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129화 (129/200)

# 129

제129화

선우에게 귓속말을 보낸 유저는 흑마천 이었다.

-누구냐?

선우가 시미치를 뚝 떼고 대꾸했다.

싸늘한 답장이 날아왔다.

-시치미 떼지 마라. 내가 누군지 알 거 아니냐?

-모르겠는데. 내가 퀴즈 할 입장은 아니라서.

-나 흑마천이다. 너 지금 있는 곳이 맹호문 근처지? 이미 내 길드원들 풀어서 수색에 들어갔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흑마천의 귓속말은 더는 오지 않았다.

선우가 왕소륜을 불렀다.

“야, 흑마천이 여기로 온다는데?”

“어떻게 할 건데? 설마 여기서 붙을 거냐?”

“아니. 튀어야지.”

선우는 오초백과 코딱충, 불나방에게 귓속말을 넣었다.

“야, 왕소륜. 이제 가자.”

“어디로 갈 건데?”

“흑마천이 못 찾는 곳으로.”

흑패가 줄에 묶인 채 고래고래 소릴 질렀다.

“형!! 여기야!! 여기!!”

선우는 흑패를 무시하고 재빨리 사라졌다.

* * *

어느 산의 암굴.

근처에는 숲으로 우거져 시야 확보조차 어려운 삼림으로 덮여 있었다.

“야, 김선우.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

“야! 안 들리냐?”

“쉿.”

선우는 조용히 알림을 듣고 있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320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320

민첩: 320

체력: 320

마력: 320

스킬: 없음

소유 스킬: 소환의 진

스킬 사용권: 4장

레벨은 320이었다.

때마침 밀려 있던 스킬 사용권을 뽑던 선우.

[지진 밟기 스킬 사용권을 획득 하였습니다.]

“오, 지진 밟기 또 나왔네. 이거 아주 쓸 만 했었지.”

선우는 예전에 지진 밟기 스킬을 써먹던 걸 떠올렸다.

스킬 사용권을 열었더니 새로운 화면으로 바뀌었다.

<지진 밟기>

등급: 유니크

정보: 지면을 발로 밟으면 미니 지진을 일으켜 적들에게 데미지를 입힌다.

공격력: 200

공격범위: 지면을 밟은 발로부터 반경 20미터.

스킬 재사용 시간: 3초

사용 시간: 24시간

선우는 스킬 정보를 확인하고 화면을 닫았다.

지진 밟기 스킬이 또 나왔으니 24시간 동안은 쓸모가 많을 것이다.

‘안 그래도 사냥이나 전투할 때 광역 스킬이 필요 했었는데 잘 됐군.’

다시 알림이 들려온다.

이번엔 퀘스트 알림이었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선우의 눈앞의 화면이 바뀌었다.

퀘스트창이 나타났다.

[흑천마공을 찾아라.]

등급: 신(God)

정보: 쿤타 무림 세계에 전설로만 떠도는 절세무공이 있습니다. 바로 흑천마공 입니다. 흑천마공은 300년 전 쿤타 무림에 출현했던 흑천마신이라 불린 괴인에 의해 창안된 무공입니다. 흑천마신은 당대의 정파와 사파를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다 홀연히 사라진 인물입니다. 항간에는 그가 생전에 자신의 무공 비급서를 흑련굴 어딘가에 숨겨뒀다는 이야기가 떠돕니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 흑련굴로 가서 흑천마공의 비급서를 찾을 것

페널티: 없음

보상: 흑천마공 비급서

선우의 눈이 커졌다.

흑천마공.

흑패가 갖고 있던 흑룡검의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면서 읽었던 무공이다.

‘흑천마공을 익히면 흑룡검을 각성시킬 수 있다고 했었지?’

선우는 흑룡검을 각성시킬 수 있는 흑천마공에 관심이 갔다.

흑천마공의 설명을 보니 엄청나게 강력한 무공이었다.

‘정파와 사파를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다 사라졌다… 이 정도 클래스면 뭐 내가 익히는 순간 무림정벌은 시간문제 겠군.’

선우는 먼저 흑련굴 이라는 곳을 찾기로 했다.

“모두 주목.”

“무슨 일인데?”

“여기 있는 사람 중 흑련굴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흑련굴?”

불나방은 아무 생각이 없었고 코딱충은 잠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언가 생각했다.

“가만 있자… 거기가 그러니까 내가 듣기로는 마교 세력들이 있다던….”

코딱충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이었다.

“거기는 왜 궁금해 하는 건데?”

오초백이 끼어들었다.

왕소륜과 오초백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초백이 너 알아?”

