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
제196화
선우가 플레티넘 솔저의 손가락 부분을 USB 구멍에 꽂았다.
그러자 딱 들어맞았다.
“오, 들어갔어.”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레인보우 팝콘 레시피 내용이 플레티넘 솔저로 전송됩니다.]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선우가 USB 구멍에서 손가락을 뺐다.
“야, 레시피 모두 입력됐으니 이건 부숴버리자.”
“좋아, 뒤로 물러나.”
펑크 보이가 레인보우 엔진 곳곳에 폭탄을 설치하는 중이었다.
타타타탕-!!
“저기다!! 저 자식들 잡아!!”
올드 갱 플레이어들이 나타났다.
다른 곳에서 쿵푸 로봇들이 등장하며 충돌이 이어졌다.
“우린 이 틈에 튀자.”
펑크 보이가 폭탄을 다 설치한 뒤 빠져나왔다.
“야, 나가는 쪽은 어딘데?”
“저쪽이다.”
선우 일행이 펑크 보이를 따라 출구로 나가는 순간.
콰콰쾅-!!!
콰앙! 콰앙!
뒤쪽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충격파가 발생하며 공장을 으깨듯이 뒤덮었다.
“크악!”
올드 갱 길드원들이 충격파에 짓눌렸다.
쿵푸 로봇들이 으스러졌다.
충격파는 레인보우 공장을 하나씩 박살내며 점진적으로 퍼지고 있었다.
선우 일행이 간발의 차로 레인보우 팩토리를 빠져나갔다.
콰콰콰콰-!!
뒤늦게 충격파가 덮치면서 선우 일행이 바닥을 뒹굴었다.
쿠아앙-!
사방이 불길로 치솟았고 레인보우 팩토리가 화염으로 덮였다.
“휴우… 굉장하군.”
“야, 무슨 폭탄을 썼는데 저렇게 위력이 세냐?”
“폭탄의 위력이 아니야. 레인보우 엔진이 폭발하면서 저렇게 터진 거지.”
레인보우 팩토리는 그야말로 초토화 되었다.
“이제 미스터 로스트 놈은 한동안 자금줄이 끊겨버릴 거다. 올드 갱과 마카롱 쉐이크가 이걸 아는 순간 총공세를 펼칠 거야. 그럴수록 자금 회복은 더 어려워질 거고.”
“남은 건 펑크리아 탑의 열쇠로군. 이건 누가 갖고 있다고 했지?”
“마카롱 쉐이크의 길드 마스터 허니 쉐이커가 갖고 있어.”
“걔한테서 어떻게 훔쳐내지?”
“훔친다기보다는 허니 쉐이커와 대결해서 이겨야 돼. 허니 쉐이커가 죽으면 열쇠가 드롭될 거야”
마카롱 쉐이크의 길드 마스터 허니 쉐이커는 펑크리아 탑의 열쇠를 항상 자신이 직접 보관했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도 도둑맞을 일이 없었다.
열쇠를 가지려면 허니 쉐이커를 찾아와 캐릭터 삭제를 건 결투를 해야 했으니까.
“그러면 지금까지 캐삭빵 도전해서 이긴 놈이 없었다는 거네.”
“물론이지. 허니 쉐이커는 펑크리아 대륙에서 PVP로는 당할 자가 없는 플레이어니까.”
“간단해서 마음에 든다. 걔한테 도전하러 가자.”
“야, 잠깐만. 올드 갱 길드원들이 저기서 다 죽었으니 보나마나 캐삭빵 확정이고 쿵푸 로봇 전멸에 레인보우 팩토리가 사라졌으니 이제 가프치노랑 미스터 로스트가 눈에 불을 켜고 우릴 쫓을 거야. 허니 쉐이커랑 대결하러 가면 놈들이 절대 가만 안 있을 거라고.”
“가만 안 있으면 지들이 어쩔 건데? 어차피 3대 길드 서로 전쟁 중이라서 끼어드는 순간 전쟁 시작 아니야?”
“뭐 그러면 우리야 좋지만, 반대로 걔들끼리 손잡고 우릴 칠 수도 있잖아.”
선우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절대 못 쳐.”
펑크 보이가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왜냐면 내가 히든카드 2개를 다 갖고 있다는 걸 허니 쉐이커한테 알릴 거니까.”
“뭐라고? 너 미쳤냐? 그렇게 되면 허니 쉐이커는 악착같이 널 쫓을 거야. 히든카드 3개를 모두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가 되는 건데… 그건 너무 위험해.”
“이게 오히려 안전한 거야.”
선우는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일행들은 생각이 달랐다.
“어떻게 그게 안전하냐? 차라리 그럴 거면 앤트 벙커에 히든카드 2개 숨겨두고 붙으러 가자.”
“안 돼.”
