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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57화 (157/200)

# 157

제157화

선우는 달마검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기다렸단 듯이 묵지가 선우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캐삭빵이다. 이의 있냐?”

선우가 대답했다.

“진짜 캐삭빵 하려고? 고작 이 칼 먹겠다고?”

“고작이 아니야! 그 검은 정파 8대 신검 중 하나이자 소림의 달마검법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신물이다. 그 검을 손에 넣으면 내가 당장 소림을 차지할 수 있지.”

“그럼 너도 달마검법을 익혀뒀냐?”

“물론이지. 소림을 차지하고 싶은 야망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든 그 검법을 익혀뒀을 거다. 단지 쓰지 못할 뿐.”

묵지의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 달마검법 자체는 소림 길드의 플레이어들 중 상위 랭커들은 다 익혀둔 것 같았다.

달마검이 없어 쓸 수 없을 뿐, 누구든 찾아내기만 하면 당장 소림의 길드장이 되겠다고 설쳐댈 게 뻔했다.

선우를 노리는 묵지처럼.

“캐삭빵 할 거냐? 말 거냐?”

묵지가 자신 있게 제안했다.

선우는 슬쩍 스트리밍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떡밥을 던졌다.

“시청자 여러분들. 지금 보이십니까? 소림 길드의 간부인 묵지가 저한테 캐삭빵을 하자네요. 할까요? 말까요?”

시청자들의 반응은 선우의 예상대로였다.

-해요, 해! 해!

-캐삭빵 ㄱㄱ

-묵지 순삭 ㄱㅅ

-소림 길드 핵심 전력이 묵지 아님? 여기서 캐삭빵 하면 주인장한테 개꿀 ㅋㅋㅋㅋㅋ

-묵지 순삭시키고 소림 혜각이 순삭하러 갑시다.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캐삭빵을 미리 알린 선우.

“야, 하자.”

묵지가 킬킬거리며 비웃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시청자들한테 물어보냐? 한심한 놈.”

“이 몸은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먹고 산다. 당연히 물어봐야지. 빡빡아.”

“뭐? 빡빡이?”

묵지의 이마에 핏줄이 불뚝 솟았다.

“빡빡이한테 캐삭빵 한 번 당해봐라.”

묵지가 선우에게 캐릭터 삭제를 건 결투를 신청했다.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플레이어 ‘묵지’ 님으로부터 결투를 제안받았습니다.]

[묵지 님께서 제안한 결투의 조건은 캐릭터 삭제와 아이템 독식입니다.]

[묵지 님의 결투 제안을 수락하시겠습니까? Y/N]

[플레이어 김선우 님께서 묵지 님의 결투를 수락하였습니다.]

[결투가 시작됩니다.]

선우가 묵지의 캐삭빵을 수락했다.

카운트가 끝나고 결투가 시작되었다. 묵지가 철포곤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훙훙훙훙-!

“이 철포곤(鐵砲棍)으로 곱게 빻아주지.”

파앗-!

묵지가 철포곤을 가로로 휘둘렀다.

스와악!

파공음을 내면서 철포곤이 선우의 머리에 휘둘러졌다.

선우가 슬쩍 뒤로 빠졌다.

쾅! 쾅!

묵지의 철포곤이 좌우 벽을 강타했다.

콰르르-

협곡의 절벽이 금이 가며 흔들거렸다.

“백팔철포(百八鐵砲)!!”

묵지의 철포곤이 108개의 잔상을 보이며 뻗어나갔다.

투콰쾅!!

선우가 질룡답보로 날아올랐다.

아래쪽이 온통 헤집어지고 난리가 났다.

“어딜!!”

묵지가 선우를 향해 철포곤을 겨눴다.

“일섬곤(一閃棍)!!”

피-슈웅!!

철포곤 끝에서 번쩍이는 곤기(棍氣)가 총알처럼 발사되었다.

“윽!”

퍼컹!!

선우가 미처 피하지 못할 만큼 빠른 공격이었다.

하지만 흑천마공의 내력이 어느 정도 무마시켜 데미지는 없었다.

묵지는 철포곤을 들고 선우를 쫓았다. 선우가 공중에서 발을 박차고 다시 방향을 틀었다.

질룡답보 스킬로 바닥에 안착한 선우.

인벤토리에서 흑룡패왕도를 꺼냈다.

그오오-!

선우가 내력을 끌어올렸다.

구우웅-!

흑룡패왕도 끝에 도기가 모여졌다.

“흑룡포!”

쿠-슝!!

검은 대포알 같이 뭉쳐진 도기가 발사되었다.

“응?”

쇄애액!

묵지를 향해 덮쳐오는 흑룡포.

철포곤을 든 묵지가 외쳤다.

“일섬포격(一閃砲擊)!!”

촤촤촥!

묵지의 철포곤이 빠르게 찔러졌다.

흑룡포의 도기를 철포곤이 바늘로 풍선을 찌른 것처럼 터뜨렸다.

콰아앙!!

자욱한 연기가 협곡을 가득 메워버렸다.

