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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6화 (6/241)

6화

이런 상황에서 장관이 직접 소년을 케어(라고 쓰고 통제라고 읽는다.)하겠다고 나섰고 당연히 잡음, 아니 폭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쾅!

“불이야!”

“아악! 내 시료가!”

“아악! 10억짜리 스퍼터(Sputter)가!”

“강현, 이 새끼야!”

근엄한 교수님들 입에서 쌍욕이 튀어 나왔다. 몇 달간 고생한 자료와 데이터는 다행이 살아 있지만 그에 관련한 시료들이 다 날아간 상태. 거기에 비싼 장비까지 망가졌다. 연구를 재개하려면 한참이나 시간이 걸릴 상황이고 그래도 연구를 하겠다면 근처 대학교의 교수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결국 교수들은 매를 들었다. 그래, 과학기술부 장관이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것을 방해해서 짜증이 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주위에 피해를 주면 안되지 않은가?

교수들은 강현의 한강이 되어 화풀이 대상이 된 상황이 심히 마음에 안 들었다.

“즈, 증거 있어요?”

“옛다.”

교수들 중에서 성격이 가장 치밀하고 냉정한 천마륵 교수가 캠코더를 하나 내밀었다. 거기에는 강현이 스퍼터 장치에 뭔가를 집어 넣고 조작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천 교수는 과학기술부 장관이 연구소를 들락날락하면서 아이의 서재에서 함부로 책을 빼내어 폐기할 때부터 지금의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다.

자신도 그 새끼가 마음에 안드는데 강현이라고 오죽할까? 분명히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이녀석이 대형사고 한번 칠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천 교수는 강현의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이 CCTV를 해킹 할 것을 가만해 미리 몇 군데의 실험실에 몰래 캠코더를 설치해 놓았다. 발뺌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현아.”

“네, 네.”

“엎드려라.”

후다닥!

“살려주세요!”

강현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7명의 교수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걱정마라. 그냥 징계를 주는 것 뿐이니까.”

싸가지 없어도 좋다. 천재라면 독불장군 기질도 좀 있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소중한 실험 장비를 날려먹는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이공계에게 짜디 짠 이 나라에서 연구 예산 타내는 것이 그리 쉬울줄 아나?

그렇게 강현은 실험 장비의 귀중함을 엉덩이에 새겼고 과학기술부 장관에 대한 원한을 가슴에 새기고 말았다.

그리고 몇 주 동안 강현은 얌전히 연구실에 처박혔다. 그런 소년의 모습에 과학기술부 장관은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음, 제대로 갈리고 있구먼.

장관은 소년을 칭찬하기 위해서 다가갔다.

“강현 군,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가?”

소년은 웬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장관은 나름 감동했다. 소년이 뭔가를 할 때 타인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장관은 자신이 천재 소년에게 뭔가 의미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되면 그 기분이 급락하겠지만 말이다.

탁!

소년은 옆 탁자 위에 사탕을 하나 두고는 다시 일에 열중했다.

“먹으라는 거냐?”

하지만 소년은 대답이 없었다. 장관은 소년의 호의를 무시하지 못해서 사탕을 까서 입에 넣고 말았다. 청량한 맛이 처음 먹어보는 사탕이었다.

“그럼 열심히 하거라.”

장관은 갈려나가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장관실로 돌아갔다.

그가 나가며 닫기는 문을 소년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소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왜냐고? 다시 장관을 볼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장관은 심한 아토피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체질 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면서 요즘 들어 먹은 식품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장관은 순간 소년이 주었던 사탕을 떠올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장관이 대번에 연구실로 처들어 왔다.

“이눔의 시키 어디있어!”

장관의 열받은 모습에 경비원이 와서 말렸다.

“놔! 이거놔! 그 개자식 내놔!”

참으로 추한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래요?”

소년이 나타나자 장관이 경비원을 뿌리치고 소년의 멱살을 잡았다.

“켁!”

그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교수들이 장관의 팔다리를 잡아 말렸다.

