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
제144화
흑두맹의 멤버들과 독고현의 결투가 이미 벌어졌다.
“이야앗!”
파파팍!
독고현과 맹천보가 몇 합을 주고받더니 떨어졌다.
“후후후. 그 사이 어디서 새로운 무공 비급이라도 주워 먹은 거냐?”
“독고현, 네가 알던 내가 아니다. 왜 내가 지금 이렇게 너한테 도전을 할 거라고 생각 하냐?”
“믿는 구석이 있었군.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냐?”
사염방이 칼을 휘둘렀다.
쉬이잉! 쉬잉!
콰콰쾅!!
검기가 테이블을 박살내고 객잔의 벽을 허물어버렸다.
파앗! 파앗!
플레이어들이 각자 민첩하게 객잔 곳곳으로 움직였다.
선우는 흑룡검을 들고 싸움을 기웃기웃 거렸다.
근처에 은신한 채 기회를 엿보는 중이었다.
멀리서 코딱충과 불나방, 왕소륜, 오초백이 흑두맹 멤버들의 호위무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선우가 근처 테이블을 옆으로 세워두고 몸을 숨긴 뒤 흑룡검을 겨눴다.
“반탄검기.”
푸-슈웅!!
흑룡검 끝에서 반탄 검기가 어디론가 날아갔다.
퍼펑!!
“크악!”
코딱충 뒤를 덮치려던 맹천보의 호위무사가 반탄 검기에 맞았다.
몸의 뼈가 박살나며 벽에 처박혀버렸다.
선우는 은신한 채 흑룡검으로 틈틈이 코딱충 일행들을 도와줬다.
흑두맹 멤버들을 지키는 호위무사들을 빨리 없애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면 일행들을 시켜서 남은 흑두맹 멤버들을 상대하기도 편했으니까.
“어디 보자… 저쪽에서 독고현이 다굴 맞고 계시는군.”
흑두맹의 맹주 독고현이 나머지 멤버들의 제 1순위 타겟이었다.
먼저 독고현을 없애야 흑두맹의 진정한 맹주 자리를 다시 논할 수 있을 테니까.
왕륜과 독고현의 측근들이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미안하게 됐구나. 왕륜. 이렇게 하고 싶진 않았는데.”
추룡관주 마선묵이 노끈으로 왕륜의 목을 걸어 당겼다.
“크윽….”
왕륜의 생명력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건 관주들에게만 지급되는 추룡결(追龍結)이다. 편하고 깔끔하게 보낼 수 있지.”
발버둥치던 왕륜이 결국 생명력이 바닥나 죽었다.
캐릭터가 사라지는 왕륜이 독고현 에게 외쳤다.
“맹주!! 피하십시오!!”
독고현이 궁지에 내몰렸다.
“허억! 허억!”
“이봐, 맹주. 이제 슬슬 은퇴 좀 해주셔야겠어.”
“솔직히 그 동안 우리 몰래 흑두맹 자금 해먹은 거 많잖아. 우리가 모를 줄 알아?”
“다 맹주라서 그냥 대접해준다고 알고도 넘어간 거야. 그러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우리가 지분 10퍼센트씩 먹고 있는 게 뭐 욕심 없어서 그런 줄 알아?”
“독고현. 네가 우리들한테 흑마천의 반만큼 편의 봐주고 대접해줬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도 않았어. 평소에 신경 좀 쓰지 그랬어?”
“이 자식들이!! 감히 배은망덕한 짓거리를 벌여!”
“사파잖아. 너 혼자 폼 잡을 거면 정파 쪽으로 갔어야지. 야, 이제 끝내자.”
독고현이 동시에 공격이 들어오는 흑두맹의 고수들을 막다가 무리하게 내력을 끌어올렸었다.
결국 기혈이 뒤틀려 내상을 입었고 지금은 내공을 제대로 쓸 수도 없었다.
사염방이 검기를 발사했다.
동시에 마선묵이 움직였다.
파-앗!
독고현이 바닥을 차고 날아올랐다.
사염방의 검기를 피했지만 뒤쪽을 바짝 붙으며 쫓아오던 마선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크억!!”
왕륜을 보내버린 추룡결로 올가미 같은 고리를 만든 마선묵.
독고현의 목을 조르면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커헉….”
“점혈을 해라.”
파파팍-!
맹천보가 점혈로 독고현의 남은 기혈을 제압했다.
생명력이 빠르게 줄어드는 독고현이 선우를 찾았다.
“김…선…우… 이 빌어먹을… 자식… 어디 있어!!!”
“큭큭. 이봐 독고현. 너무 그러지 마. 어차피 너도 김선우를 잠깐 써먹고 버릴 생각이었잖아? 절친 흑마천을 그 따위로 대한 놈이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김선우를 대접할 리도 없고. 안 그래?”
