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
제179화
선우 일행이 들고 있던 기관총을 마구 발사했다.
투투투투-!!
타타타탕!!
총알이 빗발쳤다.
비둘기들이 빠르게 좌우로 몸을 뉘이면서 추격을 시작했다.
일부 비둘기들이 총에 맞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피존 캅 1마리를 처치하였습니다.]
[피존 캅 1마리를 처치하였습니다.]
선우가 낄낄거리며 총질을 해댔다.
“이거 재밌구만.”
장갑차가 도망쳤고 살아남은 피존 캅들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거미줄 탄 또 없냐?”
“1발 밖에 없습니다.”
“내가 미리 여러 발 사놓으랬잖아!”
“대장!!”
피이익-!
비둘기 경찰이 공중에서 수직 하강을 하면서 할리킹을 덮쳤다.
푸드득-! 푸드덕-!
“이런 빌어먹을!”
할리킹과 곁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칼과 몽둥이를 꺼내서 달려들었다.
“플레이어 할리킹! 넌 체포됐다!!”
비둘기 위에 타고 있던 드워프 경찰관이 외쳤다.
“웃기시네. 이거나 먹어라.”
할리킹이 권총을 꺼내서 비둘기에게 쐈다.
총구에서 비누방울이 나오더니 비둘기를 감싸 안았다.
부글-부글-
비누방울 속에 들어간 비둘기와 경찰관이 발버둥 쳤다.
“하하하! 1분간 도시 구경이나 감상하시지.”
피존 캅을 삼킨 비누방울이 위로 떠올라 사라졌다.
“휴우, 그래도 저번에 필라델피아 놈들과 거래를 할 때 사두기를 잘했군.”
“야, 너 신기한 무기 엄청 많다. 그거 다 여기서 살 수 있냐?”
선우가 관심을 보이자 할리킹이 대답했다.
“이거? 주로 범죄 길드에서 많이들 쓰는 아이템이지. 그런데 오래 못 써. 최대 5발이 한계다. 그리고 다시 비누방울 충전하려면 비눗물 1병이 필요하고. 써먹긴 번거롭지만 피존 캅 상대로는 특효약이지.”
피이익-! 피익!
“젠장, 다들 숙여라!! 저놈들이 피존 밤(Bomb)을 투척한다!”
선우 일행이 모두 납작 엎드렸다.
총을 쏘느라 개방되었던 장갑차가 모두 닫혔다.
푸직, 푸직!
하늘에서 무언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장갑차 표면에 닿는 순간 치지직 거리며 연기가 솟아올랐다.
“저게 뭐야?”
“비둘기 똥. 마취독이 있어서 맞으면 몸이 둔해지고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게 되지.”
피존 캅이 하늘에서 비둘기 똥을 퍼부으면서 장갑차를 추격했다.
“대장. 지원군이 도착했어요!”
“좋아. 다 없애버리고 해.”
멀리서 UFO 원반 접시 같이 생긴 비행물체가 나타났다.
투르르륵-!!
비행물체 전면에서 기관포가 발사되었다.
피익! 피익!
비둘기들이 하나 둘 추락하고 있었다.
일부 비둘기들이 급선회를 하면서 도망쳤다.
“좋아, 이제 본부로 가자.”
선우가 탄 장갑차가 펑크리아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 * *
올드 시티라고 적혀있는 초대형 타워가 선우의 앞에 서 있었다.
적갈색 벽돌을 쌓아서 만든 빌딩 입구가 돋보였다.
“여기가 우리 길드의 본부다.”
“와, 엄청나게 큰데. 진짜 여기가 길드 본부라고?”
“하하, 물론이지. 올드 갱 길드는 펑크리아 대륙의 3대 길드 중 하나라고. 올드 갱, 바비큐 몬스터, 마카롱 쉐이크 이렇게 3개의 길드가 펑크리아 대륙의 도시를 양분하고 있지.”
뜻밖의 대형 길드와 엮이게 된 선우.
“따라와라.”
선우는 할리킹을 따라 올드 시티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 까지 올라갔다.
올드 시티는 총 200층으로 이뤄진 타워였다.
“보스, 신참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오~ 들어와라.”
엄청나게 넓은 사무실은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었다.
고급스러운 가죽 쇼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바깥 풍경은 펑크리아 도시의 야경을 감상하면 환상의 뷰를 자랑할 것 같았다.
올드 갱 길드의 마스터이자 보스는 푹신한 가죽의자에 앉아 시가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인사 해. 우리 길드의 마스터인 가프치노다.”
“난 김선우다.”
“코딱충입니다.”
