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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84화 (184/200)

# 184

제184화

“와… 뭐 이런 놈이 다 있냐?”

선우의 대답은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뻔뻔했다.

아니, 뻔뻔한 정도가 아니었다.

선우는 아예 자신의 눈치 따위는 보지 않고 있었다.

그냥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달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러 온 것이었다.

“야, 나는 무기 장사를 알려줄 시간도 없어.”

“왜?”

선우의 반응에 플레이어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조차 까먹고 버벅거렸다.

이때 선우가 다시 연타로 질문을 던졌다.

“아, 그렇지. 야, 너 닉네임이 뭐냐?”

“그걸 이제야 물어보냐!!”

플레이어가 버럭 화를 냈지만 선우가 낄낄거리며 대답했다.

“갑자기 생각나서 히히히.”

“하아… 내 닉네임은 볼프다.”

“볼프. 오~ 있어 보이는데?”

“됐고. 너 이제 나가라. 나 장사해야 돼.”

“야, 그러지 말고 무기 장사 좀 알려주라니까?”

“알려줄 시간 없어.”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내가 너네 가게 장사 도와줄게. 대신 시간 날 때마다 무기 장사 하는 것 좀 알려줘. 너 이 무기들 어디서 공급 받고 손님들한테 팔고 이런 거 디테일한 게 있을 거 아니야?”

“젠장… 이거 아주 질긴 게 고래 심줄이네.”

볼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기 장사를 알려주지 않겠다고 하면 선우는 끝까지 알려달라고 버틸 거 같았다.

‘젠장… 이렇게 뻔뻔한 놈이 그냥 포기하는 걸 절대 본 적 없으니… 그냥 알려줘야겠군. 어차피 뒤에 데리고 다니는 똘마니들도 이 기회에 좀 싸게 부려먹어야지.’

볼프가 선우에게 물었다.

“너, 진짜로 무기 장사를 배울 생각이 있냐?”

“응. 알려줘.”

“휴우… 알았어. 대신 조건이 있다.”

“뭔데? 말해봐.”

“난 보다시피 무기 장사를 메인으로 하는 놈이 아니야. 무기 장사 라이센스도 없다고. 그러니 여기는 위장한 블랙마켓이다 이거지. 난 비둘기 꼬치구이 사장이다. 그러니 너도 나한테 무기 장사를 배우고 싶다면 먼저 비둘기 꼬치 장사하는 법부터 배워라.”

“오케이. 콜.”

선우가 흔쾌히 승낙했다.

볼프는 속으로 의외라고 여겼다.

‘대부분 이렇게 하면 그냥 안 한다고 가 버리거나 한참 고민 때리는데 이놈은 그런 것도 전혀 없네? 흥, 어차피 비둘기 꼬치 장사 해보면 얼마 못 가 못 해 먹겠다고 때려치울 거 뻔하니까….’

“따라와라. 너희들이 배워야 할 비둘기 꼬치의 기본기를 먼저 알려줄 테니까.”

선우와 코딱충, 불나방이 볼프를 따라 가게 주방으로 갔다.

* * *

선우는 코딱충, 불나방과 함께 주방에서 비둘기 꼬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으… 젠장. 야, 선우야. 우리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

“그냥 해. 어쩌겠어? 이걸 해야 무기 장사를 알려주겠다는데.”

“야, 이거 실컷 하다가 나중에 안 알려준다고 하면 어쩔 건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지.”

선우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오직 비둘기 꼬치 만드는 작업에만 열중했다.

손질 된 비둘기의 내장을 꺼내고 칼로 뼈를 발라내는 작업이었다.

뼈를 발라낸 비둘기 고기는 불나방이 잘게 썰고 있었고 코딱충은 잘게 썰린 고기에 양념을 바르고 있었다.

“다들 잘 하고 있냐?”

“물론. 한 번 볼래?”

선우가 비둘기 고기의 뼈를 바르는 걸 보여줬다.

볼프는 어이없는 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참 신기한 놈이네. 방금 알려준 걸 이렇게 잘하는 놈은 또 처음 본다. 야, 너 비둘기 꼬치 장사에 소질 있을 거 같은데 그냥 무기 말고 이거 하지 그러냐?”

“넌 나한테 무기 장사를 알려주게 된다. 그러니 내가 비둘기 장사를 도와주는 거야.”

선우는 자기 할 말만 하고 그냥 계속 비둘기 고기와 뼈를 발라냈다.

볼프는 헛웃음을 뱉으면서 다시 홀로 나갔다.

