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01-천재 강현>
강현은 천재다. 그건 그의 부모님은 물론 국가도 인정했다.
아이큐 추정치 250, 사실상 현존하는 아이큐 테스트로는 그의 정확한 아이큐를 측정할 수 없었다.
그런 아이의 창의력과 교육을 위해서 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외국으로 보내고 싶었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아이의 재능이 빛이 바래는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성격이 활달했던 아이는 부모님과 헤어지는 것을 싫어했기에 외국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렸다.
부모는 아이의 투정과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서 현실과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이는 한국에서 영재 교육을 받게 되었다.
10살에 대한민국 최고의 공과대학에 합격한 천재. 그런 아이의 능력에 주변 모두가 축하를 해주었지만 불행은 예고도 없이 아이를 덮쳤다.
아이의 부모가 교통 사고로 사망했다. 아이는 큰 충격을 먹었다. 얼마나 충격이 심했는지 자폐증상까지 보였다.
그러나 주위 어른들은 아이의 상태를 보고도 누구 하나 나서서 돌보는 이는 없었다. 동정은 주어도 도와줄 여력은 없었다.
결국 아이는 국가에 의해서 시설에 맡겨졌고 국가의 손에 길러졌다. 하지만 그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유능한 인재에 관심을 두는 정도에 불과했고 아이에게 필요한 애정은 동정으로 대체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는 점점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파고들기만 했다. 철저한 논리로 무장 된, 그러면서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 된 과학은 아이의 위안처였다.
자폐증까지 겹친 아이는 무섭게 과학지식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해를 하지 못했으면 외웠고 외웠으면 다시 썼으며 응용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실력은 놀라웠다. 박사 학위를 딴 이들도 아이가 써내려가는 공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의 자폐증상은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그러나 그 자폐증상이 조금 남아서 그런지 아이는 외곬수에 독선적인 성격이 되었다.
아이는 자신을 방해하는 이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의 장난은 또래 아이들이 치는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악의적이고 아슬아슬했다. 확실한 건 그의 비위를 거슬려 장난의 대상이 된 어른들 중에는 허허 웃으며 넘어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모두가 치욕에 얼굴이 벌게졌다. 그러나 아이는 벌을 받지 않았다. 증거가 없었다. 심증은 있었지만 심증만으로 아이를 벌하기에는 아이를 두둔하는 이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명분이 없었다. 지저분한 사생활이 까발려진 그들의 발언권이 형편 없이 약해진 까닭도 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강현의 나이 13살. 아이는 신형 내연기관을 개발했다.
그때까지의 내연기관의 효율을 압도하는 능력을 가진 이 신형 내연기관은 피스톤을 이용한 폭발력>직선운동>회전운동의 매커니즘이 아닌 폭발력>회전운동이란 매커니즘을 이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중간에 손실 되는 에너지는 줄이고 캠 같은 각종 부품들마저 줄여 엔진의 소형화를 성공시켰다.
이 엔진의 내부는 마치 무궁화의 꽃잎을 닮은 날개가 들어있었는데 이 날개가 실질적으로 폭발을 직접 회전운동으로 바꾸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정교한 곡선의 설계는 생산에 그만큼 많은 노력을 들이게 만들었는데 강현은 그 공정 과정 역시 개발하면서 생산비용은 동일하게, 그러면서 연비는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신형 엔진에 관한 논문이 게재되자 자동차 회사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엔진의 경량화는 생각보다 연비 효율을 훨씬 크게 개선한다. 자동차의 중량 자체가 연비의 큰 적이었고 엔진만큼 부피 대비 무게가 많이 나가는 부품도 없었다.
대한민국 1위의 매출을 자랑하는 미래 자동차 역시 이 신형 엔진에 큰 관심을 두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보는 독일의 반츠나 미국의 JM에 비해는 한 발 늦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나마 기획실에서 경쟁 회사의 부사장이나 되는 인물이 방한하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강현의 신형 엔진을 알고 대응 방침을 결정할 때까지 시간이 더 걸렸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할 생각이오?”
“일단 사들일 생각입니다.”
특허 자체를 사들일 생각으로 그들은 강현을 만났다. 하지만 강현은 특허라는 개념에 별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특허요?”
“그렇단다. 우리 미래 그룹은 그 신형 엔진에 대한 특허를 300억에 살 의향이 있단다.”
신형 엔진의 잠재적 가지는 약 1000억 가량이다. 형편 없이 후려친 가격이다. 하지만 미래 그룹은 자신 있었다. 한 두 번 해본 일도 아니었다.
“특허 신청 안 했는데요?”
“그...래?”
강현의 말에 잠시 당황했던 이상현 이사는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강현의 말에 빠르게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만일 그에 관한 특허를 미래 그룹에서 먼저 신청한다면?
어린 천재의 지적 재산권을 날로 먹었다는 욕은 좀 듣겠지만 곧 잠잠해 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에서 미래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위상이었다. 물론 욕을 먹는 것을 감수 할 수 있을 만큼의 이득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왜 제가 만든 게 300억 밖에 안 해요?”
강현이 약간 서운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으, 응?”
이상현 이사는 강현의 말에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게 회사에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반츠하고 JM에서 오신 아저씨들은 800억원에 산다고 하던데요?”
1000억에서 200억을 깎았으니 그놈이 그놈 같지만 700억을 깍은 놈들보다는 양심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상현 이사는 강현의 궁금한 눈초리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바쁜 일이 있다면서 자리를 파하고 말았다.
이상현 이사는 회사로 돌아가서 즉시 지시를 내렸고 미래 자동차에서는 강현의 발명을 자기네 특허로 만들기 위해서 먼저 특허 등록을 하기 위해서 강현의 설계도를 입수,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허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발명이 가진 특허 요소를 검증 받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강현의 발명에 대한 이해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또한 타 특허와 겹치지 않는 혁신적인 부분을 확실하게 자회사의 특허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시도는 시작부터 좌초 되었다.
