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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52화 (152/200)

# 152

제152화

“사마진인?”

“응. 소륜이 네가 아냐?”

“알기는 하는데… 네가 걔를 만나서 뭐하려고?”

왕소륜은 무언가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만나겠냐? 빨리 화산파가 자기들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지.”

“사마진인이 네 말을 믿을까? 걔는 무당파에서도 감당 못하는 또라이 캐릭터로 악명 높은 놈이라고. 너만 또라이가 아니야.”

“어떤 앤데?”

왕소륜이 차분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당삼로는 무당파 안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원로들이라고 할 수 있지. 세 명의 진인들을 뜻하는데 대마진인(大魔眞人), 초마진인(招魔眞人),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마진인(死魔眞人)이 있어.”

옆에서 듣고 있던 오초백이 끼어들었다.

“왜 굳이 사마진인을 찾는 거냐? 차라리 다른 진인을 찾아. 그런 거라면 부담이 덜 되는데 사마진인은 상대하고 싶지 않아.”

초백산장을 운영하며 무림의 별의별 놈들을 다 상대해본 오초백마저 사마진인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선우는 역으로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답 안 나오는 또라이면 이렇게 고개를 저으며 말리는 걸까?

선우는 도전하고 싶어졌다.

사마진인과 자신 중 누가 더 미치광이 짓을 잘할 수 있는지를!

“초백아. 뭘 그렇게 쫄고 그러냐? 내가 있잖아.”

“물론 너야 마공을 익혔으니 상관이 없지. 하지만 이 쿤타 무림 세계에 마공을 익힌 게 오직 너 하나만 있는 건 아니야. 대마진인, 초마진인, 사마진인 이 셋도 모두 마공을 익혔다고.”

“뭣이라?”

선우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마공이라고 다 같은 마공은 아니야. 나도 네가 펼친 그 검은 마공은 놀랐으니까. 그 정도 위력을 보인 마공을 본 적은 없고. 하지만 무당삼로의 마공 또한 나도 본 적이 없어.”

오초백의 말에 왕소륜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맞아. 왜 놈들의 마공을 본 사람이 없는 줄 알아? 바로 살아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 놈들과 대결을 할 때는 반드시 캐삭빵이 원칙이야. 캐삭빵이 없이는 놈들과 대결은커녕 구경조차 하기 어렵지.”

왕소륜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그 무당삼로 중에서도 가장 미치광이 짓을 잘하는 놈이 사마진인이야. 넌 지금 생고기를 먹어보겠다고 호랑이 아가리를 벌리려는 꼴이라고.”

“흐음! 그렇군.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사마진인 어쩌고는 없었던 걸로 하….”

“빨리 가서 만나보자.”

선우의 말에 왕소륜과 오초백은 할 말을 잃었다.

“에이 젠장. 몰라. 네 마음대로 해라.”

“우리랑 엮지만 말아줘라.”

“걱정 마라. 너희들한테는 피해 안 가게 할 테니까.”

오초백은 결국 선우를 사마진인에게 데려가기로 했다.

왕소륜은 마지막까지 못하겠다고 했으니까.

* * *

무당산 입구의 웅장한 산채.

이곳은 사마진인의 개인 아지트로 활용되는 장소였다.

산채로 들어가는 대문에는 한자로 사마산채 라고 쓰인 간판이 붙어 있었다.

오초백이 선우를 데리고 사마산채 안으로 들어왔다.

사마산채 안에서 일하던 시종들이 다가왔다.

“초백산장의 장주 오초백이라 하오. 사마진인님 계시는가?”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오초백은 이전에도 사마진인과 꽤 많은 거래를 해왔었다.

사마산채에도 여러 번 와본 적이 있었기에 시종 NPC들이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시종들을 따라 안채로 들어갔다.

사마진인은 무당산의 풍경이 펼쳐진 경치 좋고 시야가 탁 트인 방에서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오~~ 초백.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얼굴인가?”

마치 술 한 잔 걸친 것처럼 흥에 취한 사마진인이 일어났다.

오초백과 서로 포옹을 하고 반갑게 악수까지 하는 걸 보니 여간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왜 오초백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걸까?

선우의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우리 오초백. 나는 널 이미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

“예? 아… 하하하하!!! 고맙습니다. 아니 감사합니다. 사마진인님.”

