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
제180화
부아아앙-!!
트럭이 출발했다.
“어? 야! 트럭 A. 왜 출발하냐? 대답해!”
트럭 조수석에 있던 무전기에서 필라델피아 길드원의 목소리가 갈라지듯이 들렸다.
선우가 무전기를 들어서 창밖으로 버렸다.
딸그닥-!
멀리서 무전기가 창밖에 버려지는 것을 발견한 길드원이 소리쳤다.
“야!! 모두 차에 타!! 누가 우리 물건을 가져갔어!!”
코딱충이 핸들을 잡고 운전 중이었다.
“이제 어디로 가는 거냐?”
“쭉 직진해. 사거리가 나오면 우회전해라.”
코딱충이 엑셀을 밟았다.
할리킹이 트럭 뒷좌석의 비상문을 열었다.
“야, 김선우. 따라와. 놈들의 추격이 시작 됐으니까 물건을 지켜야지.”
선우가 뒷문으로 나갔다.
멀리서 바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부우우-!
오토바이 두 대가 빠르게 쫓아오고 있었다.
선우가 먼저 기관소총을 갈겼다.
투타타타!
바닥에 스파크가 튀면서 오토바이가 좌우로 흔들렸다.
선우가 계속 총질을 해대자 결국 오토바이 바퀴가 터지면서 길드원 하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흥, 역시 제법이군.”
“야, 할리킹 쟤는 네가 맡아.”
“어딜 가는 거야?”
“추운데 안에 들어가야지.”
“야, 저놈들이 고작 오토바이만 보냈을 거 같아? 우린 지금 필라델피아 길드 이번 달 밥줄을 훔치는 거라고.”
타타탕!
“크윽!”
갑자기 트럭 쪽으로 총알이 날아왔다.
여러 대의 자동차가 나타나 총을 쏘고 있었다.
“야, 이거보다 더 센 무기 없냐?”
“기다려봐.”
선우가 기관소총을 쏘는 사이 할리킹이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잔뜩 꺼내기 시작했다.
“김선우! 아무거나 골라잡아서 써!”
선우가 뒤를 돌아보니 할리킹이 온갖 무기를 잔뜩 꺼내 놨다.
“오예~ 바주카포 겟!”
선우가 가장 무거워 보이는 바주카포를 들었다.
“야, 그거 조준 잘해라.”
푸-슈웅!!
할리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선우가 바주카포를 쐈다.
“으아악!! 바주카포다!!”
“핸들 꺾어! 좌회전! 좌회전!”
콰쾅!!!
필라델피아 길드원이 타고 있던 자동차가 폭발했다.
푸슝! 콰앙!
푸슝! 콰앙!
선우는 바주카포를 계속 쐈다.
추격해오던 필라델피아 길드원들의 차량이 모두 불에 탄 걸 확인했다.
“휴우, 이제 추격은 없다.”
부르릉-!
선우와 할리킹이 박스 위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이 팝콘이 뭔데 그렇게 비싸게 팔리는 거냐?”
할리킹이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가 보면 알게 된다.”
* * *
선우 일행이 도착한 곳은 펑크리아 도심에서도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공장이었다.
이곳은 버려진 폐공장으로 인적이 드물었다.
“얼마 전에 이곳을 가프치노가 모두 사들였어. 그리고 본격적인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지.”
“공장을 가동했다고? 여기 버려진 곳인데?”
선우의 말에 할리킹이 웃으면서 자물쇠를 땄다.
“겉으로 보기엔 버려졌지.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달라.”
코딱충이 몰고 온 트럭을 어딘가에 주차했다.
그러자 올드 갱 소속 길드원들이 부지런히 레인보우 팝콘을 실어 날랐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새로운 시설들이 나타났다.
안에서는 레인보우 팝콘의 박스를 뜯어서 팝콘 봉지를 열고 있었다.
레인보우 팝콘은 일곱 가지 무지개 색깔의 팝콘들이었다.
“야, 여기서 뭘 하는 거냐?”
“후후후, 사실 레인보우 팝콘은 그냥 평범한 팝콘이 아니야.”
“그럼 뭔데?”
“이 팝콘을 먹게 되면 각성 효과가 나타나거든. 그거 때문에 이 팝콘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거지. 물론 현실의 마약처럼 중독성은 없어. 몸에 나쁘지도 않고 위험한 건 아니야. 오히려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아이템이지.”
레인보우 팝콘의 실체에 대해서 알게 된 선우.
“진짜냐? 그럼 마약 같은 거 아니야?”
