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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39화 (139/200)

# 139

제139화

독고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방금 뭐라고 했냐?”

흑마천이 날카롭게 대꾸했다.

“결투를 하자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 너 같은 놈을 흑두맹의 맹주로 계속 뒀다가는 조직이 붕괴되고 말 거다.”

왕륜이 외쳤다.

“흑룡당주! 대체 그게 무슨 소리요?!! 결투라니!! 당신이 흑두맹의 일원이란 걸 까먹은 건가!”

“시끄러. 촉새 같은 자식들.”

흑마천의 뜬금없는 제안에 영상 촬영 중이던 선우의 스트리밍 방송에는 시청자들이 벌떼같이 몰려드는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구경하던 플레이어들도 너나 할 거 없이 영상 촬영으로 현장을 생중계 했다.

커뮤니티가 들끓을 만한 이슈였다.

흑두맹주를 걸고 사파의 거물급이 갑작스런 대결을 펼친다는 건 보기 드물었으니까.

선우가 툭 뱉듯이 말을 던졌다.

“야, 난 여기서 싸움 구경 할 테니까 니들끼리 서열 정리 되면 말해라.”

“김선우. 독고현 치워버리면 너도 치워줄 테니까 기다려라.”

“어이구, 곧 죽어도 입은 살아있구먼~”

선우가 뭐라고 도발을 해도 흑마천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독고현이 무서운 눈빛을 쏘아 보내고 있었으니까.

“흑마천.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해라. 그렇지 않으면 흑룡당은 흑두맹이 아니라 무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릴 거다.”

“흥, 독고현. 흑룡당이 혼자 잘났다고 지금까지 흑두맹의 지분을 차지한 줄 아냐? 너도 알 건데? 흑두맹의 많은 사파들이 나 흑마천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결투가 끝나면 네가 아니라 나를 지지하게 될 거다.”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캐삭빵으로 들어간다. 동의하냐?”

“물론이지. 이제 나도 흑마천 네놈의 그 성질머리 참아주는 건 질렸어. 안 그래도 언제 쳐낼까 고민 중이었거든. 이렇게 빌미를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구나.”

“쿠하하하!!! 이거 아주 재미있는 놈이었네. 내가 참 사람 보는 안목이 없었군. 이런 걸 친구라고 그 동안 수족이 돼서 더러운 짓거리 다 하고 다녔었으니.”

“캐릭터 삭제되면 뭐 먹고 살지 걱정이나 하지 그래?”

“그런 건 너나 걱정 하셔~”

“시작하기 전에 확실히 정리하지. 결투에서 패배하면 너만 죽는 게 아니라 네 얼간이 동생 흑패도 같은 꼴을 당할 거다.”

흑마천이 피식 하고 웃음을 뱉으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말이 길다. 닥치고 실력으로 보여주기나 해. 앙?”

쿠오오-

검은 빛이 흑마천의 눈에서 번쩍였다.

독고현은 그저 뒷짐을 진 채 흑마천을 노려보기만 했다.

“죽어라! 독고현!”

파앗-!

흑마천이 바닥을 차고 몸을 날렸다. 뒷짐 지고 서 있던 독고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이 날아갔다.

파팟-!

퍽!

독고현이 한 손을 들어 흑마천의 정권을 걷어냈다.

흑마천이 발로 독고현의 무릎을 노렸다.

피-슉!

“흡!”

근접 거리에서 독고현의 손가락에서 탄지공이 쏘아졌다.

흑마천의 뺨을 스치듯 날아갔다.

“이얍!”

퍼퍽!

독고현의 몸통에 내력을 끌어올린 주먹을 힘껏 집어넣는 흑마천.

흑마천의 주먹을 걷어낸 독고현이 소맷자락을 펄럭거렸다.

순간 시야를 차단당한 흑마천.

뻐-억!

“컥!”

독고현의 손바닥이 흑마천의 가슴을 깊숙하게 쳤다.

텅! 텅!

바닥을 몇 번 튕기면서 날아간 흑마천.

“크흑!”

선우는 근처바닥에 흑룡패왕도를 꽂아두고 앉아서 이들의 싸움을 해설하는 걸로 후원금을 챙기고 있었다.

“아~~ 방금 흑마천 선수, 독고현 선수에게 한 방 먹고 뒹구는 중입니다. 다시 일어나야죠~ 맹주 자리를 위해서 친구고 나발이고 눈에 뵈는 게 없는 무림인이니까요.”

선우가 툭툭 내뱉는 멘트에 시청자들이 깔깔거리며 좋아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마천 선수랰ㅋㅋㅋㅋㅋㅋ

-무림 결투를 스포츠 중계로 만들어버리기 ㅋㅋㅋㅋㅋ

-크으… 주인장님 돈 버는 스킬 보솤ㅋㅋ 이 와중에 해설 중계로 어그로 끌어서 돈 버네 ㅋㅋ

선우는 계속 쫑알쫑알 대면서 관심을 끌어댔다.

