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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46화 (146/200)

# 146

제146화

선우는 코딱충하고 나머지 일행들에게 말했다.

“야, 나는 잠깐 퀘스트 좀 하고 올 테니까 너희들은 그냥 놀 거 찾아서 놀고 있어.”

“어디를 또 혼자 간다는 건데? 나도 같이 가자.”

“나도 데려가주라.”

코딱충 하고 왕소륜이 관심을 보였다.

왜냐면 선우가 저번에 어딘가를 몰래 다녀왔을 때 흑천마공을 익혔으니까.

“별것 아니야. 너희들은 있어봤자 방해만 돼. 그냥 딱충이 넌 오독권 다 찾아서 익히고 소륜이 넌 흑천마궁을 세워둘 땅이나 알아봐라. 초백이, 나방이도 같이.”

“알았어.”

순순히 말을 듣는 불나방과 오초백에 비해 코딱충과 왕소륜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저 자식 어디서 뭘 또 주워들은 게 있는 건가?’

선우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건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빨리 공동산으로 가봐야지.’

* * *

공동산은 8대 명문 정파 중 한 곳인 공동파의 영역에 위치한 산이었다.

거대한 산맥으로 둘러싸인 공동산맥 근처에는 공동파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많이 보였다.

선우는 공동파의 영역에 가기 전에 상점에 들러 인피면구 아이템을 구입했다.

인피면구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방송에 알려진 자신의 캐릭터 얼굴을 바꿔버렸다.

“이거 참 쓸 만하네. 아무도 날 알아보는 놈들이 없잖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공동파의 영역을 돌아다니는 선우.

“그런데 오크 마인을 대체 어디서 찾지?”

선우가 걸으면서 고민에 잠겼다.

때마침 허름한 상점이 보였다.

“응? 뭐지?”

간판이 꽤 독특해서 눈에 들어왔다.

선우가 가까이 가서 고개를 들어 읽어봤다.

“당신의 행운을 알려 드립니다.. 쿤타 카드 점성술사?”

상점 간판에는 쿤타 카드, 점성술, 운세 측정 등등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다.

인피니티 로드에는 여러 클래스의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각자 레벨을 올리면서 성장을 하다가 뜻하지 않게 독특한 클래스로 전직했는데 점성술사는 그중 하나였다.

가상현실게임 속에서 현실과 똑같이 플레이어들의 운명과 오늘의 운세 같은 걸 알려주면서 돈을 받는 플레이어들이었다.

“들어가 볼까?”

때마침 선우는 오크 마인을 찾아야 했다.

마땅한 방법이 없었던 터라 호기심이 일었다.

선우가 점성술 상점으로 들어갔다.

짤랑-!

문이 열리고 종소리가 들려왔다.

“반갑습니다~ 손님. 저는 점성술사 일레샤라고 해요.”

안에는 두툼한 방석이 두 개 놓여 있고 가운데에는 탁자가 있었다.

들어오는 문을 바라보며 점성술사 플레이어 일레샤가 선우를 맞이했다.

방석에 앉아있던 일레샤와 마주앉으며 선우가 물었다.

“저기… 뭐 좀 물어보려고 왔는데요.”

“일단 어떤 걸 보시려고 오셨죠?”

점성술사 플레이어는 여자였다.

이집트 영화 소품 같은 의상을 차려 입고 짙은 화장을 한 눈으로 선우를 바라봤다.

“제가 퀘스트를 하는 중인데 이게 잘 안 풀려서요.”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여기 보이는 쿤타 카드로 확인하는 것이죠.”

“얼마죠?”

“플레이어님의 레벨에 따라 가격은 다릅니다. 고레벨은 고가고 저레벨은 저가죠.”

“저는 레벨이 400인데요.”

“어머~ 그러시구나~~”

선우의 레벨을 듣자마자 일레샤의 광대가 위로 꿈틀거렸다.

“그러면 되게 높은 레벨이시다. 그죠?”

“아니, 뭐 아주 높은 건 아닌데..”

“400레벨이면 제가 아주 훌륭한 가격에 처리해드릴 수 있어요.”

일레샤는 슬슬 장사 스킬을 발동했다.

“보통 레벨 1당 1골드를 받는데 오늘은 특별히 제가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요. 그러니 고객님께서는 300골드만 주시면 됩니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시작해볼까요?”

선우가 앉은 테이블 위에 일레샤가 쿤타 카드를 촤라락 늘어놓았다.

