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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89화 (189/200)

# 189

제189화

올드 갱 길드 마스터 가프치노가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젠장!! 할리킹 놈은 어디에 있는 거냐?!”

“바비큐 몬스터들이 기습작전을 벌이는 바람에 통신이 두절됐습니다.”

“이런 망할!! 빨리 밟아!”

부아아앙-!!!

가프치노가 탄 자동차는 샴페인 병을 닮은 초대형 리무진이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건 한 쌍의 로봇 병기.

“제기랄. 아이언 솔저 2호랑 3호가 나오다니. 어쩔 수 없군.”

가프치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검은 색 가죽으로 둘러싸인 고급스러운 박스였다.

박스를 열자 굵은 시가들이 꽂혀 있었다.

시가 하나를 꺼낸 가프치노가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창문을 열었다.

“흐-웁! 후우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면서 창밖으로 내뿜었다.

새하얀 시가 연기가 흩어지는 순간 가프치노는 알림 메시지를 들었다.

띠링!

[소환용 시가 1개를 태우셨습니다.]

[카우보이 갱스터들을 소환하였습니다.]

새하얀 연기가 가프치노의 샴페인 리무진 창문 밖으로 구름처럼 번졌다.

그리고 구름 같은 연기 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갱스터들이 얼굴에 복면을 쓰고 나타났다.

쫓아오던 아이언 솔저 2호와 3호가 서로 교신을 주고받았다.

“카우보이 갱스터들을 소환했다.”

“너부터 시작해.”

아이언 솔저 2호는 전신이 옅은 녹색과 노란색으로 알록달록한 로봇이었다.

양쪽 손을 앞으로 내밀자 드릴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쉬이잉-!!

“싹 다 갈아주지.”

아이언 솔저 로봇의 발바닥에 장착된 바퀴가 더욱 빠르게 굴러갔다.

후아아앙-!!!

정면으로 돌격하는 카우보이 갱스터들이 총질을 시작했다.

타타타탕!!

타앙! 타앙!

권총부터 샷건, 그리고 기관총까지 다양했다.

“조심해라! 저놈들의 총탄에 맞으면 위험하다고!”

아이언 솔저 3호는 빨간 색과 검정 색이 혼합된 컬러의 로봇이었다.

디자인은 날렵하게 빠진 치타가 직립 보행하는 것 같은 스타일.

파-앗!

순간 급가속을 하면서 옆쪽으로 선회하던 아이언 솔저 3호.

마주 오던 차량들 사이로 빠져나가면서 몸을 엎드렸다.

탕! 탕! 타탕!!

카우보이 갱단의 총알에 반대 차선의 차량들이 맞고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이언 솔저 3호는 엎드린 채로 손바닥에서 튀어나온 바퀴까지 총 네 개의 바퀴로 달리기 시작했다.

차량들이 마치 수풀처럼 아이언 솔저 3호를 가려주고 있었다.

아이언 솔저 3호는 역주행을 하면서 차량들을 방패삼아 가프치노의 차량으로 가까이 근접하고 있었다.

가프치노는 백미러로 아이언 솔저 로봇의 위치를 확인하며 연기만 내뿜었다.

“후우우~”

연기가 또 내뿜어졌다.

카우보이 갱단들이 또 나타났다.

타탕! 타앙! 타앙!

쾅!! 콰쾅!!

카우보이 갱스터들이 쏜 총에 맞으면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는 위력이 발생했다.

아이언 솔저 2호가 드릴로 카우보이 갱스터들을 도륙했지만 여러 방의 총알을 맞고 말았다.

“크윽… 야, 3호! 빨리 샴페인 차량을 뒤집어!”

카우보이 갱스터들의 수는 어마어마했다.

동시에 1발씩만 쏴도 수백발의 총알이 아이언 솔저 2호의 전신에 꽂혔다.

그리고 연쇄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이너마이트 수백 개가 동시에 터지는 위력을 감당하는 중이었다.

“크아악!!”

아이언 솔저 2호가 결국 못 견디고 폭발해버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가프치노가 좋아하면서 계속 연기를 내뿜었다.

“하하하, 나의 부하들은 이 시가 연기를 뿜는 한 무한하다!”

“지금도 뿜을 수 있을까?”

“으응?”

바로 옆까지 쫓아온 아이언 솔저 3호.

그의 엉덩이 쪽에서 꼬리가 튀어나왔다.

슈르륵-!

꼬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지면서 가프치노의 목을 낚아챘다.

“크아악!”

