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
제160화
선우는 대마진인의 배신과 혜각 대사와 꾸민 짓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공개해버렸다.
갑작스런 공개에 당황한 건 시청자들이었다.
-미친. ㄷㄷㄷㄷㄷㄷㄷ 저게 지금 뭐하자는 거임?
-와… 지금 대마진인이 유송정 등에 칼 꽂는 거냐? ㄷㄷㄷㄷㄷㄷ
-다들 반응이 왜 이럼? 쿤타 무림에서 저런 일 한두 번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
-대마진인이 유송정 칼 꽂을 만한 실력이 되던가?
-아냐, 저거 보면 혜각 대사 같이 있잖아. 뭔 수를 썼나 보네.
-소림 길드 놈들 혼자서 잘난 척 고상한 척 폼이란 폼은 다 잡더니만 진짜 더럽다.
-항간에 돌았던 루머가 사실인가 보군. 혜각 대사가 유송정이 다음 무림맹주 되는 거 막을 거라더니 ㄷㄷㄷㄷ
-결국 유송정을 쳐내고 대마진인을 길드 마스터 자리에 앉히려는 건가.
-야, 잠깐 근데 이거 방장님이 찍어 올린 거 아님? 저런 걸 쟤들이 스스로 공개할 리 없을 텐데.
-맞음. 주인장이 찍어 올린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 저걸 어떻게 찍었지? ㅋㅋㅋㅋㅋㅋㅋ
-방장님도 위험한 거 아니냐 ㄷㄷㄷㄷㄷ
-위험하긴 뭐가 위험하냐? 천하의 김선우에게 위험한 것 따윈 없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즐기면서 선우는 영상을 계속 추가로 촬영하고 또 올렸다.
혜각 대사와 대마진인이 나누던 이야기들까지 녹취하는 것처럼 올려버렸다.
졸지에 당황하기 시작한 건 소림 길드.
“대사님. 대사님.”
“무슨 일이냐?”
“긴급히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거라.”
“저… 그게….”
소림 길드 소속 나한이 대마진인의 눈치를 보면서 혜각 대사에게 전음을 보냈다.
- 지금 김선우가 대사님과 대마진인과의 밀담은 물론이고 유송정을 제거한 걸 영상으로 올렸습니다.
전음을 들었으니 전음으로 대답해야 하는데 혜각 대사는 너무 놀라버렸다.
“무엇!!!”
“대사님. 쉿! 쉿!”
“김선우 그 망할 요괴 자식이 뭐를 어디다 올려?!!”
“대, 대사님.”
“아니, 그게 지금 무슨 말씀이신지…. 대사님, 누가 뭘 올렸다고요?”
대마진인의 말에 뒤늦게 아차 싶었던 혜각 대사.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아… 하하하. 그게… 그러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대사님. 김선우가 뭐를 올렸다는 겁니까?”
혜각 대사가 나한을 힐끗거리면서 대답했다.
“아무래도 김선우가 자네와 내가 유송정에게 한 짓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올렸나 보군.”
대마진인은 어이가 상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 개망나니가 뭐를… 올렸다고요?”
“자네가… 장문인 유송정 등에 칼을 꽂고 마무리 짓는 거 말일세.”
대마진인의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여기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마진인 님.”
나한이 대마진인에게 선우가 올린 영상 화면을 보여줬다.
거기에는 자신이 유송정 등 뒤에 칼을 비정하게 찔러버리는 장면과 마무리를 하는 모습이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되어 있었다.
게다가 혜각 대사와 나누는 모든 이야기들까지!
“이, 이걸 대체 어떻게….”
“아무래도 김선우 놈이 근처에서 우릴 엿봤던 게야. 여봐라. 빨리 김선우 그자를 찾아내라. 놈은 혼자서는 안 되니 협공으로 반드시 없애버려야 한다.”
“알겠습니다. 대사님.”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혜각 대사. 지금 그보다 더 급한 것이 있습니다.”
“아니, 지금 이보다 더 급한 게 뭔가?”
“어차피 이 영상을 올려버렸으니 해명이야 나중에 하고 무림 원칙대로 김선우를 없애버리고 우린 뻔뻔하게 그냥 지내면 됩니다. 하지만 화산파 놈들은 뒤탈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아, 그렇지. 설연곡 그 자가 있었지.”
“대사님. 놈을 뒤쫓아간 나한들의 귓속말에 의하면 화산파는 본거지를 공동파의 두천봉이 공격했다 해서 부랴부랴 돌아갔다고 들었습니다.”
“공동파가? 그놈은 또 왜 끼어든 거야?”
혜각 대사의 물음에 나한이 대답했다.
