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크흠! 크흠! 현아.”
“네.”
이순원 의원은 목을 가다듬고 설득을 시작했다.
“왜 특허 신청을 안하려고 하니?”
“그냥뇨.”
“.... 특허 신청을 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단다.”
“전 배터리 아니라도 돈 많이 벌 수 있어요.”
“더 많이 벌 수 있단다.”
“그렇게 많이 벌어서 어디다가 써요?”
“많은 사람들을 도와 줄 수 있단다.”
“제가 만든 기술을 널리 쓸 수 있게 하면 더 많이 도울 수 있지 않나요?”
“글쎄다. 과연 그럴까?”
이순원 의원은 고개를 저었다.
공공재라는 것이 있다. 그것을 설명하는 경제학자들은 주로 공공재를 주인없는 풀밭에 비유한다. 그리고 개인은 그 풀밭에서 양이 풀을 뜯게 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개인의 욕심으로 그 풀밭에서 더 많은 양이 풀을 뜯게 하면 다른 누군가도 똑같이 하게할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풀밭은 황폐하게 변해버린다.
때문에 규제로 그러한 것을 막거나 사유제도를 도입해 풀밭이 황폐화되지 않도록 누군가가 매입하도록 한다. 누군가 그 풀밭의 주인이 되면 황폐화 되는 것을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소년의 발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년은 자신의 발명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했지만 그로 인해서 이익을 보는 이는 극소수의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무분별한 사용으로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었다. 세상은 호의로 대한다고 해도 언제나 결과가 좋지는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순원 의원은 풀밭과 양에 대한 이야기를 소년에게 해 주었다.
“그래서요?”
“... 그, 그래서라니?”
그러나 소년의 반응에 이순원 의원은 당황했다.
“솔직히 제가 만든 것으로 누가 이득을 볼지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누가 이익을 볼 건지에 관여하는 귀찮은 짓을 하기는 싫어요. 그것 사람들이 알아서 결정했으면 해요.”
“귀, 귀찮아?”
정치가인 이순원 의원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익에 분배에 관여하는 것은 곧 정치력을 의미한다. 정치력을 가지게 되면 자연히 권력이 따른다. 그런데 그것을 이리도 쉽게 포기하다니. 이 의원은 소년이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차근 차근 설명했다.
“네가 조금만 신경 쓰면 너를 귀찮게 찾아오는 사람은 없어질 거란다.”
“아저씨같은 사람들요?”
“... 그, 그렇지.’
이순원 의원은 왜 정세원 의원이 소년을 때리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년은 싸가지가 없었다.
소년은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생각해 잠겼다.
이순원 의원의 의견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럼 다음부터 그럴게요."
"다, 다음?"
이순원 의원이 당황했다. 중요한 것은 그 신개념의 배터리 기술이었다. 다음 건 다음에 생각할 문제였고 배터리는 배터리였다.
배터리의 문제가 중요한 것은 전기문명에서 전기를 저장하는 동력원이 모든 것의 기초이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컴퓨터, 모바일 기기, 여기에 군사분야까지 접목이 되면 소년의 배터리 기술은 그 가치가 천정부지로 솓구친다.
차후 소년이 무슨 발명을 하던 이 배터리 기술의 가치를 능가할 기술은 별로 없을 것이다.
"현아. 다시 생각을,"
"아! 밥 먹을 시간이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나가버리는 싸가지는 어디서 배워 먹은 것이냐! 라고 소리치고 싶은 이순원 의원이었다.
하지만 칼자루는 소년이 들고 있었고 소년은 성깔이 있었다. 그러니 좋게 좋게 말로 구슬리는 것이 목적을 성취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소년은 정말로 지독히도 말을 들어 처먹질 않았다.
= = = = =
소년의 배터리 기술은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어떤 구슬림과 사탕발림도 배터리 기술의 무료화를 막을 수 없었다.
소년이 개발한 배터리 기술에는 무전극 배터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그 이유는 전극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양 극이 동일한 물질이기 때문에 충전의 방향에 따라 전극이 달라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었다.
세계는 이 소년을 칭송했다. 이 배터리 기술로 인해서 수 많은 환경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거대한 용량과 제작비용의 저렴함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가장 먼저 사용했다. 대규모의 전력 저장장치를 만들어 화력 발전이 없어도 전기수요가 급증할때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희토류를 쓰지 않아 제작 단가가 기존 배터리보다 매우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 자동차를 속속 발표했으며 수많은 배터리 회사들 역시 강현의 배터리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지만 미소를 짓지 못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석유 회사와 배터리 회사들이었다.
석유 회사들은 당장에 석유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울상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화학 공업 쪽에서 석유는 여전히 원료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전기 자동차가 나온다고 해도 비행기나 선박 등 내연기관을 대채하기 힘든 곳이 있기에 이득의 감소는 있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배터리 업계였다. 수많은 배터리 회사들이 도산을 시작했다. 사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일어넌 아니라 배터리 제조업의 구조조정 과정이었다.
상품의 기술력으로 경쟁을 해왔던 배터리 공장들은 강현의 기술 개방으로 기술력의 차이가 급감했다.
경쟁의 수단이 생산력과 마케팅에 있다는 것을 파악한 예민한 기업가들은 성공을 이어 갔으나 그러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 성장 폭이 커서 자본가들의 눈에 띈 회사들은 막대한 투자를 받아 도태되기 시작한 배터리 회사들을 집어 삼켰다. 배터리 업계에 하나 둘씩 공룡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가들은 과연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했다. 이 유용한 배터리가 희토류 문제 없이, 어느 국가의 자원 정책에 영향 없이 안정적으로 생산되고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은 국제 자본이 투자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강현의 배터리는 그러한 조건은 충족시켰고 응용 가능한 분야가 무한대로 넓으니 당연히 투자해야 마땅한 투자처였다.
