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
제150화
선우는 흑천마궁을 짓는 중이었다.
흑두맹이 관리하던 사파 영토 안의 상점들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은 선우가 차린 문파의 영역을 세우는 데 아주 쏠쏠하게 쓰이고 있었다.
“야, 김선우. 널 보자는 놈이 있다.”
불나방이 와서 선우에게 말했다.
“누군데?”
“나다, 김선우.”
두견봉이 코딱충을 따라왔다.
“네가 누군데?”
“공동파의 후기지수 두견봉!! 모르는 척 무시하지 마라!!”
선우에게 두견봉이 마구 화를 내자 코딱충이 제지를 했다.
“야, 날뛰지 마라. 여기가 공동파 안방인 줄 아냐?”
“쳇.”
두견봉이 진정하고 말문을 열었다.
“널 보자는 사람이 있다. 따라와라.”
“내가 왜?”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냐?”
“보나마나 너네 길드 마스터겠지. 내가 널 조지고 복마신검 팔아 넘겼으니까.”
선우의 대답에 두견봉이 잠깐 말문이 막혔다.
‘아니, 뭐 이렇게 짜증 나는 놈이 다 있지? 아우~ 진짜 속 뭉그러지는 거 같네.’
두견봉이 이를 부득 갈았다.
“그래~! 우리 삼촌이 널 보자신다! 그러니 잔말 말고 따라와!”
“싫어.”
“뭐?”
“싫다고.”
“왜 싫은데?”
“내가 왜 걔가 오라면 와야 되냐? 용건 있으면 걔더러 오라고 해라.”
“뭐, 뭐라고?”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두견봉은 반박할 게 떠오르지 않았기에 결국 얼떨결에 두천봉에게 귓속말을 넣었다.
-삼촌.
-김선우한테 전달은 했냐? 이번엔 어리숙하게 또 당한 건 아니지?
-아뇨. 지금 말하고 있는데 얘가 싫다는데요.
-뭐? 야, 너 지금 거기서 뭐하는 거냐? 당장 그 자식 끌고 와!
-여기… 김선우가 짓고 있는 문파 공사장 안입니다.
결국 두천봉이 참다못한 나머지 온갖 욕설을 귓속말로 퍼부어댔다.
두견봉이 묵묵히 그 욕을 다 들으며 이를 깨물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우가 핀잔을 줬다.
“야, 너 그러다가 앞니 다 부러지겠다.”
“닥쳐!!!”
성질을 버럭 낸 두견봉이 다시 귓속말을 확인했다.
-휴우… 진짜 속 터지겠군. 야~ 됐어. 내가 거기로 직접 갈 테니까 넌 아무 짓도 하지 말고 거기 가만히 있어.
두천봉은 자신이 직접 움직이기로 결론을 내렸다.
* * *
잠시 후 선우 앞에 두천봉이 나타났다.
공동파의 정예 무사들을 잔뜩 거느리고 나타난 두천봉이 선우를 보며 물었다.
“네가 김선우지?”
“알면서 뭘 물어?”
“후우…”
두천봉이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삼촌. 진정하세요. 저 자식 주특기가 일부러 열받게 해서…”
“알아! 인마!”
두견봉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야, 김선우. 긴 말 하지 않겠다. 내 복마신검 어디다 팔아 넘겼냐?”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이 자식이!”
터-업!
두천봉이 나는 듯이 달려와 한 손으로 선우의 멱살을 낚아챘다.
“이게 무슨 짓이오?”
코딱충이 한 손으로 두천봉의 팔을 걷어내려는 찰나였다.
파밧-!
파파팍!
갑자기 두천봉이 팔을 굽히는 가 싶더니 선우의 멱살을 놓고 코딱충 에게 주먹을 던졌다.
팡! 파팡!
“해보자는 건가?”
“이런 건방진…. 졸개 자식이 낄 데 안 낄 데 구분 못하고 감히 나 두천봉에게 손을 대?”
두천봉이 양손을 민첩하게 움직여 찔렀다.
코딱충의 한 손이 두천봉의 손등을 쳐냈다.
우우웅-!!
“이거나 먹어!!”
두천봉의 남은 손바닥에 모인 기공이 발사되었다.
퍼엉!!
코딱충이 간신히 몸을 옆으로 틀며 피했다.
“뭐하는 짓이야?”
“방해하지 말라는 거다.”
두천봉이 선우에게 다가와 으름장을 놨다.
“복마신검 누구한테 팔았냐?”
“모른다니까?”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봐.”
“기억이 안 나.”
“아오오!!!”
두천봉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당장이라도 선우가 짓고 있는 흑천마궁의 모든 건축물을 다 불태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 더 답답했다.
