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
제161화
“김선우, 기필코 이 자리에서 네놈을 단죄하렸다!”
“야, 게임인데 너무 심각한 거 아니냐?”
“시끄러!”
퍼컹!
후우웅-!
혜각 대사의 금강곤이 좌우로 매섭게 휘둘러졌다.
선우가 뒤로 상체를 눕히면서 부드럽게 회피하고 도망쳤다.
질룡답보 스킬로 혜각 대사의 금강곤의 타격범위 밖으로 깃털처럼 빠져나갔다.
“다람쥐 같은 놈! 언제까지 도망만 칠 수 있을 거라 생각 하냐?”
후웅! 후웅!
혜각 대사의 금강곤은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황금빛이 번쩍였다.
대충 봐도 고급스러운 이미지.
후웅!
선우가 뒤로 공중제비를 돌면서 금강곤을 회피했다.
다시 바닥을 차고 혜각 대사를 향해 돌격하는 선우.
혜각 대사가 금강곤으로 선우를 맞이하려는 순간이었다.
쇄애액!
위에서 옥룡쌍검 중 한 자루가 혜각 대사의 뒤를 노렸다.
“흥! 어딜!”
파카앙!
금강곤으로 옥룡쌍검을 쳐냈다.
오크 마인의 어검술로 나머지 한 자루의 검이 혜각 대사의 옆을 노렸다.
채캉! 채캉!
혜각 대사의 금강곤과 오크 마인의 옥룡 쌍검이 화려하게 충돌했다.
위, 아래를 누비며 옥룡 쌍검이 찌르기와 베기를 연속으로 이어갔다.
후웅! 후웅!
금강곤을 앞뒤로 돌려가며 옥룡 쌍검의 쾌속 찌르기를 방어하는 혜각 대사.
그 사이 인벤토리를 열어 선우가 흑룡검을 꺼냈다.
“흑사초격!”
피슝-!
날카로운 검기가 발사되었다.
“흥!”
혜각 대사가 금강곤을 가볍게 돌리면서 흑사초격을 파쇄 시켰다.
선우는 흑사초격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투슝! 투슝!
혜각 대사는 금강곤을 둥글게 휘저으며 흑사초격을 방어했다.
“어디서 이런 가냘픈 검기 따위를….”
부우우우-!
혜각 대사가 엄청난 내력을 전신으로 끌어올렸다.
금강곤으로 내력이 담기면서 사방으로 기감이 팽창하였다.
파앗-!
혜각 대사가 높이 도약하며 선우를 향해 금강곤을 휘둘렀다.
“금강파멸곤!!”
파콰쾅!!
콰앙!
선우가 폴짝 폴짝 뛰어다니며 모조리 피해버렸다.
혜각 대사가 내력 소모가 심한 공격 위주로 하도록 일부러 유도하고 있었다.
한편 코딱충과 불나방은 대마진인을 없애버렸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이…. 감히 날 기습해?”
사라져가는 대마진인이 코딱충 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시끄럽다. 이 아이템들은 우리가 아주 잘 써먹을게.”
대마진인이 드롭한 아이템들을 코딱충과 불나방이 주워 먹었다.
“이야, 완전 배 터지겠는걸.”
코딱충은 정파 간의 내전이 벌어진 틈에 가장 값어치 있을 만한 아이템만 골라 먹었다.
“야, 저놈들이 또 왔는데?”
“응?”
멀리서 설연곡과 묘령진인이 보였다.
“아까 도망치지 않았던가?”
자세히 보니 설연곡 뒤로 누군가 쫓고 있었다.
퍼퍼펑-!
“크아악!”
설연곡이 뒤에서 날아오는 검기에 바닥을 뒹굴었다.
묘령진인도 엉망진창인 채 밀리고 있었다.
휘리릭-!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종잇조각들이 마구 흩날리고 있었다.
“풍절화마(風節火魔)!!”
