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
제194화
가프치노가 올드 갱 길드원들과 함께 서 있었다.
“할리킹. 제 시간에 왔구나.”
“하하! 보스께서 부르신다면 어디든지 와야죠!”
할리킹의 발밑에 아이언 솔저 로봇의 팔이 꿈틀거렸다.
카우보이 갱스터들이 나머지 아이언 솔저 로봇들을 난사하고 있었다.
“보스, 아이언 솔저들을 제거하였습니다.”
“이제 남은 건 11호부터 18호까지로군. 아니지 19호도 구했으려나?”
“알아본 바로는 19호는 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진짜냐? 저번에 들리는 말로는 구했다고 하던데.”
“보스, 재미있는 게 뭔지 아십니까? 19호는 김선우가 가져갔다고 합니다.”
“뭐라고? 파하하하!!”
가프치노가 웃으면서 아이언 솔저의 부품을 발로 밟았다.
“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미스터 로스트 자식 꼴 좋다.”
“보스!! 보스!!”
“응? 뭐냐?”
“큰일 났습니다!”
“무슨 큰일? 바비큐 몬스터 놈들이 어디에 또 쳐들어왔냐?”
“아닙니다! 괴물원의 가디언 빌드가 죽었습니다!”
“…….”
플레이어의 말에 가프치노와 할리킹이 몇 초 동안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뭐…뭐라고? 뭐가 죽어?”
“가디언 빌드요! 방금 괴물원 관리하던 애들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뭐야!!!”
가프치노가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떨어뜨렸다.
“그, 그럼… 오일러 제작법은? 그건 무사한 거냐?”
“그게….”
가프치노의 눈이 부릅떠졌다.
플레이어의 멱살을 움켜잡으며 소릴 버럭 질렀다.
“무사하냐고!!”
“죄송합니다, 보스! 김선우가 가져갔다고 합니다!”
“!!!!!”
가프치노가 플레이어의 멱살을 놨다.
그리고 뒷걸음질을 치다가 다리가 풀렸다.
“보스!! 보스!! 진정하세요!”
할리킹과 플레이어들이 가프치노를 부축했다.
“내 오일러 제작법을… 누가 가져갔다고?!!”
가프치노의 목소리가 펑크리아 대륙 하늘로 울려 퍼졌다.
* * *
바비큐 몬스터의 길드 마스터 미스터 로스트는 아이언 솔저 로봇을 집결시켰다.
“남은 로봇은 이게 다냐?”
“그렇습니다. 보스. 11호와 18호까지 남았습니다.”
“나머지 로봇 부대를 모두 집결 시킬까요?”
“보스!! 마카롱 쉐이크 놈들이 제 4 팝콘 공단을 습격했습니다!”
“보스! 일단 가프치노의 맥주 공장을 모조리 폭발시키고 왔습니다. 그걸 복구하려면 지갑이 아주 거덜 날 겁니다.”
바비큐 몬스터 길드원들이 로봇을 타고 나타났다.
이들 로봇은 아이언 솔저와는 다른 모델이었다.
아이언 솔저는 미스터 로스트의 개인 컬렉션이자 정예부대였다.
나머지 로봇들은 길드원들이 타고 있었다.
“수고했다. 올드 타워에는 준비 다 끝났냐?”
“물론입니다. 보스 명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쿠후후, 가프치노 자식. 자신의 본진을 그렇게 오래 비워두다니. 뼈저리게 후회할 거다.”
미스터 로스트가 리무진 차량에 탑승하면서 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가프치노 놈이 올드 타워에 도착하면 실행해.”
“예!”
* * *
펑크 보이의 앤트 벙커.
“이제 오일러 제작법을 확보했으니 남은 건 레인보우 팝콘 레시피와 펑크리아 탑의 열쇠만 남았어. 야, 펑크 보이. 오일러 기계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냐?”
“일개미들한테 시키면 24시간은 걸릴 거 같다.”
“좋았어. 그 안에 최소 히든카드 1개는 확보한다. 지금부터 속도싸움이다. 놈들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몰아붙여야 돼.”
“어딜 먼저 노릴 건데?”
“펑크 보이 네가 볼 땐 보안이 가장 허술하다고 생각되는 쪽을 말해봐.”
“그렇다면 아무래도 레인보우 팝콘 쪽이지. 그것도 오일러 제작법처럼 바비큐 몬스터 길드 소유 건물에 보관 중이니까.”
“그러면 팝콘 레시피 털러 가자.”