“불나방이라고 합니다.”
“으음~ 처음 보는 친구들 같은데 펑크리아 대륙으로 온 지 얼마 안 된 건가?”
“그렇다고 합니다. 보스. 펑크리아 주민 센터에 등록된 신분증이 아직 따끈따끈한 신참 중의 신참이죠.”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데?”
“펑크리아 경찰서에서요. 보니까 소매치기 잡아왔다가 감방에 갇혀서 알게 됐습니다.”
가프치노가 시가 연기를 뻐끔 내뱉었다.
“뭐라고? 소매치기를 잡아왔으면 경찰서에서 보상을 주잖아. 그런데 왜 가둬?”
“잠복근무 중이었던 경찰관의 차량을 훔쳐 타고 소매치기를 잡았나 봅니다.”
할리킹의 말에 가프치노가 폭소를 터뜨렸다.
그의 코에서 시가의 뿌연 연기가 수증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풉카하핫! 뭐라고? 경찰차를 타고 소매치기를 잡은 거냐? 크하하하. 범죄를 저지르면서 범죄자를 잡아온 거로군.”
“저도 그걸 듣고 어이가 없었지만 재능이 있어 보여서 제안을 했던 겁니다.”
“역시 할리킹 네놈이 정말 일을 잘한다니까. 쓸 만한 재능을 가진 신참들 스카우트하려고 직접 경찰서에 갇히는 수고를 매번 하니까.”
“과찬입니다. 보스.”
할리킹은 일부러 경찰서에 갇혀 있었던 것이었다.
펑크리아 대륙에 들어온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적응을 하면서 여러 실수를 저지른다.
그중 하나가 경찰서였다.
선우 일행도 마찬가지였고 할리킹은 새로운 신참을 물색하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치고 경찰에 체포되어 신참 유저들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길드에 새로 가입하겠다는 애들이냐?”
“그런 건 아니고요. 이번에 길드의 하청 업무를 몇 개 맡겨볼까 합니다.”
“이 친구들한테?”
“예.”
“무슨 일을 맡겨볼 건데?”
“이번에 필라델피아 길드가 레인보우 팝콘을 수입해 들여온다고 합니다.”
“아, 나도 들었어.”
“그 레인보우 팝콘이 요즘 시세가 엄청 올라서 장사하는 재미가 좋다고 하더군요.”
“오~ 그걸 빼앗자 이거지?”
“바로 그겁니다.”
“잠깐만. 근데 그걸 얘네들한테 시킨다고? 뭘 믿고? 그럴 만한 실력이 돼?”
“실력은 있는 거 같았습니다.”
“검증 해봤어?”
“경찰서에서 도망치면서 피존 캅 애들하고 한판 붙었거든요. 그런데 당황하지 않고 엄청 잘하더라고요.”
“으음~ 그렇다면… 한 번 맡겨봐. 네가 같이 가.”
“물론이죠.”
선우가 대뜸 끼어들었다.
“이거 맡으면 얼마 줄 건데?”
가프치노가 말없이 선우를 쳐다보더니 폭소를 터뜨렸다.
“파하하하! 이거 참 재미있는 친구로군.”
“죄송합니다. 보스. 아직 펑크리아 대륙에 온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적응 하는 중입니다.”
“알아, 알아. 나가 봐.”
할리킹이 선우 일행을 데리고 나갔다.
“야, 김선우. 잘 들어. 절대로 어떤 일이 있어도 보스 앞에서 얼마 줄 거냐고 돈 이야기를 하면 안 돼.”
“왜?”
“보스니까. 그리고 가프치노 형님은 자기가 직접 인정한 길드원 외에는 돈을 얼마를 주든지 신경 안 쓰는 분이라고. 너희들에게 하청 업무를 맡기겠다고 보스에게 데려온 건 나야. 그 말은 무슨 뜻일까? 내가 보스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뜻이지.”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일을 맡기려면 돈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어?”
선우가 당당하게 나오자 할리킹이 헛웃음을 지었다.
“야, 냉정하게 따지자면 너희들은 올드 갱 길드 멤버도 아니잖아. 공식 길드원도 아닌 애들인데 왜 벌써 돈 이야기를 해야 되지?”
“어쭈? 요거 보소. 하청은 뭐 공짜로 부려먹어도 된다 이거냐?”