뒤쫓아오던 플레이어가 반장(半掌)을 한 채 외쳤다.
그러자 종잇조각들이 묘령진인의 소매와 몸통에 물에 젖은 휴지처럼 달라붙었다.
치지직-!
“으어억!”
쾅! 콰앙!
묘령진인의 온몸이 또 한 번 불타올랐다.
“잘 걸렸다. 묘령진인 네 이놈!!”
이들을 뒤쫓아온 건 모산파 길드의 마스터이자 장문인 위각이라는 플레이어였다.
설연곡을 몰아붙이는 여자 플레이어는 아미파의 왕연.
민첩한 칼놀림으로 설연곡의 검을 희롱하며 급소를 찔러댔다.
“크헉!”
“이 빌어먹을 양아치 자식들. 아주 끝장을 내주마.”
“자, 잠깐만 기다려봐.”
설연곡과 묘령진인은 허둥지둥 도망쳤다.
이들이 속수무책인 이유는 너무 지쳐 내력이 바닥났기 때문.
소림의 나한들과 무당파의 무사들이 협공을 펼쳐 계속 몰아붙였었다.
결국 내력을 대부분 소모하며 이들을 해치웠는데 그 타이밍에 아미파와 모산파와 맞닥뜨렸다.
일방적으로 당하며 다시 선우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설연곡은 코딱충과 불나방이 서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봐! 너희들 우릴 구해라!”
복마신검을 들고 있던 코딱충에게 설연곡이 외쳤다.
“뭐라는 거야?”
불나방과 코딱충이 피식 하고 웃음만 흘렸다.
“8대 정파 중 하나이자 명문 화산의 길드장 나 설연곡을 구해주면 너희들의 목숨을 보존… 커헉!”
코딱충이 복마신검으로 설연곡의 가슴을 찔렀다.
“으… 너….”
“야, 다 죽어가는 문파에서 무슨 장문인 타령이냐? 빨리 갈 놈은 가야지.”
우우웅-!!
옆에 있던 불나방이 달마검에 내력을 불어넣었다.
그 다음 일합에 설연곡의 목을 쳐버렸다.
깔끔한 연속 공격.
이걸 본 묘령진인이 분노했다.
“근본도 없는 사파만도 못한 개 양아치 자식들! 게임 참 더럽게 한다!!”
“야, 넌 뒤나 돌아봐.”
“으어억!”
묘령진인의 등 뒤에는 종잇조각들 수십 장이 달라붙어 있었다.
모산파의 위각이 웃고 있었다.
“이걸로 끝이다. 풍림화산!”
쿠화아악!!!
“끄아악!”
묘령진인이 엄청난 화염에 휩싸였다.
얼마 못 가 생명력이 바닥나고 캐릭터가 사라졌다.
왕연과 위각을 본 불나방이 공격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야, 선우가 일단 뒤로 빠져 있으래.”
“뭐? 왜?”
“나야 모르지. 시키는 대로 하자.”
코딱충과 불나방은 자리를 떴다.
퍼엉!! 콰쾅!!
이들이 자리를 뜨고 얼마 안 가 선우가 나타났다.
“끄으으….”
선우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혜각 대사가 오크 마인과 대등한 공방을 펼치는 걸 구경하던 선우.
다른 곳에서 설연곡과 묘령진인을 몰아붙이던 왕연과 위각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좀 더 머릴 굴려보면 손쉽게 이들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크 마인 소환을 해제한 뒤 혜각 대사를 일부러 더 약 올렸다.
혜각 대사는 선우의 꿍꿍이를 알지 못했으니 더욱 거센 공격으로 몰아붙였다.
당하는 척 하면서 선우는 일부러 바닥을 뒹굴면서 엉망진창 꼴을 만들었다.
그리고 왕연과 위각이 보는 앞에서 일부러 혜각 대사의 공격을 맞으면서 바닥에서 신음하는 연기를 했다.
완벽한 선우의 연기에 혜각 대사가 속아 넘어갔다.