“그러니까 물었잖아. 거길 왜 궁금해 하냐고.”

“거기서 뭘 좀 찾아야 돼서.”

“뭐? 뭘 찾아야 하는데?”

“그건 비밀이지.”

선우의 말에 왕소륜과 오초백이 한숨을 뱉었다.

“흑련굴은 마교 세력들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어디 있는데?”

“위치는 알려줄 수 있지만 따라갈 생각은 없어. 마교 놈들과 엮이면 결국 우린 무림공적이 되어버릴 거야. 지금 타이밍에 그런 걸 감당하긴 힘들거든.”

“걱정 마. 너희들까지 따라오라고 안 해. 위치만 알려줘.”

오초백이 인벤토리를 꺼내더니 지도 아이템 1장을 선우에게 건네줬다.

“자, 이 지도를 펼치면 흑련굴의 위치까지 자세히 표시되어 있어. 지도의 길만 따라가면 될 거야.”

“고맙다. 그러면 내가 갔다 올 테니까 너희들은 잘 숨어있어라.”

“숨기는 누가 숨냐? 우리들 문파 애들 모아놓은지가 언젠데.”

“그러면 흑마천하고 붙으려고?”

“어차피 그놈도 으름장만 놓을 뿐이지 다짜고짜 못 쳐들어와.”

“좋아. 그러면 난 갔다 온다.”

선우가 후다닥 사라졌다.

* * *

[흑련굴을 찾았습니다.]

[흑련굴에 입장 하시겠습니까? Y/N]

“여기가 흑련굴이로군.”

선우가 도착한 곳은 산 속에 커다란 동굴.

동굴의 위쪽에는 흑련 이라는 한자가 검으로 새겨져 있었다.

흉흉한 살기가 바람을 타고 동굴 안에서 불어왔다.

선우가 알림을 듣고 흑련굴로 입장했다.

[흑련굴에 입장하였습니다.]

동굴 안은 꽤 잘 닦여진 길이 나 있었다.

마치 던전의 미로 같은 느낌.

복도와 복도는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벽에는 간헐적으로 낡다 못해 삭아가고 있는 문짝들이 붙어 있었다.

문짝은 툭 쳐도 부스러질 것 같은 문고리가 달려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흔적들이 역력했다.

가끔 생쥐들이 빠르게 오가는 소리와 박쥐들이 재잘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흑련굴의 입구를 통과하자 갑자기 어두웠던 흑련굴 내부가 확 하고 밝아졌다.

그리고 알림이 들려왔다.

[흑련굴에 플레이어가 입장하였습니다.]

[플레이어의 입장으로 인해 흑련굴 내부에 잠들어 있던 흑천마인들이 봉인에서 깨어났습니다.]

[플레이어를 노리고 찾아올 것이니 각별한 주의를 당부드립니다.]

알림 메시지가 끝나고 나서야 동굴 내부에서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끼기긱-

찌극찌극-

무언가 뾰족한 걸로 바닥과 벽을 긁어대는 거슬리는 소음.

흑련굴에 들어온 선우를 감지하고 찾아오는 흑천마인들일 것이다.

“일단 흑천마공부터 빨리 찾아야지.”

선우는 흑련굴의 벽에 나 있는 문부터 하나씩 확인해봤다.

퍼걱-!

부스스-

문짝을 발로 차니까 종이박스처럼 나가 떨어졌다.

자욱한 먼지가 일어나고 내부가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는 꽝이네.”

선우는 다른 문짝을 일일이 발로 차고 확인했다.

흑련굴 내부에서 무공 비급서가 숨겨져 있을 만한 곳부터 다 찾아보는 것이다.

구으으.

방을 확인하던 선우의 귀에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흡?”

파앗!

무언가 선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옆으로 휙 하고 피하자 조금 전까지 선우가 서 있던 곳이 박살났다.

콰쾅!

“뭐지?”

먼지가 부옇게 일어났다 사라졌다.

선우가 알림을 들었다.

[흑천마인 1명이 플레이어를 발견하였습니다.]

선우의 눈앞에 반투명한 화면이 나타났다.

흑천마인의 정보 화면이었다.

<흑천마인>

등급: 유니크

색깔: 흰색

정보: 오래 전 흑천마신의 마공을 추종하던 무림인들이다.

이들은 모두 흑천마신의 무공을 익히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곳 동굴에 흑련굴을 차렸고 흑천마공을 익히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모두 마공에 의해 정신이 먹혀버렸고 지금은 살아있는 송장 같은 신세가 되어 흑련굴을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생명력: 950/950

공격력: 287

*생명력 100 이하로 감소 시 공격속도가 20퍼센트 증가 합니다.

