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
제177화
선우는 라툰을 데리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라툰이 이끄는 엘라크를 타고 죽음의 눈동자 부족 영토에 도착한 선우.
엘라크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타난 둔그라드와 오크 거인들이 보였다.
라툰과 둔그라드가 말없이 눈빛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다가갔다.
선우에게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천둥의 날개’ 부족장과 ‘죽음의 눈동자’ 부족장이 만났습니다.]
[두 부족장이 그동안 얽혀있던 모든 오해를 풀면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오해로 인해 두 부족 간에 쌓여있던 불신의 싹이 제거되었습니다.]
[두 부족이 원만한 화해를 시작하였습니다.]
[마침내 오랜 원한관계를 청산하고 ‘천둥의 날개’ 부족과 ‘죽음의 눈동자’ 부족이 관계를 회복하였습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죽음의 눈동자’ 부족의 권속을 획득하였습니다.]
선우에게 많은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샴 대륙의 두 오크 부족의 권속을 획득하였다.
둔그라드가 말문을 열었다.
“정말 고맙다. 인간. 그대 덕분에 두 부족이 더는 서로 피를 흘리지 않게 되었다.”
라툰 역시 선우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무언가를 건넸다.
“이건 우리 부족의 신뢰를 획득하였다는 징표다.”
선우가 받은 것은 목걸이였다.
영롱한 빛이 나는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를 만지자 아이템 정보 화면이 나타났다.
<천둥의 목걸이>
등급: 레전드리
정보: 천둥의 날개 부족장에게만 전해지는 목걸이 장신구다. 목걸이에 달려 있는 보석을 만지면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린다. 마나를 끌어올려서 만지면 ‘천둥의 날개’ 부족의 오크를 소환할 수 있다.
뜻밖의 보상을 얻게 된 선우였다.
천둥의 목걸이에 달려있는 보석은 하늘빛이 반짝였고 속에는 옅은 번개가 미세한 거미줄처럼 잘게 찢어졌다가 사라지는 것이 간간히 비춰지고 있었다.
“오, 잘 쓸게.”
선우가 천둥의 목걸이를 목에 거는 순간.
띠링!
새로운 알림 메시지가 나타났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샴 대륙의 모든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다음 대륙의 진출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인피니티 로드의 마지막 대륙 ‘펑크리아’ 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펑크리아 대륙으로 진출하시겠습니까? Y/N]
마침내 선우가 기다리던 알림 메시지가 등장했다.
각 대륙 마다 플레이어가 얻은 클래스의 특성에 따라 다음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퀘스트들이 있었다.
플레이어마다 다르기에 공식화 할 순 없었다.
선우에게 샴 대륙에서 주어진 퀘스트는 결국 자신이 권속을 모아온 오크 부족들간의 화해와 통합이었다.
오랜 전쟁으로 인해 지쳐있던 오크 부족들의 앙금을 씻어내고 통합시킨 업적을 달성한 것이었다.
그 결과 샴 대륙을 가볍게 통과할 수 있는 보상이 주어졌고 그것이 마지막 대륙 ‘펑크리아’로 진출하는 것.
선우는 인피니티 클래스를 획득한 뒤로 각 대륙에 흩어진 부족의 오크들의 권속을 모아왔었다.
샴 대륙에서도 천둥의 날개 부족과 죽음의 눈동자 부족의 권속을 확보하였다.
이들 부족의 권속을 확보하자 마지막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선우가 펑크리아 대륙으로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펑크리아 대륙으로 진출이 가능해졌습니다.]
[현재 플레이어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 중 1가지만 선택하여 다음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선택한 아이템의 목록을 입력하세요.]
‘어떤 걸 고를까?’
선우는 볼케이노 해머, 드래곤 아머, 치타 부츠, 북극곰 털장갑 등 아이템을 모아둔 상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둥의 날개 부족장의 장신구인 천둥의 목걸이까지.
