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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81화 (181/200)

# 181

제181화

코딱충과 불나방이 의외라는 눈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선우에게 물었다.

“야, 진짜로 그냥 가자는 거야? 우린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야.”

“맞아, 선우야. 오늘 고생했는데 일당은 받아야지.”

선우의 행동을 지켜본 할리킹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래도 너희들 대장이란 놈은 머리 돌아가는 거 같네. 그렇지. 저렇게 꼬리를 싹 말고 찌그러질 땐 찌그러져야 이 바닥에서 롱런을 하는 법이라고.”

할리킹의 웃음에도 선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머릿속으로 자기만의 플랜을 세우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딱충이, 나방이. 오늘 일당에 목 맬 필요 없어. 우린 더 큰돈을 벌 수 있으니까.”

의미심장한 선우의 발언.

그제야 코딱충이 할리킹의 멱살을 놨다.

“알았어. 그러지.”

코딱충과 불나방이 눈짓을 주고받았다.

불나방도 선우에게 무슨 계획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상태였다.

조금 전까지는 돈 내놓으라고 당장 죽일 것처럼 굴던 놈들이 갑자기 순해지자 할리킹은 의아한 면이 있었다.

‘흐음… 김선우 저놈은 내가 알기로는 돈이라면 아주 환장하다 못해 지랄난리를 치던 놈인데…. 왜 저렇게 침착하지? 그리고 오늘 일당을 받아내려고 하지도 않고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할리킹은 선우에 대해서 그동안 업로드 된 스트리밍 영상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펑크리아 대륙에 진출한 선우를 보자마자 스카우트를 제의하면서 접근했던 것이다.

올드 갱 길드의 마스터 가프치노에게 선우 일행을 소개한 것은 혹시나 펑크리아 대륙에서 선우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어느 정도 감시를 해두기 위한 안전 장치였다.

가프치노는 스트리밍 영상을 모르지만 인피니티 로드를 직접 하는 게이머들은 잘 알았으니까.

사실 할리킹은 올드 시티 타워를 나오면서 가프치노로부터 귓속말을 하나 받은 게 있었다.

내용인즉.

- 만약 김선우와 그 떨거지들이 돈을 달라고 하면 절대로 주지 마라. 일부러 공짜로 부려먹게 하고 열 받아서 날뛰면 그걸 핑계 삼아 없애버려.

가프치노는 귓속말로 할리킹에게 선우 일행을 명분을 만들어서 제거하라고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면 왜 가프치노는 선우 일행을 미리 제거하라고 했던 것일까?

그는 할리킹으로부터 선우를 경계해야 하며 왜 경계해야 하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이미 들은 뒤였다.

펑크리아의 암흑가를 오랫동안 지배해오는 3대 길드 중 하나를 이끌고 있는 길드 마스터로서 그의 촉은 매우 정확했다.

선우의 이야기를 들은 뒤 절대로 밑에 둬서는 안 될 위험인물이라고 직감한 가프치노.

할리킹에게 위험한 싹을 미리 제거하라고 했고 할리킹은 그에 적합한 임무를 선우에게 맡긴 것이었다.

“너희들 갈 때 가더라도 그건 알고 있어라. 필라델피아 길드에서 어떻게든 너희들을 찾아낼 거야.”

코딱충과 불나방을 데려가던 선우가 발을 멈췄다.

“우릴 찾을 정도면 그 전에 너희들을 먼저 찾지 않을까?”

“큭큭큭.”

할리킹이 다가오면서 대답했다.

“아직도 적응을 못하는 거냐? 아니면 감각이 무딘 거냐? 필라델피아 길드 입장에서 3대 길드 중 하나인 올드 갱 길드와 정면승부를 벌이는 게 편할까? 너희들을 잡아 족쳐서 레인보우 팝콘의 행방을 알아내는 게 빠를까? 잘 생각해보면 답은 가까운 곳에 있다고.”

선우는 할리킹을 무시하고 다시 돌아섰다.

할리킹이 끝까지 선우를 비웃었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런 선우가 의외라고 생각하는 코딱충과 불나방.

“야, 선우야. 너 무슨 일 있냐?”

“아니. 없는데. 왜?”

“저 자식이 계속 도발하는데도 왜 아무런 대응을 안 해?”

“돈도 안 되는 놈인데 뭐 하러 대응하냐?”