순식간에 강현의 배터리는 세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샘성이나 NG역시 발 빠르게 생산시설을 전환했다.
이 모든 변화에서 가장 이득을 본 기업은 그래핀을 제조하는 기업과 탄소 나노튜브를 만드는 기업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있었다. 그것도 소년이 만들어 낸 기술에 의해서.
처음에 발표한 신형 엔진도 이 정도 파급효과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러나 배터리의 파급효과는 세계 각국이 정부 차원에서 이 소년에게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만일 소년이 또다시 이 배터리와 같은 발명을 하고 그 특허를 신청한다면 소년을 확보한 국가는 막대한 영향력과 국력의 신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역시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선 국가는 미국이었다.
"Hey, Boy. 미국에서 공부해 보지 않을래?"
"Call."
소년은 거부하지 않았다. 졸지에 한국 정부는 뒤통수를 맞았다.
이순원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이 소년을 찾아왔다.
"강현 군! 미국으로 간다는 말이 사실인가?"
"네."
아주 당연한 듯한 대답에 한 의원이 머리에 열불이 나서 외쳤다.
"아니 왜?! 그 동안 조국이 키워 준 은혜도 모르고! 좀 유명해 졌다고 배신해?!"
"그런가요?"
그러나 소년은 의외도 담담하게 수긍했다. 너무도 쉽게 수긍해서 의원들이 떨떠름했다.
"… 그, 그렇지."
"그럼 어떻게 하죠?"
"어떡하기는. 한국에 남아야지."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부하기가 힘든데요."
"뭐가 힘드냐? 이 아저씨들이 다 해결해 주마."
의원들이 자신의 장담했다. 그러자 소년은 불편한 것들을 하나 하나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제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요 좋은 연구 장비가 한국에는 없더라구요."
"이 아저씨들이 예산을 마련해 주마."
여야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할 것이다. 만일 이 천재가 미국으로 가버리기라도 하면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서 다음 선거에 불이익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 이상한 아저씨들이 찾아와서 귀찮게 하구요."
이상한 아저씨들이란 소년을 영입해 공밀레를 하기 위해 침을 흘리며 달려드는 대기업들의 헤드 헌터들을 말한다.
국회의원들도 그들의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도 급했기 때문에 떨떠름하게 약속했다.
"…..이 아저씨들이 못하게 하마."
"아저씨들도 포함이요."
싸가지 없는 새끼. 어디서 고귀하신 국회의원과 일개 고용인을 도매급으로 묶으려 들어?
하지만 그들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아, 알았다."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데요."
"무엇이냐?"
"가르쳐 줄 선생님이 없어요."
"무슨 소리니? 이 나라에 훌륭한 교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이라면 기꺼이 너를 제자로 들일 게다."
당연한 소리였다. 장래가 총망받는 대천재의 은사라니! 그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평생 교수를 해먹을 수 있었다.
"그럼 시험해 볼까요?"
누가 누굴?
= = = = =
강현의 행보는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가 되어 있었다.
특히 미국이 강현을 탐을 내고 유학을 제의하며 각종 혜택을 제의해 그 노골적인 탐욕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나라를 먹여 살릴 인재를 뺐기느냐 마느냐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물론 강현이 나라에 남아있는다고 그들에게 혜택이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낙수효과? 풋!)그런 와중에 국회 차원에서 강현을 위한 연구지원 예산을 만들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기 시작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부채질 했다.
일각에서는 겨우 어린애 한 명을 위해서 설래발을 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누구 누구를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 했다는 명목으로 수백 억원을 횡령한 것을 정상참작하는 법관이 있는 나라에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것이 분명한 천재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는 반박도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국가적으로 소년을 가르칠 교수를 뽑겠다는 공문이 각 대학교에 들어왔다.
수많은 교수들이 지원을 했지만 의외로 모든 교수들이 지원하지는 않았다. 교수들도 자존심이 있다. 아무리 천재라지만 마치 입사면접을 하는 듯한 지원은 싫었다.
당연하지만 지원한 교수들은 모두 그저그런 교수에 불과했기에 정부차원의 1차 심의에서 통과한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었다. 흔한 탁상 행정의 결과였다.
아무튼 이 두 교수는 최종 심사를 받게 되었는데 최종 심사관은 바로 자신들의 제자가 될 강현이었다.
김 교수와 한 교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끝을 보기로 했다.
"김성화 교수님. 김성화 교수님께서 작년 ○○월 ○○일에 ○○학회지에 발표하신 RNA 유전자 단분자 효소의 특정화 기제에 대한 논문에서 질문이 있는데요."
쏼라 쏼라 쏼라.
김 교수는 정신이 없었다. 작년 논문? 자신이 지금까지 써 낸 논문이 몇 편인데 그걸 다 기억하나? 그리고 어렴풋이 실험의 목적과 결과는 기억나도 그때 나온 자세한 수치값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냐고!
"… 특정 패턴과 결합하는 RNA 사슬이 용액의 농도와 산도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면.."
다행이 김 교수는 소년의 질문을 용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생물학 뿐만 아니라 화학에도 깊은 조예가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질문이었다. 소년은 지금 유전자 분석에 사용되는 제한 효소의 조작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김 교수는 그쪽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