선우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걸 골라야지.’
[천둥의 목걸이 아이템을 입력하였습니다.]
[펑크리아 대륙으로 동반진출이 가능한 인원은 2명까지입니다.]
[같이 진출할 플레이어의 닉네임을 입력하세요.]
[‘코딱충’ 플레이어를 입력하였습니다.]
[‘불나방’ 플레이어를 입력하였습니다.]
선우는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그리고 통보했다.
“딱충이, 나방이. 이제 다음 대륙으로 넘어간다.”
“어. 응? 야, 잠깐만. 그건 또 뭔 소리냐?”
“이제 마지막 대륙 펑크리아로 진출할 수 있게 됐거든. 내가 너희들 닉네임 다 등록해놨어. 가자.”
코딱충하고 불나방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위이잉-!
선우 앞에 새로운 포탈이 하나 생성되었다.
“야, 난 간다. 너희들은 잘 있어라. 한 번씩 불러줄게.”
오크 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한 선우가 먼저 포탈로 들어갔다.
코딱충과 불나방이 따라서 들어갔다.
그리고 포탈이 사라졌다.
선우가 마지막 대륙에 진출한 기념으로 소속 에이전시에서 소소한 이벤트를 열었다.
그것은 바로 선우의 팬 사인회.
강남 모처에 사인회 장소가 마련되었고 선우를 실물로 보려는 팬들로 북적거렸다.
“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이뻐해주십쇼!”
선우는 자신을 찾아온 팬들에게 연신 꾸벅거리며 인사를 하고 악수도 해주고 사진도 같이 찍어줬다.
사인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자 에이전시 측에서도 놀라워했다.
행사 진행을 담당하는 담당자가 선우에게 다가와 속삭거렸다.
“선우님. 이제 조금 뒤에 팬 분들 모아서 궁금한 거 물어보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거예요.
“아, 네.”
선우가 사인을 모두 마쳤다.
몇 시간에 걸쳐서 사인을 해주니 손목이 뻐근했다.
“선우님. 이쪽으로 오세요. 질의응답은 저 쪽에서 할 거예요.”
선우가 담당자를 따라갔다.
“자! 지금부터 스타 게이머 김선우 님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짧게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팬 분들 중 평소에 선우님께 궁금한 게 있으신 분들은 뭐든지 질문해주세요.”
담당자의 말이 끝나자 앉아있던 팬들 사이에서 손이 마구 솟구쳤다.
선우가 팬들에게 대답을 하나씩 해주는 걸 담당자가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선우가 알려준 방송 계정으로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선우와 만나러 직접 오지 못한 전국의 팬들은 모두 담당자가 임시적으로 진행하는 스트리밍 방송으로 몰려들었다.
-올, 대박. 잘 보인다 ㅋㅋㅋㅋ
-김선우가 저렇게 생겼군.
-방장님. 생긴 게 예상했던 것보단 봐줄 만 하군요. ㅋㅋㅋㅋㅋ
-서울 살았으면 나도 갔는데 부산이라서 갔다 오기 넘 힘듬.
-와, 팬들 모여있는 숫자 봐. ㄷㄷ
-역시 인피니티 로드 마지막 대륙 진출했다고 급이 올라갔네. ㅋㅋ
스트리밍 방송으로 팬들의 후원금이 계속 터졌다.
선우의 방송은 질의응답 시간을 비롯한 모든 팬 사인회가 마무리 될 때까지 이어졌고 후원금도 마찬가지였다.
담당자는 선우의 돈 버는 수단에 혀를 내둘렀다.
“와, 혼자서 마지막 대륙까지 진출한 랭커답네.”
* * *
인피니티 로드 세계의 마지막 대륙.
모든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는 종착지.
펑크리아라고 불리는 일곱 번째 대륙에 선우가 도착했다.
“휴우, 여기는 다른 대륙들과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네.”
