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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65화 (165/200)

# 165

제165화

선우는 자신을 삼켜버린 데카투스의 목구멍 아래로 떨어졌다.

“으어!, 윽! 윽!”

여기저기 푹신하고 끈적한 곳에 부딪히면서 계속 밑으로 굴러갔다.

“아으으….”

일어난 선우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기함을 했다.

“뭐, 뭐야? 여기는?”

선우는 지금 데카투스의 위장 속 어딘가에 와 있다.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데카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응? 뭐라는 거야? 데카랜드?”

알림 메시지를 듣자마자 선우의 눈앞에 반투명한 화면이 나타났다.

<데카랜드>

정보: 샴 대륙에서 가장 알려진 게 없는 미지의 왕국이다. 죽음의 용 데카투스의 몸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전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걸 확인하려고 데카투스의 먹이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뜻밖의 장소를 발견한 선우였다.

“이런 게 다 있었군. 설마 몬스터 안에 왕국이 있을 줄이야.”

데카투스의 뱃속에는 선우가 상상하던 그런 위장 구조가 아니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마치 다른 이세계에 떨어진 것처럼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진짜일까? 가짜일까?

선우가 하늘을 보면서 다시 데카랜드 왕국의 풍경을 살펴봤다.

“이거 진짜 용의 뱃속 맞아?”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질적인 풍경 속에서 선우가 적응 못하고 있는 찰나였다.

“침입자다!! 침입자가 나타났다!!”

“아니야, 모험가야.”

“네가 어떻게 알아?”

“무기가 없잖아.”

어디선가 시끄러운 무리들이 떠들면서 나타났다.

원시인 복장을 한 난쟁이들이었다.

“뭐냐? 너희들은.”

난쟁이들이 다가오면서 외쳤다.

“우린 데카 족의 원주민들이다. 그대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

“데카 족?”

이들은 자신들을 데카 족이라고 소개했다.

데카투스 안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과 왕국.

꽤 낯설었지만 선우는 이곳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나는 데카투스라는 용한테 먹혀서 여기에 왔는데.”

“오!!!”

“야, 들었어? 들었어? 먹혔데.”

“오! 신기해.”

데카 족의 원주민들은 모두 3명이었다.

그리고 기껏해야 다섯 살에서 일곱 살쯤 된 어린아이만한 체격들이었다.

거기에 장난감처럼 생긴 창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선우가 신기한지 계속 요리조리 살펴봤다.

“너희들 여기 살고 있냐?”

선우가 물어보자 후다닥 뒤로 물러나면서 창을 겨누는 원주민들.

“그건 왜 물어보냐?”

“너도 여기 뭐 훔치러 왔지?”

“아닌데.”

“거짓말 하지 마!”

원주민들과 선우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무슨 소란들인가?”

“족장님.”

뒤쪽에서 수풀을 헤치고 뚱뚱한 체형의 원주민이 나타났다.

좌우에는 활을 멘 원주민들이 그를 호위하고 있었다.

“외지에서 새로운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모험가라니까.”

“다들 조용! 저자를 끌고 오너라.”

“예!”

선우의 바짓가랑이에 옹기종기 달라붙는 원주민들.

“빨리 가자고. 으으윽….”

“야, 이 자식 안 움직여.”

선우를 끌고 가기에는 원주민들이 너무 작았다.

하는 수 없이 선우가 걸어가자 그제야 원주민들이 좋아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왕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원시적인 움막이 가득한 부락이었다.

“넌 외부 세계에서 왔다고 했지?”

족장이라기에는 다른 원주민들처럼 어린 뚱보가 철퍼덕 주저앉고 물었다.

‘여기는 뭐 족장이고 뭐고 아무런 체계도 없는 건가?’

족장이 앉으니 다른 원주민들이 너도나도 아무 바닥이나 앉았다.

“뭐해? 앉어.”

처음 봤을 때랑 달리 너무 편하게 말하는 원주민 꼬마들.

선우도 앉았다.

“야, 근데 너네들 부모님들은 안 계시니?”

“응? 그게 뭔데?”

“아니다, 아무것도.”

선우는 더는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데카투스의 뱃속인데 이세계 같은 왕국이 있는 걸 보니 알려지지 않은 히든 맵 같았다.

“난 데카랜드의 부족을 이끌고 있는 족장 카투라고 한다. 넌 이름이 뭐냐?”

“김선우.”

“으음~ 이름이 세 글자네.”

선우의 모든 것이 신기한 듯한 원주민들.

“너희들은 여기서 언제부터 살고 있었냐?”

