석한 결과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그룹 차원이 일인지 개인적 일탈인지는 더 이상 판단이 안되더군요. 역시 디지털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하지만 회사 예산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을 보면 누가 그랬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겠어요?”

록팰러는 자신의 두 손에 들린 회계자료에 형광과 화살표된 자료 내역을 벌게진 눈으로 따라갔다.

“보아하니 그쪽도 잘 몰랐던 것 같은데.. 그거 드릴까요?”

“... 고맙네. 그리고 그 라이센스건 있지 않은가..”

“아직 채산성 검토가 안 끝나서요. 미리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네요. 그래도 록팰러 그룹의 참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을게요.”

“고맙네.”

록팰러는 그렇게 말하고 서둘러 돌아갔다. 이제 록팰러 그룹에서는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 록팰러의 이사장단의 핵심 인물이 구속되었다. 혐의는 청부살인. 청부살인의 대상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또한 정말로 청부살인을 했는지 밝힐 수 있지는 않지만 인터폴에 의해서 수배를 받는 히트맨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졌으니 그의 커리어는 끝장난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발표된 직후에 록팰러가 자주 NASA의 강현을 찾아와 대규모 석유 ‘제조’ 플랜트에 관한 사업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뉴스가 떴다. 그렇다. ‘시추’가 아니라 ‘제조’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직감했다. 석유 카르텔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고.

록팰러 그룹은 이때가 아니면 ‘석유’분야에 대한 지배력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었다.

다른 대륙의 석유 카르텔도 록팰러 그룹의 행보에 발을 맞추기 위해 강현을 찾아왔고 그중에 일부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고 일부는 부정적인 답변과 함께 서류뭉치와 붉어진 얼굴로 돌아갔다.

“아~! 속 시원해!”

강현은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잭은 자신의 윗선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NASA 주변의 수상한 이들을 발견, 상황 옐로우.]

극히 경계하라는 지시였다. 그리고 잭은 거의 매일 강현의 연구실에 들락거리면서 강현의 동선을 살폈다.

[국제 인터폴에 의해서 유명 청부살해업자가 체포..]

그리고 강현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청부업자들 중에서 어설픈 자들은 의뢰주의 실각에 잠금을 받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는 은신하던 곳을 뜨기 시작했다. 그중에 미 정보부에 수상한 자라고 찍혀있던 이들은 그런 행동이 ‘나 청부업자요’라고 선언하는 꼴이었다.

덕분에 많은 청부업자들이 체포되었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다니.. 참 나쁜 놈들이다. 그치?”

잭이 TV를 보면서 말했다. 많은 청부업자들이 사라졌다고 해도 위험은 가시지 않았다.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할 수 있는 일급 암살자들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의뢰주가 죽더라도 그 의뢰를 완료하는 ‘신용’으로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잭은 별 의미없이 던진 말이었지만 그에 답하는 강현의 말에 정신이 멍해졌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 뭘.”

“....”

“신앙으로도 사람을 죽이고, 우월감 때문에 죽이고, 쾌락 때문에 죽이잖아. 누구는 국익을 위해서 사람을 죽이고. 그러니까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사람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거지.”

잭은 강현에 대한 보고서에 강현에게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있다고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럼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게 옳다는 거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야. 삶의 방식에 따른 문제지. 상상해봐. 만약 이 세계가 디스토피아가 되어서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면? 돈이 없으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굶어죽는 상황이 되어버린다면? 잭은 그렇게 살지 않을거야?”

“......”

“합리적으로 생각해. 지금과 같은 법과 질서가 세워진 세상에서 청부살인은 혼란을 유발시키는 것에 불과해. 필요없는 것이지. 그리고 필요없기 때문에 제거해야하고.”

“정의는?”

“정의는 에고이즘의 부분일 뿐이야. 자신이 싫어하는 현실을 싫어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지.”

“.....”

“아아.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마 현실이 싫다면 싫을 수도 있는거지 그것을 비난하지는 않으니까.”

잭은 요즘 들어 강현에 대해서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천재의 머리속을 이해하는 것이 난해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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