“보나마나 뻔하지. 김선우는 이미 내뺀 거야.”
추룡결로 독고현의 생명력이 완전히 바닥나버렸다.
독고현의 캐릭터가 사라지고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김선우 이 자식 그 새 도망을 쳐?”
“큭큭. 네가 김선우 써먹으려다가 뒤통수 맞은 걸 누굴 탓하겠어?”
“독고현도 한물 갔군.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당하지도 않았을 텐데.”
결국 독고현의 캐릭터가 완전히 사라졌다.
“캐삭빵이 역시 좋다니까. 이제 독고현도 흑마천 따라 갔으니 우리들끼리 맹주 자리를 정해야 하지 않겠어?”
“누가 맹주 자리에 앉을지 어떻게 정할래?”
“직접 붙어보는 게 가장 깔끔하지. 뒷말도 안 나오고.”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러면 각오는 됐지!”
콰콰쾅!!
가장 먼저 선공을 펼친 건 맹천보였다.
뒤이어 사염방의 검기가 쇄도했다.
흑두맹의 멤버들끼리 피 터지는 결투가 벌어졌다.
선우는 코딱충 일행들에게 근처 잔해 뒤로 몸을 숨기라고 귓속말을 남겼다.
그리고 이리저리 숨어서 흑두맹의 결투를 구경하며 스트리밍 방송을 켰다.
들키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거리면서 인사를 전하는 선우.
“시청자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지금 제가 아주 볼 만한 싸움을 발견해서 이렇게 보여드리려고 방송을 켰습니다. 보시고 마음에 드신다면 후원금 좀 빵빵하게 터뜨려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선우는 슬쩍 흑두맹의 멤버들이 전투하는 것을 염탐하면서 방송 중계를 진행했다.
확실하게 돈을 뽑아먹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선우.
긴박한 순간을 그럴 듯한 말빨로 생생하게 전달하자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님 이 와중에 돈 버시는 거 지존 ㅋㅋㅋㅋ
-미치겠다. ㅋㅋㅋㅋㅋ 이 인간은 남들의 전투가 다 장사야 ㅋㅋㅋㅋ
-와 어떻게 저기서도 이런 생각을 다 하는 거지? ㅋㅋㅋㅋㅋ
-방장님. 당신이야말로 자본주의 게이머의 지존이십니다. ㅋㅋㅋㅋ
흑두맹의 멤버들은 서로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선우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간다고 여겼다.
‘독고현도 갔고 저놈들은 고맙게도 내가 튀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 놓고 전투를 벌이는군.’
선우가 노리는 건 단 하나였다.
어부지리.
흑두맹의 멤버들끼리 사투를 벌인 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승자가 흑두맹의 맹주가 된다.
그 룰을 처음 정하고 붙었다가 독고현이 가장 먼저 죽었다.
선우는 나머지 흑두맹의 플레이어들이 전투를 벌여 마지막 남은 플레이어 하나를 노릴 준비를 했다.
이 결투는 캐삭빵 이었으니 뒤탈도 없었다.
그야말로 선우를 위해 준비된 만찬 같은 느낌이었다.
“빨리 더 치열하게 치고받아라.”
선우가 낄낄거리면서 시청자들과 방송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것도 모르고 흑두맹의 멤버들은 서로를 향해 살초를 펼치고 있었다.
“이야압!!”
스거엉!!
“커헉!”
맹천보가 피를 토하고 비틀거렸다.
사염방의 일격이 맹천보의 급소를 찌른 것이다.
그 사이 용연이 자신의 검으로 스킬을 썼다.
“매검풍!!”
쉬이익!
파파팍!!
날카로운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사염방의 목을 쳤다.
“크윽….”
사염방이 목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용연이 마무리 일격을 가했다.
“매화폭풍!!”
콰콰콰콰-!
사염방과 맹천보를 용연이 펼친 검기가 덮쳤다.
“크으억!”
가장 먼저 사염방이 죽고 뒤따라 맹천보가 죽었다.
“하하하! 고맙구나. 용연! 나 대신 수고를 해줬으니 편하게 없애주지!”
후우웅-!!
쇠몽둥이에 매달린 철퇴가 용연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뻐어억!!
“컥!”
용연이 휘청거리는 사이 옥절단의 단주 철건이 발차기를 먹였다.
퍽!!
용연이 바닥을 뒹굴었다.
“흐아압!!”
양 손에 철퇴를 든 철건이 두더지 잡듯이 용연을 마구 후려쳤다.
“쌍퇴난무!!”
퍽! 퍽! 퍼퍽!
양 손으로 철퇴를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댔다.
“젠장!”
용연이 검으로 막기에는 철퇴가 너무 크고 무거웠다.
막던 검이 찌그러졌다.
빠가악!!