선우의 반응에 당황해하는 건 코딱충과 불나방 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저 자식이 왜 저렇게 얌전하지? 절대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닌데 왜 순순히 돌아가는 거야?”

할리킹은 꽤 난감한 입장에 놓여버렸다.

왜냐하면 그의 보스 가프치노는 선우를 직접 처리하라고 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리킹이 선우를 그냥 돌려보낸다면?

“젠장… 보스가 저놈을 살려두지 말라고 했는데…. 그냥 놔두면 틀림없이 나한테 책임을 물을 거야. 어떡하지?”

선우를 도발하면 자신이 쳐놓은 덫에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할리킹.

직접 처리하기 위해 여러 번 도발을 하고 돈도 안 줬던 건데 선우는 그런 자신을 철저히 무시하고 그냥 갈 길 가버렸다.

“대장, 저놈들 어떻게 할까요?”

“지금 쫓아가서 없애버리죠.”

“아니야. 지금은 마땅한 명분이 없어. 일단 오늘은 보내라. 그리고 내일 다시 불러내서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서 없애야지.”

“그냥 쏴버리면 되잖아요. 뭘 망설이는 거예요?”

“야, 인마. 경찰 길드 애들이 요즘 우릴 주목하고 있다고. 만약 잘못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하고 교도소에 가야 되는데 그러면 니네들이 책임 질 거야? 가서 시킨 거나 빨리 해.”

* * *

선우는 코딱충이 몰고 왔던 트럭 안을 뒤적거렸다.

“야, 이게 마지막 한 박스다. 빨리 실어.”

이들은 가프치노의 공장에 주차되어 있는 대형 범퍼카에 박스를 잔뜩 싣는 중이었다.

선우의 퀘스트인 레인보우 팝콘 10박스 탈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큭큭큭, 이게 오늘 우리 일당이다.”

“야, 이거 다 팔면 얼마 정도 할까?”

“아까 할리킹 놈 설명 들어보니까 1박스에 2천 골드니까 10박스면 2만 골드 정도 될 거야. 현금으로 2천만 원 정도 되지.”

“큭큭, 하루 일당 치고 세네. 셋이서 나눠도 얼마냐.”

코딱충은 그제야 선우의 계획을 알게 되었는지 킥킥거렸다.

선우는 운전석에 앉았다.

범퍼카는 10인승 크기의 화물 이송 목적의 자동차 아이템이었다.

공장에는 주차되어 있는 범퍼카들이 워낙 많아서 한 대 빠져나가도 눈치 못 챌 정도였다.

선우가 범퍼카를 운전하면서 빠져나갔다.

그러자 새로운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무기 거래권 1장을 획득하였습니다.]

[펑크리아 암스테인 뒷골목을 찾아가세요.]

[이곳에서 무기 거래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알림 메시지가 끝나고 반투명한 화면이 나타났다.

펑크리아 암스테인 뒷골목으로 가는 지도였다.

선우는 지도를 보면서 운전하기 시작했다.

“야, 이걸 갖고 어디로 갈 건데?”

“가 보면 알아.”

선우도 암스테인 뒷골목이 어딘지는 몰랐다.

하지만 가보면 알 것이다.

레인보우 팝콘 10박스를 싣고 선우의 범퍼카는 가프치노 공장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렸다.

* * *

펑크리아 암스테인 뒷골목.

이곳은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나 있는 곳이었다.

곳곳에 고기를 굽는 냄새로 가득했다.

“야, 고기 먹으러 여기를 온 거야?”

선우는 범퍼카를 몰고 암스테인 뒷골목에 들어와 있었다.

암스테인 뒷골목에서 가장 넓은 대로변으로 범퍼카를 운전하면서 무언가를 찾는 선우.

그에게 다시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무기 거래를 할 수 있는 상점을 찾았습니다.]

“야, 너희들. 여기서 기다려. 박스 잘 지키고 있어.”

선우가 범퍼카를 주차하고 내렸다.

“어디 가는데?”

“일단 기다려. 나중에 알려줄게.”

선우가 무기 거래를 하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선우가 들어간 곳의 가게 간판을 읽어보던 불나방이 코딱충에게 물었다.

“야, 선우 쟤 왜 비둘기 꼬치구이 집에 혼자서 들어간 거야?”

“나도 몰라. 이따가 이야기 해주겠지.”

비둘기 꼬치가 구워지는 냄새로 가득한 곳.

