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제123화
오크들이 흑사문 곳곳을 털어댔다.
콰장창!
쨍그랑!
“모두 여기다 갖다 놔라!”
하이에나들이 금과 은이 잔뜩 들어간 자루를 질질 끌고 왔다.
“오, 이것들 엄청 많이도 모아 놨구만.”
선우는 금과 은을 뒤적거렸다.
대장간 노사에게 줄 은 100냥을 챙겼다.
“남은 것도 우리가 털어가자.”
“이걸 다?”
“금만 챙겨. 제일 비싸니까.”
불나방이 금덩이만 잔뜩 챙겨 넣었다.
“이제 가자.”
선우는 오크 군단을 이끌고 사라졌다.
* * *
“오! 고맙네! 정말 받아왔구먼.”
곽 노사가 선우에게 은 100냥을 받고 놀라워했다.
“영감. 은 100냥 받고 이건 서비스요.”
선우가 선심 쓰듯이 금 100냥을 또 줬다.
그러자 곽 노사가 크게 놀랐다.
“아, 아니! 이건 또 어디서 난 건가?”
“오다가 주웠어.”
“정말로 이걸 내게 줄 셈인가?”
“물론이지.”
갑자기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대장간 곽 노사가 플레이어 김선우 님께 엄청난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장간 곽 노사의 생각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역시.’
선우는 슬쩍 한 번 찔러본 것이었다.
곽 노사로부터 받은 퀘스트의 조건은 떼인 돈 받아내기.
하지만 선우는 여기에 약간의 선심을 더 쓰기로 했다.
인피니티 로드의 NPC들 또한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지녔다.
비록 퀘스트였지만 딱 봐도 대장간 곽 노사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었다.
선우는 이걸 파악했고 흑사문에서 몽땅 털어온 금에서 100냥을 떼어줬다.
그러면 곽 노사가 그에 해당되는 걸 더 해줄 거라 생각했으니까.
곽 노사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내게 이렇게 호의를 베풀어준 무림인은 자네가 처음일세.”
“이런 걸 갖고 뭘….”
선우가 맞장구만 대충 쳐줬다.
곽 노사가 자신의 품에 안겨진 금 100냥이 담긴 주머니를 보더니 대답했다.
“따라오게. 내가 자네를 위해서 만들어줄 무기가 있으니.”
불나방과 선우가 눈을 마주쳤다.
선우의 장난기 가득한 눈웃음을 보며 불나방은 소름이 돋았다.
‘김선우, 정말 무서운 놈이다. 그 와중에 금 100냥을 얹어서 NPC로부터 더 뽑아먹을 생각을 하다니.’
상상도 못할 짓을 선우는 기본으로 할 줄 알았다.
“가자, 불나방.”
선우가 곽 노사를 따라갔다.
* * *
곽 노사의 대장간.
벽에는 허름한 무기들이 잔뜩 걸려 있었다.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것들이었다.
“누추하지만 들어오게.”
곽 노사는 대장간 시설을 가동했다.
“자네가 갖고 있던 검을 주게.”
선우가 플레임 블레이드를 곽 노사에게 줬다.
“으음, 잠재력을 아직 다 꺼내지 못한 검이로군. 이 검을 자네가 무림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검으로 만들어줌세.”
“기대하지.”
곽 노사는 플레임 블레이드를 들고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뒤에 곽 노사는 검 한 자루를 갖고 나왔다.
“오오!!”
선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곽 노사의 손에 들려져 있는 건 엄청나게 멋있었으니까.
“어떠냐?”
“영감. 엄청난데? 이거 진짜 아까 내가 갖고 있던 플레임 블레이드 맞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만 이건 그런 서대륙 검과는 차원이 달라. 이건 나의 대장장이 평생의 노하우가 결합된 걸작이라고.”
곽 노사가 자부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선우가 곽 노사로부터 플레임 블레이드를 건네받았다.
아이템 정보 화면이 눈에 나타났다.
<+9 플레임 블레이드>
등급: 유니크
내구력: 1,000/1,000
공격력: 678
공격 속도: 20퍼센트
명중률: 10퍼센트
무게: 90
-연속 공격 시 25퍼센트 확률로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집니다.
-화염 속성 마법 저항력 8퍼센트 상승합니다.
-돌진 계열 스킬 사용 시 10퍼센트 확률로 실패합니다.
-3회 연속 공격 시 15퍼센트 확률로 화염 속성 마법이 자동 캐스팅 됩니다.
“오, 아이템 옵션 나쁘지 않은데. 야, 불나방 봐라.”
“미친… 공격력 실화냐? 678? 안에 들어가서 잠깐 뚝딱거린 거 같은데.”
불나방이 기겁했다.