“자~ 고객님. 여기 보이시는 카드의 뒷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시면 어떤 그림들이 떠오르실 거예요. 그 그림들을 보시고 마음에 드시거나 어떤 느낌이 온다면 고르세요.”

일레샤가 늘어놓은 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선우.

테이블 위에 카드는 총 24장이었다.

뒷면은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았지만 선우가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신기하게도 그림이 나타났다.

손가락을 떼면 사라지고 누르면 나타나는 그림들.

“정하셨으면 카드를 1장만 뒤집으시면 됩니다.”

선우는 신중하게 카드의 뒷면 그림을 확인했다.

‘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마땅한 그림들이 잘 나오지 않고 있었다.

선우가 계속 순차적으로 카드 뒷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던 찰나였다.

‘응?’

카드를 누르던 손가락이 딱 멈췄다. 눈에 띄는 그림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건 꼭 오크… 같이 생겼는데?’

직감적으로 자신의 퀘스트와 관련된 카드라는 느낌이 들었다.

선우가 누른 카드의 뒷면에는 상체를 벗고 있는 근육질 오크의 그림이 나타났다.

오크는 일반 오크들과 달리 눈빛이 붉은빛으로 가득 차 빛나고 있었다.

양 손바닥에는 검은 기공이 안개처럼 넘실거리는 그림.

선우는 흑천마공을 익히다 주화입마에 빠졌다는 오크 마인의 정보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이거 같은데.’

일레샤가 물었다.

“카드를 정하셨나요?”

“네. 정했습니다.”

“그러면 뒤집어주세요.”

선우는 오크 그림이 나타난 카드를 뒤집었다.

일레샤가 선우의 카드를 가져가 확인했다.

“흐~음.”

“뭐라고 나오나요?”

일레샤가 한참 카드를 읽어보더니 선우를 보며 말문을 열었다.

“공동산을 피하시는 게 좋겠어요. 이 카드에 나와 있는 그림을 해석해보면 고객님께서 공동산에 가신다면 큰 위험을 맞닥뜨리게 되실 거예요.”

위험이라고?

선우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물었다.

“제가 하는 퀘스트 장소가 공동산에 가는 건데요.”

일레샤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대답했다.

“거기 가면 고객님 신변에 해로울 수 있어요. 안 가시는 게 좋아요.”

선우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으음, 이거 대답이 너무 애매모호해. 좀 더 정확하게 들어봐야지.’

“공동산이 크잖아요. 공동산에서 퀘스트를 하면서 어느 곳에 안 가면 된다, 뭘 하지 말아라 뭐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일레샤가 선우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어쩔 수 없군요. 위험을 무릅쓰고 퀘스트를 하시겠다니 그 배짱은 칭찬해줄 만해요.”

선우가 골랐던 카드를 다시 빤히 보던 일레샤가 말문을 열었다.

“공동산에 가셔서 해골바위가 놓여있는 동굴로는 절대로 들어가지 마세요. 거기가 고객님께 가장 위험한 지역인데요. 공동산에 가지 말라는 것이 바로 이 해골바위 동굴 때문에 그래요.”

“아~ 그렇군요.”

선우는 머릿속으로 정리해뒀다.

‘해골 바위 동굴… 해골 바위…. 여기가 가장 위험하다면 틀림없이 오크마인도 이 안에 있을 거다.’

선우는 일레샤 로부터 오크 마인이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장소를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뭘 하지 말까요?”

“공동산은 8대 명문 정파 중 한 곳인 공동파의 성지와도 같은 곳 이예요. 이곳에서 혹시 공동파 소속의 플레이어를 만나신다면 절대로 싸움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싸움이 벌어지면 어떻게 되는데요?”

“아마도 무림 공적이 되어 모든 무림인들에게 공격을 받게 되는 시작이 되실 거예요.”

선우는 팔짱을 끼고 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음~ 그런 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건데?’

무림 공적.

쿤타 무림 세계에서 한 번이라도 무림 공적으로 낙인이 찍혀버린다면 천하의 어떤 고수라고 해도 끝이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캐삭빵 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선우의 목표는 무림 제패.

이미 흑천마공을 손에 넣었지만 자신의 뒤를 지켜줄 믿을 만한 부하가 필요했다.

지금 퀘스트를 클리어 하면 선우는 오크 마인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까짓 위험 같은 거에 쫄 내가 아니다.’

선우가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에 일레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만약 고객님께서 해골 바위에 들어가 무사히 살아 나오신다면 운의 흐름이 반전 된다고도 나오네요. 아무래도 이게 고객님의 퀘스트와 관련된 건가 보네요.”