“아주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지. 여기서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거든.”

“뭐라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

카투 족장은 선우에게 데카랜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 * *

코딱충과 불나방은 원숭이들에게 곤욕을 치르는 중이었다.

빠악-!

“터졌다!!”

“우꺄꺄꺅!”

원숭이 병사들 중 하나가 마침내 코코넛을 터트렸다.

묶여있던 코딱충의 머리통에 맞자마자 반으로 쩍 갈라져버린 코코넛.

원숭이 병사는 코코넛의 과즙을 벌컥 들이키면서 얼굴에다 붓고 사방에다 뿌리면서 환호했다.

“아우… 지랄 났네. 이 자식들이 남의 머리통 납작하게 만들려고 작정했나.”

한편 불나방은 레몬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우웩!”

결국 마시지 못하고 토해버리는 불나방.

“잠깐만요. 이거 언제까지 우리가 당해야 하는 겁니까?”

불나방을 내려다보며 경비병 NPC가 원숭이 재판관을 쳐다봤다.

원숭이 재판관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봐라. 이제 그만 풀어줘라.”

“어~ 나 아직 못 먹였는데.”

원숭이 병사들이 또 어디선가 레몬 즙을 짜서 한 바가지를 들고 대기 중이었다.

“처벌은 끝났다. 거기 코코넛! 그만 때려.”

코딱충의 머리통에 코코넛을 내려치던 원숭이 병사들이 동작을 멈췄다.

“이제 다 풀어줘라.”

불나방과 코딱충은 만신창이가 된 채로 마을로 돌아왔다.

“어으으… 온몸이 지금 신맛이 나는 거 같다.”

“야, 내 머리통 지금 어떠냐?”

코딱충이 머리를 만지면서 누워 있었다.

“멀쩡한데.”

“이런 빌어먹을... 머리통 갈라지는 줄 알았네. 망할 원숭이 자식들.”

“야, 난 레몬즙만 한 트럭을 빨아먹었어. 지금 내 피 뽑으면 아마 신맛 날걸?”

“김선우 이 자식은 또 어디로 간 거야?”

코딱충과 불나방이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샴 대륙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정보나 알아보자.”

“원시인 놈들 사회에서 문명인들이 개고생을 하고. 에휴 짜증나.”

코딱충이 투덜거리면서 일어났다.

* * *

선우는 데카랜드에서 재배하고 있는 달콤한 과일에 푹 빠져 있었다.

“오, 이거 맛있구먼.”

처음 보는 신기한 열매와 과일들이 가득한 데카 왕국의 논밭에서 선우는 뷔페처럼 돌아다녔다.

원주민들이 선우에게 이것저것 잔뜩 먹이는 중이었다.

“너도 조금 있으면 나처럼 될 거야.”

뚱보 족장 카투는 낄낄거리며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야, 그런데 여기서 너희들은 뭐하고 사는 거냐? 그냥 이런 거나 먹으면서 사는 거야? 안 지겨워?”

“지겨울 게 뭐 있어? 먹을 건 넘쳐나고 위험한 건 없는데.”

“그렇구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우는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원주민들이라고 하자니 너무 어려 보였고 데카투스의 뱃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좀 뜬금없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어으, 배부르다.”

실컷 먹고 나니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졸리지? 빨리 자.”

갑자기 원주민들이 잠에 빠진 선우를 들쳐 메고 어딘가로 뛰어갔다.

한참 뒤 눈을 뜬 선우.

“으음….”

주변이 어두컴컴했다.

“벌써 밤인가?”

선우가 일어났다.

“야~ 어이~ 너희들 다 어디 갔냐?”

불러 봐도 누구도 대답이 없었다.

“뭐야? 이건… 응?”

선우는 그제야 자신이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덜커덩-!

위를 올려다보니 천장의 뚜껑이 열리고 낯선 눈동자가 나타났다.

“으음,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군.”

커다란 외눈이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저건… 사이클롭스?”

선우의 눈에 낯익은 몬스터였다.

“뭐지? 몬스터 여기 없다고 아까 걔들이 그랬….”

선우의 말을 들었는지 사이클롭스가 폭소를 터뜨렸다.

“쿠하하하!! 그걸 믿다니. 모처럼 멍청한 인간을 다 보겠군.”

“야~ 뭔데?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나도 좀 알려줘라.”

“흐음~~ 그런데 다른 인간들하고 달리 네놈은 왜 겁을 먹지 않지? 이 상황이 무섭지 않은 것이냐?”