선우의 플레임 블레이드는 9강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있었다.
무려 9강씩이나 강화시킬 줄 아무도 예상 못했다.
“이 검은 이제 무림에서 화마검(火魔劍)을 제외하고는 적수가 없을 걸세.”
“화마검? 그게 뭔데?”
“이곳 쿤타 대륙에는 온갖 진기한 무기들이 많지. 화마검은 무림의 모든 검 중 으뜸이라 여겨지는 검이라네.”
“오~ 그런 게 있었군.”
선우의 귀가 솔깃해졌다.
“그 화마검은 누가 갖고 있는데?”
“지금은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없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마교의 영역이라 지금은 확인할 길도 없다네.”
“그런가? 여튼 이렇게 내 칼을 강화시켜줘서 고마워, 영감.”
“하하, 별 말을 다 하는군. 자네가 내게 베풀어준 호의에 비하면 사소하지. 부디 무운을 빌겠네.”
선우는 곽 노사와 헤어지고 다시 시장으로 나왔다.
때마침 코딱충이 나타났다.
“오, 딱충이. 독공은 다 배웠냐?”
“하하. 야, 내가 무슨 독공을 배웠게?”
코딱충이 낄낄거리면서 좋아했다.
“뭘 배웠는데?”
“놀라지 마라. 이 몸께서 무려 오독권(五毒拳)을 배웠단 말씀이다!”
선우랑 불나방이 눈을 마주치며 대답이 없었다.
코딱충이 한심한 눈으로 혀를 끌끌 찼다.
“에휴, 말이 안 통하는 인간들하고는. 니들 설마 오독권이 뭔지 모르지?”
“우리가 그걸 어떻게 아냐?”
“야, 딱충이. 잔말 말고 그 오독권이라는 무공이 쎈 거냐? 그것만 말해봐.”
선우의 말에 코딱충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세지! 이게 약한 거였으면 쪽팔려서 꺼내지도 못했어. 푸하하!”
“어떤 건지 보여줘 봐.”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잘 봐라. 내 엄지손톱에 이거. 보이지?”
“뻘건데?”
선우가 코딱충의 엄지를 보더니 물었다.
“야, 딱충아. 넌 독공 배우러 가랬더니 어디서 매니큐어를 칠하고 왔냐?”
코딱충의 엄지손톱은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것처럼 반짝였다.
“무식한 것들! 이건 매니큐어가 아니야! 이게 바로 오독권(五毒拳)의 1성 무공인 화독권(火毒拳)의 특징이라고.
“화독권? 이걸로 찌르면 어떻게 되는데?”
“놀라지 마라. 어떤 놈이든 내 찌르기에 맞으면 전신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불에 타버릴 테니까.”
“오~ 쎄네.”
“쓸 만한 걸 배웠군. 근데 그거랑 독공이랑 무슨 상관인데?”
“야, 김선우. 오행독초라고 들어봤냐? 무림에 존재하는 가장 희귀한 독초 중 하나지. 이 오독권은 바로 오행독초를 먹고 나서 얻을 수 있는 내공을 바탕으로 펼치는 다섯 가지 독공이라고.”
“으음~ 그래?”
“그렇다니까! 난 지금 엄청난 걸 배운 거라고.”
“알았어. 인정. 그러면 그거 다 쓸 수 있지?”
“아니.”
“뭐? 다 배웠다며?”
“내가 지금 먹은 건 오행독초 달랑 하나야. 이것도 선우 네가 준 찻잎을 미리 복용한 덕분에 몸에 흡수시킬 수 있었지. 그 다음 오독권 중 하나인 화독권 비급을 나머지 찻잎과 거래를 해서 구했다고. 하하.”
“그러면 네가 쓸 수 있는 건 그 오독권 중 화독 하나네?”
“그렇지.”
“나머지 비급은 못 구했냐?”
“아직 없었어. 레어템이라서 구하기가 어렵더라.”
불나방이 물었다.
“야, 코딱충. 남은 찻잎을 몽땅 거래해도 되냐? 그거 우리가 써야할 무기잖아.”
“아, 놔둬. 딱충이가 대신 독공을 익혔으니 그걸로 퉁 치면 되잖아.”
코딱충이 좋다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오독권을 얼마나 익히고 싶었는지 아냐? 비록 지금은 화독권만 익혔지만 이걸로도 어떤 놈이든지 다 통구이를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좋아. 어쨌건 이제 곧 전투가 벌어질 수 있으니 딱충이 너도 대비해둬.”
“뭐? 무슨 전투?”
불나방이 대답했다.
“선우랑 나랑 흑사문을 쳐들어갔다.”
“흑사문?”
“응. 퀘스트를 건져서 그걸 하면 무기를 만들어준대서.”