“흑마천 선수. 저기서 내공을 쓰면 위험하죠~ 독고현 선수가 공격의 합이 좋군요. 흑마천 선수가 생각보다 싸움을 못하나 보네요. 어떻게 저 실력으로 지금까지 버텼던 걸까요?”

선우의 멘트를 들은 흑패가 외쳤다.

“야! 김선우! 너 죽고 싶냐?! 조용히 안 할래?”

흑패를 슬쩍 째려본 선우.

말없이 슥 일어나더니 바닥에 꽂아둔 흑룡패왕도를 뽑아들고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으아악!”

흑패가 기겁을 하며 후다닥 도망을 쳤다.

“똥강아지가 어디 와서 짖고 난리야. 사람 장사하는데.”

선우는 다시 중계를 시작했고 이 모습을 시청자들이 배를 잡고 웃어댔다.

-크엌ㅋㅋ 흑패 저거는 왜 저렇게 설치는지 모르겠넼ㅋㅋ

-저 자식도 완전 밉상 양아치지. 그동안 지 형 믿고 설쳐대던 놈이라서 캐삭빵으로 지워버렸으면.

-맞아 맞아. 흑패 쟤도 주인장이 건수 만들어서 캐삭빵으로 보내버렸으면 좋겠음 ㅋㅋㅋ

쿠쿵-!

퍽!

퍼퍽!

독고현의 연속 공격이 흑마천의 오장육부를 뒤집어 놨다.

“크읍!”

흑마천은 선우에게 흑룡패왕도를 뺏겼으니 독고현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독고현이 기세를 몰아 맹공을 펼쳤다.

승부는 이미 기울어져버렸다.

흑마천은 더는 생명력을 회복할 만한 영약이 남아있지도 않았다.

선우의 공격 때문에 영약을 다 먹어버렸으니까.

“허억…허억….”

“여기서 끝이다. 흑마천.”

“젠자-앙!”

슈걱!

독고현의 손에서 뻗어 나온 탄지공이 흑마천의 이마를 꿰뚫었다.

순간 고요해졌다.

흑마천의 캐릭터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선우가 마지막 깨소금을 뿌려댔다.

“아아~ 마천이가 갔습니다~ 그는 가버렸습니다~”

선우는 반 장난 식으로 농담을 지껄였고 흑마천에게 평소 앙심을 품었던 사람들은 낄낄거리며 후원금을 쐈다.

독고현이 사태를 정리한 뒤에 선우에게 다가왔다.

중간에 흑패가 얼어붙은 채 꼼짝달싹 하지 못했다.

독고현과 눈이 마주치자 흑패는 입술까지 얼어붙었다.

“너도 네 형을 따라가고 싶으냐?”

“…….”

흑패는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흑마천이 캐삭빵 결투에서 패배했다.

그건 곧 자신의 입지도 사라질 거라는 뜻.

“흥, 그럴 줄 알았다.”

독고현이 흑패를 무시하고 선우에게 말을 걸었다.

“자, 방해꾼은 사라졌으니 이제 본론을 꺼내볼까?”

“무슨 본론?”

“말했잖아. 흑두맹에 들어오라고.”

“내가 거기 들어가면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쿤타 대륙에서 사파 세력의 보호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보호 같은 건 선우에게 필요 없었다.

도움도 딱히 필요는 없지만 정보 수집 같은 건 필요할 때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으음~ 너무 약한데. 고작 그런 거라면 난 정파 연맹한테 갈란다.”

“잠깐! 일단 객잔에 가서 차분히 이야기해보자고. 여기는 보다시피 너무 지저분하잖아.”

독고현이 계속 선우를 꼬드겼다.

선우가 코딱충과 불나방에게 눈짓을 보냈다.

영상 촬영을 그만 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 다음 독고현에게 물었다.

“객잔으로 갈까?”

독고현이 손짓했다.

“흑두맹이 애용하는 곳으로 가지.”

선우 일행이 독고현 일행을 따라갔다.

***

흑두맹이 소유하고 있는 객잔.

독고현과 선우가 원탁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었다.

코딱충과 불나방이 선우 뒤를 지켰고 왕륜을 비롯한 측근들이 독고현의 뒤를 지켰다.

“자~ 일단 한 잔 들지.”

테이블 위에는 푸짐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거기 그쪽 일행들도 뒤쪽 테이블에 음식들 많으니 마음 놓고 먹어. 계속 서 있기만 하면 지루하잖아.”

독고현의 말에 코딱충과 불나방, 오초백과 왕소륜이 선우의 눈치를 봤다.

선우가 손짓을 하자 잽싸게 각자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보기보다 통솔력도 제법이군. 저기 있는 오초백과 왕소륜이 남의 말을 저렇게 잘 듣는 건 처음 보거든.”