오초백이 갑자기 허리를 굽신굽신 거리면서 인사를 한다.

선우는 옆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때마침 사마진인이 선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유, 이게 누구신가? 쿤타 무림의 떠오르는 보석. 김선우 아닌가?”

“날 아냐?”

선우의 대답에 오초백이 팔꿈치로 옆구리를 콕 하고 찔렀다.

물론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선우.

사마진인은 껄껄대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아냐고? 알다마다. 김선우를 모르면 지금 쿤타 대륙에서 게임 하는 놈이 아니라는 건데.”

흑마천을 때려잡고 흑두맹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8대 정파 중 하나인 개방의 방주 모인결을 해치웠다.

뿐만 아니라 공동파의 신물인 복마신검을 뺏어다가 팔아버렸다.

이게 바로 선우가 쿤타 대륙에 들어와 무림 판에서 저지른 업적들.

“자네가 얼마나 지금 쿤타 대륙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지 알긴 하는가?”

사마진인이 말린 과일 껍데기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선우에게 다가왔다.

자색의 옷을 위아래로 곱게 차려입은 데다 처녀귀신처럼 늘어뜨린 머릿결은 곱게 찰랑거렸다.

무당삼로라고 해서 나이 먹은 늙은이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는 너무 곱상하게 생겼다.

선우는 사마진인과 시선을 맞닥뜨렸다.

사마진인의 눈동자는 옅은 자색 빛이 맴돌고 있었다.

선우가 물었다.

“내가 그 정도로 유명하다고? 여기 와서 딱히 한 게 없는 거 같은데. 희한하네.”

“파하하하!!”

사마진인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그렇게 겸손 떨지 않아도 된다. 자네도 다 알거잖아. 스트리밍 방송 실시간 조회 수부터 업로드된 영상 유료 다운로드 조회 수까지 그냥 쭉 구경만 해도 짐작이 될 건데. 뭘 그렇게 겸손을 떨어? 그것도 보기 안 좋아.”

과일 껍데기 말린 걸 씹어 삼킨 사마진인이 말문을 열었다.

“이봐, 김선우. 자네가 얼마나 유명해지고 있는지 잘 실감이 안 난다면 내가 대충 말해줄까? 오죽하면 천하의 김선우가 가는 곳마다 난장판이 된다는 전설이 정파 무림을 아주 칭칭 감고 있을까? 아주 사악한 이무기처럼 말이지.”

사마진인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번쩍거렸다.

그 눈빛을 발견한 오초백이 흠칫 하고 몸을 떨었다.

그리고 재빨리 시선을 돌려 모른 척 했다.

하지만 선우는 달랐다.

사마진인의 시선을 정면으로 맞닥뜨린 선우.

“그렇군. 뭐 어쨌든 유명해진다는 건 좋지. 하하하.”

“하하하하하!!!!”

선우의 웃음에 사마진인이 더 크고 요란스럽게 웃어댔다.

그리고 갑자기 웃음을 뚝 하고 그쳤다.

“내 이야기가 지금 웃긴가?”

“뭐?”

“내 말이 웃기냐고 물었다.”

“안 웃긴데.”

“그런데 왜 웃었지?”

“웃고 싶으니까.”

“방금 안 웃기다며?”

“응.”

“그런데 왜 웃었지?”

사마진인의 두 번째 물음.

무언가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은 오초백 이었다.

“아… 저기… 진인…님? 사마진인…님.”

사마진인은 오초백의 말을 들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심지어 조금 전과 달리 눈빛에는 살기가 맴돌고 있었다.

“저기… 사마…진인…님…?”

오초백의 말에 사마진인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이봐, 오초백 넌 못 보던 사이에 감까지 잃어버렸냐?”

“예?”

“지금 네가 끼어들어야 할 타이밍 같으냐?”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오초백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사마진인의 시선은 여전히 선우에게 머물러 있었다.

선우 역시 사마진인의 눈을 쳐다보면서 기싸움을 시작했다.

“웃고 싶으니까 웃었다.”

“내 이야기가 안 웃긴데 웃고 싶으니까 웃었다? 나를 희롱하는 거냐?”

사마진인은 무언가 지 멋대로 생각하고 결론 내리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동시에 오초백 으로부터 전음(傳音)이 들려왔다.

-야! 김선우! 그냥 무조건 미안하다고 해! 저 또라이는 그냥 너한테 시비를 거는 거라고!

