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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5화 (5/241)

5화

박사가 왜 박사인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박사이고 그 말은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는 빠삭하지만 그 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필요한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김 교수가 멘붕 상태에서 면접을 끝내자 이번에 한상길 교수에게 강현의 눈길이 갔다. 한 교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이 되었다.

"한 교수님께서는 얼마전에 태양광 모듈의 제작 단가 절감을 위한 신기술을.."

다행이 잘 아는 분야가 나왔다. 태양광 발전은 한 교수의 전담이었다.

".. 그런데 여기서 양자 효과를 고려한다면 전자의 자유 행로가 약.. 실리콘 기반의 태양 전지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적층 구조가.."

다행이다. 잘 아는 분야다. 한 교수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태양광으로 전기를 발전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 광합성이라는 최고의 방법이 있으니 차라리 직접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보다 그걸 응용해서 화학 에너지로 축적하는 것이 연료 전지라던가 여러모로.. 어라? 내가 연구하면 되잖아."

시대를 선도할 천재가 태양광 발전 기술은 후졌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이 전공인 한 교수는 울고 싶었다.

= = = = =

결과적으로 1차 은사 모집은 실패했다. 강현이 실망감을 감추지 않으며 미국행을 결심하자 정부 차원에서 부랴부랴 유명 교수진에게 사정했다.

아무리 자존심 높은 뛰어난 교수라고 하더라도 국가의 핵심 역량이 될 재목이 빠져 나가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교수사회의 평판과 의견을 종합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공학 박사 7명이 선정되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는 큰 명예였지만 생각해 보면 모두 강현을 위해서 벌인 일이니 질투가 날 일이었다.

아무튼 정부차원의 노력에 마음 약한 어린 소년인(어디가?) 강현은 은혜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는 설득에 한번 더 결정을 번복하고 이 7명의 공학 박사에게 지도를 받으며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온 첫번째 논문은 생물 촉매에 관한 내용이었다. 정확히는 물과 햇볕, 이산화탄소로 순수한 포도당을 만들어 내는 인공 광합성 장치에 관한 것이었다.

식물의 엽록소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전기화학적 변화를 그대로 재현해 내는 효소들의 구성체를 마이크로 칩에 축적한 것이다.

이는 인공적인 식물을 만들어 낸 쾌거였다.

아직 열화나 내구에 관한 문제가 남아 있었지만 이 발명의 의의는 무척이나 컸다. 바로 우주 식민지에서 무척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선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생명 유지 장치다. 그 중에 사람의 생명과 즉시 연동 되는 것이 바로 산소와 이산화탄소다.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이 숨을 쉬면 필연적으로 산소 부족 현상이 올 수 밖에 없다. 산소는 물을 전기 분해하여 얻고 이산화탄소는 필터를 이용해서 따로 모은다.

이산화탄소를 실내 공기에서 제거하는 이유는 이산화탄소의 축적에 따른 위험한 중독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다. 사람이 호흡을 할 수 있는 원리는 결국은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 차이로 인한 확산이기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으면 정상적인 호흡이 불가능해 질식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우주 환경에서 강현의 발명은 그 가치를 제대로 지닌다. 쓸데없이 물을 전기분해하며 필터로 이산화탄소를 거르지 않아도 물과 이산화탄소로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절로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고 산소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원은 햇볕으로 충당이 가능하며 거기에다가 우주비행사들에게 설탕도 무한정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이 발표되자 벌써 NASA에서는 이 기술의 라이센스를 확보할 수 없을까 대한민국에 타진해 왔다.

당연히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자랑스럽게 발표했고 정부의 딴따라인 언론들은 국민들에게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국민들은 힘든 생활고에 저런 대단한 위인이 자신의 동포라는 것에 자위할 수 있었다.

남한 정부는 강현을 지원한 뽕을 충분히 뽑았다. 하지만 자신들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공밀레 공밀레. 자고로 작가는 통조림을 해야 제맛이고 공학도를 갈아넣어야 제맛이라고 하던가?

