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
제185화
선우는 볼프의 조언대로 무기 장사로 먼저 돈을 벌기로 했다.
“일단 너 지금 현재 갖고 있는 돈이 얼마라고 했지?”
“20만 골드.”
“흥, 레인보우 팝콘 10박스 치고 꽤 벌었네. 판매 수완은 제법 있나 본데.”
“운이 좋았지.”
선우의 말에 볼프는 장부를 뒤적거렸다.
“먼저 그 정도 돈이면 이놈을 찾아가서 무기 거래를 해봐. 무기 장사의 기본은 언제나 거래다. 거래 경험이 쌓일수록 무기 장사의 감각이 높아지지. 그러니 이놈을 먼저 찾아가.”
볼프가 보여주는 장부에는 다음과 같은 닉네임과 프로필이 적혀 있었다.
<펑크 보이>
설명: 펑크리아 대륙 최고의 무기 브로커. 성질이 괴팍하고 돈을 밝힌다. 곳곳에 적들이 많지만 무기 거래를 할 때는 항상 찾는 사람들이 많은 독특한 플레이어.
볼프가 써놓은 정보였다.
선우는 펑크 보이의 프로필을 외웠다.
“얘가 무기 브로커야?”
“응. 최고의 실력을 지녔지만 돈을 엄청 밝히는 놈이야. 하지만 거래하는 물건들은 언제나 최고만을 고집하지. 그거 때문에 이 바닥에서 신뢰도 역시 최고다.”
“얘를 만나서 뭐를 하면 되는데?”
“너 돈 있잖아. 그걸로 네가 쓸 수 있는 가장 뛰어난 무기들을 보여 달라고 해.”
볼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펑크리아 미션 발생!
[무기 거래를 성공시켜라.]
정보: 펑크리아 대륙에 처음 온 당신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경험할 것이 많습니다. 부족한 경험이지만 무기 거래를 성공적으로 해본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보상: 레인보우 팝콘 중 1가지인 레드 팝콘 제조법 획득.
미션은 이전에도 받아봤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긴 선우.
하지만 보상을 보더니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왜 그러냐?”
“응? 아, 아니다. 아무것도.”
“펑크 보이의 닉네임을 알려줄 테니까 귓속말로 연락을 해봐.”
“갔다 올게.”
선우는 코딱충과 불나방을 데리고 펑크 보이를 만나러 갔다.
* * *
부아앙-!!
“저것들이 어떻게 알았지?”
선우가 범퍼카를 운전하면서 펑크 시티 도심을 질주하고 있었다.
뒤에서 여러 대의 자동차가 선우를 쫓고 있었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할리킹이 오픈카 위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 알았겠냐? 이 범퍼카, 저 자식들 보스가 소유한 공장에 주차된 거였잖아!”
“에이, 빨리 버리고 새로운 걸로 바꿔 탈 걸.”
선우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휙 하고 꺾었다.
부우우웅-!!
쇄애앵-!
뒤따라오던 자동차들은 네발자전거 형태의 자동차와 둥근 접시 형태의 자동차였다.
투투투투-!!
뒤쪽에서 총알이 날아들었다.
“범퍼카 타이어를 노려!”
타타탕!!
“야, 이거 써라.”
선우가 핸들을 잡고 인벤토리를 연 뒤에 스모킹 건을 꺼냈다.
“이게 뭔데?”
“이걸로 저놈들 향해서 힘껏 불어. 그러면 연기가 나갈 거야.”
코딱충이 범퍼카 뒤로 이동했다.
타타탕!!
선우가 좌우로 핸들을 흔들었다.
범퍼카가 마구 흔들렸다.
부아아앙-!!
“지금 쏠까?”
“아직!”
선우는 반대 차선으로 범퍼카를 집어넣었다.
후아앙-!
쇄앵! 쇄앵!
삐-삐!
빠아앙!!
마주 오는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려댔다.
선우가 자동차들 사이로 파고들면서 역주행을 했다.
“저 미친놈이… 기어코… 경찰들을 불러내겠다 이거지?”
할리킹은 선우의 잔머리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펑크리아 대륙 오자마자 소매치기 미션을 통해 운전에 대해 감을 잡은 선우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요령을 터득하였다.
에에엥-!!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경찰들이었다.
“젠장! 할리킹 대장! 경찰 길드예요!!”
“뭐라고? NPC들이 올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일단 튈까요?”
“안 돼! 그럴 순 없어. 저 생쥐 같은 놈을 어떻게 찾았는데. 여기서 다른 길로 빠지면 우린 보스한테 다 죽는다고. 쫓아가!”
“경찰들은 어떻게 하구요?”
“쏴버려!”
“예에? 진짜로요?”
“그냥 쏴! 어쩔 수 없어!”
“알겠습니다. 야, 대장님께서 발사하라신다.”
