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
제122화
선우는 퀘스트를 확인했다.
[대장간 노사의 부탁을 해결하라]
등급: 유니크
정보: 무림 대륙에는 많은 대장간이 있다. 이들 대장간에는 언제나 정파와 사파의 무기들이 거래된다. 대장간 곽 노사는 무림 대장간에서 무구를 만들어 거래하는 장사꾼이다. 곽 노사가 무기를 만들어줬으나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버티는 문파가 있다. 플레이어는 이 문파를 찾아가 곽 노사가 받아야 할 대금을 받아와라.
클리어 조건: 곽 노사의 돈을 받아올 것.
보상: 곽 노사가 혼신을 담아 무구(武具)를 만들어 줄 것.
“오, 이거 재미있겠는데?”
곽 노사에게 선우가 물었다.
“영감. 누구한테 돈 떼어 먹혔수?”
“흑사문의 대문주 흑사왕 놈이 내 돈을 떼어먹고 주질 않고 있네.”
“흑사왕? 야, 불나방. 들어본 적 있냐?”
“아니.”
“으음, 딱충이는 지금 없고… 영감. 흑사왕에 대해 좀 자세하게 알려줘. 그러면 내가 돈 받아줄게.”
“흑사왕은 싹수가 노랗다 못해 시커먼 무뢰배 놈이라네. 저쪽에 보이는 2층 객잔에 가면 놈들의 패거리를 흔히 볼 수 있네. 항상 검은 흑의를 착용하고 있고 목 뒤에는 검은 뱀의 문신이 새겨져 있지.”
“받아낼 돈이 얼만데?”
“은으로 100냥일세.”
“갔다 올게.”
선우가 불나방을 데리고 객잔으로 갔다.
불나방이 따라가면서 물었다.
“야, 코딱충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걔가 언제 올지 알고. 그냥 후딱 해치워버리자.”
선우가 생글거리면서 객잔으로 들어갔다.
“야~~! 우리가 누군지 아냐?”
“뭘 봐? 확 그냥!”
객잔 한 곳에 술에 쩔어 행패를 부리는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검은 흑의를 착용하고 뒷목에는 뱀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오~ 쟤들이네. 흑사파 애들이랬지?”
“흑사문.”
“가자. 돈 받으러.”
“야, 잠깐.”
“왜?”
“쟤들이 아니고 대문주 흑사왕이란 놈이 돈 떼어먹었다며?”
“물어보면 되잖아.”
“순순히 대답해줄까?”
“그럴 때 쓰라고 널 데리고 다니는 거지. 아르콘 대륙에서 하던 대로만 하라고. 나도 그럴 테니까.”
선우가 앞장섰다.
불나방이 고개를 저으며 따라갔다.
“야, 이번에 어떤 곳을 털어먹을…응?”
“뭐냐? 넌.”
“야, 니들 두목 흑사왕 어디 있냐?”
“뭐?”
선우의 말에 탁자에 앉아있던 흑사문 길드원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감히, 우리 대문주님을 두목이라고 불러?”
“이게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
“야, 어디 소속 누구냐?”
흑사문 길드원들이 건들거리며 시비를 걸었다.
플레이어 하나가 일어나더니 선우 앞으로 와서 뺨을 툭툭 쳤다.
“야, 어디서 온 놈이냐고. 대답 안 해?”
선우가 다시 물었다.
“흑사왕 어디 있는지 가장 먼저 알려주는 놈은 살려준다.”
선우의 말에 플레이어가 뒤쪽 길드원들을 보면서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합! 야, 들었냐? 살려준대. 큭큭큭.”
선우가 흐린 눈빛을 띄고 불나방을 불렀다.
“나방아.”
키-잉!
스르릉.
불나방이 등에 메고 있던 기간트 소드를 꺼내자마자 검기를 발산했다.
“뭐, 뭐냐? 이 새끼들이!”
“으아악!”
콰콰쾅!!!
기간트 소드를 휘두르자 흑사문 패거리가 앉아있던 곳이 초토화되었다.
“야! 저 새끼 죽여!”
파앗-!
흑사문 플레이어가 선우를 향해 옆차기를 날렸다.
선우가 옆으로 휙 하고 몸을 돌려 디딤발을 걷어찼다.
“으엇.”
쿠당탕!
탁자를 밟고 뛰어오른 또 다른 플레이어.
“이야압!”
퍼억!
불나방이 기간트 소드로 모기 잡듯이 쳐내버렸다.
콰장창!
플레이어가 반대편 탁자에 처박혔다.
흑사문 패거리는 모두 4명.
나머지 2명이 먼지를 헤치고 튀어나왔다.
스르릉!
스릉!
이들도 검을 뽑아들었다.
츠츠측!
시커먼 빛이 검신을 타고 일렁거렸다.
“건방진 새끼들이 감히 흑사문을 상대로 싸움을 걸어?”
흑사문 플레이어 두 명이 일사불란하게 보법을 펼쳤다.
