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178화 (178/200)

# 178

제178화

선우가 UFO 자동차를 몰면서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뒤늦게 알아차린 소매치기 플레이어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죽어 인마!!”

선우가 깔깔거리며 UFO 자동차로 소매치기를 들이받았다.

때마침 소매치기는 2층 버스 지붕 위를 밟고 높이 뛰어오른 찰나였다.

퍼어억-!!

“끄웩!”

소매치기가 수십 미터 전방으로 날아갔다.

부아앙-!!

“이 자식들이! 감히 사람을 차로 쳐?”

소매치기 플레이어는 죽지 않았다.

생명력이 대폭 감소되었을 뿐.

파앗!

소매치기가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비타민 음료수처럼 생긴 물병을 꺼내더니 벌컥벌컥 들이켰다.

부아앙-!

선우가 쫓아갔다.

소매치기는 다시 점프 슈즈로 높이 도약했다.

이번엔 반대 차선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하하! 여기서도 쫓아올 수 있는지 보자고.”

소매치기는 절묘하게 곡예를 하듯이 마주 오는 자동차를 밟고 계속 도약을 했다.

펑크리아 대륙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공중으로도 질주를 하였다.

반대 차선에 선우처럼 UFO 원반처럼 생긴 자동차를 탄 플레이어 및 NPC들이 마주 오고 있었다.

소매치기는 이들 차량을 밟으면서 역주행을 하고 있었다.

선우 역시 옆 차선에서 나란히 쫓아가고 있는 중.

“야, 김선우.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반대 차선으로 들어갈 생각 하지 마라.”

“너희들, 여기 차량에 뭐 아이템 같은 거 없냐? 저 자식 잡을 만한 거 아무거나 찾아봐.”

선우는 계속 전방을 주시하면서 소매치기 플레이어를 쫓아갔다.

코딱충과 불나방이 차량을 마구 뒤졌다.

“쓸데없는 잡템들 뿐인데… 어? 이건 뭐지?”

코딱충이 꺼낸 아이템은 잠자리채였다.

“뭔데? 아이템 정보 읽어봐.”

코딱충의 눈앞에 정보 화면이 나타났다.

<잠자리 채>

등급: 에픽

정보: 휴대용 그물이다. 잠자리채처럼 만들어져서 장대의 길이를 늘리면 그물망이 넓어진다.

“오! 대박!! 야, 찾았어! 이거야. 이걸로 잡을 수 있어.”

코딱충이 잠자리채의 정보를 선우에게 알려줬다.

“좋아, 내가 저쪽으로 차를 가까이 붙일 테니까 넌 뒷좌석에서 저 놈 낚아채라.”

“야, 너무 가까이 붙지 마. 충돌하겠다고.”

“걱정 마라.”

선우가 낄낄거리며 엑셀을 밟아댔다.

부아앙-!!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UFO 차량의 속도가 200Km를 돌파하였습니다.]

[경고합니다! 속도를 줄이세요. 충돌 위험이 높습니다.]

선우는 경고 메시지 따위 가볍게 무시했다.

UFO 차량이 반대 차선을 질주하는 소매치기 플레이어 옆으로 가까이 붙었다.

소매치기 유저는 마주 오는 차량들을 피하면서 도망치느라 주변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코딱충이 속으로 카운트를 센 뒤에 잠자리채를 휘둘렀다.

소매치기 유저가 볼 수 없도록 뒤쪽에서 앞쪽으로.

“으아악!”

잠자리채 그물망에 소매치기 플레이어가 걸려들었다.

“됐어!!”

“야, 말어, 돌돌 말어.”

선우가 핸들을 꺾으면서 말했다.

코딱충이 잠자리채를 들어 올리면서 그물망을 둘둘 말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 이거 안 놔!!”

“시끄럽다. 넌 체포됐어. 지금부터 경찰서로 간다. 하하하!”

선우가 깔깔거리면서 UFO 차량을 돌렸다.

* * *

펑크리아 경찰서.

선우가 기세등등하게 들어왔다.

“범인 잡아왔다!”

소매치기 플레이어는 여전히 잠자리채 그물망에 걸려 있었다.

코딱충과 불나방이 잠자리채를 질질 끌고 들어왔다.

경찰서의 NPC들과 플레이어들이 나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드워프 경찰관 NPC가 나오면서 물었다.

“범인 잡아왔어. 얘가 소매치기를 하는 걸 내가 봤거든.”

드워프 경찰관이 소매치기 플레이어에게 갔다.

잠자리채 그물망에 갇혀있는 유저를 보며 금속 탐지기 같이 생긴 기계를 꺼냈다.

띠잉! 띠잉!

드워프 경찰관이 외쳤다.

“신고 접수된 범인이다. 체포해!”

다른 드워프 경찰관들이 나타났다.

