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
제173화
“어라리요? 이게 뭔 소리래?”
선우는 뜬금없는 알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갑작스런 진화라니.
그것도 죽음의 눈동자 부족의 힘이 드래곤 아머에 스며들었다고?
알림을 제대로 확인할 틈은 없었다.
지금 선우는 전투 중이었으니까.
베누티아가 날카롭게 울부짖었고 하늘에서 선우를 향해 쇄도했다.
그 순간 선우의 드래곤 아머의 등 쪽 부위에서 이질감이 들었다.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마치 선우의 등뼈가 좌우로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으으으… 뭐가 이리 간지럽….”
간지러운 느낌이 확 긁어버린 것처럼 시원해지는 순간.
촤라락-!
드래곤 아머의 등에서 한 쌍의 날개가 좌우로 펼쳐졌다.
마치 거대한 박쥐의 날개처럼 펼쳐지더니 자연스레 휘젓기 시작했다.
알림 메시지가 또 들려왔다.
띠링!
[드래곤 아머가 1차 진화를 완료하였습니다.]
[드래곤 아머의 1차 진화 업적이 달성 되었습니다.]
[업적 보상이 주어졌습니다.]
[보상으로 비행 스킬 ‘천공의 질주’가 생성되었습니다.]
연속적인 알림 메시지를 들은 선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오예, 이제 날 수 있다!”
선우의 의지를 확인한 걸까?
새로 펼쳐진 날개가 힘차게 앞뒤로 휘젓더니 선우의 두 발이 공중에서 떠올랐다.
이를 멀리서 지켜본 프로칸테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베누티아를 타고 선우를 향해 쇄도하는 중이었다.
“으응? 저게 어떻게 된 거지?”
선우가 날개를 힘차게 저으면서 위로 솟구쳤다.
마주오던 베누티아의 턱뼈를 날려버릴 생각으로 볼케이노 해머를 휘둘렀다.
“터져버려라!”
“젠장!”
베누티아가 갑자기 급선회를 하면서 옆으로 도망쳤다.
“어딜!”
선우가 날개의 각도를 꺾으면서 추격했다.
“하하하! 이제 나도 날게 되었으니 넌 죽었다!”
쫓아오는 선우의 스피드가 한 층 더 빨라졌다.
순식간에 비행 스킬 천공의 질주에 적응해버린 선우.
당황한 프로칸테스는 연신 뒤를 돌면서 베누티아의 몸을 회전시켰다.
투하악!
진녹색의 안개가 구름처럼 퍼졌다.
선우는 날개를 접었다가 펴면서 아래로 급 하강을 시작했다.
베누티아의 독 브레스는 특정 범위 이상 퍼지지 않았다.
그보다 빠른 속도로 공간을 넓게 쓰면서 비행을 하면 독 브레스에 닿을 필요가 없었다.
선우는 동시에 U자 모양으로 곡선을 그리며 베누티아의 아래쪽 사각을 노렸다.
쇄애애액-!!
엄청난 속도로 솟구치는 선우의 공격.
볼케이노 해머를 뒤쪽으로 당겼다가 앞으로 휘둘렀다.
“이야아압!!!!!”
기합을 내지르며 볼케이노 해머를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끄어어…!”
프로칸테스의 비명이 터졌다가 끊어졌다.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공중에서 일어났다.
꾸-과아앙!!!!!
공기를 순식간에 말려버리는 엄청난 화염.
천둥바위 전체를 눈부시게 밝혔다가 사라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천둥의 날개 부족 오크들이 멍한 상태로 넋을 놓아버렸다.
“저…저게 뭐냐? 방금….”
오크들은 충격에 빠져버렸다.
기세등등하던 베누티아가 공중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
“프…프로칸…테스님이….”
“죽었다!! 프로칸테스님이 죽었어!!”
선우는 알림 메시지를 듣고 있었다.
띠링!
[‘천둥의 날개’ 부족 서열 3위인 프로칸테스를 처치하였습니다.]
[또 한 번의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프로칸테스는 천둥의 날개 부족에서도 잔혹한 성격 탓에 내부적으로 말이 많이 나오던 오크였습니다.]
[그의 횡포로 인해 피해를 보던 천둥의 날개 부족원들이 많았지만 족장 라툰은 같은 형제라는 이유만으로 부족에서 쫓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같은 동족끼리 죽고 죽이는 전투를 벌일 수는 없는 법. 때마침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인해 변수가 발생하였고 라툰을 대신하여 잔혹한 프로칸테스를 처단하게 되었습니다.]