한참 비둘기 고기와 뼈를 발라낸 뒤 선우는 볼프의 지시를 듣고 고기 굽는 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치지직-!

치이익!

비둘기 고기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하~ 이것도 잘 굽네.”

선우와 코딱충, 불나방이 나란히 서서 비둘기 고기를 열심히 구워댔다.

“야, 딱충이. 그렇게 굽지 말고 이렇게 구워라. 그래야 양념이 타지 않고 제대로 익지.”

“이렇게 하면 되냐?”

“응, 잘하네. 그리고 나방이 넌 고기를 너무 빨리 뒤집고 있어. 치지직거리는 소릴 잘 듣고 연기가 나오기 전에 뒤집어. 빨리 뒤집으면 고기가 겉면만 익고 속이 안 익어. 그러면 버려야 돼.”

선우의 말에 코딱충과 불나방은 열심히 고기를 구웠다.

“야, 다 구웠냐? 지금 단체 손님들 엄청 몰려왔어. 물량 준비 다 됐지?”

“네가 와서 먹어봐.”

선우는 비둘기 꼬치구이를 볼프에게 보여줬다.

볼프가 마지막으로 구워진 고기를 점검했다.

“와… 이렇게 완벽하게 구워 내다니…. 나도 이 정도까진 아닌데….”

볼프의 감탄사에도 선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다시 비둘기 고기를 손질했다.

선우 일행이 구워낸 비둘기 고기를 먹은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장님! 비둘기 꼬치구이 10개 추가요!”

“여기 비둘기 꼬치 20개 더 주세요!”

“비둘기 꼬치 5개만 더 갖다 주세요.”

“와, 이거 진짜 맛있네. 사장님 비둘기 고기 오늘 아주 끝내줍니다.”

손님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자 볼프는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 뭐 이렇지? 내가 구워낸 것보다 손님들 반응이 훨씬 좋잖아? 어떻게 된 거야?’

볼프는 뒤로 가서 몰래 선우가 구워낸 비둘기 꼬치구이를 한 점 먹어봤다.

으적으적-

양념까지 쏙 빨아먹던 볼프.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동공이 점점 커졌다.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이럴 수가… 대박….”

비둘기 꼬치 한 점만 맛보려고 했던 볼프.

번개같이 나머지 꼬치를 모두 입에 집어넣었다.

으적으적-

“미친… 말도 안 돼…. 뭐가 이렇게 맛있어?”

볼프는 비둘기 꼬치 맛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구웠길래 이렇게 맛있어지지?”

선우가 구운 비둘기 꼬치구이는 그야말로 완벽한 맛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구워냈던 비둘기 꼬치는 선우의 것에 비하면 그냥 애들 장난이었다.

“야, 김선우.”

“손님들 반응은 어떠냐? 죽이지?”

“…인정한다. 너 이거 어떻게 구운 거냐?”

“나만의 비법이지.”

“무슨 비법인데?”

“맨입으로 알려주길 바라냐?”

볼프는 선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지금 손님들이 열광하는 비둘기 꼬치를 만들고 싶으면 무기 장사를 알려달라는 것.

그걸 알기에 볼프는 망설였다.

“젠장… 그래 까짓 거 알려준다. 알려줘.”

“뭘 알려주는데?”

“무기 장사!! 알고 싶다며!”

선우가 그제야 씨익 웃었다.

“무기 장사를 알려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말해라. 즉시 비둘기 꼬치구이의 비법이 공개될 것이니.”

볼프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야 말았다.

선우의 비둘기 꼬치 굽는 법을 알아야 자신의 장사가 훨씬 잘 될 것이니까.

결국 무기 장사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서로에게 윈윈이었다.

“따라와라.”

선우 일행이 볼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무기들이 가득한 방에서 볼프는 어떤 장부를 들고 왔다.

“이게 뭐냐?”

“단골 목록이다. 이걸 다 외워라.”

선우는 볼프의 단골들 닉네임이 적혀 있는 장부를 외우기 시작했다.

장부에는 단순히 닉네임만 적혀 있는 게 아니었다.

단골들의 모든 정보들까지 다 있었다.

“오~ 이걸 왜 주는 건데?”

“무기 장사의 기본은 널 찾아오는 바이어 들에 대해 속속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단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해선 안 돼. 그랬다간 넌 손님을 놓치는 정도가 아니라 죽게 될 거야.”

“왜?”

“왜기는 왜야? 무기 장사를 불법으로 하는 놈들이 어디 놀이터에서 전쟁놀이 하는 애들인 줄 알아? 서로 캐삭빵 걸고 전쟁을 해야 하는데 무기가 불량품이 되거나 혹은 원하는 수량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던가, 이렇게 되면 그땐 거래 끝이라고.”

