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
제169화
선우는 에스키아 던전 1층 전체를 싹 돌아다녔다.
얼음상자는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리셋되었는데 위치가 계속 바뀌었다.
같이 모여 있는 얼음덩이의 개수도 달라졌고 드롭 되는 아이템의 종류도 달랐다.
선우는 1층에서 건져낸 파이어 해머의 공격온도 중 가장 높은 건 130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1층은 130도가 한계구나. 그러면 2층으로 가봐야지.”
모든 던전에서 1층은 가장 난이도가 쉽다.
그리고 2층부터는 난이도가 계속 올라간다.
따라서 드롭 되는 아이템의 가치도 높아진다.
선우는 2층으로 들어갔다.
키이익!
멀리서 한 무리의 펭귄 떼가 선우를 보자마자 달려오고 있었다.
빙판 위를 엎드려서 미끄러지듯 날아왔는데 엄청난 스피드였다.
선우의 눈앞에 몬스터 정보 화면이 나타났다.
<흡혈 펭귄>
정보: 던전에 침입한 플레이어들의 피를 빨고 심장을 쪼아 먹는 흉악한 몬스터다. 항상 무리 지어서 사냥을 하니 주의해야 한다.
흡혈 펭귄들이 빙판에 배를 깔고 봅슬레이 선수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선우는 먼저 빙판을 파이어 해머로 내려쳤다.
“이야압!”
콰앙!!
화르르-!!
불꽃이 튀면서 빙판 위에 불이 번졌다.
퀴에엑!!
흡혈 펭귄들이 날아오다가 불 속으로 골인을 해버렸다.
타다닥-!
타닥, 타닥.
“펭귄 바비큐 한 번 먹고 가야지.”
불에 통구이가 되어버린 흡혈 펭귄들이 맛있게 익어버렸다.
선우는 파이어 해머를 다른 바닥에 내려쳐서 모닥불을 만들었다.
그리고 근처에 구워진 흡혈 펭귄의 가죽을 벗기고 먹으면서 남은 뼈 같은 건 모닥불에 던져 넣었다.
“음~ 치킨 먹는 거 같네.”
흡혈 펭귄들 10마리를 모두 먹어치운 선우.
“아, 배부르네. 이제 다시 가볼까?”
일어나려는 찰나에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타임카드 1장을 발급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500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선우가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500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500
민첩: 500
체력: 500
마력: 500
스킬: 없음
소유 스킬: 소환의 진
스킬 사용권: 13장
선우는 타임카드를 뽑았다.
다시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타임카드 1장을 뽑으셨습니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에스키아 던전의 보스를 처치하라.]
등급: 레전드리
정보: 샴 대륙의 에스키아 던전은 언제나 꽁꽁 얼어붙은 얼음 던전입니다.
이곳의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면 오랫동안 잠들어 있는 에스키아 마녀의 방을 찾아낼 힌트를 얻게 될 것입니다.
물론 매우 특별한 무기를 보상으로 얻게 되는 것도 포함해서요. 플레이어의 행운을 빌겠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 에스키아 던전 10층의 보스를 처치할 것.
보상: 에스키아 마녀의 방 정보 획득, 세트 아이템 획득.
“오~ 대박이네. 보상이 2개나 되는 퀘스트군.”
에스키아 던전의 마녀가 보스 몬스터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보스 몬스터는 던전 10층에 있었다.
“보스가 따로 있는 거라면 보스 방부터 찾아야 되는데… 일단 이거 온도 더 센 걸 찾아본 뒤에 보스 방으로 가야지.”
선우가 파이어 해머를 짊어지고 얼음상자를 찾으러 갔다.
* * *
키에엑!
흡혈 펭귄 떼를 불살라버리는 선우.
“이거 너무 많이 먹으니까 좀 질리는 거 같네.”
펭귄을 다 먹은 선우가 일어났다.
쿠워억!!
뒤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뭐냐?”
쿵! 쿵! 쿵!
거대한 체구를 이끌고 선우에게 돌격하는 몬스터가 있었다.
선우의 눈앞에 몬스터 정보 화면이 나타났다.
<바다코뿔소>
정보: 적을 보면 돌격해서 거대한 뿔로 찔러 죽인다. 성질이 매우 사납고 무식하다.
코뿔소만한 크기의 몬스터가 선우에게 돌격해왔다.
선우는 우두커니 서 있다가 파이어 해머를 휘둘렀다.
“이야압!”
퍼어억!!
쿠웍!
바다코뿔소가 휘청거렸다.
그리고 스케이트를 타듯이 빠져나가는 선우.