무림맹 회담에서 맹주 혜각 대사로부터 준비가 끝나기 전까지 선우를 공격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망할 놈의 소림 땡초 자식들만 아니어도 그냥 다른 정파 애들이랑 손잡고 이 자식 확 없애 버리는 건데.’
두천봉의 속내야 어떻든 선우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선우를 힐끔 바라보면서 어떤 인간인지 다시 생각을 정리하는 두천봉.
‘아… 젠장. 골 깨지겠네. 이 자식이 지금 엄청 센 놈인 건 확실하니 혼자서 붙기엔 너무 위험해.’
두천봉은 선우의 뻔뻔함에 기가 찬 나머지 잠깐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선우의 스트리밍 영상으로 전투력의 척도를 대충 가늠했고 지금 당장은 때가 아니란 걸 느꼈다.
‘결국 무림맹 전체가 이놈을 치러 올 때를 노려야 한다는 건데…. 젠장, 내 복마신검을 어디서 찾지?’
선우는 누구한테 팔았는지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었으니 두천봉은 속이 타 미칠 지경이었다.
‘정말 모르는 걸까?’
두천봉이 다시 선우를 힐끔거렸다.
선우는 웅장하게 세워지고 있는 흑천마궁을 올려다보며 헤벌레 하고 웃고 있었다.
‘저 멍청하게 생긴 표정을 보면 모를 수도 있어. 빌어먹을 만약 그게 사실이면 더 큰일이잖아?’
공동파의 상징인 복마신검이 무림 시장에 장물로 떠돌아다닐 수도 있는 것이다.
두천봉은 일단 오늘은 물러가기로 했다.
“김선우. 다음에 다시 오겠다.”
공동파 일당들이 사라지고 나서 선우가 코딱충에게 물었다.
“야, 쟤는 대체 여기 왜 온 거냐?”
“몰라. 들은 거랑 달리 좀 얼빵한 놈이네. 공동파 장문인이란 놈이 뭐 저래?”
“쟤도 8대 정파인지 거기 대장 중 하나지?”
“응. 무림맹 소속이고 8대 명문 정파인 공동파 길드의 마스터지.”
“끼리끼리 모인다고 나머지 무림맹 애들도 멍청함이 수준급이겠군.”
선우는 태연한 표정으로 흑천마궁을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코딱충이 선우의 눈치를 보면서 슬쩍 물었다.
“야, 그런데 너 진짜 복마신검 팔았냐?”
“응?”
“아까 두천봉이 그랬잖아. 복마신검 팔았으면 누가 사갔는지 정보 내놓으라고.”
선우가 갑자기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너… 설마… 안 팔았냐?”
“큭큭큭. 그걸 내가 왜 파냐? 나중에 공동파 놈들 써먹을 카드인데.”
“뭐? 그러면 어디 있는데?”
“내가 잘 갖고 있으니 걱정 마라.”
사실은 이랬다.
선우는 복마신검을 판다고 영상을 올려서 공동파와 8대 정파를 자극시켰다.
하지만 이건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선우는 인피면구 아이템을 구입한 뒤에 오초백에게 사전에 모의를 했었다.
초백산장의 사람들을 모두 위장시키고 인피면구를 씌운 뒤에 알아보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오초백 또한 인피면구를 쓰고 정체를 숨긴 뒤 선우와 거래를 했던 것이다.
스트리밍 방송에서도 일부러 인피면구를 쓴 오초백을 아주 잠깐 노출을 시킨 뒤 복마신검을 거래하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시청자들 대부분은 복마신검의 거래 영상을 구경했고 아이템 구매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익명의 제보로 선우에게 연락을 하면 거래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익명의 제보자들의 신분은 철저히 가렸다.
코딱충이 선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물었다.
“야, 잠깐. 그런데 왜 오초백 에게 인피면구를 씌운 다음에 짧게 얼굴을 보여줬냐? 아예 숨길 거면 다 숨겨야지.”
“바보냐? 정파 놈들이 혹시나 내가 안 팔았는데 판 것처럼 뻥친다고 생각하면 어떡할 건데? 만약을 대비해서 확실하게 나는 복마신검을 얘한테 돈 받고 팔았으니 찾고 싶으면 얘를 찾아봐라 하고 떡밥을 던져놔야지.”
선우의 작전은 간단했다.
공동파의 신물인 복마신검을 선우가 팔았다고 뻥을 친 거라고 의심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던 것.
구매자의 신분이 가려진다 한들 일절 정보가 없다면 뒤에서 짜고 치는 일들도 가끔 있었다.