선우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볼프의 무기 장사 수업이 계속 이어졌다.

“잘 들어. 여기 있는 모든 고객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하는 경쟁 길드 소속이 많아. 같은 편 따윈 없어. 어제 아군이 오늘 적군이 되었다가 내일 또 아군이 되니까. 그러면 넌 여기서 뭘 기억하고 있어야 될까?”

“으음~ 뒤통수를 왜 치고 다니는 지 원인 파악?”

“아니야. 넌 그저 자기들끼리 싸움을 열심히 하도록 더 뛰어난 품질의 무기를 계속 팔아대면 되는 거야.”

볼프는 갑자기 벽으로 가더니 숨겨진 버튼을 눌렀다.

지이잉-!

벽 한쪽이 좌우로 갈라지더니 안에 보관된 무기들이 나왔다.

“이 무기는 C급 무기인 할라피뇨 기관총이다. 총알 속에 엄청나게 매운 고추 액체를 농축시켜놓았지. 한 방 맞았다 하면 그냥 기절할 정도로 맵다고.”

할라피뇨 기관총은 마치 빨간 고추 모양에 손잡이와 방아쇠가 달려 있는 것처럼 생긴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이 할라피뇨 기관총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야. 이건 똑같아 보이는 할라피뇨 기관총이지만 B급이다. C급에 비해 10배는 더 매워. 그러니 바닥에 쏴서 고추 액체가 터지면 냄새만 맡아도 코피가 날 것 같지.”

볼프는 할라피뇨 기관총을 다시 벽에 걸어놓고 선우에게 다가왔다.

“자, 저 기관총 중에서 네가 먼저 고객에게 C급 할라피뇨 기관총을 팔았다고 치자. 그러면 거기에 당한 길드원들이 열 받아서 널 찾아오겠지? 그러면 넌 뭘 해줘야 한다?”

“B급 할라피뇨 기관총을 팔아야지.”

“바로 그거야. 넌 B급을 더 비싸게 팔면서 이것만 있으면 C급은 무조건 잡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해줘야 한다.”

뒤에 있던 코딱충이 물었다.

“그러면 B급에 당한 놈들이 다시 A급을 사러 온다?”

“그렇지. 이렇게 물고 물리는 놈들끼리 끝나지 않는 전쟁을 계속 하게 된다.”

이번엔 불나방이 물었다.

“그러면 A급에 당한 놈들은 S급을 사러 올 거고 S급에 당한 놈들은 뭘 사러 오냐?”

“무기의 종류와 성능은 다양해. 할라피뇨 기관총만 무기냐? 만약 고추 액체로 눈 따갑게 당해서 짜증난다. 그러면 이걸 써도 되지.”

볼프가 새로운 무기를 꺼내들었다.

“이건 아쿠아 샷 건 이라는 무기야. 발사하면 총알이 아니라 머리통만한 물방울이 날아가는데 이걸 아쿠아 볼 이라고 한다. 엄청난 수압으로 뭉쳐진 물폭탄 같은 거야. 한 방 맞았다 하면 사방이 물바다로 흥건해지지.”

신기한 무기들 투성이였다.

“이 모든 무기들은 언제나 고객들의 취향대로 팔리게 되어 있어. 하지만 가장 대목 시즌은 길드 간의 전쟁이 벌어지거나 범죄 길드와 경찰 길드가 전쟁을 벌일 때라고나 할까? 우리 같은 무기상들은 이 틈새에 끼어서 장사를 하는 거라고.”

선우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다가 손을 들었다.

“뭐냐?”

“경찰 길드라고 했는데, 고객 중에 경찰들도 있는 거냐?”

“물론이지. 경찰들은 무기를 안 쓰냐? 범죄 플레이를 하는 놈들이 무기를 쓰면 경찰들은 그보다 더 뛰어난 무기를 원하지.”

선우는 볼프로부터 무기 장사의 기본을 열심히 배웠다.

“그러면 네가 가진 이 무기들은 어디서 공급받는 거야?”

“무기 제조하는 공장들이 있어.”

“만약에 내가 무기 공장을 갖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데?”

“그거야 네가 스스로 무기 원가를 조절하면서 무기를 팔 수 있게 되는 거지.”

“무기 공장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볼프는 한숨을 뱉으면서 선우에게 대답했다.

“야, 김선우. 한 번에 하나씩만 해라. 일단 무기 장사를 해서 돈을 먼저 벌어. 그 다음엔 무기 공장을 차릴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고 차려도 늦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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