“미스터 로스트를 상대로 레시피를 털려면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이쪽은 쪽수가 너무 적어서 불리해.”
“아, 그렇지. 걔들한테 내가 타고 있는 이 로봇 비슷한 게 많다며?”
“아이언 솔저는 전투로봇의 모델일 뿐이야. 길드원들은 배틀 솔저 라고 불리는 일반 타입의 전투 로봇을 탄다.”
바비큐 몬스터는 전투 로봇 아이템을 주무기로 쓰는 길드였다.
길드 마스터인 미스터 로스트는 아이언 솔저를 모두 모았고 자신이 신뢰하는 길드 간부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구하고 싶어 했던 19호를 확보하면 새로 바꿔 탈 계획을 짰었다.
선우가 19호를 훔쳐가기 전까지는.
“미스터 로스트는 컴플리트 워리어 라고 불리는 종합 전투 로봇을 타고 다녀. 이 모델은 현재 펑크리아 대륙에서 개발된 전투 로봇 역사상 최강의 로봇이라고 불리지.”
“컴플리트 워리어? 내 꺼보다 더 세냐?”
“그것까진 잘 몰라. 확실한 건 컴플리트 워리어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던 로스트가 아이언 솔저 19호를 손에 넣으면 그걸로 로봇을 바꾸려고 했다는 거야.”
“그러면 이게 더 세다는 거 아닌가?”
“겉으로 보이는 전력만으로는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지. 누가 봐도 컴플리트 워리어가 훨씬 강력했거든. 하지만 미스터 로스트는 왜 자신이 19호로 로봇을 바꾸려고 하는지 이유를 말하지 않았어. 그냥 바꾸려고만 했지.”
선우는 본능적으로 아이언 솔저 19호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역대 최강의 로봇을 갖고 있는 놈이 이 로봇을 구하면 이걸 타려고 했다고? 그렇다면 이 로봇에 무언가 알려지지 않은 능력 같은 게 있다는 것인데… 그게 뭘까?’
아이언 솔저 19호를 연구해보기로 결정한 선우.
“일단 나는 이 로봇 좀 손질해봐야겠다.”
앤트 벙커의 비어있는 창고 한 군데로 로봇을 타고 간 선우는 구석구석을 요모조모 살펴봤다.
“흐음, 딱히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데… 왜 이걸 가지려고 그 난리를 친 걸까?”
일단 로봇의 겉면을 살펴봤지만 눈에 띌 만한 것이 없었다.
“내부에 있으려나?”
선우가 아이언 솔저 조종석에 다시 올라탔다.
이것저것 안 만져보던 버튼을 한 번씩 다 눌러보고 만져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히든카드 중 1가지인 오일러 제작법을 19호 내부에 설치된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세요.]
[입력방법은 스캔에 올려놓으시면 됩니다.]
“응? 이게 뭐지? 스캔이 어디 있지?”
선우가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오른쪽에 있던 스캔 장치를 발견했다.
“아, 여기다 오일러 제작법을 올려놓으라는 건가?”
선우는 조종석에서 나왔다.
“야, 펑크 보이.”
“왜?”
“오일러 제작법 좀 갖고 갈게.”
“야, 그걸 가져가면 어떻게 작업 하냐? 어디 가는데?”
“금방 갖다 줄게. 기다려.”
선우가 오일러 제작법을 들고 후다닥 사라졌다.
로봇 조종석으로 온 선우는 오일러 제작법을 스캔 장치에 올려놨다.
그러자 알림 메시지가 들려오면서 스캔 장치가 가동되었다.
[오일러 제작법의 내용이 아이언 솔저 19호의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고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의 입력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화면이 나타나고 조종석 앞쪽의 화면이 바뀌었다.
[히든카드 중 1가지가 아이언 솔저 19호 내부에 입력되었습니다.]
[19호에 숨겨진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퀘스트 화면으로 전환됩니다.]
“오잉? 퀘스트라고?”
뜻밖의 사실이 발견되었다.
아이언 솔저 19호에는 히든 퀘스트가 숨겨져 있었던 것.
선우는 전환된 퀘스트 화면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퀘스트 화면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아이언 솔저 19호의 로봇에는 세상 밖에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그 비밀이란 아이언 솔저의 원 모습은 지금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2가지의 히든카드를 19호에 입력하면 2차 업그레이드로 강화됩니다.