“한 방 더!”
퍼어억!
화르르-!
바다코뿔소를 마구 후려쳐서 처치했다.
“이건 고기가 더 많군.”
선우는 파이어 해머를 골고루 두드려가면서 바다코뿔소를 구워냈다.
그리고 막 먹으려는 순간.
크아앙!
어디선가 또 몬스터의 울음이 들려왔다.
“아, 좀 먹고 하자. 이번엔 또 어떤 놈…”
후웅-!
퍽!
“쿠엑!”
선우가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스케이트 부츠를 바로 세워서 일어났다.
거대한 북극곰이 선우 앞에서 두 발로 일어나 포효를 했다.
<자이언트 폴라 베어>
정보: 에스키아 던전 2층에 서식하는 북극곰이다. 고기를 좋아하고 다른 몬스터가 잡은 먹이를 빼앗아 먹는 걸 즐긴다.
“이거 아주 양아치 몬스터네. 야, 이리 와. 그 가죽 벗겨서 내가 좀 입어야겠다.”
자이언트 폴라 베어는 선우가 잡은 바다코뿔소를 먹으려고 온 것이었다.
쿠워어-!!
자이언트 폴라 베어가 선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후웅-! 후웅-!
놈의 거대한 앞발이 선우의 얼굴을 스치듯이 지나갔다.
선우는 스케이트 부츠를 이리저리 방향을 틀면서 자이언트 폴라 베어를 유인해냈다.
퍽! 퍽! 퍼퍽!
쫓아오는 놈의 머리통을 파이어 해머로 한 방씩 때려 갈겼다.
자이언트 폴라 베어의 맷집과 생명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야압!”
뻐어억-!!
선우가 파이어 해머로 마침내 자이언트 폴라 베어를 쓰러뜨렸다.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자이언트 폴라 베어를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폴라 아머’를 획득하였습니다.]
자이언트 폴라 베어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었다.
선우는 즉시 붉은 바다표범 가죽갑옷을 벗었다.
“이게 더 따뜻할 것 같군.”
폴라 아머를 입어보니 엄청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추위는커녕 더위가 느껴질 정도로 따뜻했다.
“와, 보온 효과 끝내주네.”
폴라 아머는 두터운 털가죽으로 방어능력은 물론이고 내구력, 보온성까지 모든 걸 갖춘 가죽 갑옷이었다.
“이 정도면 보스 몬스터 잡을 때 도움이 되겠군.”
선우는 다시 파이어 해머를 들고 던전 3층으로 향했다.
* * *
코딱충과 불나방은 터덜터덜 샴 대륙의 사냥터를 걸어가고 있었다.
“에이 젠장. 김선우는 왜 대답이 없지?”
“어디로 끌려가서 연락이 안 되네.”
“그 망할 원숭이 NPC 놈들 김선우를 제물로 바친다고 끌고 가놓고는 아예 대답도 안 해주니 어디에 있는지 감도 안 잡히네.”
원숭이 재판관에 의해 제물로 끌려간 뒤로 선우는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
행방이 묘연해진 선우를 간신히 풀려나던 코딱충과 불나방이 찾고 있었다.
하지만 어딜 가도 선우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에이 젠장. 제물로 끌려가서 죽었으면 다시 로그인 하면 되는데. 귓속말에 답장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대장놀이 하면서 어떻게 기본이 안 되어 있어.”
“안 죽었는데 귓속말 못하는 상황 아니야?”
“그 자식 실력 정도면 귓속말을 어떻게든 하도록 상황을 만들었을 거야. 거 참 생각해 보니 진짜 이상하네. 왜 아무런 대답이 없는 거야?”
코딱충이 볼멘소리를 내면서 걸어가는데 불나방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야… 저거 봐.”
“뭐? 헉!!”
불나방과 코딱충이 동시에 발을 멈췄다.
이들이 걸어가고 있던 사냥터는 넓고도 넓은 평지였다.
가끔 튀어나오는 몬스터 몇 마리 잡으면서 수다 떨며 가고 있었는데 이들의 발을 멈춰 세운 몬스터가 있었다.
쿠르르르-!!
한눈에 봐도 압도당하는 웅장한 체구.
고래 몸통처럼 거대한 꼬리.
코끼리를 한방에 밟아죽일 것 같은 다리.
절벽을 긁어서 통째로 부스러뜨릴 것 같은 발톱.
바위를 녹여버릴 것 같은 화염.
몬스터들을 잘게 씹어 먹을 것 같은 송곳니.
넓게 펴는 순간 하늘을 뒤덮을 것 같은 날개.