오초백의 다급한 외침이 선우의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시비를 건다?

선우가 그런 걸 순순히 받아줄 리가 없었다.

“너 같은 놈 희롱해서 뭐하게?”

“놈?”

스으으으-

갑자기 안채의 내부로 스산한 바람이 휑하니 몰아닥쳤다.

음산한 기운이 바닥, 벽, 천장 등으로 곰팡이처럼 번져갔다.

오초백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안절부절 했다.

‘젠장, 큰일이다. 이거 내가 너무 위험한 곳에 와 버렸어. 김선우 저 자식도 사마진인 못지않은 또라이 라는 걸 알았어야 하는데. 내가 지금 두 시한폭탄 사이에서 뭐 하고 있는 거냐?’

사마진인에게 선우를 데려오기 전에 왕소륜이 자신을 만류하던 게 떠오르는 오초백이었다.

‘망할… 그냥 왕소륜의 말을 들을 걸.’

왕소륜이 오초백에게 했던 말이 정확하게 떠올랐다.

[야, 명심해라. 사마진인도 머리통에 나사 빠진 또라이지만 김선우는 나사가 아예 없는 놈이야. 왜 위험을 자초하려고 하냐?]

왕소륜의 대사가 떠오른 오초백은 자신을 자책했다.

‘에이, 젠장맞을. 왜 내가 위험을 자초해서… 응?’

그오오오-

선우의 몸속에서 검은 기운이 솟구쳐 나왔다.

“호…오…?”

무정한 눈빛이었던 사마진인의 눈동자에 흥미가 소용돌이 쳤다.

선우의 흑천마공의 내력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사방을 향해 뻗어나갔다.

사마진인이 물었다.

“과연…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거냐? 내게 감히 놈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파앗-!

사마진인이 소매를 펄럭이며 선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파파팟!

선우가 뒤로 슬쩍 물러나며 회피했다.

사마진인은 보법을 쓰며 더 빠르게 쫓아왔다.

텁! 텁!

뱀이 생쥐를 낚아채려는 것처럼 사마진인의 한 손바닥이 접었다 펴졌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선우 역시 절세의 경공을 익힌 뒤였다.

바로 질룡답보!

발놀림이 점차 굼실거리는 것처럼 지면 위를 꿈틀거리다 위로 퉁 하고 튕겨 올랐다.

그리고 저만치 뒤로 날아가며 사마진인의 손을 피해버렸다.

“후후후. 생쥐 놈이 제법 민첩 하구만. 어디서 경공을 배웠냐?”

“알고 싶냐?”

“이 자식이….”

선우의 대답은 어딘가 사마진인의 머릿속을 긁어대는 느낌을 줬다.

“감히… 나 사마진인의 물음에 대답은커녕 희롱을 해!!!!”

파-앗!!

사마진인의 두 눈이 자색 빛으로 일렁거렸다.

“죽어버려랏!”

휘이잉-!

콰쾅!!

안채의 창문 틀 전체가 갑자기 폭발에 휩싸였다.

휙! 휙!

선우가 공중제비를 돌면서 다른 곳으로 피해버렸다.

“잘도 도망가는구만. 이 쥐새끼!!”

그오오-!

사마진인 양 손바닥으로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건방진 애송아. 이 무림에 마공을 익힌 것이 너 하나뿐일 거라 여겼느냐!!”

두두두두-!!

안채의 바닥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망할! 여기 있다간 휩쓸려 죽을 거야.”

오초백은 번개 같은 속도로 사라져버렸다.

투콰쾅!!!

사마진인의 몸에서 뻗어 나오는 강기가 사방으로 번졌다.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위력.

안채의 창문과 문, 벽과 천장이 박살났다.

“무슨 일이냐?”

“큰일 났습니다! 사마진인님께서 흥분하셨습니다. 찾아오신 손님 분께서….”

“뭣이라?”

쾅!! 콰쾅!!

갑자기 맞은편의 안채가 과자 부스러기처럼 부서지고 있었다.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자색 빛이 무지개처럼 일렁거리다 사라졌다.

“이거 큰일이군. 사마진인님께서 엄청 흥분하셨어.”

사마산채를 호위하던 무당파의 무사들이 기겁하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알려라!! 시종들은 산채를 빨리 나가라!! 사마진인님께서 흥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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