“그게… 공동파의 신물인 복마신검을 화산파가 가져갔다고 알고 있다고 합니다.”
“복마신검…?”
혜각 대사와 대마진인은 서로 의심하는 눈빛을 뿌렸다.
“어쨌건 두천봉이 화산파 본진을 쳤으니 우리는 꿩 먹고 알 먹는 셈이겠군.”
“저, 그런데 그게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또 왜?”
“곤륜파의 묘령진인이 화산파를 돕겠다고 참전했거든요. 그거 때문에 두천봉이 밀리고 있었는데 거기서 갑자기 김선우의 부하들이 나타나서 다시 전세가 역전되었다고 합니다.”
“뭐~라?”
혜각 대사의 수염이 바르르 떨려왔다.
이제 주먹을 더 세게 쥘 힘조차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콰앙-!
혜각 대사가 열이 받은 나머지 옆에 있던 벽을 발로 차 부숴버렸다.
“대체 김선우 그 망할 자식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안 끼는 데가 없군!”
“대사님. 곤륜파가 참전했으니 틀림없이 아미파와 모산파도 끼어들 겁니다. 곤륜파가 남의 전쟁에 끼어든 타이밍을 그들이 놓칠 리가 없으니까요.”
대마진인의 말에 혜각 대사가 대답했다.
“아아… 그렇지. 아미파와 모산파는 곤륜과 화산을 벼르고 있었으니….”
“그들은 곤륜과 화산만 벼르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유송정이 과거 놈들에게 많은 짓을 했으니 어떻게든 무당파에도 갚아주려고 할 겁니다.”
“하하하! 걱정 마시게. 이미 그건 내가 다 조치를 취해놨으니까.”
“예? 아니 어떻게….”
“내가 가장 먼저 손을 써둔 게 그 둘이라네. 놈들이 전쟁에 나타나봤자 무공을 펼치지 못할 걸세. 하하하.”
의미심장한 웃음을 띤 혜각 대사를 보며 대마진인은 더는 입을 떼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들 뜻과는 조금 다르게 무림전쟁으로 흘러가는 것 같군요.”
“어쩔 수 없지. 우린 서로 뜻을 세운 대로 갈 길 가면 되네. 어차피 저들끼리 물고 뜯고 다 죽어갈 때 우리가 정리를 해준다면 훨씬 편하지 않겠는가?”
혜각 대사가 비열하게 웃어댔다.
대마진인이 동조하는 척 속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역시… 이 늙은이는 믿을 게 못 되는군. 모든 것을 그저 자신의 무림맹주 자리를 위해 써먹어야 할 도구로 보는 놈이니….’
혜각 대사는 대마진인을 슬그머니 곁눈질 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자, 이제 설연곡의 동생 놈을 끌고 화산파로 놀러나 가보세.”
* * *
쾅! 콰앙!
스걱!
“다 베어버려!!”
공동파의 무사들과 화산파, 곤륜파의 무사들이 격돌을 벌이고 있었다.
“이럴 수가… 화산오검이….”
설연곡이 아연실색했다.
화산파를 대표하는 다섯 명의 초절정 고수 화산오검의 멤버들이 모조리 죽어버렸다.
상대는 달마검을 든 불나방과 복마신검을 든 코딱충.
두 사람의 공격에 화산오검의 유저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와… 이 정도의 위력을 내는 검법일 줄이야….”
코딱충은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복마신검으로 쓰는 복마검법의 위력은 결투를 하는 맛이 났다.
달마검을 쓰는 불나방도 마찬가지였다.
스으응-!
불나방이 달마검 끝에 내기를 끌어올렸다.
투콰앙-!!
엄청난 쾌속으로 날아가는 검기가 소나기처럼 수십 개로 갈라졌다.
그리고 공동파 무사는 물론이고 화산파와 곤륜파 무사들에게 퍼부어졌다.
“크악!”
“이, 이 자식이… 김선우!!”
선우는 공동파의 두천봉과 맞닥뜨렸다.
“너… 내 복마신검을 팔지 않았던 거냐?”
“응.”
두천봉이 검을 뽑았다.
“야! 모두 김선우 저 자식을 없애라! 다른 놈은 상관하지 마라. 저 놈만 없애!! 제발!!”
공동파의 무사들이 일제히 김선우를 향해 달려가는 순간.
투쾅!!
“크윽!”
선우가 흑룡패왕도를 꺼내들고 흑천마공을 썼다.
한 방에 공동파 무사들 여럿이 바닥을 뒹굴며 날아갔다.
“젠장, 저거 너무 세잖아.”
“이야압!”
선우는 신이 난 것처럼 흑룡패왕도를 무차별 난사했다.