선우가 칼같이 거절했다.
앤트 벙커는 펑크 보이의 비밀 아지트다.
여기에 애써 훔친 히든카드 2개를 숨겨 두고 허니 쉐이커랑 붙으러 간다고?
그건 펑크 보이에게 뒤통수 맞을 위험이 높았다.
선우가 그런 짓을 할 리는 없었다.
“왜 안 된다는 거야? 안전한 곳에 숨겨놔야 할 거 아니야? 그러려면 앤트 벙커만한 데가 없어. 여기는 아직 펑크리아 대륙에서 나랑 너희들 빼고는 아는 사람들 없는 유일한 곳이라고.”
“히든카드가 가장 안전한 곳은 바로 여기다.”
선우가 자신이 탑승한 플레티넘 솔저를 가리켰다.
펑크 보이가 째려 보면서 물었다.
“너, 날 못 믿는 거냐?”
“넌 믿어. 하지만 네 마음은 안 믿어.”
“무슨 그런 개 코딱지 파는 소릴 하냐! 그게 그거잖아.”
“아니지. 다르지. 너란 인간은 지금껏 쭉 나한테 보여준 행동과 충성심으로는 믿을 만 해. 하지만 사람이란 게… 너도 알잖아? 아침이랑 저녁이랑 마음이 휙휙 오갈 수 있다는 거.”
“난 안 그래!”
“알아. 넌 안 그렇지만. 네 마음은 그렇다니까? 생각해 봐. 눈앞에 히든카드가 2장이 있는데 그걸 너만의 비밀 아지트에 숨겨놨다고 치자. 그런데 나랑 같이 허니 쉐이커한테 갔는데 일이 잘못되어버렸어. 그러면 다들 캐삭빵 확정인데. 넌 어떻게든 탈출해서 살아남고 튀기만 하면 앤트 벙커로 와서 그 히든카드를 먹게 되잖아.”
펑크 보이가 선우의 가상 시나리오를 부정했다.
“아냐! 아니라고!”
“그러면 무기 브로커인 넌 그 히든카드를 갖고 나머지 길드 애들이랑 딜을 할 거야. 올드 갱하고 할 수도 있고 바비큐 몬스터랑 할 수도 있지. 하지만 가장 확실한 건 허니 쉐이커랑 딜을 해서 목숨을 건질 수도 있을 거고.”
펑크 보이는 정곡을 찔리다 못해 후벼 파이는 기분이었다.
선우는 정확하게 펑크 보이가 숨겨둔 속내를 파악하고 있었다.
여기에 충격을 먹은 건 펑크 보이였다.
‘이런 미친… 이거 뭐하는 놈이지? 어떻게 안 거야?’
펑크 보이는 히든카드 2개씩이나 선우가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은근슬쩍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히든카드를 거래하는 것.
펑크 보이는 히든카드 3개를 다 모아서 뭘 하겠다는 것엔 병아리 눈꼽 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그는 무기 브로커다.
그러니 본분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선우에게 있는 히든카드 2개를 어떻게 빼오냐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그는 전략을 짰다.
먼저 선우를 부추겨서 허니 쉐이커 에게 캐릭터 삭제를 건 결투를 하라고 작업한다.
그 다음 허니 쉐이커 에게 선우가 패하면 코딱충과 불나방 또한 죽은 목숨이니 이들은 자연스럽게 캐삭빵 으로 정리가 될 것이다.
마지막 남은 자신은 허니 쉐이커 에게 히든카드 2개가 있다고 딜을 하는 것.
여기까지 계획해둔 건데 선우가 이를 단번에 간파해버렸다.
“대답 못하는 걸 보니 사실이군.”
선우를 따라다니며 온갖 고생을 했던 코딱충의 말에 펑크 보이가 발끈했다.
“네가 뭘 안다고!!”
“잘 알지. 나도 한때 너처럼 생각을 하던 적이 있었으니까.”
코딱충은 과거 자신이 선우를 만나 당하던 시절을 아련하게 떠올렸다.
펑크 보이는 표정을 구기면서 코딱충을 바라봤다.
선우가 정리했다.
“이제 결론 나왔다. 히든카드 2개는 어차피 내가 쥐고 있으니, 나머지 1개를 허니 쉐이커 에게 빼앗는다.”
“좋아. 그렇게 해라. 하지만 이것만큼은 알아둬라. 허니 쉐이커와 대결을 할 때는 전제 조건이 있어. 캐삭빵이라고 다 같은 캐삭빵은 아니야. 다른 이유라면 몰라도 펑크리아 탑의 열쇠를 갖는 조건으로 캐삭빵을 할 때는 무조건 도전자만 캐삭빵이다.”
펑크 보이의 말에 선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게 뭔 소리냐?”