선우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이질적인 다른 대륙들과는 달리 친숙했다.
빵! 빵!
“야!! 운전 똑바로 안 하냐?”
“누가 할 소릴 지껄여? 죽고 싶냐?”
“어쭈? 이 자식 봐라. 야, 너 나와 봐.”
선우의 앞쪽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자동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마치 범퍼 카처럼 생긴 자동차부터 UFO 원반을 닮은 디자인, 탱크나 장갑차를 개조시킨 디자인.
흔히 알려진 슈퍼카들의 디자인 등등 플레이어들의 개성 넘치는 차량이 도로를 가득 채웠다.
자동차에 타고 있는 건 플레이어들부터 NPC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서로 자동차를 운전하다 싸움이 붙었고 그러면 PK까지 벌어지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삐-익!! 삐-익!!
어디선가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젠장. 경찰이다.”
서로 무기를 꺼내고 위협을 하던 플레이어들이 각자 자동차에 타고 부리나케 도망쳤다.
선우는 펑크리아 대륙의 풍경에 아직 적응하는 중이었다.
“야, 여기 정보를 알려면 어디를 찾아가야 하냐?”
코딱충에게 물어보려는 찰나였다.
“펑크리아 대륙에 처음 온 유저들인가요?”
경찰이 나타나 선우에게 물었다.
플레이어가 아니라 NPC였다.
“그렇습니다.”
“처음 왔으면 펑크리아 대륙의 주민으로 등록부터 해야 합니다. 가까운 주민등록센터를 방문해주세요. 만약 주민 등록을 하지 않고 24시간이 지난다면 경찰서에서 수배를 내려 체포를 하게 됩니다.”
“알겠습니다.”
펑크리아 대륙의 시스템은 마치 게임 밖 현실 같았다.
“야, 들었어? 주민 등록을 해야 한데. 이거 뭐 게임 속에 들어왔더니 밖에 나온 느낌이네.”
선우는 코딱충과 불나방을 데리고 경찰이 알려준 주민등록센터로 갔다.
주민등록센터는 분홍빛으로 반짝이는 커다란 간판을 붙이고 있었다.
간판 속에는 펑크리아 라고 적혀 있었고 네온사인처럼 불이 번쩍였다.
“이거 주민등록센터 맞아?”
“맞는데. 들어가자.”
센터 안으로 들어오자 NPC가 반갑게 맞이하였다.
“펑크리아 주민등록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NPC는 다크엘프였다.
선우가 말문을 열었다.
“주민 등록을 하려고 왔는데요.”
“저기 보이는 서류에 인적사항을 기입해주시고 여기로 가져와주세요.”
선우 일행이 서류가 놓인 곳으로 가서 볼펜으로 인적사항을 적기 시작했다.
인적사항은 플레이어의 레벨, 닉네임, 클래스, 스텟 정보부터 스킬, 아이템, 소속 길드 등등 여러 가지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코딱충과 불나방은 빠르게 적어나갔고 선우는 가장 먼저 다 작성한 뒤 다크 엘프에게 가져왔다.
“어머, 벌써 작성하셨어요? 엄청 빠르시네요.”
“이것만 내면 끝 이예요?”
뒤이어 코딱충과 불나방이 서류를 내밀었다.
“아닙니다. 조금 기다리시면 주민등록증이 발급될 거예요.”
조금 뒤에 다크엘프 NPC가 불렀다.
“김선우 플레이어님.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었습니다.”
다크엘프의 말이 끝나자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펑크리아 대륙의 신분증을 획득하였습니다.]
코딱충과 불나방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선우를 따라 주민등록센터를 나왔다.
“와, 여기 대륙 완전 신세계다. 꼭 현대 사회랑 미래 사회를 합쳐놓은 것 같잖아.”
“그러게. SF 영화에서 보던 아이템들이 많아.”
펑크리아 대륙은 곳곳에 신기한 풍경들로 가득 했다.
