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143화 (143/200)

# 143

제143화

흑룡포가 덮친 곳은 모두 초토화 되었다.

자욱한 흙먼지가 모래폭풍처럼 일어나 사방으로 번졌다.

움푹 파여 있던 구덩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바닥이 뒤집어졌다.

흙더미 잔해들이 난잡하게 널려 발을 디디는 것조차 꺼려질 정도였다.

그 속에서 모인결이 보였다.

“방주님!!”

간신히 대피하여 흑룡포의 위력에서 무사했던 개방 소속 플레이어들이 외쳤다.

그들이 모인결을 발견했다.

모인결의 캐릭터가 서서히 사라질 준비를 했다.

“야, 비켜. 비키라고 인마.”

선우가 의기양양하게 나타났다.

흑룡패왕도를 어깨에 걸치고 개방 길드원들을 툭툭 차면서 치웠다.

“후후후. 어떠냐? 인결아. 내 흑룡포 위력이.”

“이 자식…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선우는 자신의 시점에서 촬영 중인 스트리밍 방송으로 모인결의 패배를 모두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모인결의 너덜거리는 몸뚱이가 방송 화면에 잡히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이었다.

-와… 개방 방주 한칼에 보내버리네 ㄷㄷㄷㄷㄷ

-역시 방장님이시다. ㅋㅋㅋㅋ

-정파 연맹 vs 김선우 누가 이기냐?

-개방을 건드렸네 ㄷㄷㄷㄷ 이제 정파 연맹에서 방장님 찍어내려고 칼 뽑을 각.

-모인결 잘 가랔ㅋㅋㅋㅋㅋㅋ

-야, 이거 캐삭빵임?

-아닐걸.

-그러면 다시 로그인해서 무림맹 달려간 뒤에 쥐어 터졌으니 복수해달라고 찡찡거리겠넼ㅋㅋㅋ

모인결은 그야말로 굴욕이었다.

8대 정파의 장문인 중 하나이자 개방의 방주가 선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니까.

“이제 개방 방주는 쳐냈으니 독고현 불러야지.”

선우는 독고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 야, 방송 봤냐?

조금 뒤에 귓속말이 날아왔다.

- 야 라니. 앞으로는 호칭을 맹주님이라고 붙여라. 방송으로 활약상 잘 봤다. 일단 아까 봤던 객잔에서 보도록 하지.

독고현의 귓속말을 본 선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픽 하고 웃음을 뱉었다.

“폼은 더럽게 잡는구먼.”

선우가 일행을 이끌고 독고현을 만났던 객잔으로 갔다.

* * *

객잔에는 흑두맹의 핵심 멤버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선우가 객잔으로 들어왔다.

독고현이 선우를 부르며 흑두맹의 멤버들을 소개했다.

“축하한다. 김선우. 먼저 인사하지. 여기는 흑두맹의 멤버들이다.”

독고현을 비롯하여 6명의 사파 장문인들이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선우까지 더하면 모두 7명이 흑두맹의 핵심 멤버들이 된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내 중 눈매가 밉살맞게 찢어진 플레이어가 말문을 열었다.

“뭡니까? 맹주님. 설마 이 자식을 진짜로 흑두맹에 가입시키려는 건 아니시죠?”

“일단 내 이야기를 들어봐. 맹천보.”

맹천보 라고 하는 사내는 잠자코 팔짱을 낀 채 독고현의 말을 기다렸다.

“김선우. 여기는 맹천보. 맹우각의 각주다.”

선우가 맹천보와 눈이 마주쳤다.

맹천보는 팔짱을 끼고 거드름을 피웠다.

마치 선우에게 인사를 먼저 하라는 듯 한 눈빛.

“어이, 김선우.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냐? 무림의 대선배를 봤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설마 모인결 하나 이겼다고 여기서 대접받기를 바란 거야?”

맹천보가 텃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독고현이 선우를 힐끗 보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봐, 맹천보. 너무 그러지 마라. 이제부터 김선우는 흑두맹의 2인자로서 할 일이 많으니까.”

“뭐라고?”

맹천보 옆에 앉아있던 털보가 눈썹을 구겼다.

선우가 털보를 보더니 독고현에게 물었다.

“야, 얘들 다 뭐냐? 멤버들이면 빨랑빨랑 소개해줘야지.”

“뭐? 야? 너 지금 맹주에게 야 라고 한 거냐?”

“털보 너한테 안 물었어. 독고현. 빨리 말해봐.”

선우는 답답하고 느린 건 딱 질색이었다.

독고현은 그런 선우의 무대포 근성에 당혹감도 있었지만 만족감도 있었다.

“좋아. 일단 소개해주지. 맹천보는 이미 들었으니 알 거고, 이 자는 사검문의 문주 사염방이다.”