“쿨럭! 쿨럭!”

묵지가 기침을 하면서 입을 가렸다.

선우는 이미 질룡답보로 연기가 닿지 않는 높이까지 솟아올랐다.

“이쯤에서 끝내주지. 흐읍!!”

구우웅-!

양손으로 잡고 있는 흑룡패왕도 끝으로 도기가 몰려들었다.

엄청난 내력이 끌어올려지자 선우가 외쳤다.

“흑룡멸살!!”

흑룡패왕도로 쓸 수 있는 흑천마공의 9성 스킬 흑룡멸살.

선우의 흑룡패왕도 끝에서 거대한 흑룡의 발톱 형상이 뻗어나갔다.

휘이익-!

“응?”

묵지가 뒤늦게 알아차렸다.

“젠장!”

콰콰콰쾅-!!!

발톱 형상의 도기가 협곡의 절벽이란 절벽은 모두 긁어내면서 사방을 휘저었다.

절벽이 무너지면서 묵지를 향해 덮쳤다.

“으어어!!”

묵지가 재빨리 도망을 쳤지만 좌우 협곡이 무너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크윽!”

결국 도망칠 퇴로마저 무너진 절벽으로 막혔다.

콰르르-!

아직도 무너지면서 거대한 돌무더기들이 해일처럼 몰려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위들.

묵지가 철포곤을 휘둘렀다.

펑! 펑! 콰앙!

사방에서 떨어지는 바위와 돌무더기를 철포곤으로 걷어내며 퇴로를 확보한 묵지.

간신히 소협곡을 빠져나온 묵지가 대협곡 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억…허억….”

내력을 완전히 소진해버렸다.

철포곤을 들고 있을 힘마저 없었다.

“젠장… 진짜 개죽음 당할 뻔했네.”

묵지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였다.

쉬이익!

“응?”

퍼억!!

“쿠엑!”

등 뒤에서 발차기가 날아왔다. 일어나던 묵지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푸헙!”

얼굴을 땅에 처박았다가 다시 일어난 묵지.

“퉤! 퉤! 푸풉! 어으, 젠장….”

코와 입으로 흙먼지가 잔뜩 들어가 버렸다.

“어라? 코피?”

묵지 뒤에서 선우가 히죽거리며 서 있었다.

“여기 딱 좋다. 빡빡이의 최후에 걸맞는 장소인데.”

“한번만 더 빡빡이라 불리면 죽는다.”

“안 무서운데?”

선우가 혓바닥을 보이며 묵지를 놀렸다.

묵지가 호흡을 가다듬은 뒤 외쳤다.

“나한들 있느냐!”

몇 초 뒤.

파앗!

스스슥-!

대협곡 근처 외진 곳에서 108명의 나한들이 나타났다.

“후후후, 이 몸은 소림 길드 나한당을 이끄는 당주이기도 하지. 다른 소림 간부들과는 차원이 달라.”

“얼라리요? 야, 이거 너무 비겁한 거 아니냐? 명색이 소림의 유망주라는 놈이 캐삭빵인데 부하들을 불러?”

“무슨 상관이냐? 어차피 네놈을 없애기만 하면 내가 모든 걸 다 차지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캐릭터 삭제를 건 결투였지만 1:1 이라는 조건은 사실 구두약속에 불과하다.

쿤타 무림 세계에서는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

나한들이 각자 봉을 들고 선우를 향해 진법을 펼쳤다.

층층이 포위를 하여 선우가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도록 했다.

“자, 이제 내가 특별히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순순히 달마검을 내놔라. 그러면 캐릭터 삭제가 될 일은 없을 거야.”

묵지가 마지막으로 선우를 회유했다.

“싫다.”

선우가 흑룡패왕도를 어깨에 걸치고 낄낄거렸다.

“곧 죽어도 자존심이다 이거냐?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차라리 잘 됐군. 여기서 캐릭터 삭제되면 이제 네놈의 팬들도 다 흩어지겠지.”

108명의 나한들이 일제히 봉을 겨눴다.

“네가 빡빡이 부하들을 불렀으니 나도 부하를 불러야겠다.”

선우가 오크마인 옥마천을 소환했다.

“응? 뭐냐 저건..”

등에 멘 칼집에서 옥룡쌍검이 스르릉 빠져나왔다.

두둥실 떠다니는 두 자루의 검이 오크 마인의 앞과 뒤를 빙그르 돌기 시작했다.

“어검술?”

묵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포위를 하던 나한들도 경계를 높였다.

오크 마인의 주변을 맴돌던 옥룡쌍검이 나한들을 겨눴다.

묘한 살기가 뻗어 나왔다.

“모두 주의해라!! 백팔나한진을 펼쳐라!”

파바밧-!

나한들이 빠르게 발을 놀려 진법을 펼쳤다.

동시에 옥룡쌍검이 쏜살같이 움직였다.

쉬이잇-!

파캉! 파캉!

나한들을 향해 찔러가는 옥룡쌍검.

봉을 휘둘러 쌍검을 막으려고 했지만 속도에서 차원이 달랐다.

