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118화 (118/200)

# 118

제118화

강남의 모 디저트 카페.

선우는 이곳에서 아이로드 컴퍼니의 홍보팀장을 만나고 있었다.

“그러면… 선우 님께서 쿤타 대륙에서 무림 통일을 하시겠다는 거죠?”

“네. 아주 시원하게 해버리고 싶습니다.”

“아, 시원할수록 회사에서도 좋아할 겁니다. 요즘은 시원한 사이다 영상이 대세라서 홍보팀에서도 써먹기 좋거든요. 하하하.”

“그러면 홍보팀에서는 제가 무림 대륙에서 앞으로 올리는 영상들 잘 편집해서 홍보를 잘 해주십쇼.”

“걱정하지 마십시오. 확실하게 해 보겠습니다.”

“이거 케이크 맛있는데 더 시켜도 되요?”

“아, 물론이죠. 시키세요. 하하.”

선우는 디저트 카페에서 가장 비싼 케이크를 시켰다.

* * *

선우는 코딱충과 불나방을 데리고 어느 객잔에 들렀다.

“여기서 밥 먹을 수 있다고?”

“객잔이라는 곳이다. 술하고 음식을 팔고 그러지. 식당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여기는 정파 영역이냐? 사파 영역이냐?”

“그런 구분은 없어. 정파, 사파 막론하고 다 오는 곳이니까.”

“그렇군.”

선우가 객잔에 들어와 빈자리에 털썩 앉았다.

코딱충과 불나방이 마주 앉았다.

“여기요.”

객잔의 점소이 NPC가 다가왔다.

“뭐 드실래요?”

“뭐가 맛있는데요?”

“메뉴판 보세요.”

점소이는 메뉴판을 휙 던져주고 다른 곳으로 갔다.

“난 드래곤 만두랑 슬라임 탕수육. 니네들 뭐 시킬래?”

“용머리 국밥.”

“나는 해골 짬뽕.”

“해골 짬뽕이 뭐냐?”

“해골을 육수로 우려내서 만든 짬뽕이래. 육수로 우려낸 해골의 몬스터 레벨이 높을수록 짬뽕 먹으면 체력 회복이 커진다고 써 있는데?”

“오, 그런 것도 있군. 역시 중식은 다양해. 야, 다시 불러. 주문해.”

코딱충이 점소이를 불러 메뉴를 주문했다.

“드래곤 만두 하나, 슬라임 탕수육 하나, 용머리 국밥, 해골 짬뽕 하나 맞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점소이는 메뉴판을 갖고 휙 가버렸다.

조금 뒤 음식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오! 맛있겠는데?”

선우는 드래곤 만두를 덥석 베어 물었다.

그리고 슬라임 탕수육을 먹기 시작했다.

아삭아삭 씹히는 튀김옷의 식감이 예술이었다.

드래곤 만두는 씹는 순간 드래곤의 다진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후루룩.”

코딱충과 불나방도 각자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음, 여긴 맛있군.”

선우가 음식을 먹고 있는데 한쪽에서 접시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쨍그랑!

와장창!

꺄악!

“뭐냐?”

선우가 드래곤 만두를 한 입 가득 넣고 뒤를 돌아봤다.

객잔 구석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이런 건방진 사파 새끼들이 뒈질라고.”

“정파 골랐다고 허접들이 설치는 거 봐라.”

“뭐라고? 야, 이것들 다 죽여버리자!”

딱 봐도 정파와 사파를 선택한 플레이어들이었다.

이들은 각자 무기를 빼들고 서로를 노려봤다.

이때 선우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객잔의 소란을 해결하라.]

등급: 일반

정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무림의 어느 객잔. 오늘도 역시나 싸움이 벌어졌다. 무림인들끼리 싸움이 벌어진 객잔은 망가지고 손실이 커진다. 당신이 이 싸움을 수습해보겠는가?

보상: 객잔 주인으로부터 무림의 정보 획득.

“흐음….”

선우의 귀가 솔깃해지는 알림이었다.

무림의 정보를 획득한다는 건 선우에겐 꽤 도움이 될 거니까.

“좋아. 야, 니들 다 먹었지?”

“후식 시킬까?”

“그건 이따 시키고 쟤들 좀 처리해야겠다.”

“뭐? 쟤들은 왜?”

“내가 퀘스트를 받았으니까.”

선우의 당당한 대답에 코딱충과 불나방은 할 말을 잃었다.