맹천보 옆에 앉아있던 털보가 사염방 이었다.

“그리고 이쪽은 매검당의 당주 용연, 옆에는 옥절단의 단주 철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룡관의 관주 마선묵이다.”

독고현이 소개를 끝나자 선우가 손을 들면서 대답했다.

“난 김선우라고 한다. 앞으로 흑두맹의 2인자로서 너희들을 잘 이끌어 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선우의 당당한 발언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코웃음을 쳤다.

“풉! 이거야 원…. 어이가 없어서 들어주는 것도 어느 정도가 있지.”

“이봐. 일어나자고.”

“맹주님. 흑마천이 사라졌다고 갑자기 이런 식으로 끼워넣기를 하시면 안 되죠. 흑두맹이 무슨 애들 놀이터도 아니고….”

맹천보가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났다.

“에이 젠장! 어디 근본도 없는 것이 굴러 들어와서는…. 흑두맹 간판도 떨어질 때가 된 건가.”

기존 멤버들의 반발은 예상한 대로였다.

독고현이 말문을 열었다.

“모두들 냉정하게 판단해. 김선우는 그래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파 연맹의 장문인 하나를 이겼다고. 그것도 압도적으로. 여기 있는 너희들 중 그렇게 할 수 있는 자가 있던가?”

“뭐라고요?”

테이블에서 일어난 흑두맹의 멤버들이 발을 멈췄다.

독고현의 발언을 개인적인 도발로 받아들인 건 맹천보였다.

“아~ 나 이거 진짜. 듣자 듣자하니 자존심 상해서 더는 못 해먹겠네.”

맹천보가 반발하자 곁에 있던 사염방이 거들었다.

“독고현 맹주. 선택하쇼. 우리들이요? 아니면 그 굴러온 돌멩이 김선우요?”

선우에게 코딱충이 귓속말을 보냈다.

- 야, 김선우. 이거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떻게 할 건지 이번엔 우리한테 미리 사인 좀 줘라. 적응이 안 되잖아.

선우가 대답했다.

- 실전에 무슨 적응이 필요하냐? 닥치는 대로 해나가면 되지.

- 그러니까 네가 무슨 행동을 벌일지 미리 알려 달라 이거야. 그래야 마음의 준비라도 해 놓을 거 아니냐!

- 딱충이 넌 불나방이랑 소륜이, 초백이한테 곧 전투가 벌어지면 쟤들 똘마니들 처리할 준비나 하라고 전해.

- 뭐라고? 전투라니? 흑두맹 2인자 자리 할 거라면서?

- 2인자 같은 소리하네. 내가 생각해봤는데 그거 해도 고작 20퍼센트 밖에 못 먹잖아. 그런데 저기 있는 떨거지 5인방 캐삭빵으로 치워버리면 내가 50퍼센트를 더 먹을 수 있어. 내친 김에 독고현까지 없애면 더 좋고.

선우의 대답에 코딱충이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 너 진담이냐? 농담하는 거 아니지?

- 딱충아. 내가 언제 돈 갖고 농담하는 거 봤냐?

코딱충은 잠깐 손바닥으로 눈을 부볐다.

‘아우… 젠장. 김선우 이 자식 따라다니다간 혈압만 오르는 게 아니라 안압도 오르는 거 같네.’

선우는 느긋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쓱 앉았다.

“어쭈? 야, 김선우. 너 이 자식. 네가 뭐라고 슬그머니 여기에 앉냐?”

“너희들이 일어나서 자리가 남았길래 앉았다 왜?”

“이 자식이 분위기 파악이 그렇게 안 되냐? 지금 이 사태가 벌어진 거 다 너 때문이잖아!”

“모두들 조용!”

독고현이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일어났다.

“조용은 무슨 조용히야! 야, 독고현.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 이참에 김선우 치우고 맹주 자리도 다시 정하자. 네가 나름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안다고 우리들 모두 동의해서 그 자리에 올려줬고 맹주 대접도 해줬는데 지금 뭐하자는 거야?”

“맞아. 지 혼자 잘나서 맹주가 된 줄 착각한다니까.”

“뭐라고?”

독고현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러자 맹천보와 사염방이 검을 뽑아들었다.

철건과 용연, 마선묵 또한 무기를 빼들었다.

“어이, 독고현. 네 절친 흑마천도 어차피 김선우한테 캐삭빵 당해서 이제 없잖아? 분위기 파악 좀 하지 그러냐?”

“큭큭큭! 아이고~ 이거 어쩔까? 천하의 독고현의 옆을 지켜줄 흑마천을 없앤 놈을 데려왔다가 본인도 목이 덜렁덜렁 하니까.”