이곳이 무기 거래를 할 수 있는 상점이라고?

선우는 선뜻 믿겨지지 않았지만 안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플레이어들로 꽉 차서 자리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지금 자리가 없어서….”

선우가 뒤를 돌아봤다.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였다.

짧은 군인 머리에 잘 다져진 근육.

꼬치구이 집에서 일한다기에는 어색해 보이는 전투화.

“아, 저는 꼬치 먹으러 온 게 아닌데요.”

“예? 그러면… 뭐 때문에?”

“무기 거래권을 갖고 있습니다.”

선우의 말에 플레이어의 눈이 번뜩였다.

하지만 이내 차분하게 표정 관리를 하면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아하하. 손님 뭔가 착각하신 것 같은데요. 여기는 무기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꼬치를 판매하는 곳입니다.”

선우는 이미 플레이어가 표정 관리를 하는 것을 봤었다.

“그래요?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할 일도 없는데 경찰에 신고나 해야겠다.”

“아, 자, 자, 잠깐만요! 손님. 아하하.”

가려고 하는 선우를 다급하게 붙잡는 플레이어.

“생각해 보니까 제가 아는 분이 무기 거래권이 어디에 쓰이는 아이템인지 아실 것 같네요. 제가 소개해드릴 테니 일단 따라오셔서 직접 여쭤보시겠어요?”

“그러죠.”

선우는 플레이어를 따라 꼬치구이 냄새가 덜 나는 곳으로 들어갔다.

화장실을 지나쳤고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순간.

“으엇!”

갑자기 플레이어가 뒤를 돌면서 선우의 목을 낚아챘다.

그리고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너, 뭐하는 놈이냐? 앙? 경찰 길드 소속 플레이어냐?”

“켁… 케헥… 야, 이거 놔라….”

경찰 길드라는 말에 선우는 그 와중에 귀를 꿈틀거리며 정보를 들으려고 했다.

사실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은 선우가 경찰 길드라는 걸 알고 내뱉은 게 아니었다.

그냥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걸 아무 생각 없이 써먹었을 뿐이다.

그런데 예상 외로 플레이어의 반응이 노골적이었다.

“너 말고 또 누가 여기 왔냐? 앙? 혼자 온 거 아니지? 같이 온 놈 누구야? 빨리 이름 대라. 안 그러면 이 자리에서 죽는 수가 있다.”

플레이어가 선우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야! 인마. 이것 좀 놓고 얘기하라고. 그래야 대답을 하지!”

그제야 플레이어가 선우의 멱살을 풀어줬다.

“난 여기에 무기 사러 온 거다. 경찰 같은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그걸 어떻게 믿어?”

“난 경찰 길드 같은 거 모른다니까? 의심 가면 뒤져 봐.”

선우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플레이어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선우의 온몸을 뒤져봤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봤지? 경찰 길드였으면 네가 아는 뭐라도 나왔겠지만 아무 것도 없잖아? 왜냐면 난 경찰 길드가 아니니까.”

플레이어가 물었다.

“너… 대체 뭐하는 놈이냐?”

“난 김선우라고 한다.”

“김선우…?”

플레이어는 잠깐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렇지. 스트리밍 영상에서 실검 순위 올라왔을 때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선우를 알아보는 플레이어였다.

“봤지? 난 경찰 길드 아니라니까.”

“미안하다. 요즘 그쪽에서 단속이 엄청 심해져서 다들 촉각이 곤두서있거든.”

“경찰 길드가 뭐하는 길드인데 그러는 거냐?”

“그냥 경찰 능력 가진 플레이어들이다. 오직 펑크리아 대륙에서만 존재하는 특이 클래스지.”

선우는 경찰 길드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본론부터 꺼내기로 했다.

“내가 여기 온 건 무기 거래권이 있기 때문이다.”

“무기를 사러 온 거냐?”

“응. 무기 거래권이라는 걸로 진짜 살 수 있는 거냐?”

“물론이지. 보아 하니 나름 위험한 퀘스트를 했나 본데, 무기 거래권을 받을 정도였으면 확실히 경찰 길드는 아닐 확률이 높겠군.”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난 무기만 사면 된다고.”

“무슨 무기를 원하는데?”

선우가 되물었다.

“어떤 무기들이 있는데?”

선우의 말에 플레이어가 손짓했다.

“따라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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