“어디로 먼저 갈까?”
선우 일행이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비켜!!”
“꺄악!! 소매치기다!!”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왔다.
선우가 쳐다보자 플레이어 한 명이 가방을 들고 낄낄거리며 튀고 있었다.
“오예!! 미션 클리어!! 하하하하!”
들어보니 소매치기 퀘스트 같은 걸 하는 중인 것 같다.
“야, 여기 저런 것도 해도 되냐?”
선우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리고 갑자기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펑크리아 미션 발생!
[소매치기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NPC의 가방을 빼앗아 달아나는 소매치기를 잡아 경찰에 넘기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매치기 사건을 해결하시겠습니까? Y/N]
“흐음~”
선우가 주위를 힐끔거린 뒤에 코딱충에게 물었다.
“야, 너희들 혹시….”
“우리도 받았어. 펑크리아 미션.”
“이게 아마 펑크리아 대륙에서만 발생되는 시스템 특징인 거 같은데.”
“어떻게 할까? 저거 플레이어 같은데 잡아도 되는 건가?”
“일단 부딪혀서 알아보면 되지. 가자!!”
선우 일행이 소매치기를 쫓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이제 이걸 갖다 주면 나는 보상을… 응?”
선우가 뒤 쫓아 오는 걸 발견한 소매치기.
“저것들은 뭐야…?”
“얌마!! 거기 서 봐!”
“젠장… 경찰 의뢰를 받은 유저들인가?”
소매치기 유저는 인벤토리를 꺼내 신발을 바꿔 신었다.
그리고 빠르게 튀기 시작했다.
파-앗!
통! 통! 통!
“어라? 저건 뭐지?”
“하하하! 점프 슈즈를 사두기를 잘했구만.”
소매치기 플레이어는 도로 위를 뛰어들었다.
그리고 바닥을 힘껏 점프를 하자 높이 솟구쳐 올랐다.
지나가는 차량의 지붕 위를 밟으면서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저거 어떻게 쫓지?”
“흐음….”
선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때마침 어떤 유저가 UFO 원반처럼 생긴 자동차를 세우고 내렸다.
근처 상점에 아이템을 사러가는 것 같았다.
“야, 저거 타고 가자.”
선우가 UFO 자동차를 향해 달렸다.
“야, 이거 남의 차잖아.”
“알게 뭐야? 그냥 가자.”
UFO 자동차에 타자마자 아무거나 만져대는 선우.
눈앞에 반투명한 알림 화면이 나타났다.
[차주가 맞으십니까? 비밀번호 네 자리를 입력하세요.]
“이런 젠장.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네.”
“야, 그냥 저기 보이는 택시 같은 거 많은데 저거 타고 쫓아가자.”
코딱충이 내리려는 찰나였다.
“맞췄다!”
띠리링!
벨 소리처럼 알림이 들려오더니 시동이 꺼져있던 UFO 자동차에 불이 들어오며 시동이 켜졌다.
부르릉-!
“어? 야, 어떻게 풀었냐?”
“빨리 타라.”
선우가 후다닥 엑셀을 밟았다.
부아앙-!
“어? 어어? 야!! 거기 서!!”
상점 안에 있던 플레이어가 뒤늦게 쫓아왔다.
하지만 이미 선우가 탄 UFO 자동차는 공중을 질주한 뒤였다.
부아앙-!
“와, 미친. 이거 장난 아니다.”
“펑크리아 대륙이 재미있구먼.”
선우가 깔깔거리며 핸들을 마구 돌렸다.
엑셀을 밟으며 속도를 냈다.
후아아앙-!!!
선우가 탄 UFO 자동차가 빠르게 빌딩 사이를 질주했다.
“저기 있다!!”
멀리서 자동차 지붕을 밟으면서 징검다리 건너듯이 질주하는 소매치기 플레이어가 보였다.
“좋았어, 가서 잡아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