남한 특유의 문화는 아주 자연스럽게 강현에게 공밀레를 강요했다.

“싫어요.”

“이보게 강현 군. 그러지 말고 이번 연구만 잘 해주면.”

송상철 의원은 이마에 진땀을 빼가며 이 싸가지 없는 어린 천재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아이 귀찮아.”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무색하게 소년은 자신을 귀찮게 하는 아저씨를 피하기 위해서 읽고 있던 전공 서적을 품안에 안고는 쪼르르 밖으로 달려 나갔다.

송상철 의원은 ‘아앗!’ 당혹성을 지르며 소년을 잡으려고 했지만 소년은 이미 다른 연구실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 송 의원은 다급해 하며 문을 열어달라고 문을 두들겼지만 이미 소년은 책 속에 빠져 그가 문을 두들기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샘성의 건희락 회장이 직접 부탁한 청탁이었다. 샘성 공화국에서 샘성의 청탁을 받았다는 것은 정치꾼, 아니 정치가로서 탄탄대로를 밟았다는 의미였다. 입법의 중추, 국회의 의원으로서 사법계에 널려있는 많은 샘성 장학생들은 최고의 정치적 지원군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의원 신분을 앞세워 정부 차원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이 연구소에 무리해서 들어오지 않았나?

샘성이 부탁한 청탁도 정치적으로 별로 부담이 없는 것이었다. 작은 칩에 생채물질인 효소를 한계까지 집적해낸 강현에게 감동한 샘성 전자는 강현에게 신형 반도체에 대한 개발의 의뢰하려고 했다. 파격적인 대우로 높은 로열티도 줄 방침을 세웠다.

이제 PRAM의 개발로 반도체 시장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린 샘성은 새로운 차원의 반도체가 필요했다. 이른바 양자 반도체. 양자를 기억소자로 하는 초집적 반도체의 개발은 신세기 전기 문명의 기초가 되어 샘성 전자에게 최초 한 세기는 세상을 석권할 먹거리가 되어줄 수 있었고 그들은 강현이 개발한 마이크로 바이오칩에서 그 가능성을 읽었다.

“강현 군! 이번 신형 반도체 개발에 도움을 주면 강현 군에게도 아주 좋은...”

송 의원이 다급하게 연구실의 문을 두드리며 왜 쳤지만 강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강현은 어느새 코딩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코딩은 매우 단순한 작동 원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코딩 언어 대로의 순차적인 시행이다. 그러나 각종 코드가 만들어지고 프로그램의 구조가 방대해지자 사람이 이해하기 매우 힘들게 되어 버렸다.

말 그대로 코딩이 제대로 안되면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머리를 부여잡고 코딩이 제대로 되면 왜 되는지 모르겠다고 머리를 부여잡는 것이 이쪽 업계 사람들의 생활이었다.

강현은 간단한 코딩을 해보고는 폰 노이만의 위대함을 느꼈다.

사실 폰 노이만이 없었다면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은 탄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실상 그는 디지털 연산장치의 아버지라고도 할 수 있었다.

순차적 처리방법 때문에 병목 현상이 생기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그의 업적이 빛바래지는 않는다. 사람도 무언가를 논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할 때 그 단계가 무수히 많아지면 생각이 어지러워 지지 않는가?

강현은 폰 노이만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그의 다양한 업적에 매료 되었다. 그렇다. 바로 폰 노이만의 모습이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이 된 것이었다.

폰 노이만은 천재 수학자로서 6살에 8자리의 나눗셈을 암산으로 풀었다는 일화가 있다. 강현은 그 일화에 ‘멋있다.’ 혹은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폰 노이만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 코딩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 강현의 모습에 매일 같이 찾아오는 송 의원은 애가 탔다. 뭔 애새끼가 이렇게 어른 말을 안듣냐?

