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
제176화
“지금이다!!”
갑자기 칼데르스가 외쳤다.
쑤걱-!
무언가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라툰의 몸이 굳어지는 듯했다.
칼데르스의 비열한 웃음이 터졌다.
“크아하하하!!!!!”
“아, 시끄러워.”
선우가 귀를 후볐다.
“드디어! 라툰을 죽였다!! 네놈이 죽으면 자연히 엘라크가 네놈의 시체를 보러 오겠지! 사실은 네놈에게 환각 마법을 걸어서 엘라크를 먼저 사로잡으려고 했었는데 어쩔 수 없군. 내 환령으로 만들어낸 프로칸테스에 잘도 속아 넘어가다니. 하하하! 둔그라드와 그런 건 똑 닮았구나.”
“누굴 닮았다고?”
“으응?”
콰앙-!
칼에 찔린 줄 알았던 라툰이 눈앞에 있던 프로칸테스의 목을 부러뜨렸다.
그러자 프로칸테스가 공중에서 연기처럼 흩어졌다.
라툰이 돌아섰다.
“드래곤 망토가 아니었으면 꽤 위험했을 거다. 칼데르스.”
“이런 젠장….”
칼데르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라툰의 심장부위를 드래곤 망토가 감싸면서 환령으로 만든 프로칸테스의 칼을 막았던 것이었다.
“설마 했는데 진짜였을 줄이야….”
“아니야, 형제여. 내 말을 들어봐. 이건 무언가 오해라고. 내가….”
칼데르스가 뒷걸음질을 쳤다.
선우가 언제 나타났는지 칼데르스의 뒤꿈치에 발을 걸었다.
“끄아악!”
칼데르스가 뒤통수를 바닥에 찧었다.
고개를 들자 라툰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때 널 형제라 믿고 모든 것을 내어줬건만….”
“자, 잠깐. 라툰. 기다려 봐. 이건 대화로 풀어볼 수 있… 으아악!!!”
끔찍한 칼데르스의 비명이 동굴 곳곳에 울려 퍼졌다.
“오해해서 미안하다. 인간.”
“난 김선우인데… 아 뭐 오크니까 아무렇게나 불러라.”
“신뢰의 표식을 마셨다는 걸로 보아… 둔그라드는 깨어난 모양이군.”
“응, 내가 깨웠지.”
라툰의 눈동자에 묘한 눈빛이 깃들었다.
선우를 바라보는 라툰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게 사실인가?”
“물론이지.”
선우는 자신이 죽음의 눈동자 부족을 어떻게 데카투스의 뱃속에서 구해줬는지부터 둔그라드를 살려준 것까지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흘리지 않고 몽땅 이야기해줬다.
한참 동안 선우의 이야기를 들은 라툰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내가 그대를 오해해서 미안하다.”
라툰의 말이 끝나는 순간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천둥의 날개’ 부족장 라툰의 신뢰를 획득 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타임카드 1장을 발급받았습니다.]
선우는 모처럼만에 레벨을 확인했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520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520
민첩: 520
체력: 520
마력: 520
스킬: 없음
소유 스킬: 소환의 진
스킬 사용권: 4장
레벨을 확인한 선우는 타임카드 1장을 열었다.
[타임카드 1장을 열었습니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라툰의 지위를 회복시켜라.]
정보: 천둥의 날개 부족장이었던 라툰은 잠깐 사라지는 바람에 부족원들은 새로운 족장 자리를 놓고 이미 대결을 시작하였습니다. 라툰이 다시 족장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시간제한: 없음
퀘스트 클리어 조건: 천둥의 날개 족장 자리를 건 대결에 임하라.
보상: 천둥의 날개 부족의 권속.
마침내 선우가 바라던 보상이 들어있는 퀘스트가 나왔다.
‘오예, 빨리 해치워버려야지.’
선우는 슬슬 라툰에게 말을 걸었다.
“그건 그렇고… 여기 들어오기 전에 이미 너네 부족 애들끼리 한판 붙기 시작했던데 걔들 안 말려도 되냐?”
“아, 그렇지!!”
라툰이 그제야 생각난 듯이 벌떡 일어났다.
“더는 형제들의 피를 흘릴 수는 없다.”
라툰이 망토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거대한 소라 껍데기로 만든 고둥이었다.
고둥을 입에 대고 불기 시작한 라툰.
중저음의 고둥소리가 동굴 속에 번졌다.
“뭐하는 거야?”
“곧 여기서 나가게 될 거다.”
얼마 안 가 동굴의 천장 쪽이 부르르 하고 떨리기 시작했다.
“뭐지?”
선우와 코딱충, 불나방이 천장 쪽을 올려다봤다.