할리킹은 둥근 접시처럼 생긴 UFO 차량에 탑승했었다.
뒤 따라 오던 네발 자전거 형태의 자동차 지붕에서 미니 기관포 같은 게 나타났다.
투타타타-!!
투르르르-!!
총구에서 불길을 뿜어내며 쫓아오는 경찰 길드의 차량을 마구 공격했다.
경찰 차량들이 좌우로 흔들거리면서 방어를 했다.
그 사이 선우는 반대 차선을 질주하고 있었다.
“우리도 저 자식 따라간다!”
할리킹의 차량이 반대 차선으로 뛰어들었다.
선우의 범퍼카를 추격하느라 마주 오는 차량들을 향해 총질을 시작한 할리킹.
“비켜! 비켜! 다 꺼지라고!!”
투타타-!!
선우는 뒤에서 쫓아오는 할리킹과의 거리를 대충 파악했다.
그리고 마주 오는 차량들을 살펴봤다.
선우가 코딱충에게 외쳤다.
“딱충아! 쏴라!!”
코딱충이 스모킹 건을 발사했다.
나팔을 입에 물고 훅 하고 불었다.
뿌-우우우!!
나팔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엄청난 연기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으아악!!”
“젠장! 뭐냐 이거!”
“스모킹 건을 쐈습니다.”
“야! 일단 옆 차선으로 빠….”
쾅-!!!
갑자기 안개 속에서 대형 덤프트럭이 할리킹의 접시 차량을 덮쳤다.
“끄아악!!”
할리킹이 위로 튕겨나갔다.
그리고 또 다른 대형 차량들이 속속들이 할리킹의 차량을 짓밟고 갔다.
그 사이 선우는 순식간에 도로를 빠져나갔다.
* * *
“휴우. 여기로군.”
선우가 도착한 곳은 펑크 시티에서 가장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폐공장.
펑크 보이에게 귓속말을 보냈더니 오라고 한 장소였다.
펑크 보이는 처음에 선우의 귓속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비둘기 꼬치구이 볼프의 소개로 연락을 한 거라고 하자 그제야 대답이 왔었다.
“여기도 완전 버려진 공장이잖아. 젠장, 범죄자 놈들은 뭐 이런 곳을 그렇게 좋아하냐?”
코딱충은 사방을 경계했다.
어두컴컴한 폐 공장에는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폐 공장 입구 쪽으로 선우가 기웃거리는 순간.
-네놈이 김선우냐?
위쪽 벽에 달려있는 스피커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그렇다. 펑크 보이를 만나러 왔다.”
-들어와라.
띠-이이!
경고음이 울리더니 문이 드르륵 열렸다.
선우 일행이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오~ 이런 곳이었군.”
겉으로 보기엔 버려진 공장인 줄 알았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완전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온갖 무기들로 장식되어 있는 벽면 가운데에는 드래곤의 대가리가 박제되어 있었다.
바닥은 늑대인간의 가죽들로 덮여 있었고 한쪽 창가에는 대형 수조가 화려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저벅저벅-!
건너편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전신에 흉터가 가득한데다 근육질 체형.
짧은 스포츠머리에 노랗게 염색한 남자가 등장했다.
“너희들이 볼프가 보내서 온 놈들이냐?”
“볼프가 보내서 온 게 아니라 내가 원해서 왔다.”
“내가 볼프한테 물어보니 나한테 가보라고 했다던데?”
“아,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야.”
“흥, 싱거운 놈이로군. 그래 원하는 게 뭐냐? 무기 사러 왔다며?”
“나한테 돈이 있는데 이 돈에 걸 맞는 가성비 최고의 무기들을 골라줘.”
“얼마나 있는데?”
“20만 골드.”
“흐음~ 20만 골드라…. 제법 있군. 무기를 사서 뭐하려고?”
“아직 생각 안 해봤어. 그냥 무기 거래를 하러 온 거니까.”
“큭큭큭. 이거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군. 이봐, 너 펑크리아 대륙이 처음이지?”
“응.”
“김선우라고 해서 예전에 어디서 들어봤더라? 했는데 알고 보니 펑크리아 이전 대륙에서 스트리머로 제법 이름 좀 날렸더군.”
“오, 너도 날 아냐?”
“안다기보다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만 해두지.”
“그게 그거잖아.”
“어떻게 그게 그거냐? 아는 건 너랑 나랑 잘 알거나 아니면 둘 중 한 쪽이라도 상대에 대해 잘 아는 걸 뜻한다. 하지만 너랑 나는….”
코딱충이 펑크 보이의 말을 끊어버리고 끼어들었다.
“알았으니까 우린 여기 무기 사러 왔어. 20만 골드에 해당되는 무기나 소개해줘.”
갑자기 펑크 보이가 말을 끊고 코딱충을 노려봤다.
“왜?”
“…….”
침묵하던 펑크 보이가 코딱충에게 저벅저벅 다가왔다.