쑤걱-!

옥룡쌍검이 나한들을 하나 둘 찌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굉음을 내며 나한진을 돌파하는 옥룡쌍검.

나한들의 봉과 쌍검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크 마인이 움직였다.

퍼퍼퍽-!

미완의 흑천마공의 내력으로 나한들을 잡아 패고 꺾고 메쳤다.

나한들의 진법이 흔들렸다.

쉬이잉-!

퍼펑!!

옥룡쌍검이 사방으로 검기를 흩뿌렸다.

나한들이 계속 죽어나갔다.

여기에 선우가 거들었다.

“흑룡격참!!”

1성 스킬인 흑룡격참을 연속으로 날렸다.

쾅! 쾅! 쾅!

“끄아악!”

나한들이 선우가 날린 흑룡격참에 맞고 이리저리 튕겨나갔다.

마침내 백팔 나한진이 깨져버렸다.

“다 쓸어버려.”

선우의 명을 받은 오크 마인의 눈이 번쩍 빛났다.

“쿠아악!”

옥룡쌍검이 오크 마인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그오오-!

검은 빛이 옥룡쌍검으로 흘러 꿈틀거렸다.

파앗-!

오크 마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선우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플레이어의 소환수 ‘옥마천’ 이 옥룡호우 스킬을 시전 하였습니다.]

동시에 옥룡쌍검 끝에서 검기가 소나기처럼 퍼부어졌다.

촤촤촥!

“끄아악!”

나한들이 속절없이 검기에 당하고 있었다.

얼마 안 가 108명의 나한들이 전멸했다.

묵지의 소환수 NPC인 백팔 나한들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이런 젠장…. 저건 어디서 튀어나온 소환수지?”

묵지는 예상치 못한 오크 마인의 등장에 크게 당황하였다.

하지만 다행인 건 나한들이 시간을 벌어준 탓에 바닥난 내공이 모두 회복되었다는 것.

“흐읍!”

묵지가 다시 내력을 끌어 모았다.

쿠와아-

철포곤으로 기감이 흘러 팽창되었다.

오크 마인이 옥룡쌍검을 들고 묵지를 향해 돌격했다.

처컹! 처컹!

철포곤과 옥룡쌍검이 격돌했다.

오크 마인이 양손의 검을 좌우로 휘두르며 쾌속으로 움직였다.

묵지는 철포곤을 들고 몸을 돌렸다.

후우웅-!

빠가악!

오크 마인의 옥룡쌍검이 철포곤을 간신히 막아냈다.

“이야아압!!!”

기합을 터뜨리며 묵지가 철포곤을 크게 휘둘렀다.

오크 마인이 옥룡쌍검과 함께 공중으로 튕겨나갔다.

철포곤을 겨눈 묵지가 외쳤다.

“일섬곤!”

피-슈웅!

직선으로 곤기가 날아갔다.

퍼어엉!!!

오크 마인의 가슴을 적중시켰다.

“하하하!! 맛이 어떠냐?”

“죽이지.”

“응?”

어느 새 선우가 묵지의 등 뒤에 와 있었다.

“흑마퇴!”

뻐억-!

선우가 묵지의 무릎 관절을 후려찼다.

몸이 휘청거리며 두 발이 바닥에 뜬 묵지.

“이 자식이!”

후우웅-!

그 와중에 철포곤을 휘둘렀지만 선우는 흑룡패왕도로 가볍게 튕겨냈다.

그리고 다시 흑마퇴 스킬을 연속으로 썼다.

퍽! 퍽! 퍼퍽!

“끄억!”

“흑룡멸겁타!”

콰콰콰-

흑룡패왕도를 휘두르며 묵지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커헉!”

기습을 당한 묵지가 뒤로 물러났다.

쇄애액-!

쑤걱-!

“끄악!”

등 뒤에서 옥룡쌍검 한 자루가 박혔다.

앞에서 선우가 다시 흑룡패왕도를 휘둘렀다.

“흑룡패왕격!!”

후아앙-!

콰쾅!!

“쿨럭, 쿨럭.”

묵지가 피를 토하며 옆으로 뒹굴었다.

이미 기혈이 뒤틀려 내력 회복이 쉽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빡빡아.”

그오오-

선우가 눈 깜짝할 사이 어마어마한 도기를 흑룡패왕도 끝에 모아뒀다.

“자, 잠깐. 야, 잠깐만. 타임!!”

묵지가 다급히 외쳤다.

하지만 옥룡쌍검 한 자루가 또 날아와 묵지의 갈비뼈 사이로 파고들었다.

“크어억….”

묵지의 내상에 이어 외상이 겹쳐 심각한 부상으로 번졌다.

옥룡쌍검에서 흘러나오는 흑천마공의 내력이 묵지의 내공을 망가뜨렸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이 묵지를 향해 나아갔다.

파아앗!

선우가 높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질룡답보 스킬로 유유히 올라간 뒤 발로 공중을 차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선우가 묵지를 보며 흑룡패왕도를 크게 휘둘렀다.

“흑룡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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