부스스스-
돌 조각과 가루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콰콰쾅!!!
콰앙!!
갑자기 천장 한 곳이 무너졌다.
그리고 하늘이 비춰졌다.
“뭐가 있다!”
코딱충의 손가락을 따라 선우와 불나방의 시선이 닿은 곳.
콰앙!!
거대한 발톱이 동굴의 천장을 갉아내고 있었다.
쿠르르르-
그리고 사나운 눈동자가 갈라진 천장의 틈을 가득 메우며 안을 쳐다봤다.
“이쪽에 있다. 엘라크.”
“엘라크? 저게 네 드래곤이야?”
“그렇다. 천둥의 날개 부족장만이 탈 수 있는 드래곤이지.”
엘라크는 갈라진 틈을 발톱으로 벌린 뒤에 모조리 뜯어냈다.
마침내 라툰과 선우 일행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휴우, 이제 나왔군.”
“벌써 시작되었구나.”
천둥바위에서 위를 올려다 본 라툰의 시선에 공허함이 느껴졌다.
이미 창공에는 수십 마리의 드래곤들이 공중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드래곤의 브레스가 서로 뿜어져 나오며 미사일처럼 서로를 격추시켰다.
“오… 젠장… 이미 막바지에 접어들었군.”
선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전투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곳곳에 비명을 지르며 추락하는 드래곤들 투성이였다.
“야, 라툰. 뭐하냐? 빨리 나가서 애들 말리지 않고.”
“새로운 족장을 뽑는 대결이 시작된 거라면 이미 나는 출전 자격이 박탈된 것이다. 만약 다시 도전하려고 한다면 새로운 족장이 뽑힌 뒤에 대결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내 손으로 또 다른 형제와 살육전을 벌여야 하지. 더는 그런 짓을 못하겠다.”
라툰의 눈빛에는 무언가 지쳐 있는 느낌이 가득했다.
“새로운 족장이 뽑히면 꼭 한판 붙어야 가능한 거냐? 그냥 네가 족장이었으니까 서로 좋게 이야기 하면 되지 않아?”
“새로 뽑힌 족장이 내게 족장의 지위를 되돌려준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순순히 내어줄 거였다면 저렇게 처절한 전투를 하지도 않았을 거야.”
라툰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뱉었다.
“그러면 내가 해줄까?”
선우가 끼어들 타이밍이었다.
“뭐라고?”
“나도 이걸 갖고 있걸랑.”
선우가 드래곤 아머 등 뒤의 날개를 좌우로 펼쳤다.
“흐음… 그대가 정말 족장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겠는가?”
“물론이지. 순식간에 제압하고 너한테 족장의 자리를 돌려주마.”
라툰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선우는 인벤토리를 열고 볼케이노 해머를 꺼냈다.
그리고 드래곤 아머의 날개를 휘저으며 날기 시작했다.
파아앗-!
높이 비상하며 날아오른 선우는 날개를 접었다 펴며 비행을 시작했다.
“하하하!! 이제 누가 내 상대가 되겠느냐!!”
족장 자리를 걸고 대결을 펼친 끝에 마지막까지 버틴 오크는 천둥의 날개 부족 서열 2위였던 둔카였다.
쇄애액-!
“으응?”
“이얍!”
빠아악-!!
선우가 뒤쪽에서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쿠에에엑!!!
볼케이노 해머로 선우가 때린 곳은 다름 아닌 드래곤의 날개 뼈 부근.
둔카가 타고 있던 드래곤이 오른쪽 날개 뼈를 맞고 옆으로 기울어버렸다.
“웬 놈이냐?”
“새로운 족장 자리에 도전한 놈이시다.”
드래곤 아머의 날개를 빠르게 조절하며 고속 비행을 시작한 선우.
볼케이노 해머로 이번엔 드래곤의 날개 반대쪽을 노렸다.
파캉!!
둔카가 서둘러 창을 휘둘렀다.
선우가 뒤로 물러나자 둔카가 돌진했다.
볼케이노 해머로 한 방 맞았던 둔카의 드래곤 역시 살기를 띈 채 포효했다.
쿠와아악!!!
드래곤의 아가리에서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선우가 날개를 휘저으며 잽싸게 옆으로 날아 도망쳤다.
“이 쥐새끼 같은 놈!!”
둔카는 드래곤을 타고 선우를 추격했다.
선우는 급선회를 하면서 옆으로 빠졌다.
“하늘에는 네놈이 숨을 곳이 없다!”
둔카가 드래곤을 타고 거리를 좁혀왔다.
선우는 방향을 바꿔 널기 시작했다.