“무섭긴 뭐가 무섭냐? 이따가 나갈 건데.”

“뭐? 나가? 쿠하하하!”

사이클롭스가 침을 튀어가며 웃어제꼈다.

“넌 나갈 수가 없어. 왜냐하면 이곳은 죽음의 용 데카투스의 뱃속이니까.”

“그래, 나도 알아.”

“그런데도 나간다고? 어떻게? 무슨 수로?”

“나야 모르지. 하지만 내가 나간다고 했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거야.”

“큭큭큭. 지금까지 봤던 모든 인간들 중 가장 멍청하고 정신 나간 놈이로군. 이런 놈을 잘못 먹었다간 탈 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사이클롭스의 말에 선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야, 그런데 너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냐? 아까 원주민 애들은 여기 위험한 게 없다고 했었는데.”

“큭큭큭. 그 원주민들 말하는 거냐?”

사이클롭스의 외눈이 천장의 뚜껑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원주민 한 명이 나타났다.

“오! 야~! 나 여기서 좀 꺼내주라.”

“꺼내주면 안 돼.”

“응?”

어딘가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보니 원주민은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 몸이 굳어있는 채 사이클롭스가 손으로 흔들고 있었다.

원주민의 목소리도 사이클롭스가 흉내내고 있던 것.

“뭐야? 인형이었잖아. 야~! 진짜 원주민들은 어디다 감췄냐?”

다시 사이클롭스의 외눈이 나타났다.

“큭큭, 정말 멍청한 놈이로군. 여기엔 원주민 따위는 없어! 이 바보야!”

“없다고? 아까 내가 봤는데.”

“이걸 봤겠지.”

“어라?”

사이클롭스는 이번엔 다른 원주민을 천장 뚜껑에서 선우에게 보여줬다.

“카투 족장?”

“큭큭, 어떠냐? 이름 마음에 드냐? 이건 내가 심혈을 기울여 잘 만들어낸 인형이거든.”

“인형?”

선우는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데카랜드 라고 떠벌리던 원주민들이 모두 살아있는 인형이었던 것이었다.

“잠깐… 근데 쟤는 사이클롭스 잖아. 멍청한 몬스터로 유명한데 어떻게 사람 같은 인형을 만들어?”

선우의 혼잣말을 들었는지 사이클롭스가 버럭 소릴 질렀다.

“다 들린다!! 망할 인간 놈아! 지금 당장이라도 먹어 치워버리는 수가 있어.”

“그럼 먹던가.”

“뭐라고?”

선우는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야 했다.

지금 들어와 있는 곳은 사방은 좁고 위아래 수직으로 높이 이어진 원통 같은 감옥 이었다.

“크흐흐흐, 네놈 이제 보니 겁이 없는 게 아니라 정신이 나간 놈이로군.”

사이클롭스는 자기 자랑을 떠벌리기 시작했다.

“나는 보통 사이클롭스가 아니야. 네놈이 봐온 다른 외눈박이 괴물들과 같은 취급 따윈 하지 마라!”

“달라봤자 거기서 거기지. 너도 외눈박이 괴물이잖아.”

“웃기지 마! 난 진화한 사이클롭스다. 여기서 비밀스런 마법을 터득했거든.”

“마법? 그게 뭔데?”

“흥, 알려줄 수 없다.”

“야, 그러지 말고 알려줘라. 그러면 외눈박이라고 안 놀릴게.”

“…궁금하냐?”

“응. 뭔데?”

사이클롭스가 갑자기 우쭐해진 눈빛을 드러냈다.

“케하하하!! 궁금하긴 한가 보군. 그러면 조금만 알려주지. 내가 데카투스에게 먹히고 나서 꼼짝 없이 죽은 줄로만 알았지. 하지만 정신 차리고 보니 이런 풍경이 펼쳐지지 않겠어? 돌아다녀보니 내게는 완전 천국이더라고. 바깥은 위험한 몬스터들과 날 사냥하려는 인간들로 가득한데 여기엔 그런 게 없었으니까.”

사이클롭스의 말을 들으면서 선우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게다가 데카투스가 집어삼킨 몬스터와 인간들이 가끔 여기에 들어오면 내가 얼마든지 해치울 수 있었지. 놈들은 이미 데카투스에게 당할 대로 당한 뒤였거든.”

“그렇구나.”

선우가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는 것 같자 사이클롭스는 점점 더 신이 났다.

그리고 알려줘서는 안 될 이야기를 입에 담기 시작했다.

“사실은… 이곳에는 아주 신기한 마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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