해골 바위로 절대 가지 말라고 했지만 반대로 해골 바위에 들어가 살아 나온다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서 살아 나오면 어떻게 반전이 되죠?”

“무림 공적이 되시겠지만 결국 무림을 제패하고 우뚝 서시게 된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가끔 제 쿤타 카드가 헛소리를 많이 할 때가 있으니 이건 그냥 무시하세요~ 호호호.”

“음~ 그렇군요. 하하하!!”

선우가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나중에 또 들러주세요~”

선우는 점성술 상점을 나왔다.

“공동산의 해골 바위…. 일단 거기로 가보자!”

* * *

공동산의 중턱.

선우는 산 속에서 만나는 플레이어들에게 해골 바위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

그리고 해골 바위의 위치를 아는 플레이어를 만나 정확한 정보를 듣고 해골 바위로 가는 중이었다.

“헤엑… 헤엑… 아유~ 힘들어.”

선우가 헥헥거리면서 물약을 벌컥 들이켰다.

“휴우~ 이제 좀 살 것 같군.”

잠깐 바위에 걸터앉은 선우.

인피면구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얼굴이 조금 답답했다.

“조금만 더 참아야지. 오크 마인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니까.”

선우가 물약을 마저 다 마신 뒤 일어났다.

휙-!

다 마신 물약을 뒤쪽으로 던져버린 선우.

빠각-!

쨍그랑!!

“아야!”

갑자기 뒤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응?”

선우가 돌아보니 웬 플레이어가 머리를 부여잡고 앉아 있었다.

“아, 미안~”

사과를 한 뒤 선우가 해골 바위로 가려는 순간

“야!! 너 거기 서!! 저 자식이!!”

뒤통수에 물약 병이 깨지자 플레이어가 벌떡 일어났다.

“두진봉 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

다급히 어디선가 칼을 찬 무사들이 나타났다.

“야, 저 자식이 갑자기 나한테 이 유리병을 던졌어. 그것도 기습으로.”

“예?”

두진봉 이라는 플레이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위무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촤촥-!

선우를 빙 둘러싼 호위무사들이 칼을 빼들었다.

“네놈은 어디서 온 누구냐?”

“감히 대 공동파의 막내 도련님이신 두진봉 도련님께 유리병을 던지다니. 죽고 싶은 거냐?”

두진봉은 앳된 얼굴을 가졌지만 굉장히 버릇없어 보이는 양아치 같은 캐릭터였다.

“저 자식이 날 암살하려고 한 게 틀림없어.”

선우가 대답했다.

“야, 그런 건 아니야. 너희들이 오해가 있나 본데, 나는 다 마신 물약 버리려고 한 거다. 그게 어쩌다가 쟤 뒤통수에 꽂힌 거고.”

선우의 말투에 두진봉이 버럭 소릴 질렀다.

“닥쳐!! 내가 비록 형님처럼 공동파의 무공을 제대로 익히진 못했어도 네놈의 술수는 파악할 수 있어!! 감히 누굴 속이려 드는 거냐?”

두진봉이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네 이놈!! 당장 도련님께 무릎을 꿇고 엎드려 사죄를 해라!”

선우가 귀를 후비적거리며 대답했다. 분위기를 보니 그냥 시비를 거는 거 같아서 짜증이 났다.

“야, 나 지금 바빠. 자꾸 짜증나게 하지 말고 그냥 쟤 다쳤으면 영약이나 먹여라.”

“쟤? 저게 죽을라고. 뭐하고 있냐? 당장 저놈의 다리를 베서 무릎을 꿇려라!”

파앗!

뒤쪽에서 공동파의 무사들이 검을 휘둘렀다.

선우가 바닥을 차고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공중제비를 하면서 뒤로 발을 휘둘렀다.

빠-아악!!

“크윽!”

선우의 발에 턱을 맞고 공동파 무사 한 명이 산비탈로 굴러갔다.

“이야압!!”

스응! 스응!

다른 공동파 무사의 검을 선우가 옆으로 흘려보냈다.

“흑사장!”

무사의 등짝에 흑사장 스킬을 썼다.

뻐-어엉!!

“으아악!”

두진봉이 서 있는 곳으로 무사가 날아가 덮쳤다.

“도련님! 도련님!”

“으으윽… 비켜!! 이 자식들이…. 뭣들 하고 있는 거냐! 사과 따위 필요 없다. 저 자식의 손발을 못 쓰게 만들어버려! 마무리는 내가 직접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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