구름이 많은 곳으로 들어간 선우.
둔카가 뒤따라 들어왔다.
“쳇… 머리를 좀 쓸 줄 아는 놈이로군.”
구름이 가득한 곳에 들어오면 시야가 방해된다.
선우는 이 속으로 숨어들은 뒤 기습을 노릴 작정이었다.
“흥, 이런 곳이라고 내가 못 찾을 것 같으냐?”
둔카는 드래곤을 시켜서 브레스를 내뿜게 했다.
투화아아-!!!
거대한 화염기둥이 가로로 뻗어나갔다.
화염방사기로 잡초를 태워버리듯이 구름을 없애기 시작했다.
“구름은 많아봤자 다 없애버리면 그만이다!!”
드래곤이 다시 브레스를 토해냈다.
구름이 차츰차츰 면적이 줄어들고 있었다.
선우가 숨어든 구름은 멀리서 보면 새하얀 장벽처럼 보일 정도로 거대한 뭉게구름이었다.
둔카는 드래곤의 브레스로 구름 전체를 다 없애버리려고 했다.
투화아악-!!!
브레스를 토해내면서 구름을 계속 줄여나가던 둔카.
“으응?”
뒤쪽에서 무언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거기냐?”
투화아악!!
구름이 사라졌지만 선우는 없었다.
무언가 둔카의 드래곤의 꼬리를 툭 치고 지나갔다.
“거기냐!”
화르르-!
구름이 없어졌지만 선우는 나오지 않았다.
“이 쥐새끼가 감히 날 희롱해?”
둔카는 드래곤의 브레스를 마구 쥐어짜냈다.
구름이 상당히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선우는 나오지 않는 중이었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 거야?”
둔카는 서서히 지쳐갔다.
그리고 드래곤 역시 과도한 브레스 사용으로 인해 더는 브레스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젠장….”
구름이 갑자기 몰려오며 둔카의 시야를 가리는 순간이었다.
빠악!!
볼케이노 해머가 둔카가 타고 있던 드래곤의 남은 날개뼈를 찍었다.
크에에엑!!!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선우는 볼케이노 해머로 계속 드래곤의 날개 부근을 공격했다.
“거기 있었냐?”
둔카가 선우를 발견하고 칼을 휘둘렀다.
선우는 계속 볼케이노 해머로 드래곤을 난타했다.
퍽! 퍽! 퍼퍽! 퍽!
마구 난타하는 순간이었다.
콰콰쾅!!!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났다.
10퍼센트의 확률로 볼케이노 해머의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졌다.
그것도 둔카의 드래곤의 몸통에서.
“끄아아악!!”
드래곤이 폭발하며 숯불구이가 되버렸고 둔카는 반쯤 타버리면서 아래로 추락했다.
“휴우, 깔끔하게 끝냈군.”
선우는 천둥바위로 돌아갔다.
* * *
“정말로… 그대가 둔카를 이겼다고?”
“물론이지. 아까 저기서 폭발 소리 못 들었냐? 그거 내가 요걸로 드래곤하고 같이 한방에 보내버리는 소리였는데.”
“허허… 정말 대단한 인간이로군.”
“자, 이제 내가 족장의 지위를 너한테 돌려줄게.”
선우에게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천둥의 날개’ 부족장이 된 김선우 님은 이전의 족장이었던 라툰에게 부족장의 지위를 넘겨주시겠습니까? Y/N]
선우는 라툰에게 부족장의 자리를 넘겨줬다.
메시지가 또 들려왔다.
띠링!
[라툰이 ‘천둥의 날개’ 부족의 새로운 족장이 되었습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천둥의 날개’ 부족의 권속을 획득 하였습니다.]
‘오예~ 이걸로 또 한 부족 획득이로군.’
선우가 좋아하는 찰나였다.
새로운 알림 메시지가 들려오면서 퀘스트가 발생하였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천둥의 날개 부족과 죽음의 눈동자 부족을 화해시켜라.]
등급: 연계 퀘스트
정보: 오랫동안 전쟁을 벌여온 두 부족을 화해시키세요. 플레이어에게 천둥의 날개 부족의 권속이 주어졌다면 죽음의 눈동자 부족을 설득시켜서 화해를 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의외로 순조롭게 화해가 이뤄질 것입니다.
시간제한: 없음.
퀘스트 클리어 조건: 천둥의 날개 부족장 라툰을 데리고 죽음의 눈동자 부족장 둔그라드를 만나게 하여 화해시킬 것.
보상: ‘죽음의 눈동자 부족’의 권속.
선우는 퀘스트 창을 닫으면서 라툰에게 말했다.
“야, 라툰. 너 나랑 같이 갈 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