“흑사문에 들어가서 어떻게 했는데?”
“다 발라버렸지. 그놈들 돈도 많더만. 사파 놈들 주제에.”
“발라버려? 돈은 또 뭔 소리냐? 설마 금고까지 털어버린 거냐?”
“물론이지.”
선우의 당당한 대답에 코딱충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야! 흑사문이 어떤 곳인지 알고 그런 미친 짓을 저질렀냐! 걔들은 흑두맹의 일원이라고!”
“흑두맹? 그건 또 뭐냐?”
“사파 연합이다. 내가 아까 8대 정파와 무림맹을 얘기했었지? 무림맹이 8대 정파가 결성한 연합체라고 한다면 흑두맹은 무림맹에 대항하기 위해 사파의 대표 문파들이 결성한 연합체들이라고!”
“오~ 그런 것도 있었어?”
“미친놈아! 그런 것도 있었어가 아니라 그런 짓을 하면 안 됐어야지!”
코딱충이 놀라 자빠질 기세였다.
왜 이렇게 당황하는 거지?
“야, 딱충아. 뭘 그렇게 쫄고 그러냐?”
“쫄리니까 쫄지! 사파 연합을 상대하게 생겼는데 아무 생각도 없어서 쫄리지도 않는 너랑 같냐!?”
“걱정 마라. 내가 다 약을 쳐놨으니까.”
“약을 쳐? 무슨 약?”
코딱충이 점점 불안에 떨었다.
“내가 한 짓인 줄 걔들은 아무도 몰라.”
“왜 모르는데? 흑두맹의 정보력은 무림맹 못지않다고! 걔들은 정파처럼 8개의 문파로 딱 구분되는 것도 아니야! 조직에 가입한 길드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감도 안 잡혀!”
“마! 걔들은 날 남만 야수족이라고 안다니까.”
코딱충은 뜨악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남만의 짐승 새끼들 사칭까지 해버렸냐?”
“응. 걔들은 뭔데?”
“아아…야, 불나방. 나 좀 붙들어라. 다리 힘 빠졌어.”
“꺼져.”
불나방이 휙 하고 몸을 돌리자 코딱충이 무릎을 꿇고 자빠졌다.
“딱충아. 독공까지 배워놓고 왜 이렇게 주접을 떠냐? 빨랑 일어나.”
“야, 쿤타 대륙에는 온갖 양아치 길드가 판을 치는 곳이다. 남만 야수족들은 그냥 짐승 오랑캐 새끼들이라고. 말만 세외 무림이지 그 자식들은 야만인처럼 깽판을 치는 재미로 게임 하는 놈들이다. 사칭할 게 없어서 그딴 개망나니들을 사칭하냐!”
코딱충은 다시 울먹거렸다.
“휴… 내가 어쩌다가 이런 미친놈하고 엮였을까….”
“진정해. 딱충아. 넌 화독권을 익혔잖아. 빨간 매니큐어 칠했으니 이제 그걸로 날 보호하고 무림 정복에 나서자고.”
“시끄러 인마! 무림 정복 나서기도 전에 도망자 신세 되게 생겼잖아!”
선우가 코딱충을 달랬다.
“딱충아. 네가 할 일은 간단하다. 매니큐어 무공으로 내가 지목한 놈들을 다 태워버려.”
“화독권이라고! 매니큐어 무공이 아니야! 내가 화장품 바른 줄 아냐!”
“그게 그거지. 뭐. 어쨌건 조만간 맹호문 곡소리 터지는 일이 생길 거야.”
코딱충이 화들짝 놀랐다.
“벌써?”
“물론이지. 기습과 뒤통수는 속전속결로 쳐야 하는 법.”
“그럼 우리도 그 작전에 끼는 거냐?”
“아니. 우린 가서 할 일이 있어. 돈을 벌어야지 남의 싸움에 끼면 쓰냐? 방금 소룡문 왕소륜이 나한테 귓말을 넣었다. 초백이랑 맹호문에 다 왔다고.”
코딱충과 불나방이 침을 꿀꺽 삼켰다.
“너희들이 할 일은 딱 하나. 내 뒤를 보호하는 거다. 딱충이. 맹호문으로 가자.”
선우는 맹호문으로 향했다.
맹호문 근처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대문주 서천휘는 여전히 찻잎의 행방을 찾는 데만 몰두했다.
“도대체 왜 아직도 찻잎들을 찾지 못한 거냐!”
“백방으로 알아보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맹호문에서 나간 찻잎이라는 걸 알면 틀림없이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을 겁니다.”
“그걸 말이라고 해? 어떻게든 다 찾아내! 찻잎을 거래하려고 했던 놈들은 다 죽여버려!”
“예!”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고 서천호가 뛰어 들어왔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