“전혀. 오히려 현실의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는 보조제로 사용될 정도로 안정적이라구.”
코딱충이 물었다.
“야, 이거 뭐 중독되거나 위험한 거 아니냐?”
“큭큭큭. 절대 그런 게 아니야. 오히려 마약 중독 치료에 탁월할 정도라니까?”
“레인보우 팝콘은 누가 만든 거냐? 아니면 펑크리아 대륙에서 파는 거냐?”
“이런 걸 팔 리가 있냐? 100퍼센트 수제품이다. 핸드 메이드 상품이라서 아주 비싸게 팔리는 거지. 처음엔 인피니티 로드 개발진도 우연히 개발한 거라는 소문이 있어. 현실에서 사람들이 계속 새로운 약을 개발해서 팔잖아. 똑같은 거야. 단지 이 레인보우 팝콘은 위험성 제로에 중독성 제로인 완벽한 아이템이라고.”
할리킹의 이야기는 선우의 흥미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선우의 눈빛이 반짝반짝 거렸다.
‘레인보우 팝콘을 팔아서 장사를 한다라…? 이거 잘만 하면 돈벼락 제대로 맞겠는데?’
펑크리아 대륙은 현대 사회와 미래 사회를 섞어놓은 듯한 곳인 만큼 현실에서 볼 법한 것들이 많았다.
“야, 레인보우 팝콘 시세가 얼마에 팔리는 거냐?”
“필라델피아 길드에서 총 100 박스를 사들였는데 1박스에 레인보우 팝콘은 20봉지가 들어 있거든. 총 2천 봉지인데 1봉지 당 원가는 1골드 밖에 안 해.”
“뭐라고? 고작 1골드?”
1골드면 현실 돈으로 천원 정도였다.
“그러면 시장가는 얼마에 팔리는데?”
“놀라지 마라. 무려 100골드다.”
할리킹의 말에 선우 일행이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므어어?”
“100 골드라고?”
“와… 그러면 원가 대비 100배 수익이라는 거잖아?”
“바로 그렇지. 거기다 이 레인보우 팝콘이 왜 돈벌이로 범죄 길드 사이에서 1등품인지 아냐? 이건 플레이어들이 직접 개발해서 만드는 거라서 개인 거래로 이뤄지거든. 100퍼센트 현금 장사다 이거야.”
“대박! 완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는 장사구만.”
코딱충과 불나방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선우가 물었다.
“잠깐. 아까 레인보우 팝콘을 수제로 제조한다고 했지? 그러면 이거 만드는 애들은 누구야?”
“큭큭, 이건 일종의 레시피만 구할 수 있으면 누구든 만들 수 있어. 문제는 얼마나 퀄리티 높은 팝콘을 만들 수 있냐지.”
“레시피? 이거 만드는 레시피도 있냐? 어디서 구하는데?”
할리킹이 레인보우 팝콘 봉지를 만지작거리면서 대답했다.
“그것도 개인 거래로 팔린다. 하지만 구하기가 쉽지는 않아. 가짜 레시피도 많거든. 참고로 재미있는 거 하나 알려줄까? 얼마 전에 펑크리아 블랙마켓에서 초대박 쳤던 레인보우 팝콘 레시피 하나가 거래된 적 있는데 얼마에 거래된 줄 알아?”
“얼만데?”
“무려 300만 골드에 거래됐었다고.”
“뭐어?”
“들리는 말로는 강남의 모 금수저 집 자제분께서 구입했다는 말이 있고 어디서는 일본의 금수저가 구입했다는 말도 있고. 그런데 더 웃긴 게 뭔지 알아?”
“뭔데?”
“그 레시피가 페이크 레시피 였다는 거야. 가짜. 큭큭큭.”
“와,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냐?”
“어떻게 되기는 뭘 어떻게 돼? 그냥 눈탱이 맞고 돈 날린 거지.”
펑크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상현실게임의 최후의 대륙답게 현실에서도 돈이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어로 많이 활동하였다.
그만큼 펑크리아 대륙에서 거래되는 모든 아이템들의 가격은 단연 최고가.
뿐만 아니라 해외의 돈 많은 유저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대륙인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은 자본들이 바다처럼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여긴 그야말로 선우에게 황금의 땅인 셈!
“완전 대박이네. 그러면 페이크 레시피 하나로 사기 쳐서 건당 수십억씩 해먹는 놈들도 있다는 거잖아?”