샴페인 리무진 차량에서 가프치노만 쏙 하고 빼낸 아이언 솔저 3호.

“이거 놔!! 안 놔?”

가프치노를 빼낸 아이언 솔저 3호가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어딘가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 * *

선우는 펑크 보이의 무기들을 감상하는 중이었다.

“휴우… 이렇게 된 거 무기 거래 경험 따위는 물 건너갔군.”

코딱충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불나방이 거들었다.

“무기 거래 대신 전쟁 경험 하게 생겼네.”

묵묵히 들으며 무언가 주물럭거리고 있던 펑크 보이가 구시렁거렸다.

“흥, 네놈 대장이 내 말만 들었어도 여기까진 오지도 않았을 거다.”

“시끄러워. 네놈이 치지만 않았어도 쟤가 그 로봇에 들어가 버티지 않았을 거라고.”

“그래! 모든 게 다 내 잘못이지! 이제 속이 시원하냐?”

“야, 너희들 조용해.”

“시끄러!!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젠장 망할 자식. 지 혼자 사고치고 정작 천하태평한 놈은 저 자식밖에 없네.”

펑크 보이는 옆에 있던 식물 뿌리에서 채취한 수액을 벌컥 들이켰다.

“선우야. 이제 작전을 설명해라. 어떻게 할 거야?”

펑크 보이가 끼어들었다.

“흥, 작전 따위가 있을 리가 없지. 지금 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내가 말해줄까? 3대 길드의 평화로운 공존은 이미 깨져버린 지 오래일 거다. 아마도 그동안 3대 길드에서 호시탐탐 노려왔던 서로의 황금알을 빼앗으려고 전쟁을 할 테지.”

“황금알 그게 뭐냐?”

선우가 황금알이란 말에 흥미가 생겼다.

“펑크리아 대륙의 3대 길드는 각자 자기만의 황금알이라고 불리는 히든카드가 있다. 올드 갱 길드는 레인보우 오일(oil)이라고 불리는 무지개 색 석유 채굴법, 바비큐 몬스터 길드는 레인보우 팝콘의 레시피, 마카롱 쉐이크 길드는 펑크리아 탑에 들어갈 수 있는 비밀 열쇠. 이렇게 3가지가 가장 잘 알려진 히든카드들이지.”

“잠깐만. 레인보우 팝콘의 레시피라니. 그건 이미 시장에 널려 있다고 들었는데?”

“흥, 그런 어중이떠중이 레시피 하고는 차원이 다른 거야. 바비큐 몬스터 놈들은 아닌 척 오리발 내밀고 있지만 펑크리아 대륙에서 알 만한 놈들이라면 다 알고 있어. 레인보우 팝콘의 오리지널 레시피대로 제조하면 순도 100퍼센트의 팝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바비큐 몬스터 길드는 의도적으로 순도를 조절하면서 레인보우 팝콘의 시장가격을 조절하고 있지.”

“시장가를 조절하는 거라고?”

레인보우 팝콘의 레시피가 많았지만 그중 순도 100퍼센트의 팝콘을 만드는 레시피는 없다는 것이 펑크 보이의 설명이었다.

“순도 100퍼센트 팝콘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그야말로 황홀경에 빠진다더군. 하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야. 순도 100퍼센트의 팝콘을 먹으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고 날마다 먹으면 죽지 않는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충격적인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뭐라고?!”

“그러면 지금 펑크리아 대륙에 유행하는 레인보우 팝콘들은….”

“순도 낮은 싸구려 팝콘들이 대부분이지. 그중 순도 높은 것들만 비싸게 팔리는데 이것도 가장 많은 이득은 바비큐 몬스터가 갖고 있어. 올드 갱 길드가 호시탐탐 노리던 게 바로 레인보우 팝콘의 레시피지. 그놈들은 이미 레인보우 오일을 소유하고 있으니까.”

“레인보우 오일은 뭐에 쓰는 건데?”

“무지개 색을 띄고 있는 석유다. 이 석유를 에너지로 펑크리아 대륙이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올드 갱 길드만 이 석유를 채굴할 수 있는 거냐? 다른 길드는 못하고?”

“채굴하는 방법이 좀 어렵다고 하더군. 올드 갱 길드 마스터 가프치노는 오랫동안 돈과 시간을 들여서 마침내 레인보우 오일이 매장된 위치를 정확하게 탐지하고 완벽하게 채굴할 수 있는 기계들을 개발해냈지. 그리고 그 기계를 만드는 법을 자기만 알 수 있도록 정리해서 보관하고 있거든.”

펑크 보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코딱충이 물었다.