선우가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으며 독고현에게 말했다.

“독고현. 너무 쫄지 마라. 내가 있잖아. 쟤들 어차피 싸움도 못 해.”

슬슬 도발하기 시작하는 선우.

코딱충이 그걸 선우의 사인으로 읽고 불나방과 왕소륜, 오초백 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선우의 말에 맹천보가 검을 겨눴다.

“오~ 그럴까? 그 발을 못 쓰게 만들어버리기 전에 당장 치워라.”

“실력 있으면 해봐.”

“못할 거 같….”

“너희들 정말 맹주 자리가 탐나는 거냐?”

독고현의 말에 다른 흑두맹의 멤버들이 멈칫 했다.

“후후후, 물론이지.”

“좋아. 그러면 여기서 맹주 자리를 걸고 담판을 짓지.”

“바라던 바다.”

흑두맹주 자리를 건 대결이 펼쳐질 것 같았다.

선우가 빠질 리 없었다.

“야! 모두 스톱. 어차피 맹주 자리 거는 거 더 확실한 걸로 하자.”

“뭐야? 김선우. 넌 닥치고 빠져.”

“모두 모인 김에 여기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1인이 흑두맹의 맹주가 되는 거다. 어떠냐?”

선우의 말에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물론 패한 놈은 캐릭터 삭제하고 미련 없이 떠나는 거다.”

“뭐라고?”

“왜? 캐삭빵으로 흑두맹주 자리를 걸자니까 쫄리냐? 그 정돈 되어야 흑두맹의 체면이 서는 거 아니었어?”

선우가 살살 약올리듯 도발했다.

맹천보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닥쳐 이 자식아! 쫄기는 누가 쫀다고 그래?! 좋아, 당장 한다!”

“야, 맹천보.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뭐하기는. 지금 흑두맹주 자리 새로 정하자고 캐삭빵 뜨는 거 아냐?”

맹천보와 달리 사염방과 철건은 당황하는 눈치였다.

“아니, 그러니까 그건 알겠는데 굳이 캐삭빵까지 할 필요 있냐 이거지.”

“왜? 쫄려? 무서워? 겁나?”

“그런 뜻이 아니잖아.”

“솔직하게 말해. 너희들도 그게 무서운 거면 빠져라. 나 혼자서라도 하겠다.”

마선묵이 고민 끝에 쌍검을 완전히 뽑아들었다.

“나도 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놈이 사파 제일! 흑두맹의 맹주다! 독고현 이의 있냐?”

독고현은 막무가내로 자기들끼리 해석하고 결론 내리는 흑두맹의 멤버들을 보며 한숨을 뱉었다.

마치 이제 더는 못해먹겠다는 표정이었다.

선우가 그걸 눈치채고 한 마디 거들었다.

“독고현, 너도 저것들 짜증나서 치우고 싶지? 이참에 명분도 대충 세워졌겠다, 확 재껴버려.”

그 와중에 양쪽에 깨소금 뿌려대는 것처럼 싸움을 붙이려는 선우.

“닥쳐, 김선우. 자꾸 내 심기를 거스르면 너라도 가만 안 둔다.”

“어쭈?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먼.”

독고현마저 선우의 계략에 휘말려들었다.

사실 선우는 객잔에 오면서 많은 고민을 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건 바로 흑두맹의 2인자가 아닌 흑두맹 전체를 차지하는 것.

흑마천의 자리를 차지해봤자 고작 20퍼센트의 돈밖에 못 번다.

하지만 흑두맹의 멤버들을 모두 제거하고 선우 혼자서 흑두맹을 차지한다면?

‘20퍼센트 먹는 것보다는 100퍼센트 나 혼자 다 해먹는 게 100배는 낫지.’

이미 선우는 흑두맹으로 들어오는 수입을 누구와 나눠먹을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흑두맹의 멤버들을 툭툭 시비를 걸면서 자극을 했던 것이다.

독고현은 그런 선우의 의도를 알아차리진 못한 눈치였다.

“본색? 후후. 나 이거야 원. 이러니 아랫것들하고 겸상도 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거군.”

“하하하! 야, 독고현. 방금 뭐라고 했냐? 아랫것들?”

맹천보가 발끈하자 독고현이 더욱 도발했다.

“아까부터 칼 뽑아들더니 폼만 잡고 뭘 하는 거냐? 캐삭빵 하자며? 나도 동의하겠다. 오늘 이 객잔에서 마지막까지 서 있는 자가 흑두맹의 맹주다.”

그오오오-!!!

독고현이 양손에 기공을 끌어 모았다.

흑두맹의 멤버들도 각자 전투태세를 갖췄고 선우는 흑룡검을 꺼냈다.

‘이제 슬슬 작업 좀 시작해볼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