그러니 선우는 오초백을 잠깐 노출시키되 인피면구를 씌워서 철저히 위장을 시켜 가짜를 노출시킨 거였다.
“아마 지금쯤이면 두천봉 얘는 공동파 애들 시켜서 내가 복마신검 팔던 영상을 하루 종일 돌려보고 있을 걸?”
코딱충은 선우의 치밀함에 속으로 놀라워했다.
‘무서운 놈. 그걸 진짜 팔아버린 것처럼 속이고 뒤로 숨겨놓을 줄이야. 나도 진짜로 판 줄 알았는데.’
“야, 그러면 복마신검을 갖고 어떻게 활용할 건데?”
“공동파가 칼을 되찾고 싶다면 내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야 할 거다.”
선우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 *
한편, 공동파 본진으로 돌아온 두천봉은 선우가 올렸던 복마신검 판매 영상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젠장… 대체 이 자식을 어디서 찾는담?”
“길드장님. 이놈의 몽타주를 수배 명단에 올려둘까요?”
“일단 올려놔. 김선우한테 복마신검을 샀을 정도면 돈 꽤 있는 유저일거다.”
“사파 쪽일까요?”
“정파일 수도 있지. 의외로 적은 내부에 더 많은 법이니까.”
“그러면… 혹시 곤륜이나 화산 쪽에서 손을 썼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셔야겠습니다.”
길드원 입에서 곤륜과 화산의 이름이 나오자 두천봉이 이를 으득 깨물었다.
“그렇지…. 당연히 염두에 둬야 하고말고. 그 자식들은 예전부터 내 복마신검을 탐냈었으니까.”
화산파와 곤륜파는 공동파와 같은 8대 정파였지만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특히 화산파는 공동파와 여러 번 크고 작은 전투를 벌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소림의 주지인 혜각 대사가 화해를 시켰었다.
“하여튼 이 정파 놈들도 같은 편은 아니야. 믿는 순간 도끼에 발등이 아니라 머리통이 찍힌다는 걸 명심하고 복마신검을 반드시 되찾아 와라.”
“예!”
“그리고 너희들은 양두를 불러와라.”
“예? 양두 형님은 왜…?”
“그놈한테 김선우를 미행하라고 해. 그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보고 싹 다 보고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 * *
선우는 완성된 흑천마궁을 보면서 뿌듯해했다.
“크으~ 얘들아. 봤냐? 이것이 나의 왕국이다!”
코딱충과 불나방, 왕소륜, 오초백은 영혼 없는 박수를 쳤다.
“와아아-”
선우가 만족한 표정을 낄낄거리는 찰나였다.
“웬 놈이냐?”
왕소륜이 뒤를 보면서 경계를 했다.
낯선 플레이어 하나가 우두커니 서서 선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명문세가의 공자 같은 옷차림의 허리에는 예리한 검을 차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제법 고수의 풍모가 느껴지는 외모의 플레이어였다.
“나는 화산오검 중 1인인 자흔섬 이라 하오.”
자흔섬은 검을 차고 선우에게 다가와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화산오검?”
“화산파 일대제자들 중 가장 뛰어난 검객 다섯 명을 뜻하는 별호야.”
코딱충이 선우에게 속닥거렸다.
“으음~ 그렇구나. 그런데 나한테 무슨 볼 일이지?”
선우의 말에 자흔섬이 대답했다.
“귀하께서 거래하신 복마신검의 행방에 대해 알고 싶어서 찾아왔소.”
이번에도 복마신검이었다.
“복마신검? 그건 이미 팔았는데.”
“팔았다면 누구에게 팔았는지 정보를 알려주실 수 있소?”
“그걸 왜 궁금해 하지?”
자흔섬이 다시 정중하게 대답했다.
“화산파에서 복마신검을 소유하고 싶어 하오. 구할 수 있다면 억만금을 줘서라도 구하고 싶소. 누구에게 팔았는지 정보를 알려주신다면 화산파 에서 보상이 있을 것이외다.”
선우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억만금을 줘서라도 복마신검을 구입 하겠다?
선우는 화산파 에서 왜 복마신검을 갖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졌다.
“근데 너희들 화산파에도 칼 많잖아? 왜 복마신검을 갖고 싶어 하냐?”
“그것은….”
자흔섬이 선우에게 대답하는 것을 먼 곳에서 숨어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인적이 없는 곳에 남들 눈에 띄지 않도록 철저히 은신한 데다 인피면구를 착용한 플레이어였다.
‘이럴 수가…. 화산에서 김선우에게 접근을 해와? 그렇다면 천봉 형님 말대로 화산 놈들이 복마신검을 거래했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