“예를 들어 네가 지금 펑크리아 탑의 열쇠를 먹으려고 허니 쉐이커를 찾아가는 거잖아.”
“그렇지.”
“그러면 네가 도전자가 되는 거라고. 왜냐면 펑크리아 탑 열쇠를 먹으려고 찾아왔으니까.”
“응.”
“여기서 펑크리아 탑의 열쇠를 가지려고 도전하러 온 플레이어만 패할 때 캐릭터 삭제를 하고 만약에 허니 쉐이커가 패하더라도 캐릭터 삭제를 하지 않는다는 게 조건이야.”
“뭐라고? 야, 그건 좀 불공정한 거 아니야?”
“너무 제멋대로 조건인데. 캐삭빵이면 둘 다 해당되는 건데.”
“그게 싫으면 허니 쉐이커는 길드 부하들 써다가 도전자를 다 제거해버려. 그러니 펑크리아 탑의 열쇠를 갖고 싶다면 이 불리한 조건의 캐삭빵에 응할 자신이 있는지 따지고 도전하겠다면 들어와라 이거지.”
“뭐,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이길 거니까.”
선우는 확신했다.
“알았어. 그러면 내가 허니 쉐이커에게 연락을 넣지. 펑크리아 탑의 열쇠를 갖고 선우 네가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 * *
미스터 로스트는 충격에 빠져 있었다.
“뭐가… 사라져…?”
“레인보우 팩토리 전체가 사라졌습니다! 폭발로 다 날아가 버렸어요.”
“왜 갑자기 폭발이 일어난 건데? 가프치노가 쳐들어온 거냐?”
“아닙니다. 가프치노의 부하 할리킹과 그 행동대원들이 기습을 하러 왔습니다.”
“그 얼빠진 자식이 부하들을 데리고?”
“그런데… 레인보우 팩토리가 폭발하기 전 공중 드론의 CCTV에 찍힌 걸 확인해 보니 김선우 패거리가 있었습니다.”
미스터 로스트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쿵푸 로봇들은 뭐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몽땅 박살났습니다. 수리 불능이라고 제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이런 빌어먹을!!”
콰장창-!!
바비큐 몬스터 길드가 차린 바비큐 타워에서 미스터 로스트는 책상과 벽을 모두 부숴버렸다.
“진정하십시오. 보스.”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레인보우 팝콘 레시피는? 그건 무사한 거냐?”
“그게… 김선우와 펑크 보이가 레인보우 엔진에 달린 컴퓨터에 접근한 영상이 찍혔습니다. 이들이 무언가를 만지더니 폭탄을 설치했고 그 다음 튄 걸로 봐서는….”
빠-악!!
“보스!”
미스터 로스트가 지팡이로 플레이어를 후려쳤다.
“이런 멍청한 자식들이… 그러면 팝콘 레시피를 김선우가 훔쳐갔다는 거잖아!”
“그런 것… 같습니다. 보스.”
“뭐라고? 그런 것 같습니다?”
“보스 참으십시오.”
“야, 빅 버펄로. 네게 복수의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김선우를 잡아와. 알려진 정보를 모아 보니 김선우 손에 오일러 제작법과 팝콘 레시피가 같이 있어. 이 기회에 오일러 제작법까지 내 손에 넣어야겠어.”
미스터 로스트가 킬킬거리는 순간.
“보스!!”
빅 버펄로가 갑자기 미스터 로스트를 안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휘이잉-!
콰콰쾅!!!
미사일이 날아오더니 폭발했다.
“쿠헉….”
“젠장….”
빅 버펄로가 일어나 밖을 내다봤다.
바비큐 타워 밑에는 엄청나게 많은 카우보이 갱스터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가프치노가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이봐, 미스터 로스트. 오늘 네놈 건물이랑 통째로 구워줄 테니 기대하라고.”
빅 버펄로가 미스터 로스트에게 외쳤다.
“보스! 가프치노입니다. 빨리 피하십시오!”
“피하긴 누가 피해. 컴플리트 워리어를 가져와라.”
* * *
마카롱 쉐이크 길드의 본사 건물인 마카롱 플레이스.
이곳에는 선우 일행과 허니 쉐이커의 부하들이 마주 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하하하! 네가 김선우란 놈이군.”
마카롱 플레이스의 문이 열리면서 플레이어가 나타났다.
알록달록한 색깔이 빛나는 괴상한 디자인의 옷차림.
얼굴은 새하얗게 분칠을 했고 머리에는 마카롱처럼 생긴 투구를 쓰고 있었다.
양 손에는 분홍색 마카롱 두 개를 끼고 등장한 플레이어.
허니 쉐이커였다.
선우가 펑크 보이에게 속삭거렸다.
“야, 쟤가 펑크리아 대륙 PVP 1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