언제나 강현을 만나 설득하는 일에 허탕을 친 송 의원은 결국 깊게 고민하고 있는 소년을 만났다.

“이!”

‘눔 시키! 감히 어른이 만나자는데!’

강현을 혼쭐을 내려던 송 의원은 한 숨을 푹 내쉬는 소년의 모습에 일단 멈췄다.

뭔가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지 않은가? 고민에 푹빠진 사춘기를 맞이한 소년,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해 주는 자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샘성이 부탁한 연구를 시작하는 소년.

송 의원은 그런 상상을 하며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강현 군. 뭐가 그리 고민인가?”

“아저씨.”

우울한 목소리에 송 의원은 득의양양하여 소년의 말을 받았다.

“그래, 그래. 이 아저씨가 들어주마. 뭐가 문제냐?”

“책이 안 외어져요.”

“하하하! 무슨 책인데 그러니?”

송 의원의 말에 강현은 옆에 놓인 ‘Molecular biology’(분자 생물학) 원서를 가리켰다. 송 의원은 보는 것 만으로 질리는 두께의 책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천재라더니.’

그러면서 강현을 위로해주기 시작했는데..

“걱정마라. 읽고 또 읽으면 못 외울리 없지 않니.”

“외우기는 다 외웠어요.”

“??”

응? 방금전에는 안 외워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외우는데 3번이나 정독해야 했단 말이에요.”

불퉁한 소년의 말에 송 의원의 정신은 대략 몽롱해졌다.

다 외웠다고? 겨우 3번 정독하고?

“그,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니?”

“아니에요! 폰 노이만 같은 천재는 전화번호부의 아무 페이지나 한 번 보고 그 합을 도출하는 능력자였다고 한단 말이에요!”

너, 너도 충분히 천재로 보인다만..

송 의원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불퉁한 소년이 책을 들고는 어디론가 쪼르르 달려가는 것을 봐야만 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송 의원은 다른 의원들의 불평불만에 결국 샘성의 청탁을 성공하는 것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후로도 강현의 폰 노이만 따라하기는 계속 되었다. 일독에 책을 암기하는 연습을 시작했으며 그가 했던 것처럼 브리테니커 사전을 통째로 외우려고 했고 그가 한 것처럼 7개 국어의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서 시간을 할애했다. 거기다가 폰 노이만이 수학의 천재라고 해서 수학 공부도 시작했다.

덕분에 소년의 일정은 하루 종일 빡빡했지만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넘쳐 나오는지 지치는 기색도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의 열정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매우 모범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소년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소년이 기거하는 연구실을 건설하고 책임지는 과학기술부의 장관이었다.

공밀레를 해야 하는데 소년이 쓸데없는 거나 공부한다고 발명을 하지 않으니 애가 탔다.

거기다가 미국의 눈치가 장난이 아니었다. 벌써 온갖 수단을 동원해 어린 천재와의 공동 연구니 어린 천재의 미래를 위한 교류 학회니 뭐니 하면서 소년과 접촉하려고 했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공밀레를 할 수가 없다. 미국에서의 대우와 한국에서의 대우를 비교당하면 어린 천재의 마음이 미국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 거기다가 애국심을 강조하기에는 애국심을 주입할 시기에 자폐증으로 오랜 기간 자기만의 세계에 갖혀 있었기에 애국심도 전혀 없었다. 국가가 키워준 은혜니 뭐니 하는 것에 남은 것을 보니 염치는 있는 것 같지만 본격적인 공밀레를 시작하면 염치고 뭐고 공밀레를 피해 달아날 공산이 더 컸다.

그러하니 미국의 손길이 뻗치기 전에 공밀레를 통해 로또를 맞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를 감쌌다. 그래. 갈아 넣기만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 이런 인간이 과학기술부의 장관이 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좆도 모르는 인간들이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일이 한 두 번인가? 해양국토부 장관이 아는 거라고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있다는 것 뿐인 나란데 무슨 말을 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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