마지막으로 사람을 홀릴 것 같은 눈빛.
바로 드래곤이었다.
“이런 젠장… 왜 여기서 드래곤을 만나는 거야?”
“아니, 드래곤이 왜 이런 평지에 있는 거지?”
코딱충과 불나방은 크게 당황했다.
드래곤 정도의 몬스터라면 틀림없이 위험한 난이도로 가득한 사냥터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지금 이들이 걸어가고 있던 사냥터는 그냥 다른 맵으로 이동할 때 흔히 가는 평범한 곳이었다.
쿠르르-!
드래곤의 눈빛이 코딱충과 불나방을 발견했다.
“젠장… 우릴 봤어.”
“움직이지 마! 가만히 있어.”
쿠으으-
드래곤이 엎드려 있다가 몸을 서서히 일으켜 세웠다.
쿵! 쿵!
코딱충과 불나방의 시선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이런 망할… 우린 이제 죽었다.”
“아직 안 죽었어!”
“뭘 믿고 안 죽었다는 거야? 저거 뭔지 몰라? 저거 드래곤 이라고. 그냥 몬스터가 아니라 드래곤!”
불나방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코딱충이 대답했다.
“야, 저거 봐. 저거 고삐잖아.”
“응?”
코딱충의 눈에 이질적인 게 들어왔다.
그것은 드래곤의 목과 등에 장착되어 있는 안장과 고삐였다.
“후후후, 처음엔 기절하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지켜보니 찾아냈어. 저 드래곤은 완전히 야생의 드래곤이 아니야. 누가 길들인 거라고.”
“야, 길들여도 드래곤은 드래곤 이잖아.”
“쉿. 저 등 쪽을 잘 보라고. 누가 타고 있잖아.”
“뭐?”
불나방은 코딱충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정말로 누군가 드래곤 등 위에 타고 있었다.
“뭐지? 저건… 인간이 아닌 거 같은데.”
쿠-흡! 쿠르르-
드래곤이 엉금엉금 도마뱀처럼 기면서 코딱충과 불나방에게 다가왔다.
이들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쿵! 쿵! 쿵! 쿵!
드래곤의 발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거렸다.
“젠장! 저게 여기로 오고 있어. 튀자!”
“진정해, 불나방. 저 정도 드래곤이 우리한테 오는 튀면 뭘 해? 괜히 드래곤 자극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코딱충과 불나방이 침을 삼켰다.
“젠장… 그냥 드래곤한테 죽고 로그아웃이나 하는 게 속 편하겠다.”
“조용히 하라고.”
쿠와아아-!!!!
갑자기 드래곤이 코딱충과 불나방에게 포효를 터뜨렸다.
“으으….”
코딱충과 불나방이 드래곤의 기세 눌려 뒤로 주저앉아버렸다.
“허억… 허억…”
완전히 얼어붙은 둘 앞으로 드래곤이 다가와 완전하게 섰다.
쿠르르-
드래곤의 사나운 눈빛이 이들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때마침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들에게 묻겠다.”
굵고 거친 목소리에 코딱충과 불나방이 위로 고개를 들었다.
드래곤의 등 위에 올라탄 거대한 오크가 이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크?”
“저게 뭐야? 오크가 드래곤 위에 올라탔어. 저게 말이 돼?”
오크는 여전히 사나운 눈빛으로 이들에게 물었다.
“김선우 라는 인간을 아느냐?”
“네?”
불나방과 코딱충에게 오크란 평소 같으면 당장 잡아 족쳤을 몬스터였다.
그런데 드래곤 등 위에 올라탄 오크는 일반적인 오크랑 분위기부터가 완전히 달랐다.
“야, 오크가 지금 우리한테 선우를 물어보는 거 맞지?”
“그런 거 같은데…. 근데 왜 김선우를 몬스터가 찾아? 아니지. 저 오크가 김선우를 어떻게 아는 거지?”
쿠르릅-!
드래곤이 납작 엎드려서 불나방과 코딱충의 앞쪽으로 주둥이를 들이밀었다.
크르르-
살벌한 송곳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코딱충과 불나방이 얼어붙었다.
“아, 알고 있습니다!!”
불나방이 대답했다.
“무슨 사이냐?”
“대장입니다.”
오크의 눈빛이 꿈틀거렸다.
“그렇다면 나와 갈 데가 있다. 드래곤 위로 올라타라. 거절은 사양한다.”
코딱충과 불나방이 서로 쳐다보며 대답을 못했다.
그러자 오크가 물었다.
“발톱에 잡혀서 가고 싶으냐?”
“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