“초백이랑 소륜이를 아냐?”

“물론이지. 난 흑두맹의 맹주니까.”

선우는 국수를 후루룩 먹으면서 독고현을 힐끔거리며 탐색했다.

독고현은 만두를 씹으면서 물었다.

“먼저 흑두맹의 가입을 제시하기 전에 일단 네가 원하는 조건들이 있나? 있으면 말해봐. 들어보고 이야기를 계속 하자고.”

선우가 국수를 한 그릇 비운 뒤에 만두 접시를 앞에다 놓고 말문을 열었다.

“우선 내가 흑두맹에 들어간다면 돈을 얼마나 만질 수 있냐?”

“그건 너 하기 나름이지. 사파의 영역 안에서 운영되는 모든 상점들에서 세금을 거둬 흑두맹으로 들어온다. 흑두맹 자체가 사파 연맹이고 장문인들의 결속을 다지는 조직이니까.”

선우의 눈과 귀가 꿈틀거렸다.

“그러면 한 달에 얼마 정도 들어오는데?”

독고현이 씨익 웃음을 보였다.

“뭐~ 너도 알다시피 인피니티 로드라는 게임 자체가 현금으로 환전하면 돈이 좀 되잖아? 특히 여기 쿤타 무림의 매력은 바로 이 연맹 체제를 유지하면서 맹주 자리를 해먹는 것에 있지.”

“얼마 들어 오냐니까?”

“정확한 액수를 지금 말해주기는 어렵지만 대략적으로 알려준다면….”

선우가 만두를 으적으적 씹으면서 귀를 바짝 열었다.

“매달 들어오는 게임 머니를 환전하면 한 달에 억 단위 라는 것만 알려주지. 물론 이걸 혼자 다 먹는 건 아니야. 흑두맹의 장문인들과 각자 지분에 따라 나눠야 하니까. 가끔 정파 놈들과의 전투를 통해 우리 쪽이 이기면 차지한 땅에 상점을 세우고 장사를 확장할 수도 있지만 이건 좀 그때마다 유동적이라 보면 되고.”

독고현의 말에 선우의 심장이 설렘으로 가득 찼다.

‘대애애박!! 매달 억대의 돈이 들어온다고?’

선우가 만두를 씹어 먹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그러면 그 돈의 지분은 어떻게 나누지?”

“뭐, 간단하지. 무림은 힘의 질서로 움직이는 세계. 당연히 가장 높은 서열 순서대로 나눈다. 먼저 흑두맹의 맹주인 내가 매달 들어오는 돈의 30 퍼센트를 차지하지. 그 다음 서열은 20 퍼센트, 그 다음 서열은 10 퍼센트씩 먹게 되지.”

“그러면 흑두맹에서 지분을 차지하는 장문인은 총 몇 명이냐?”

“나를 포함해서 총 7명이다. 흑두맹을 결성하기 전엔 사파 칠대검룡 이라고 부르던 놈들이지.”

칠대검룡 이라는 칭호를 들으니 선우는 웃겼지만 만두를 씹으면서 웃음도 같이 삼켜버렸다.

잘만 하면 돈벼락을 혼자 다 맞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굳이 웃음을 터뜨려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

“흐~읍!”

선우가 웃음을 삼킨 뒤 다시 만두를 입에 넣으며 물었다.

“그러면 아까 네가 죽인 네 친구 흑마천이 이제 캐삭빵 당했으니 지분이 비어있겠네? 걔는 몇 프로인데?”

독고현이 기다렸단 듯이 웃음을 지어보였다.

“후후후, 김선우 지금이야말로 네가 흑두맹에 발을 들일 절호의 기회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다. 흑마천의 지분이 바로 20퍼센트였거든. 흑두맹에서 서열이 내 바로 밑이었으니까.”

독고현의 말에 선우의 동공이 떨려왔다.

‘가만 있자. 그러면 이게 얼마지? 매달 억 단위로 돈이 들어오는 것에서 지분을 나눠먹는 거니까… 1억이 들어오면 내가 2천만 원을 먹는 건데 1억보단 훨씬 많이 들어올 거야. 그러면 2억은 4천이고 3억은 6…천?’

선우의 눈동자에 행복 회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가만있어도 사파 영역의 상점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돈벼락 맞는 자리.

그게 바로 흑두맹의 장문인 자리였다.

선우가 재빨리 물었다.

“그 말인즉 내가 흑두맹에 들어가면 20퍼센트 지분은 보장해주겠다?”

“아니지. 단순히 들어오는 것만으로 그런 걸 내어줄 순 없어. 그럼 내가 널 끌어들인 명분이 없잖아. 나 말고 다른 장문인들이 납득할 만한 게 필요해.”

“그게 뭔 소리냐?”

“김선우. 네가 흑두맹의 멤버들에게 증명해야 할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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