선우의 말에 할리킹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요거 보소? 야, 김선우. 너 말조심해라. 내가 널 왜 스카우트 했을 거라고 생각 하냐? 네가 펑크리아 대륙 오기 전까지 다른 대륙에서 하고 다닌 걸 잘 봤기 때문이지. 그런 놈들이 일 시키면 잘 하니까. 가프치노 형님은 나이가 좀 있어서 스트리밍 방송? 이런 거 보지도 않아. 관심도 없고 이야기 해줘도 이해도 못 해. 하지만 나는? 올드 갱 길드에서 가장 유력한 플레이어지. 다시 말하자면 올드 갱 길드의 실권을 쥐고 있는 실세다 이거야.”
할리킹은 선우가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줄줄 하고 있었다.
물론 선우는 할리킹의 업적에 대해 관심이 병아리 코털만큼도 없었다.
“네가 실세면 뭐 어쩌라고?”
“뭐라고?”
점차 분위기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코딱충이 끼어들었다.
“자, 자. 둘 다 진정하고. 선우야 너도 일단 할리킹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무슨 일인지 들어나 본 뒤에 결정해도 되잖아.”
선우와 할리킹이 감정을 추스렸다.
“흥, 그래도 같이 어울려 다니는 코딱충 넌 생각이란 걸 하는 놈이니 낫군. 어떻게 할래? 일 이야기 먼저 들어볼 거냐?”
선우 역시 마음을 바꿔먹었다.
“물론이지. 해 봐. 뭘 하면 되는 건데?”
* * *
펑크리아 대륙 북쪽 항구.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코딱충과 불나방이 덜덜 떨고 있었다.
“어으… 추워. 여기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할리킹이 연락 준다고 했잖아. 그때까진 떨어야지 뭐.”
“젠장, 선우 자식은 잔머리 써서 따뜻한 곳에서 졸고 있을 거 뻔한데. 아오!! 짜증나!”
“야, 쉿. 저거 아닐까?”
항구로 거대한 컨테이너 선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멀리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할리킹이 무전을 쳤다.
“놈들의 배가 도착했다. 모두 준비하도록.”
지금 선우 일행이 꾸미고 있는 일은 일종의 강도였다.
펑크리아 대륙은 오픈 월드 시스템인 인피니티 로드의 특징을 가장 높이 강화시킨 곳이었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그에 관련된 미션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플레이어들은 이를 펑크리아 미션이라고 불렀는데 선우는 모닥불에 손을 쬐면서 그 미션을 하나 받는 중이었다.
띠링!
선우가 홀로 모닥불을 쬐는 동안 알림 메시지를 듣고 있었다.
-펑크리아 미션 발생!
[레인보우 팝콘을 탈취하라]
정보: 올드 시티 북쪽 항구로 화물선 한 척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화물선은 필라델피아 길드의 소유 선박으로 펑크리아 도심지에서 가장 유행하는 물건 중 하나를 싣고 있습니다. 레인보우 팝콘이라는 식품인데요. 요즘 시세가 엄청 올라서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상품을 완벽하게 털이를 하면 보상이 주어집니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 레인보우 팝콘 10박스를 강탈할 것.
보상: 박스 당 무기 거래권 1장 획득
“무기 거래권? 이건 뭐지?”
때마침 선우에게 무전이 들려왔다.
- 야, 김선우. 준비해라. 배가 도착했다.
선우가 일어났다.
기관소총을 들고 미리 약속한 장소로 뛰어갔다.
화물선이 정박하였다.
안에서 필라델피아 길드원들이 부지런히 물건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미리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고 물건이 차곡차곡 쌓였다.
선우는 할리킹과 합류했다.
“자, 준비 됐지?”
할리킹이 무전을 쳤다.
“코딱충, 불나방, 운전수 제거했냐?”
치지직-!
무전에서 응답이 들려왔다.
- 제거 완료.
응답을 확인한 뒤 선우는 트럭에 레인보우 팝콘이 모두 실린 걸 확인했다.
“좋아, 하나, 둘, 셋 하면 버튼 누른다.”
할리킹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가 버튼을 눌렀다.
딸칵-!
콰아앙-!!
콰쾅!
쾅! 쾅! 쾅!
사방에서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으악!!”
“뭐냐? 기습이냐?”
갑작스런 폭발로 인해 필라델피아 길드원들이 우왕좌왕 했다.
“야, 이 멍청아! 하나, 둘, 셋 하면 터뜨리랬잖아!”
“뛰어!”
선우가 무시하고 뛰었다.
코딱충과 불나방이 타고 있던 트럭으로.
덜컥-!
“야, 출발해.”
선우와 할리킹이 타자마자 트럭이 출발했다.
뒤쪽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야!! 스톱!! 거기 트럭! 멈춰!”
선우가 낄낄거리며 손짓했다.
“밟아, 밟아.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