다른 철퇴가 용연의 얼굴을 박살냈다.
“끄…으으….”
“이걸로 끝이다!! 쌍륜멸격!!”
철퇴 한 쌍이 철건의 손에서 바닥을 향해 내리쳐졌다.
쿠콰쾅!!
바닥이 폭발하듯이 뒤집어졌고 사방으로 충격파가 발생했다.
객잔 전체가 흔들거렸고 난간이 무너졌다.
“쿠흐흐… 하하하하!!”
철건이 양손에 철퇴를 들고 외쳤다.
“이제 남은 건… 크헉!”
갑자기 철건의 목에 무언가 감기더니 뒤로 휙 하고 당겨졌다.
“이, 이 자식 추접스럽게!!”
철건이 철퇴를 휘두르려고 하자 마선묵이 추룡결을 쭉 늘어뜨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흐읍!”
후우웅-!!
마선묵의 손길을 타고 내공이 추룡결 노끈으로 흘러들었다.
그러자 늘어진 노끈이 뻣뻣하게 굳었고 철건의 목을 감고 있는 노끈의 매듭이 거세게 조여졌다.
“끄으윽….”
철건이 철퇴를 휘둘렀지만 멀찍이 떨어져 노끈으로 조르기를 하는 마선묵을 공격하긴 역부족이었다.
“크크큭. 멍청한 놈. 항상 뒤를 조심해야 하는 게 쿤타 무림의 원칙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했잖아.”
철건의 생명력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마선묵의 추룡결이 조르기의 강도를 높여갔다.
“제…엔…장….”
철건이 결국 의식을 잃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생명력이 바닥나 죽은 철건의 캐릭터가 사라지고 있었다.
마선묵이 환호했다.
“드디어 승자는 나다!!”
흑두맹의 모든 멤버들이 캐삭빵 승부에서 패배했다.
“이제 흑두맹은 내 거다!! 하하하하!! 추룡관의 시대가 열렸다!”
마선묵이 혼자 좋아서 날뛰려는 순간.
피-슈웅!!
“응?”
퍼펑!!
“끄악!”
갑자기 날아온 반탄 검기에 의해 마선묵이 튕겨져 날아갔다.
“크흑… 뭐냐?”
피슝! 피슝!
촤촤촥!!
“끄아악!”
반탄 검기가 장마철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퍼퍼퍼펑!!!
정신없이 튕겨 나가는 마선묵.
선우가 흑룡검으로 공격을 퍼부어대고 있었다.
“이제 저놈만 없애버리면 된다. 흑사난무(黑蛇亂武)!!”
흑룡검으로 흑사난무 스킬을 펼쳤다.
매서운 검기들이 검은 빛을 띄우며 화살처럼 발사되었다.
마치 수백 마리의 검은 뱀들이 공중을 꿈틀거리며 나아가는 듯했다.
그리고 마선묵을 사정없이 덮쳤다.
“크헉!”
갑작스런 기습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던 마선묵.
“대체… 누구냐?!!”
심상치 않은 검기에 고수임을 단번에 느낀 마선묵이었다.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치사한 공격을… 응?”
연기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건 선우였다.
“뭐냐… 너… 도망친 게 아니었냐?”
“내가 도망을 왜 치냐? 흑두맹 먹으려고 온 건데.”
“이 자식이… 설마 그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었냐?!”
선우는 흑두맹 멤버들이 서로 결투를 벌이는 사이 코딱충 일행들도 몸을 숨기라고 명을 내렸었다.
그리고 선우의 지시에 따라 하나 둘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코딱충 일행들.
“왕소륜… 오초백… 이 변절자 새끼들. 감히 이러고도 너희들 문파가 무사할 거란 생각은….”
“야, 시끄러. 곧 죽을 놈이 뭔 말이 쫑알쫑알 이렇게 많아?”
선우는 지금 이 순간을 스트리밍 방송으로 생중계 하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흑두맹의 조직원인 마선묵을 시청자들이 흥미진진한 눈으로 지켜보는 중이었다.
-와… 설마 방장님 진짜로 혼자 흑두맹을 털어먹는 거? ㄷㄷㄷㄷㄷ
-크으… 역시 갓선우다. 대 흑두맹 조직을 혼자서 다 볶아버리는 저 능력!
-흑두맹 혼자 해먹으면 대체 매달 얼마씩 버는 거냐?
-못해도 억 단위로 번다고 들었음.
-지리네… 이제 방장님 돈벼락 맞는 일만 남은 거네.
-와 부럽다. 방장님 저 100만 원만 주시면 안 돼요?
선우를 노려보며 마선묵이 추룡결을 꺼내들었다.
휘리릭-!!
올가미 같았던 추룡결의 매듭이 풀리면서 뱀처럼 꿈틀거렸다.
“이 자식… 곱게 죽을 생각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