기세등등해진 혜각 대사가 외쳤다.
“하하하하!! 갑자기 뭐가 어떻게 된 거냐? 개망나니 자식. 넌 곱게 못 죽이지. 일어나, 일어나라고 짜식아!”
혜각 대사를 발견한 왕연이 위각에게 물었다.
“이봐. 나랑 협공을 하면 혜각 대사는 간단하게 해치울 수 있지 않아?”
“흥, 이 기회에 소림을 정리하겠다는 거냐?”
“저 꼴을 보라고. 김선우 저놈을 상대하느라 혜각도 지쳐 있어. 게다가 무림공적 김선우는 혜각에게 엉망으로 당했고. 이 정도면 우리가 정리하는 데 어려움은 없지.”
위각이 잠깐 고민을 하다 대답했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좋아. 그럼 지금 혜각을 정리해버리자.”
왕연과 위각이 눈치를 주고받으면서 혜각 대사에게 다가갔다.
혜각 대사는 금강곤으로 선우의 목을 짓누르고 있었다.
“크흐흐흐, 이 쥐새끼. 드디어 잡았구나. 요놈!!”
선우는 왕연과 위각이 다가오는 걸 발견하고 더욱 열렬하게 연기를 펼쳤다.
“으으… 끄으억!”
혜각 대사가 더욱 세게 금강곤으로 짓눌렀다.
“엄살 떨지 마라!! 이 양아치 놈. 크흐흐. 맛이 어떠냐? 으응?”
“혜각 대사님. 모처럼 만에 몸 좀 푸셨나 봅니다.”
“아~ 모산파의 위각, 아미파의 왕연이로군. 거 얼굴 잊어먹을 뻔 했는데 이렇게 보니 반갑구먼.”
“그 자는 무림공적 김선우 아닙니까?”
“응, 내가 이놈을 아주 길들이는 중이지. 그냥 죽일 수야 없지.”
선우는 금강곤을 양손에 붙들고 발버둥치는 시늉을 했다.
왕연과 위각은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 누구도 없었다.
무림인들의 캐릭터들이 다 사라져가고 있을 뿐.
왕연이 위각에게 눈치를 줬다.
위각은 슬며시 조그만 종이 부적을 스르륵 바람에 흩뿌렸다.
종이 부적들이 모기떼처럼 혜각 대사의 등과 바지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왕연이 옆에서 기습을 했다.
쉬이익!
파캉!!
“이제 무슨 짓인가?”
혜각 대사는 김선우를 누르는 와중에 금강곤을 틀어서 왕연의 검을 막았다.
왕연이 검을 미끄러지듯이 옆으로 빼내면서 다시 찌르기를 했다.
“흥! 감히 나 혜각 에게 도전하려는 거냐? 그렇다면 큰 실수를 저질렀구나.”
“그동안 소림이 너무 오래 해먹었지요.”
왕연이 화려한 칼놀림으로 혜각을 몰아붙였다.
금강곤으로도 따라가기 힘든 칼이었다.
혜각 대사가 뒤로 크게 물러나며 내력을 끌어 모았다.
부우우우-!!
“이 간사한 잡것들을 단숨에 박살내주지.”
하지만 혜각 대사의 내력이 끌어올려지자 등과 바지에 달라붙었던 종이 부적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후우우~!
“응?”
콰콰콰쾅!!!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왕연과 위각이 웃음을 터뜨렸다.
“제대로 먹혔군.”
“쿠헉!!”
혜각 대사가 화염 속에서 비틀거리며 나왔다.
선우가 바닥에 누워 이들의 싸움을 보며 옆으로 기어갔다.
그리고 오크 마인을 소환할 준비를 하며 코딱충에게 귓속말을 넣었다.
“휴, 이제 셋팅 완료.”
혜각 대사가 왕연, 위각과 마지막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승부는 뻔히 흘러갔다.