잠자리채에 걸린 소매치기 유저를 꺼내서 수갑을 채웠다.

“이 자식들… 너희들 두고 보자. 내가 니들 얼굴 다 봐놨어.”

소매치기 유저가 끌려가면서 협박을 했다.

선우가 낄낄거리면서 드워프 경찰관에게 말했다.

“자, 범인을 잡아왔으니 보상 줘야지. 보상 뭐예요?”

드워프 경찰관이 근엄한 표정으로 선우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리고 밖에 있는 UFO 차량을 보더니 물었다.

“저 차는 어디서 구하셨죠?”

“아, 저거? 내가 샀어.”

선우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오~ 그래요? 얼마 주고 사셨죠?”

선우가 옆에 있던 코딱충과 불나방과 눈짓을 주고받으며 가격을 떠올렸다.

“으음~ 한 1만 골드?”

드워프 경찰관이 놀라워하며 되물었다.

“오~~! 거 참 신기하군요. 우리 경찰서에서는 잠복 차량을 그렇게나 비싸게 주고 사진 않는데. 그렇죠?”

“응?”

순간 정적이 흘렀다.

선우와 코딱충, 불나방이 주변을 살폈다.

이미 입구까지 어느새 경찰관 NPC가 막고 있었다.

드워프 경찰관이 외쳤다.

“이놈들도 체포해!!”

“얌마! 내가 뭘 잘못했어?”

“감히 잠복근무 중인 경찰의 차량을 겁도 없이 훔쳐 타고 달아나?”

선우가 훔쳐 탄 UFO 차량은 잠복근무 중인 경찰 NPC의 차량이었던 것이었다.

“잠깐만,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겠어요? 이번 한 번만 봐주시죠.”

선우가 능글맞게 웃자 드워프 경찰관이 코웃음을 쳤다.

“흥, 웃기는 소리. 네놈들은 이제부터 감방 구경 좀 하게 될 것이다. 끌고 가!”

“뭐야? 이거 자조치종을 들어보지도 않고, 야 너희들 조서 안 꾸미냐?”

코딱충이 발버둥 치다가 드워프 경찰관들의 진압봉에 얻어맞았다.

“꼭 매를 벌어요. 이것들이.”

선우 일행은 졸지에 경찰서 감방에 갇혀버렸다.

“이런 젠장… 뭐야 이게?”

감방에 들어온 선우 일행은 이미 먼저 들어와 있던 플레이어들과 만났다.

“여기 처음 오는 거냐?”

“너희들은 와 봤냐?”

선우의 말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되물었다.

“여기는 펑크리아 대륙에서 플레이를 하다 보면 몇 번씩은 와보는 곳이지.”

“니들은 무슨 미션을 받다가 온 거냐?”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묻자 선우가 대답했다.

“소매치기 잡으라고 미션 떠서 잡았더니 여기에 왔지.”

“흥, 잘 들어. 너희들이 받은 건 펑크리아 미션 이라고 불리는 퀘스트다. 여기서만 나오는 미션인데 거기에는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어.”

플레이어들이 선우 일행에게 펑크리아 대륙의 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먼저 미션에는 너희들이 받았던 소매치기 미션처럼 사소한 것부터 대통령 암살 같은 굵직한 미션까지 다양한 범죄 미션이 있어. 그리고 강아지 산책시키기, 아르바이트 하기, 물건 수리하기, 애 돌보기, 청소하기 등등 생활 미션이 있고. 물론 이런 미션들은 특정하게 나눠진 건 아니야. 그냥 유저들끼리 부르는 명칭에 불과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코딱충이 플레이어들에게 물었다.

“그러면 펑크리아 대륙은 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곳이냐?”

“물론이지. 완벽한 오픈 월드를 지향하는 대륙이라고. 따라서 너희들이 여기서 나가고 싶다면 그냥 나가면 돼. 하지만 저 NPC들이 순순히 내보내줄 리가 없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

“탈옥을 해야 하는 거군.”

선우가 이해했다.

“바로 그거야. 여기서 나가고 싶은 건 탈옥을 해서 나가면 돼. 물론 자기 능력껏. 아니면 경찰서에서 원하는 보석금을 내고 나갈 수 있어. 펑크리아 대륙의 경찰서는 가끔 돈이 부족하면 일반 플레이어들 잡아온 뒤에 나가고 싶으면 돈 내놓으라고 하거든.”

“뭐야? 완전 막장이잖아.”

“아까 말했잖아. 여기는 오픈 월드라고.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건 우리들만이 아니야. 일부 NPC들도 원하는 것이 있으면 돈과 인맥을 써서 온갖 꼼수를 부리지. 따지고 보면 바깥세계랑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게임 속 현실버전 이랄까?”

“그러면 너희들은 여기에 왜 있는 거냐?”

“우리? 기다리고 있지.”

“누굴?”