퍼-어억!!
쿠당탕!!
펑크 보이가 코딱충에게 오른손 훅을 먹였다.
코딱충의 목이 꺾이면서 반대편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뭐하는 짓이야?”
불나방이 검을 빼들었다.
선우는 말없이 펑크 보이를 노려봤다.
펑크 보이는 눈썹 하나 까닥이지 않고 말문을 열었다.
“어이… 볼프한테 나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못 들은 거냐?”
“다짜고짜 사람을 쳐? 이거 순 또라이네.”
불나방이 옆에서 칼을 겨누고 있었지만 펑크 보이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코딱충 이었다.
“내가 말을 하고 있을 때는 말을 끊으려고 하지 마라. 이런 거 못 들었냐고.”
코딱충이 일어났다.
코피가 주르륵 흐르는 걸 손등으로 닦은 코딱충.
“아~ 이 자식이 진짜 시비를 걸 거면 예고라도 해 주던가.”
코딱충이 손목을 풀면서 펑크 보이에게 다가왔다.
펑크 보이가 의외라는 눈빛을 보냈다.
“흐음~ 생긴 거랑 달리 맷집이 제법이군. 좀 더 세게 쳐도 될 걸 그랬나?”
“야, 펑크 보이. 너 오늘 죽었어. 찾아온 손님을 이딴 식으로 대접해?”
“큭큭큭. 난 원래 그런 놈이야. 나한테 맞기 싫으면 두 번 다시는 아까처럼 내 말을 끊고 나서지 마라.”
코딱충이 선우를 보면서 물었다.
“선우야. 저 자식 내가 잠깐 손 좀 봐도 되지?”
“그래라.”
코딱충이 갑자기 바닥을 차고 날아올랐다.
“거래하기 전에 사람으로 만들어주마!”
후웅!
코딱충이 직선으로 스트레이트를 쳤다.
펑크 보이가 옆으로 몸을 슬쩍 뉘이면서 바닥을 쓸 듯이 발을 후렸다.
타악!
코딱충의 발목에 펑크 보이의 전투화가 걸렸다.
“크읏!”
“누가 누굴 사람으로 만든다는 거냐?”
퍼억-!
펑크 보이의 주먹이 코딱충의 복부에 깊숙하게 들어갔다 나왔다.
보디 블로를 맞은 코딱충의 동공이 커졌고 입이 벌어졌다.
“커헉!”
코딱충은 다시 몸을 돌려서 뒤차기를 했다.
파악!
펑크 보이가 팔뚝으로 코딱충의 발차기를 막았다.
그리고 정면으로 밀어붙였다.
“이야아압!!”
코딱충이 발차기를 회수하기 전에 뒤로 밀려났다.
동시에 안으로 파고든 펑크 보이가 코딱충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다시 한 번 네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
코딱충의 허리를 안고 뒤로 돌아 등을 완전히 제압한 펑크 보이.
“이야압!!”
펑크 보이가 코딱충을 들고 거꾸로 뒤집어 스플렉스 기술을 썼다.
와장창!!
코딱충이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혔다.
“아직 안 끝났어!”
펑크 보이가 다시 몸을 돌려서 코딱충을 들어서 거꾸로 처박았다.
“한 번 더!!”
코딱충을 들어서 연속으로 메다꽂는 펑크 보이.
엄청난 힘과 스피드였다.
퍽!! 퍽! 퍽!!
바닥에 코딱충이 꽂힐 때마다 묵직한 타격음이 들렸다.
코딱충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걸 지켜보던 불나방이 나섰다.
검을 들고 가는 걸 선우가 막았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철퇴를 꺼냈다.
코딱충을 이리 저리 패대기치고 메다꽂는 펑크 보이의 머리통을 불나방이 철퇴로 후려쳤다.
빠악!!
“이 자식 짓뭉개주마!”
불나방이 철퇴를 마구 휘둘렀다.
빡! 빡! 빠악!
펑크 보이가 맞다가 벌떡 일어났다.
가까이서 마주하니 불나방보다 펑크 보이의 체격이 더욱 거대했다.
“후후후. 그 철퇴를 들고 고작 이 정도 힘밖에 못 쓰는 거냐? 덩치가 아깝군.”
펑크 보이가 불나방의 손목을 잡고 비틀었다.
그야말로 번개 같은 스피드.
“끄아악! 이 자식이!”
불나방이 철퇴를 다시 휘둘렀다.
펑크 보이가 몸을 아래로 젖히면서 불나방의 잡은 손목을 꺾으며 자신의 등을 불나방의 가슴에 붙였다.
그리고 한 팔 업어치기를 썼다.
불나방이 빙글 돌더니 바닥에 처박혀 일어나지 못했다.
“휴우. 간만에 스트레스 좀 풀었네. 이봐, 김선우. 넌 뭘 보여줄…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