“야! 너 이새끼! 나한테 이상한 걸 먹여?!”

“이상한 걸 먹이다니?”

교수들이 표정이 강현에게 돌아갔다.

“하아! 제가 먹이기는 뭘요?”

막혔던 숨을 고르던 강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되물었다.

“이 새끼가! 니가 준 그 사탕! 그 사탕을 먹고 이렇게 아토피 증세가 왔단 말이다!”

“네? 제가 왜 얄미준 장관 아저씨에게 사탕을 줘요?”

강현이 이상한 사람 다보겠다는 얼굴로 태연히 대꾸하니 장관의 혈압이 머리 꼭대기까지 뻗쳤다.

“이 새꺄! 며칠전에 니가 나보고 먹으라고 사탕 하나를 줬잖아!”

“어~. 며칠 전이라면 설마!”

소년을 턱에 검지를 대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떠올린 듯이 놀란 얼굴을 했다.

“그래! 이제 생각이 나냐? 이 건방진 호로 새끼야!”

“그거 사탕아닌데.”

“... 뭐?”

장관은 아토피 유발 사탕이라는 사실에서 다시 진실을 듣고 말았다.

“그거 제가 연구하고 있는 중인 고체 연료에요. 물에 녹여서 쓸 수 있는 간편한 연료를 개발 중이었는데 시제품이 없어져서 다시 만들고 있었단 말이에요. 장관 아저씨! 왜 그걸 함부로 먹어서 사람을 귀찮게 해요?”

“....”

적반하장이 이런 걸까? 장관은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너, 너! 지, 지금 뭐라,”

“그나저나 잘됐네요. 인체 독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하는데 마침 우리 장관님이 사고로 그걸 먹었다니. 병원에도 다니실테니 증상에 대한 기록을 복사해서 주세요.”

장관은 화가 뻗쳐서 홧병으로 머리가 몽롱해 졌다.

“저보고는 열심히 연구하라면서.. 그리고 제 책도 전부 빼앗았으면서 겨우 그 정도도 도와주실 생각도 없어요?”

전부 빼앗은 적 없다. 공밀레에 방해가 될 것 같은 불온 서적(....)을 제거했을 뿐이다.

그리고 장관은 깨달았다. 이것은 자신이 원하는 데로 놔두지 않았다고 천재 괴물이 벌이는 한바탕 연극이었다.

모든 것이 계산되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도착하는 시간, 대답했을 때의 반응, 적절한 타이밍에 그 물질을 내놓는 모든 것이. 그리고 분명히 소년은 그 사탕을 먹으라고 말한 적이 전혀 없었다.

장관은 어린 소년에게 완전히 농락 당한 상황을 깨닫자 홧병으로 뒷목을 잡으며 기절하고 말았다. 뇌졸증이었다.

“아저씨들, 빨리 병원에 연락 안하고 뭐하세요?”

주위 모두가 장관과 소년의 대화에 상황을 이해하고 넋이 나가 있을 때 소년이 그들의 정신을 깨웠다. 모두 장관을 응급실로 보내기 위해 119에 신고를 하고 다리를 주무르며 응급 처지를 할 때 소년은 유유히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가 버렸다.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보는 7명의 교수는 얼굴이 무척이나 어두웠다.

= = = = =

장관은 뇌졸증으로 병원에 실려갔지만 심각한 병세를 없었다. 오히려 뇌졸증에 동반한 합병증세들이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었다. 너무나 신기한 일이었기에 대학병원 의사들이 혈액검사와 조직검사 등 온갖 검사를 다했다.

그리고는 장관의 혈액에 어떤 특성 물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획기적인 뇌졸증 치료제의 발견이라고 학회지에 개제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그 물질과 완전히 동일한 물질이 이미 나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명칭은 ‘Soluble Fuel’.