[반츠 혁신적인 신형 엔진 발표!]
[엔진을 개발한 한국의 천재 소년에게 감사를!]
[한국의 천재 소년, 혁신적인 신형엔진을 널리 사용하도록 특허도 신청 안해..]
반츠와 JM은 강현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벌써 엔진 시제품을 만들어 발표해 버렸다. 그리고는 누구나 마음대로 이 멋진 발명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강현의 넓은 마음에 감사한다고 했다.
세상은 이 소년 천재에게 주목했다. 그리고 미래는 감히 이 소년의 발명을 날로 먹을 짓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죄송합니다.”
이주연 회장이 호통을 쳤다. 이상현 이사가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이 화가 난 이유는 신형 엔진을 회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모두 공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만일의 사태, 그러니까 강현이 발명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 때를 대비한 모든 공작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돈은 돈대로 인맥은 인맥대로 써버리고는 특허 하나 획득하지 못하다니.. 이 일에 관련된 이들이 얼마나 비웃을 것인가?
이주연 회장의 체면이 완전히 깎여버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보통 상류층 인간들은 손해는 얼마든지 벌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체면과 명예는 쌓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주연 회장이 화를 내는 이유였다.
“이 일을 어떻게 할 건가?”
“최대한 수습을 할,”
“어떻게?”
“....”
이주연 회장은 이상현 이사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강현인가 뭔가 하는 아이를 꼬셔서 특허를 등록하게 해.”
그것은 강현이 반츠와 JM에 했던 말을 뒤집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럼 사방팔방 다 알려진 마당에 우리가 개발했다고 할까?”
“.... 알겠습니다.”
이주연 회장의 방침은 간단했다. 회사는 신형 엔진에 대한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욕은 그 철부지 소년에게 떠넘기는 것이었다. 회사, 아니 자신의 가문을 위해서 힘없는 개인 따위 얼마든 희생 시켜온 그 동안의 경영 과정이 반영된 판단이었다.
머리 좀 똑똑한 고아 소년 하나 정도야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 것이다.
이상현 이사는 이 회장의 지시를 받아 다시 소년을 찾아갔다. 하지만 보육원 원장의 저지를 받았다.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종종 현이가 무섭게 집중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 날이 오늘이고요. 밥 먹는 것까지 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럴 때 방해 받으면 정말로 무섭게 화를 냅니다.”
“그래서요?”
이상현 이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니까 감히 미래 그룹의 이사에게 고작 어린애가 화를 내니까 돌아가라는 건가?
“그러니까 내일 쯤 다시 오시면,”
“됐습니다.”
이상현 이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원장을 옆으로 밀면서 안으로 향했다.
그런 이상현 이사의 뒷모습을 보는 원장의 얼굴에는 비웃음과 통쾌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한 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원장은 대기업 이사가 어린 아이에게 형편 없이 당하는 과정을 과정을 구경하기 위해서 서둘러 원장실로 향했다. 왜냐고? 캠코더로 찍어야 하니까.
이상현 이사는 강현의 방으로 향했다. 한 번 와봤기에 헤매지 않았다.
[위험. 절대 출입금지. 경고를 무시해서 발생하는 일은 전적으로 본인 책임임.]
이상현 이사는 그 경고문구를 무시해 버렸다. 그리고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강현아? 있니? 저번에 미래 자동차에 온 아저씨란다. 중요한 말이 있으니 들어가도 되겠니?”
….
조용하다. 어떤 반응도 없었다.
이상현 이사는 다시 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역시나 어떤 반응도 없었다. 이상현 이사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재벌가의 일원으로 어디가서 이런 개무시를 받아본 적이 있나? 결단코 없었다.
이상현 이사는 문고리를 잡아 돌렸지만 잠겼는지 열리지 않았다.
그는 방문 열쇠를 받기 위해서 원장실로 가는 중에 원장을 만났다.
“문이 잠겨 있더군요. 예비 열쇠가 있죠?”
“그만하고 돌아가시는게 어떻습니까?”
“열쇠를 주지 않으면 아동을 감금하고 있다고 고발하겠습니다. 골치가 아프실 텐데요?”
“후우.. 여기 있습니다.”
원장은 주머니에서 예비 열쇠를 꺼내 그에게 건네 주었다. 이상현 이사는 열쇠를 받아 들고 바쁜 걸음으로 아이의 방으로 향했다. 물론 원장이 허리 뒷춤에 숨긴 캠코더는 발견하지 못했다.
[위험. 절대 출입금지....]
찍!
이상현 이사는 그 건방진 경고 문구를 찢어버렸다. 그리고 열쇠 구멍에 열쇠를 집어넣으면서 생각했다. 건방지게 말이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문을 잠그고 말이야.
철컥!
잠금이 풀리고 문이 열렸다. 이상현 이사는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강현아. 이야기 좀,”
미끌! 쾅!
이상현 이사의 말은 끝 맺지 못했다. 바닥에 깔린 작은 비즈 구슬을 밟은 이사는 영화처럼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불행이도 고작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는 넘어지면서 허공에 걸린 실을 건드렸고 그 실에 아슬아슬하게 무게를 지탱하고 있던 다리미가 얼굴로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나홀로 집에의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이상현 이사는 위기의 상황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두 팔을 들어 다리미를 막았다. 이상현 이사는 위기의 상황에 생긴 초인적인 동체 시력으로 다리미에 붙은 브랜드 명을 보게 되었는데 그가 아는 어떤 브랜드도 아니었다. 필시 어떤 이름없는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거기까지 생각하기에는 팔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만만치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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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