[‘천둥의 날개’ 부족 안에서 프로칸테스가 어떤 역할을 맡던 오크인지 자세히 아시려면 다음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뜻밖의 메시지에 마지막 알림은 정보 관련된 내용이었다.
선우는 흥미가 일었다.
“프로칸테스가 나름 뭐가 있는 놈 같은데?”
본능적으로 낌새를 알아차린 선우는 눈앞의 반투명한 화면 속 버튼을 클릭했다.
화면이 바뀌면서 정보가 나타났다.
[프로칸테스는 ‘천둥의 날개’ 부족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피와 전투를 좋아하는 오크였습니다.
그가 타고 다니는 독룡 베누티아 역시 포악한 성격은 천둥의 날개 부족이 키우는 드래곤들 가운데 으뜸이었습니다.
그만큼 부족 안에서 사고를 많이 치던 오크였지만 잔인하고 집요한 복수심이 강한 탓에 아무도 섣불리 그에게 적대감을 갖는 걸 원하지 않았죠.]
가장 먼저 나온 정보는 프로칸테스의 개인 성격 관련된 것이었다.
중요하다고 보이는 정보는 그 다음에 나왔다.
[하지만 이런 프로칸테스가 일찌감치 환령을 부리는 대마도사 칼데르스의 꾐에 빠져 그와 손을 잡고 있을 줄 누가 알고 있었을까요? 아마 이 사실을 아는 것은 플레이어가 처음일 것입니다.]
“뭐시라? 칼데르스랑 손을 잡고 있는 오크였다고?”
칼데르스는 천둥의 날개 부족과 죽음의 눈동자 부족을 이간질 시켜서 전쟁을 일으켰던 주범이었다.
그런데 천둥의 날개 부족의 서열 3위 오크가 그와 손을 잡고 있었다니!
“가만 있자… 그러면 오크 거인들이 목격했다던 둔그라드와 프로칸테스의 싸움은 진짜였던 걸까?”
여기까지 정보를 얻게 되자 선우는 잠깐 헷갈리기 시작했다.
오크 거인들은 칼데르스가 환령을 부려서 둔그라드와 프로칸테스의 싸움을 조작했던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선우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프로칸테스는 이미 칼데르스와 같은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면 환령이라고 속이고 둔그라드를 프로칸테스가 직접 죽이려다 실패한 거라고 봐야 되는 건가?”
선우가 고민에 빠진 찰나 알림이 또 들려왔다.
[칼데르스는 프로칸테스와 손을 잡고 천둥의 날개 부족과 죽음의 눈동자 부족을 갈라놓았습니다.
그 대가로 천둥의 날개 부족의 족장 자리를 프로칸테스에게 주겠다고 하였죠.
아마 지금쯤이면 라툰 족장을 제거하려는 칼데르스의 음모가 진행 중일지도 모릅니다.
플레이어가 이 사실을 아는 즉시 서둘러 라툰 족장을 만나 경고를 하세요.]
마지막 알림이 나오는 순간 선우에게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라툰 족장을 만나 칼데르스의 음모를 전달하라.]
정보: 천둥의 날개 부족의 배신자 프로칸테스는 칼데르스와 손을 잡고 라툰 족장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활약으로 인해 프로칸테스는 최후를 맞이하였죠. 이제 칼데르스는 자신의 계획이 망가졌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는 새로운 계획을 짜서 천둥의 날개 부족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 전에 빨리 라툰 족장을 만나 사실을 전달하시기 바랍니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 천둥의 날개 부족장 라툰을 만나 칼데르스의 음모를 알려라.
보상: 천둥의 날개 부족의 신뢰 확보.
노멀한 퀘스트였다.
“오케이. 그러면 라툰이라는 오크를 만나야겠군.”
선우는 날개를 휘저으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젊은 오크 전투원들이 선우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프로칸테스를 죽인 선우였다.
서열 3위의 오크를 한방에 죽였으니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무언가 알 수 없는 희열과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왜냐하면 프로칸테스 로부터 여간 피해를 당해왔던 게 아니었으니까.
“진짜로 죽은 거 맞아? 혹시 또 어디선가 나타나는 거 아니지?”
“아냐, 너도 네 눈으로 봤잖아. 저 인간이 휘두른 해머에 맞고 독룡 베누티아와 함께 불타 없어졌다고.”
“이걸 봐! 찾았어! 베누티아의 앞발가락이라고.”