당연히 강현이 논문의 주인이었다. 이 용해 연료는 벤젠고리를 포함한 식물성 알칼로이계의 물질로 물과 1:5로 녹여 사용하는데 알콜의 약 10분의 1의 칼로리를 만들어내고 작은 1기통 엔진이 돌아갈 정도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강현의 논문에서 결론은 채산성 없음. 많은 개량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용해 연료는 눈가림이고 목적은 환경호르몬 물질을 이용해 재수 없는 장관 골탕먹이기 였으니 말이다.

뭐 뇌졸증으로 병원에 실려간 것이 좀 미안하기는 했지만 화를 참지 못한 건 장관 탓이 아니던가? 한 나라의 장관이란 인간이 정신수양이 겨우 그정도라니, 쯧쯧쯧.

하지만 강현이 생화학적인 특성을 갖출 수 있도록 온갖 작용기를 갖다 붙였고 그중에 뭐가 무슨 복잡한 작용을 했는지 장관이 뇌졸증에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이기는 한데 그 인간 얼굴을 또 다시 볼 생각을 하니 기분이 안 좋아진다.

그래, 쪼잔하게 간지럼이 뭐냐? 화끈하게 다리라도 부러뜨리면 한 달간 안 볼 수 있을 것이다.

강현이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장관을 골탕 먹이기 위한 계획을 짜는 동안 무슨 대학병원에서 자신이 개발한 물질이 뇌졸증에 특별한 효력이 있기에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그러세요.”

“강현 군, 특허권은 어떻게.”

“알아서 하세요.”

강현은 더 이상 그 물질에 관심이 없었다. 장관이 없는 동안 열심히 하던 프로그래밍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강현이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은 하나의 OS였다. 사실 OS라는 것은 프로세서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강현이 만든 것도 OS의 가장 기초가 될 소스의 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리고 강현이 만든 OS보다 발전하고 뛰어난 OS도 많았다.

그러나 강현은 자신이 만든 OS에 애착을 가졌고 틈틈이 취미 삼아 코딩을 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프로세서를 구상하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폰노이만 방식의 순차적 연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사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뉴스를 보고, 걸어 다니면서도 음악을 들으며 고개를 까딱거릴 수가 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뇌가 각 부분을 통제할 수 있도록 무의식적인 단계에서 분할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컴퓨터에 비유를 하자면 CPU와 GPU의 관계라고 할까? 중앙 제어장치의 연산을 그래픽 카드가 보조해 모니터로 출력하여 좀 더 좋은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는 원리와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최첨단 그래픽 기술을 CPU만으로 모두 처리하기에는 데이터 양이 너무 많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마저도 뛰어넘어 멀티 코어 CPU가 등장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강현이 원하는 것은 그것을 넘어선 구조였다. 사이버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친다면 그 사이버 세계를 구성하는 소프트 웨어는 사이버 세계의 물질과도 같다. 즉, 사이버 세계의 관점에서 보면 소프트 웨어는 곧 하드웨어인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현재의 OS는 정교한 기계장치로 이루어진 태엽머신에 불과한 것이다. 컴퓨터의 성능 향상을 고작 코어의 수를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다니. 뭐랄까? 강현의 눈에는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없어 규모만 늘리는 꼴이라고나 할까?

강현이 원하는 것은 사이버 세계의 소프트 웨어였다. 그것은 자율적으로 각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를 할당하고 각 메모리가 스스로 연산을 하도록 하는 뇌를 닮은 컴퓨터의 소프트 웨어인 것이다.

지금의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CPU의 CPU라고나 할까? 각 코어에 어느 만큼의 데이터를 할당할 것인지 판단하는 OS의 기초가 지금 강현이 만들어 낸 것이다.

차후 그가 꿈꾸는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코어를 대량 집적한 수준의 프로세서가 필요했고 강현은 그것을 인지했다.

하지만 코딩 작업은 재미있지만 지루하고 시간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가끔 심신이 지칠 때 쉬면서 할 정도는 되었다.(전 세계의 프로그래머에게 사과해라.)강현이 장관이 없는 유유자적한 라이프를 즐기고 막 다른 연구 소재에 흥미를 느낄 때쯤이었다.

‘장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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