촤촥!
좌우 방향으로 동시에 흩어졌다가 가운데로 모이면서 서로 교차하듯 지나쳤다.
기간트 소드를 겨누고 있던 불나방의 시야를 흐트릴 셈.
하지만 선우가 그 사이를 끼어들었다.
퍼억!
“커윽!”
플레이어 1명을 선우가 발길질로 잡아냈다.
퍼억! 퍼퍽!
빡! 빠박! 빠바박!
선우의 연타가 이어졌다.
“크엑! 이 새끼 무슨 맨손 파워가 이렇게… 컥!”
선우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달리 그냥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레벨 업이 된다.
어느 순간부터 일일이 레벨을 의식하지 않는 것도 가만있으면 계속 강해지기 때문.
지금 선우의 레벨은 이미 300을 훌쩍 넘긴 뒤였다.
여기에 모든 스텟이 동시에 계속 오르고 있었으니 맨손으로도 플레이어들을 몰아붙일 수 있었다.
“족발 당수.”
빠각!
“아아악!”
선우가 손날로 흑사문 플레이어 마빡을 찍었다.
뇌가 뒤집히는 충격에 빠진 유저가 바닥을 뒹굴었다.
“흑사왕 어디 있냐니까?”
퍽! 퍽! 퍼퍽!
빠바박!
선우가 바닥을 뒹구는 플레이어를 공처럼 걷어차고 껌처럼 밟아댔다.
“야! 이 새끼야!!”
파바밧!
선우에게 처음 당했던 플레이어 2명이 칼을 뽑아 달려들고 있었다.
불나방이 기간트 소드를 휘둘러 막았다.
투콰쾅!!
“끄억!”
불나방의 기간트 소드가 연속으로 휘둘러졌고 그때마다 플레이어들의 체력이 거덜나고 있었다.
“으윽… 잠깐만… 말해줄게….”
선우와 불나방의 무자비한 공격력.
뜬금없이 일어난 사건에 흑사문 플레이어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그만! 말해준다니까!”
“어디 있냐?”
“으으… 우릴 따라와라…. 정말로 문주님을 만나고 싶다면 말이지.”
“앞장서라.”
흑사문 플레이어들이 선우를 흑사문으로 데려갔다.
* * *
“여기냐?”
“문주!! 문주님!!”
“형님!”
흑사문 플레이어들이 부리나케 문 안을 열고 뛰어 들어갔다.
“야, 어떻게 할 거냐? 설마 우리 둘이서 여기를 들어가 부술 생각 하는 건 아니지?”
“왜 우리 둘이 부순다고 생각하냐? 얘들이 할 건데.”
“뭐라고?”
선우는 흡혈 오크 베카를 소환했다.
그 다음 부스러진 해골 부족장 파키쿠타를 소환했다.
“뭐, 뭐냐? 이것들은.”
불나방이 기겁하고 뒤로 물러났다.
“안심해라. 내 부하들이다.”
“부하? 저거 오크 아니야? 설마 오크를 소환하는 스킬이 있는 거냐?”
“비슷하다고 해두지.”
선우가 소환한 피를 삼키는 바위족장 베카는 턱 밑에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을 닦고 있었다.
게슴츠레한 두 눈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반면 머리에 우악스런 해골 투구를 뒤집어 쓴 파키쿠타는 거대한 하이에나를 타고 있었다.
하이에나는 괴상한 울음을 내면서 불나방을 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베카, 파키쿠타. 너희들한테 맡길 임무가 있다.”
“뭔데?”
“저기 문 열고 들어가면 베카 니네들이 좋아하는 싱싱한 피들이 널려 있어. 가서 실컷 즐겨.”
“진짜?”
베카가 서둘러 수인을 맺더니 부족원들을 소환했다.
퍼컹! 퍼컹!
관짝이 바닥에서 마구 솟구쳤다.
불나방은 기이한 풍경에 선우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키아악!
핏물을 줄줄 뱉고 있는 흡혈박쥐들이 날개를 퍼덕였다.
베카와 흡혈 오크들이 사나운 포효를 터뜨리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파키쿠타. 넌… 뭘 좋아하냐? 베카는 피를 좋아하던데.”
“부스러진 해골 부족은 언제나 먹이의 뼈까지 씹어 먹어버리지. 뼈를 깨먹는 느낌이 아주 기분 좋거든.”
“호~ 대박. 그러면 들어가서 베카 애들이 빨아먹은 거 뼈까지 다 씹어버려.”
“고맙다. 주군.”
파키쿠타가 수인을 맺자 이번엔 바닥에서 새하얀 해골들이 움푹 튀어나왔다.
해골의 일부가 알 껍질처럼 깨지더니 하이에나를 탄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히힛!
히힛!
하이에나들의 흉측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괴한 풍경에 불나방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김선우 미친 놈. 이런 위험한 소환수 들을 잔뜩 갖고 있으면서 콜로세움에서 쓰지도 않았다니.’