“그러면 마카롱 쉐이크 길드가 가진 열쇠는 뭔데?”

“펑크리아 탑으로 들어가는 비밀 열쇠다. 펑크리아 대륙에 문명이 시작된 최초의 탑이라고도 하지. 이 펑크리아 탑에 들어가도 마지막 꼭대기 층은 비밀 열쇠로도 들어가질 못해. 거기에 들어가려면 레인보우 오일이 필요하지.”

이번엔 선우가 물었다.

“그러면 올드 갱 길드가 가진 레인보우 오일 가져가면 되잖아. 펑크리아 대륙에 다 쓰인다며?”

“그런 거 말고. 펑크리아 탑 근처 지하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레인보우 오일이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 오일을 정확하게 채굴해서 탑 전체에 돌게끔 만들어야 해. 마치 사람 몸에 피가 도는 것처럼.”

“그러면 올드 갱 길드랑 손잡고 하면 되지 않아?”

“처음에는 둘이 손잡고 작업을 했던 적이 있어. 그리고 마지막 층의 문을 열고 들어갔었지.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어.”

펑크 보이가 작업을 멈췄다.

“그 안에는 어떤 거대한 무덤이 있었다. 그리고 무덤의 비석 앞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

선우 일행이 펑크 보이의 입을 노려보며 물었다.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

“여신을 잠에서 깨우려면 일곱 빛깔의 기름을 태워 향을 맡게 하라. 그 다음 일곱 색의 알곡을 으깨고 태워놓은 기름에 섞어 여신의 입에 흘려 넣으라고.”

“뭐야? 그러면 일곱 빛깔의 기름이 레인보우 오일이고….”

“일곱 색의 알곡은 레인보우 팝콘이지.”

“그러면 3대 길드가 서로 손잡고 하면 되잖아? 여신을 깨우면 뭐가 좋아?”

“거기서 끝이 아니니까 문제가 벌어진 거다. 여신이 깨어나면 자신을 일어나게 해준 플레이어 단 한 사람에게 원하는 모든 소원들을 들어주고 펑크리아 대륙의 영원불멸한 왕으로 권능을 부여한다고 기록되어 있었으니까.”

“오~ 대박인데.”

“항간에는 펑크리아 탑에 잠든 여신을 깨우는 것이 인피니티 로드 게임의 마지막 엔딩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을 정도니까 3대 길드 마스터들이 손을 잡으려 하겠냐? 왕은 하나뿐이지 셋이 될 순 없잖아. 그러니 서로가 갖게 된 히든카드를 차지하려고 그 난리를 쳐왔던 거지.”

선우는 3대 길드 마스터들이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거 엄청난 정보로군.”

“뭐가? 이건 펑크리아 대륙 게이머라면 개나 소나 다 알고 있는 정보나 마찬가진데.”

“일단 3대 길드 마스터들이 원하는 건 자기들끼리 히든카드를 몽땅 차지해서 혼자서 펑크리아 탑의 여신을 깨우겠다 이거잖아?”

“그렇지.”

“그러면 내가 거기 끼어들어서 히든카드를 쓱싹할 수 있으니까 엄청난 정보지. 3대 길드를 한꺼번에 조질 수 있는 무기로 써먹을 수도 있고.”

펑크 보이가 눈을 좁히면서 선우를 보다가 코딱충과 불나방을 쳐다봤다.

“우리한테 물어보지 마. 쟤가 해오던 수법이 있으니까.”

“뭐, 듣고 싶지도 않아.”

펑크 보이는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선우가 옆에 오더니 물었다.

“야, 저 일개미들로 펑크리아 지하에 어디까지 굴을 파놨냐?”

“뭐, 내가 필요하다고 싶은 아이템 구입할 수 있는 상점들은 기본으로 다 파놨고, 그 외에 주요 시설들도 다 파놨지. 그건 왜?”

“그렇다면 쟤들이 파놓은 굴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거네?”

“물론이지. 그러니까 내가 여기로 튄 거라고. 펑크리아 대륙 땅 위에 있는 한 3대 길드에게서 벗어날 순 없으니까.”

“그러면 너 3대 길드가 갖고 있는 히든카드가 어디에 보관되고 있는지는 아냐?”

“파하하!! 당연히 알다마다. 난 무기 브로커 일을 하면서 그 히든카드가 궁금해서 보여 달라는 조건으로 무기를 구해다 줬던 적도 몇 번 되거든. 당연히 어디에 보관되는지는 다 알지.”

“좋아. 그러면 지금 그걸 훔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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