“물론이지. 단, 그런 짓은 오래 못 가.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잖아. 여기서는 밟히는 게 아니라 그냥 싹둑 하고 잘린다고. 심지어 그런 페이크 레시피 만드는 놈들 자진신고하면 포상금 준다는 플레이어들도 있고 별의별 놈들이 다 있어. 물론 모든 것은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지.”
들을수록 흥미로운 대륙 펑크리아 였다.
“좋아, 그러면 그 레인보우 팝콘 레시피 중 기초적인 거라도 구하려면 얼마가 있어야 되냐?”
선우는 레인보우 팝콘을 제조하는 레시피를 갖고 싶었다.
직접 만들어서 장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할리킹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레인보우 팝콘의 레시피는 저마다 달랐다.
레시피에 따라 효과가 다양한 팝콘들이 나오고 팝콘의 가격도 달라지는 걸로 보아 레시피가 핵심이었다.
일단 어떻게 만드는 건지 감을 잡으면 나머지는 선우가 개발해내면 된다.
할리킹이 웃으면서 손가락 한 개를 보여줬다.
“적어도 쓸 만한 레시피를 구하려면 못해도 최소 현실 돈으로 1억은 줘야 한다고 보면 된다. 10만 골드 쯤 되겠군. 거기다 레시피만 구한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지. 레인보우 팝콘을 만들려면 시설이 있어야 잖아? 이런 공장들을 구입해야 한다고. 관련 설비 아이템들도 상점에서 구입 못 해. 개인에게 직접 찾아가서 구매를 해야 되지. 기계에 따라서 만드는 플레이어가 누구냐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고.”
할리킹의 말에 선우가 여러 생각에 빠졌다.
“흐음, 초기 시작 비용이 만만치 않군.”
“물론이지. 그런 게 아니었으면 개나 소나 레인보우 팝콘 만들어서 지금쯤 헐값에 바닥에 버려지고 있을 거라고.”
할리킹이 다른 길드원들에게 나머지 레인보우 팝콘을 모두 나르라고 명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레인보우 팝콘의 효과를 새롭게 개발하려는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조금만 방심하면 훨씬 고급의 팝콘이 개발 되거든. 그러면 자신의 팝콘 가격은 예전처럼 시장에서 찾질 않으니 금방 도태되지.”
당연한 것이었다.
레인보우 팝콘의 중독 효과를 경험하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았고 이들은 더욱 자극적인 것을 원했다.
그러니 끊임없이 새로운 팝콘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경쟁에 밀려나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선우는 일단 레인보우 팝콘의 레시피를 구해보기로 결심했다.
“자, 일단 오늘 너희들은 수고했어. 돌아가도 좋아.”
“응? 잠깐만. 일 끝났으니까 돈 이야기를 해야지. 일당 안 줬잖아.”
코딱충의 말에 할리킹이 피식 하고 웃음을 뱉었다.
“일당? 큭큭. 야, 너희들 방금 내 말 어디로 들은 거야? 레인보우 팝콘에 대해 정보를 줬잖아.”
“뭐라고? 지금 장난 하냐?”
선우는 생각에 잠겨 있는 반면 코딱충과 불나방이 발끈하고 나섰다.
“사람을 부렸으면 돈을 줘야 할 거 아니야? 일 이야기 먼저 하고 돈 이야기는 그 다음에 하자며?”
“펑크리아 대륙에 처음 왔다고 사람 갖고 놀고 싶어졌냐? 돈이나 내놔.”
“하~~ 나 이거 피곤한 신참들이구만.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을 해줘야 되니. 야, 너희들. 내가 방금 레인보우 팝콘 이야기 해준 건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들어요. 이런 걸 친절하게 원가 공개 해줘, 시장가 공개 해줘, 레시피 정보 알려줘, 가격도 알려줘, 얼마나 많은 걸 알려줬냐?”
“뭐? 이 자식 이거 순 사기꾼이네.”
코딱충이 할리킹의 멱살을 잡아 당겼다.
“어쭈? 하청이나 받는 주제에… 지금 뭐하는 거냐? 신참들, 너희들이 다른 대륙에서 어땠는지 나도 대충 방송 봐서 알고 있어. 그런데 여기는 펑크리아야. 다른 곳에서 1등 먹어도 여기 와서는 신참의 자세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제 파악을 잘해야 한단 뜻이다. 주제 파악.”
“야, 잔말 말고 일당이나 내놔. 일당 얼만지 봐야 주제 파악이 되시겠다. 앙?”
“하하, 이것들 봐라. 신참들 좀 키우려고 돈 만지는 경험 좀 시켜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구만 이거?”
“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올드 갱 길드원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딱충아. 가자.”
“뭐? 그냥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