불나방은 기겁할 노릇이었다.
선우가 아르콘 대륙 콜로세움에서 만약 오크 소환수들을 부렸다면?
아마 사상 초유의 끔찍한 스트리밍 방송으로 역사에 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우는 전혀 쓰지 않고 오직 말빨로 길드를 조져버렸다.
그 점이 불나방을 더 소름 돋게 하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겁나는 놈이다. 앞으로도 바짝 엎드려야지.’
불나방은 선우의 능력에 또 한 번 감탄을 하고 말았다.
“끄아악!”
“이건 뭐냐!!”
“젠장! 기습이다!!”
부스러진 해골 부족 오크들과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 오크들이 위 아래로 쉴 새 없이 공격을 하고 있었다.
흑사문의 패거리들은 무기를 들고 나와서 맞섰다.
선우가 들어오면서 외쳤다.
“흑사왕 있냐?”
파키쿠타가 뼈로 만든 곤봉으로 무식하게 플레이어들을 때려잡고 있었다.
빠직! 빠직!
플레이어들이 하이에나들의 먹이로 뜯어먹히자 결국 죽었다는 알림과 함께 캐릭터가 사라졌다.
“없나? 야, 니네 대문주 어디 놀러 갔냐?”
“끄으으….”
베카에게 피가 빨린 플레이어는 약에 취한 것처럼 누워 있었다.
이때 어디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깨개갱!!
하이에나들의 울음이었다.
빠악! 퍼퍽!
콰지직!
맹렬한 타격음이 울려 퍼지면서 부스러진 해골 부족의 오크들이 뒤로 밀려났다.
쉬이익!
콰쾅!!
구렁이가 쏘아지듯이 권기(拳氣)가 발사되었다.
샤아악!
권기의 형태가 구렁이가 아가리를 벌리듯이 하이에나를 덮쳤다.
츠와압!
콰쾅!!
부스러진 해골 부족 오크들이 죽어나갔다.
파밧!
누군가 도약을 하며 전장을 누비더니 닥치는 대로 하이에나를 패기 시작했다.
“대문주님! 여기입니다!!”
하이에나를 패고 있던 건 흑사문의 대문주 흑사왕 이었다.
흑사왕은 자신의 길드원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더니 하이에나를 잡아 내동댕이쳤다.
“이런 개망나니 짐승 새끼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퍼퍽!
하이에나를 발로 걷어차자 오크를 태우고도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바닥에 떨어지려는 하이에나를 다시 발로 차버렸다.
콰쾅!!
벽에 처박힌 하이에나와 오크가 피를 토했다.
“오, 저놈은 싸움 좀 하는구먼.”
흑사왕이 선우를 발견했다.
살모사 같은 눈빛을 띈 흑사왕이 말문을 열었다.
“네놈, 누구냐? 설마 남만 야수족 놈들이냐?”
선우는 불나방을 힐끗 보면서 속삭거렸다.
“야, 남만 야수족은 뭐냐?”
“나도 몰라. 뭐 사파 애들인가 보지.”
“그래?”
선우가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다. 나는 사문무적의 부탁을 받고 온 남만 야수족 소속이다.”
“사문무적?”
흑사왕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그 양아치 새끼들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만.”
파앗-!
흑사왕이 도약했다.
그오오-
양손에서 회색빛이 일렁거렸다.
“짐승 새끼들 다 죽어라!”
파아앗!
거대한 구렁이 두 마리 형태의 권기가 발사되었다.
S자 곡선으로 쏘아지면서 선우를 향해 날아오는 순간.
“크억!”
공중에 머무르던 흑사왕을 베카의 흡혈박쥐가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흡혈박쥐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으악! 제기랄! 이건 또 뭐냐!”
그 사이 쏘아낸 권기는 흑사왕의 위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따라갔다.
콰콰쾅!!
투콰콰콰-
“아아악!!”
“끄악!”
흑사왕의 권기가 의도치 않게 다른 흑사문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이런 젠장!!”
흡혈박쥐들에 의해 피가 빨리는 흑사왕.
공중이라 아무리 발버둥쳐도 움직임에 제약이 많았다.
“끄으….”
흑사왕의 눈빛이 풀렸다.
체력이 완전히 바닥나고 마나까지 사라지고 있었다.
마침내 눈을 감은 흑사왕이 거죽만 남은 미라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크와앙!
오크의 하이에나들이 흑사왕의 캐릭터를 찢어발겼다.
선우는 흑사왕이 죽었다는 알림을 들었다.
“야, 불나방. 이제 저놈 다시 로그인하기 전에 빨리 여기 털어버리자.”
“어딜 털겠다는 건데?”
“돈이지. 은 100냥 가져가야 되잖아.”
선우가 낄낄거리며 오크들에게 흑사문 수색을 지시했다.
“금이던 은이던 닥치는 대로 다 가져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