“크헉! 이 빌어먹을 자식들이… 감히 내가 누군지 알….”
“이제 더는 알고 싶지 않으니 여기서 끝내지.”
왕연이 칼로 혜각 대사의 심장을 찔렀다.
그 다음 뒤로 빠져나오는 순간.
콰콰쾅!!
위각이 붙여놓은 종이 부적들이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큭큭큭. 이제 소림도 끝났군.”
왕연과 위각이 웃는 순간이었다.
쇄애액-!
옥룡 쌍검이 이들을 덮쳤다.
그리고 기다렸단 듯이 코딱충과 불나방이 위각을 공격했다.
“크윽! 뭐냐?”
선우가 흑룡패왕도를 꺼내들었다.
“흑룡패왕격!”
투카앙!
“끄악!”
다 죽어가는 줄 알았는데 선우가 갑자기 맹렬한 공격을 펼치자 당황한 위각.
종이 부적을 꺼내려다 코딱충의 복마신검에 손목이 베였다.
“앗 따가!”
코딱충은 복마신검으로 연속 찌르기를 펼쳤다.
반대 방향에서 불나방이 달마검을 들고 위각의 다리를 베어버렸다.
코딱충이 위각의 남은 손목마저 베어버린 뒤에 자잘한 검기로 연속기를 퍼부었다.
정신없이 난타당하는 위각.
마지막 공격은 선우의 것이었다.
“흑룡포!!”
빠우웅-!!
위각이 흑룡포를 정면으로 맞고 바닥에 처박혔다.
생명력이 바닥난 위각의 캐릭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코딱충은 옥룡 쌍검에 맞서고 있는 왕연을 쫓아갔다.
“이런 치사한 자식들!”
“빨리 정리할 놈들은 정리해야지.”
선우가 부서진 바위에 앉아 싸움 구경을 했다.
이미 승패는 결정 난 거나 마찬가지.
오크 마인과 코딱충, 불나방의 공격이 왕연에게 몰려들었다.
왕연의 검이 아무리 빠르다고 하지만 이들의 공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
“야!! 초마진인! 숨어있지 말고 당장 튀어나와!!”
왕연이 외치자 근처 건물 잔해가 부스럭거렸다.
“이 치사한 놈! 안 나와!! 쫄았냐!! 너 거기 숨어있는 거 내가 아까 다 봤어!!”
선우가 흑룡패왕도를 휘둘렀다.
퍼어엉!!
“끄아악!”
플레이어 하나가 건물 잔해에서 튀어나왔다.
무당삼로 중 마지막 생존자인 초마진인 이었다.
“왕연! 죽을 거면 너 혼자 죽을 것이지 나까지 끌어들여?”
옥룡쌍검이 초마진인을 덮쳤다.
그리고 선우가 질룡답보 스킬로 초마진인을 쫓았다.
“으아악! 잠깐만. 이봐 김선우. 협상을 하자. 날 살려주면 난 아무짓도 안 하고 그냥… 야, 야! 잠깐!!”
선우는 초마진인을 흑룡패왕도로 마구 후려팼다.
옥룡쌍검의 공격을 방어하다가 흑룡패왕도에 맞아 죽어버린 초마진인.
그는 사실 무당삼로 중 무공의 강함보다는 정치적인 수법으로 올라섰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전쟁이 마구 터지니 당황한 나머지 도망을 치다가 걸렸던 것이다.
“야, 얘 죽었으니 너도 죽어라.”
선우가 왕연을 마무리 하라고 사인을 보냈다.
“이봐, 김선우. 난 네가 무림공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던….”
“시끄러. 빨리 처리해.”
코딱충과 불나방이 자신들의 필살기를 왕연에게 퍼부었다.
“아악!”
왕연이 죽고 캐릭터가 사라지는 순간 선우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무림의 장문인들을 모두 제거하였습니다.]
[쿤타 무림 세계를 제패하였습니다.]
[쿤타 대륙의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