*생명력 50 이하로 감소 시 공격속도가 40퍼센트 증가 합니다.

*마인의 이름 색깔에 따라 죽는 순간 변화가 달라집니다.

선우 앞에 나타난 놈 머리 위에는 흑천마인이라는 흰색 글자가 반투명하게 반짝였다.

‘저 이름 색깔마다 죽는 순간 리액션이 달라지나 보군.’

크와악!

흑천마인이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선우가 발을 바닥에 쿵 하고 내딛었다.

[지진 밟기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바닥이 뒤흔들리며 흑천마인이 휘청거렸다.

“이야압!”

파앗!

선우의 지진 밟기 스킬 쿨타임은 3초.

흑천마인은 휘청거리면서 그 사이 선우에게 빈틈을 보였다.

플레임 블레이드가 파공음을 내며 놈에게 날아갔다.

퍼퍽!

투화악!

불길이 솟구치며 흑천마인의 상체가 불타올랐다.

크어억!

후웅! 후웅!

흑천마인이 좀비처럼 양팔을 휘저으며 방 안을 날뛰었다.

쿠콰쾅!

선우가 방 안에서 플레임 블레이드를 몇 번 더 휘두르자 흑천마인의 생명력이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알림이 또 들려왔다.

[흑천마인의 생명력이 100 이하로 감소되었습니다.]

[경고! 흑천마인의 공격속도가 20퍼센트 증가합니다.]

쿠으으-

불에 타들어가는 흑천마인의 얼굴이 해골 뼈만 남았다.

그리고 휑한 두 눈이 하얀 빛이 일렁거렸다.

크와악!

파밧!

스프링처럼 바닥을 차고 날아드는 흑천마인.

파바박!

쾅! 쾅!

흑천마인의 공격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읏!”

선우가 플레임 블레이드로 흑천마인의 공격을 몇 번 막아냈지만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이얍!”

쿵!

콰드드드-

선우가 다시 지진 밟기 스킬을 썼다.

땅이 흔들리며 지면이 뒤틀렸다.

흑천마인이 휘청거렸다.

결국 생명력이 바닥난 흑천마인이 비명을 토하고 죽었다.

“쿠억!”

흑천마인이 죽고 나자 해골뼈가 가루가 되며 흩날렸다.

알림이 들려왔다.

[흑천마인을 처치하였습니다.]

“휴우. 이거 은근히 빡센 몬스터군.”

선우는 플레임 블레이드를 인벤토리에 넣고 흑룡검을 꺼냈다.

“여기서는 이걸로 써야겠어.”

플레임 블레이드는 화염 속성의 데미지를 입혔지만 흑천마인에겐 생각보다 효과가 적었다.

흑천마인에서 불타는 흑천마인이 될 뿐이었다.

반면 흑룡검은 적을 튕겨내는 반탄 속성의 데미지였다.

“이야아압!!”

선우가 기합을 내지르며 흑천마인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이미 플레임 블레이드로 인해 불타는 화염과 전투 소리를 듣고 다른 흑천마인들이 몰려온 것이었다.

투캉!

뻐버벙!

선우의 흑룡검이 날카로운 속도로 흑천마인의 목과 심장을 찔렀다.

그러자 흑천마인의 몸이 자동차에 받힌 마네킹처럼 뒤로 휙 하고 튕겨 날아갔다.

일격에 죽진 않았다.

이번에 발견한 흑천마인의 머리 위의 이름표 색깔이 달랐으니까.

<흑천마인>

등급: 유니크

색깔: 검은색

생명력: 1,000/1,000

공격력: 328

*생명력이 100 이하로 감소하면 사혼구(死魂軀) 1마리를 소환합니다.

*죽는 순간 몸에서 혼령이 빠져나와 사혼구로 옮겨 갑니다.

*흑천마인의 이름 색깔에 따라 죽는 순간 반응이 달라집니다.

이번엔 검은색 이름표를 가진 흑천마인이었다.

“흰색은 공격속도가 빨라지더니 이놈은 소환술을 쓰네.”

그냥 소환술이 아니었다.

죽는 순간 본체에서 소환체로 영혼을 옮기는 스킬까지 썼다.

검은색 흑천마인들은 총 3마리.

선우는 속전속결로 흑룡검을 찔러댔다.

“이야압!”

푸푹! 푹!

쑤걱!

뻐엉!

흑천마인들이 흑룡검에 맞을 때마다 복도와 벽, 바닥에 처박혀 마구 튕겨나갔다.

쿠으으-

흑천마인들이 갑자기 양손을 합장하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얼거렸다.

선우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흑천마인들이 사혼구를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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