1번째 히든카드를 입력하면 플래티넘 솔저로 업그레이드가 되며 3번째 히든카드를 입력하면 인피니티 솔저로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선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
새로운 사실이 또 나왔다.
아이언 솔저 19호는 다른 아이언 솔저 모델과는 달리 비밀이 있었는데 그 비밀이 바로 전투로봇의 강화 업그레이드였던 것.
그런데 마지막 강화된 모습은 인피니티 솔저라는 것이다.
퀘스트 화면의 내용은 계속 나왔다.
[아이언 솔저 19호의 원 모습은 인피니티 솔저이며 인피니티 로드의 신적 존재인 인피니티 여신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던 전투 로봇입니다.
현재 아이언 솔저 19호에 탑승한 플레이어는 인피니티 솔저의 본 모습을 되찾도록 하세요.
만약 플레이어가 인피니티 솔저로 업그레이드에 성공하면 보상이 따를 것입니다.]
“이 로봇이… 인피니티 여신을 지키던 로봇이라고?”
선우는 조종석에서 일어나 퀘스트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용은 계속 나왔다.
[1차 업그레이드 형태인 실버 솔저로 강화하려면 입력하신 히든카드인 레인보우 오일 채굴 기계 ‘오일러’를 로봇에 탑승하여 직접 제작하세요.
오일러를 완성하면 그 보상으로 자동으로 플래티넘 솔저로 업그레이드가 되실 것입니다.]
화면의 내용 밑에 퀘스트 클리어 조건과 보상이 나왔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 레인보우 오일 채굴기계 ‘오일러’를 제작할 것.
보상: 플래티넘 솔저로 업그레이드.
“대박~”
선우가 조종석에 철퍼덕 앉았다.
인피니티 여신은 선우가 인피니티 로드를 처음 할 때 만났던 미스터리한 노파 NPC였다.
그때 이후로 잊고 지냈었는데 이렇게 다시 퀘스트에 등장하게 될 줄은 예상 못했던 것.
게다가 선우가 타고 있는 아이언 솔저 19호가 인피니티 여신을 지키던 전투로봇이라는 사실은 정말 뜻밖이었다.
퀘스트 역시 히든카드와 관련된 것. 그건 바로 오일러를 선우가 아이언 솔저 19호를 타고 제작하는 것이었다.
“빨리 만들어봐야지.”
선우는 즉시 오일러 제작에 착수했다.
* * *
앤트 벙커 중 가장 크고 넓으면서 공간의 높이가 높은 창고.
이곳에 모두가 모여 있었다.
먼저 펑크 보이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야… 이걸 네가 어떻게 만들었냐?”
일개미를 시켜서 오일러의 제작법을 이해시키고 만들려고 해도 번번이 실패하던 펑크 보이였다.
간신히 오일러의 골격 구조를 파악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선우가 와서 자신이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된다는 생각으로 와봤더니 진짜로 오일러를 선우가 만들어버렸다.
“후후후, 오일러 제작법을 이 로봇에 입력했더니 저절로 만들어지더라고.”
“와… 대박… 대체 그 로봇은 정체가 뭐냐?”
선우는 자세한 내용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도 몰라. 그냥 뭐 오일러 제작 하려고 쓰던 기계였나 보지.”
펑크 보이는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아니야… 그 19호 로봇에 뭔가 있어. 그게 아니고서 이런 기계를 이렇게 빨리 만들 리가 없다고.”
선우가 화제를 돌렸다.
“이제 오일러를 만들어 놨으니 남은 건 레인보우 팝콘 레시피 훔치러 가는 거다.”
“어떻게 훔칠지 계획은 세웠냐? 다시 말하지만 바비큐 몬스터 길드랑 전면전을 해도 레시피를 손에 넣을지 장담 못한다는 것만 알아둬.”
“알았으니까 레시피는 어느 건물에 있는지 말해봐.”
“바비큐 몬스터가 소유한 레인보우 팩토리라는 초대형 공단이 있어. 그 공단에는 각자 일곱 개의 공장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데 그중에 가장 핵심엔진인 레인보우 엔진이 가동되고 있는데 이 엔진의 컴퓨터에 레시피가 저장되어 있어.”
“오, 진짜야? 그러면 그 컴퓨터를 훔치면 되는 건가?”
“아니야. 거기 손대는 순간 공장을 지키는 가디언들이 튀어나올 거다. 괴물원과는 또 다른 곳이야.”
“자세하게 설명해봐.”
펑크 보이는 레인보우 팩토리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