“우릴 꺼내줄 사람들.”

플레이어가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콰쾅!!!

갑자기 경찰서 전체가 흔들거렸다.

“뭐, 뭐야?”

“왔군.”

플레이어들이 하나 둘 일어났다.

“우리는 펑크리아 대륙에서 ‘올드 갱’이라는 길드에 소속되어 있어. 길드 가입에 관심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콰과광-!!

갑자기 감방의 한쪽 벽면이 통째로 뜯겨져나갔다.

지이잉-

기계음이 들려오면서 바깥에서 누군가 외쳤다.

“야!! 빨리 나와라!!”

플레이어들을 따라 선우 일행도 도망쳤다.

올드 갱 길드원들은 불도저를 개조해서 만든 장갑차에 올라탔다.

“야, 너희들. 어디 갈 데 있냐?”

“딱히 없는데.”

“그러면 우리 길드 하청 업무 좀 맡아볼래? 어차피 펑크리아 대륙이 어떤 곳인지 감을 잡으려면 여기저기 부딪혀봐야 할 건데 요즘 우리 길드에 의뢰가 많이 들어오거든.”

코딱충이 먼저 대답했다.

“아, 고맙지만… 우린….”

“오케이, 콜!”

선우의 대답이 코딱충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럼 따라와라. 보스에게 너희들을 인사시켜줄게.”

선우 일행이 올드 갱 길드의 장갑차에 탑승했다.

“난 할리킹 이라고 한다. 올드 갱 길드의 행동대장을 맡고 있지. 너희들은 닉네임이 뭐냐?”

“김선우.”

“코딱충이다.”

“불나방이라고 불러.”

할리킹이 소매를 걷어올렸다.

영어로 올드 갱 이라는 알파벳이 적힌 문신이 팔뚝 전체에 드러났다.

“만나게 돼서 반갑다. 모처럼만에 경찰서에서 똘똘해 보이는 신참들을 건져낸 거 같아 기분이 좋군.”

타타탕!!

어디선가 총성이 들려왔다.

“잡아라!! 저놈들이 죄수들을 데려간다!!”

경찰서 건물 옥상 쪽으로 무언가 나타났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거대 로봇에 경찰관 NPC들이 들어가 있었다.

양쪽에는 초대형 기관포를 장착하고 이쪽을 겨냥하는 중이었다.

“할리킹 대장! 머신 캅이 떴다!”

“먼저 쏴버려!”

지이잉-!

불도저 장갑차 위에 달려있던 포신이 360도 회전했다.

“발사!”

퍼엉! 퍼엉!

2발의 포탄이 날아갔다.

콰아앙! 콰앙!!

머신 캅에 포탄 두 개가 작렬했다.

“이제 튀자!”

부아앙-!

불도저 장갑차가 출발했다.

뒤쫓아오던 드워프 경찰관들이 몽둥이를 들고 호루라기를 불렀다.

“쳇, 피죤 캅들이 올 테니 너희들은 안으로 들어가 있어.”

선우 일행이 장갑차 안쪽에서 천장을 바라봤다.

장갑차 내부에서 밖을 살펴볼 수 있도록 천장은 반투명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다.

“너희들 거기 총 보이지? 하나씩 집어.”

피-이익!!

멀리서 무언가 날아오고 있었다.

초대형 비둘기 떼였다.

비둘기 위에는 드워프들이 타고 있었다.

“저건 뭐야?”

“펑크리아 도시를 감시하는 순찰대. 비둘기를 타고 다녀서 피존 캅이라고 불러.”

비둘기들이 빠르게 쫓아왔다.

“나머지 죄수들도 풀어줘. 저 놈들 혼란스럽게 만들라고!”

“알았어!”

장갑차의 포신이 경찰서 건물을 포격하기 시작했다.

쾅! 콰쾅!!

감방이 몰려있던 벽이 모두 무너졌다.

갇혀있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쫓아오던 드워프 경찰관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피이익!!

하늘에서 비둘기 경찰들이 선우 일행이 탄 장갑차로 몰려들었다.

“거미줄 탄 발사!”

장갑차 상단에서 새로운 포신이 펼쳐졌다.

투슝!

포탄이 공중으로 날아가더니 갑자기 그물이 쫙 하고 펼쳐졌다.

거미줄처럼 펼쳐진 그물이 빌딩과 빌딩 사이에 들러붙었다.

그 아래로 장갑차가 지나갔다.

비둘기 경찰들이 황급히 아래쪽으로 급 하강을 했다.

“후후후. 야, 너희들 총은 쏠 줄 알지? 저 비둘기 경찰들이 다 아래쪽으로 통과할 거야. 일렬로 통과하는 순간 십자포화로 녹여버려.”

할리킹의 말이 끝나는 순간 비둘기 경찰들이 거미줄 밑으로 낮게 통과하기 시작했다.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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