“나도 찾았어. 프로칸테스가 쓰고 다니던 투구다. 여기에 피가 말라붙은 자국도 있다고.”
“진짜로 죽었구나! 프로칸테스가 드디어 죽었다!!”
“만세!! 만세!!”
“야,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저 인간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아, 그, 그렇지.”
오크 전투원들이 뒤늦게 선우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행동을 자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알게 된 선우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선우는 곧장 퀘스트를 클리어하기로 했다.
“야, 너희들 족장에게 날 안내해라.”
“뭐, 뭐라고? 네놈이 뭔데 감히 우리 족장님을 만나겠다는 거냐?”
“시끄럽고 너희 족장에게 내가 긴히 할 말이 있으니까 빨리 안내하라고.”
“네놈은 우리 부족의 핵심 전력이던 프로칸테스를 죽였다. 그런 놈을 어떻게 족장에게 안내할 수 있겠냐!”
오크 전투원들은 속으론 좋아 죽을 것 같았지만 선우가 적이라고 생각했기에 겉으로는 반대로 행동했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를 꿰뚫어본 선우는 코웃음을 쳤다.
“야, 프로칸테스가 너희들 배신했다는 사실은 알고나 이러는 거냐? 지금 너희 족장이 위험하니까 빨리 안내하라고.”
“뭐, 뭐라고?”
“배신을 했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인간 놈이 간사한 거짓말로 우릴 속이려는 거다!”
“아오, 이 무식한 오크 놈들이 꼭 맞아야 말을 들으려나?”
선우가 치타부츠로 전력질주를 했다.
파바밧-!
엄청난 속도로 갑자기 달려오면서 오크 전투원 하나를 골라 볼케이노 해머를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으아악!!”
선우의 갑작스런 행동에 오크들이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다 죄다 주저앉았다.
“죽기 싫으면 빨리 안내해라. 너희 족장 어디 있냐?”
“데,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선우의 기에 눌려버린 오크들이 그제야 하나 둘 말을 듣기 시작했다.
멀리서 달려오는 코딱충과 불나방.
“야, 선우야!!”
“하하하! 난 역시 네가 해낼 줄 알았다! 정말 자랑스럽다 선우야!”
코딱충과 불나방이 선우를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야, 너희들 나 지금 바쁘다. 이따가 이야기 하고 따라오기나 해.”
선우 일행이 오크 전투원들을 따라 천둥바위 어딘가로 향했다.
* * *
라툰 족장의 처소.
“뭐라고?!! 그게 사실이냐?”
“그렇다. 프로칸테스는 너희들 부족을 배신한 지 한참 된 쓰레기였어.”
선우의 이야기에 천둥의 날개 부족원들이 모두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프로칸테스 놈이 비록 과격하고 사나운 성격을 가졌지만 최소한 부족에 대해 충성심만은 그 누구보다 높다고 믿었다.”
선우의 예상대로 라툰 족장은 사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라고 라툰 족장을 설득시켜야만 했다.
선우는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다.
“날 믿어라. 라툰. 너와 네 부족원 들은 모두 지금까지 프로칸테스 에게 속아왔던 거야. 그리고 대마도사 칼데르스 얘 있지? 이 자식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내가 아직 안 봐서 모르겠다만 보나마나 혓바닥 놀려가면서 프로칸테스랑 배신자 놀이 했을 거고. 너희들은 그런 배신자 놈들에게 속아서 죽음의 눈동자 부족에게 전쟁을 시작했던 거다.”
선우의 말에 다른 오크들이 술렁거리고 있었다.
“이럴 수가… 우리가 그러면 지금까지 벌여온 짓은 대체….”
“족장!! 이게 정말 다 사실인 거요?!”
“대답해주세요! 족장!!”
“정말 우리들이 칼데르스라는 마도사에게 속은 것도 모자라 프로칸테스에게 속아 죽음의 눈동자 형제들을 죽여왔던 겁니까?”
선우는 팔짱을 끼고 기세등등하게 라툰을 바라봤다.
천둥의 날개 부족 오크들은 모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라툰. 너도 충격을 받았다는 거 다 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빨리 나한테 네가 아는 마도사 칼데르스에 대해 모든 걸 알려줘. 내가 놈을 당장 없애줄게. 지금 너도 위험하다니까?”
선우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라툰이 갑자기 비열한 웃음을 띠더니 물었다.
“큭큭큭. 인간 놈 주제에 제법이구나. 내 계획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