쾅! 콰쾅!! 콰앙!
“뒤로 물러나라!!”
“크억!”
선우의 공격에 결국 공동파 무사들 대부분이 사망했다.
두천봉 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쿨럭….”
흑룡패왕도의 위력에 거의 다 죽어가는 두천봉.
“너희들 아이템은 요긴하게 잘 써줄게.”
왕소륜과 오초백은 선우의 명대로 공동파 무사들의 가장 비싼 아이템만 골라 주워 담았다.
두천봉이 선우의 일격에 결국 생명력이 바닥났다.
화산파와 곤륜파의 무사들도 코딱충과 불나방이 처치했다.
그리고 화산파 설연곡을 뒤쫓아온 소림 나한들이 가세했다.
혜각 대사의 명을 받고 설연곡의 마지막 남은 측근 무사들을 공격했다.
“네 이놈들!! 대체 같은 정파간에 이게 무슨 짓들이냐?”
“묘령진인님. 일단 피하십시다.”
설연곡과 묘령진인이 서둘러 대피했다.
뒤늦게 나타난 혜각 대사가 나한들에게 명을 내렸다.
“화산파와 곤륜파의 장문인들이 아직 살아있다. 쫓아가서 완전히 끝을 내라.”
대마진인 또한 무당파의 남은 고수들에게 설연곡과 묘령진인을 끝장내라고 명을 내렸다.
“혜각 대사님. 혹시나 싶어 아미파와 모산파 길드의 동향을 파악해봤는데… 역시나 놈들은 설연곡과 묘령진인을 먼저 쫓고 있더군요.”
“하하, 아미파의 왕연, 모산파의 위각 둘 다 가장 먼저 설연곡과 묘령진인을 찾고 싶을 테지. 당한 걸 갚아주려면 지금만큼 절호의 기회도 없을 테니.”
“허면 그들을 싸움시켜서 같이 죽게 만들 생각이십니까?”
“두고 보면 알겠지. 하하하.”
여전히 혼자 낄낄거리며 웃는 혜각 대사.
그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 있었으니.
빠악!!
선우의 발차기였다.
“크억!”
혜각 대사가 앞니를 드러내며 웃다가 갑자기 바닥이 얼굴을 향해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철푸덕!!
“대, 대사님!!”
“야, 니들은 이 자식 없애버려.”
대마진인의 뒤로 코딱충의 복마검법이 펼쳐졌다.
“복마절령초!”
촤촤촤-!
바늘처럼 가느다란 검기 수백 발이 어지럽게 난사되었다.
“크윽.”
다급히 뒤로 물러나는 대마진인.
그의 뒤에서 이번엔 불나방이 나타났다.
“달마대멸격!!”
스와앙!
“으아악!”
콰콰쾅!!
엄청난 쾌검에 실려 있는 무시무시한 검기.
대마진인이 칼을 들어 막았지만 두부처럼 갈라버리며 상체에 큰 데미지를 입혔다.
코딱충이 뒤에서 다시 대마진인을 복마신검으로 난도질했다.
불나방은 앞에서 대마진인을 몰아붙였다.
“야, 잠깐만…. 이 자식들… 치사하게….”
“치사고 나발이고 그딴 게 어디 있냐?”
코딱충과 불나방이 신나게 대마진인을 공격했다.
이들도 선우를 따라다니면서 저도 모르게 물들고 있었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그리고 선우의 마지막 희생양이 될 무림의 거두가 남아 있었으니.
“이… 개망나니 자식이 죽고 싶어서 아주 발악을 해대는 구나!!”
바로 혜각 대사였다.
이를 드러내며 웃던 중에 선우의 이단 옆차기를 맞고 바닥에 얼굴을 처박아버렸다.
앞니가 휑하니 비어 있는 혜각 대사를 선우가 놀려댔다.
“파하하하!! 이빨 빠진 땡초네. 깔깔깔.”
“어라? 내, 내 이가….”
그제야 앞니가 허전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혜각 대사.
“이놈… 마침 잘 걸렸다. 감히 팔각문을 박살내고 달마검법을 훔쳐갔겠다?”
선우는 대답 대신 오크 마인을 소환했다.
“땡초, 여기서 깔끔하게 끝내주지.”
옥룡쌍검이 스르릉 칼집에서 빠져나왔다.
오크 마인의 눈에서 붉은 빛이 새어나오자 혜각 대사는 인벤토리를 열고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봉을 꺼냈다.
“내 금강곤(金剛棍)으로 네놈하고 그 빌어먹을 꼭두각시 모조리 다져주마.”
혜각 대사의 금강곤을 발견한 선우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오, 저것도 비싸 보이는데…. 꼭 뺏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