“일어나. 한판 떠야 하니까.”

선우가 먼저 앞장섰다.

코딱충은 투덜거리며 따라 나왔다.

“젠장, 여기서는 편하게 밥 좀 먹으려나 했더니.”

정파 플레이어와 사파 플레이어들은 각자 무기를 들고 대치 중이었다.

“칼 내려놔라. 뒈지고 싶지 않으면.”

“이야, 사파 놈들 많이 컸네. 근본도 없는 자식들 살려놨더니만 정파를 보고도 칼을 뽑아?”

플레이어들 간의 결투가 벌어지려는 찰나.

“아이고~ 이거 수고들 하십니다.”

선우가 끼어들었다.

“이건 또 뭐야?”

“저기, 죄송한데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나가서들 해결 보시죠? 객잔이 망가지면 안 된다니까요.”

정파 소속 플레이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야, 얘는 또 뭐냐?”

“응? 어라, 야, 나 쟤 알아.”

“누군데?”

“쟤, 걔잖아. 아르콘 대륙에서 아누비스랑 레비아탄 길드 다 털어먹고 다닌 놈.”

“뭐라고?”

선우를 알아보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정파 소속 유저가 알아보자 뒤늦게 생각났는지 사파 소속 유저들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내가 저놈 어디서 봤다 했는데 걔 맞아. 김선우. 아르콘 대륙을 뒤집어놨다던 놈이라던데.”

“아누비스 길드면 열혈독사가 이끄는 곳이었지?”

“불독상어랑 열혈독사가 캐삭빵으로 아예 끝나버렸던데 쟤 혼자서 그걸 다 했다고?”

“하하, 이거 간만에 쿤타 대륙에 쓸 만한 물건이 들어왔네. 어이, 이봐. 우리 쪽으로 붙는 게 어떠냐? 정파 놈들 해치워버리는 데 손 빌려주면 포상을 해주지.”

선우의 등장에 객잔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야, 쟤가 김선우였어?”

“미친… 아르콘의 콜로세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던 걔?”

“콜로세움이 아니라 아누비스랑 레비아탄 길드를 전멸시켰지. 그것도 캐삭빵으로.”

“혼자서 다 했다던데 진짜일까?”

“내 후배들이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으로 김선우가 활약하는 걸 다 봤다던데. 실력 장난 아니라고.”

객잔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선우를 주목하고 있었다.

정작 선우는 신경도 쓰지 않고 플레이어들에게 말문을 열었다.

“나 여기서 디저트 먹어야 되거든. 밥 먹는 곳에서 먼지 일으키지 말고 나가서들 해결 봐라.”

“어쭈, 이게 고작 아르콘 대륙에 길드 몇 개 말아먹었다고 주제 파악을 못하네.”

“야, 인마. 여기가 어디인 줄 알아? 여기는 쿤타 대륙이야. 아르콘 대륙과는 차원이 달라.”

“마침 잘 됐네. 안 그래도 요즘 방송 콘텐츠 떨어져서 돈 떨어지고 있는데 김선우 저놈을 이용하면 달풍선 좀 받겠는데?”

“오, 맞아!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정파 소속 플레이어들이 선우에게 살기를 띄기 시작했다.

선우는 사파 애들의 눈빛을 살폈다.

사파 또한 정파 애들과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모두 선우가 대중들의 관심을 한데 모으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선우는 아르콘 대륙의 콜로세움 사건으로 인해 엄청난 인기를 얻는 중이었다.

인피니티 로드의 커뮤니티에서는 선우가 귓속말로 아누비스와 레비아탄의 길드전을 컨트롤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그저 아누비스와 레비아탄의 길드전쟁 마지막에 등장해서 결과를 독식했다는 걸로 아는 중이었다.

선우의 팬들은 더욱 늘어났고 모두 선우의 영리한 전략에 감탄을 했다.

정파와 사파 플레이어들이 보기에도 선우의 전술은 도움이 될 게 틀림없었다.

“어이, 김선우. 우리랑 잠깐 좀 가줘야겠다. 널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시거든.”

“야, 누구 마음대로? 김선우는 우리들하고 손을 잡게 될 거다. 안 그러냐?”

이미 정파와 사파 무림인들이 저마다 선우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그래? 그러면 여기서 이긴 놈들이 김선우를 데려가는 걸로 하지.”

정파와 사파 무림인들끼리 살기를 튀는 기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행동을 개시했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딱충아.”

선우 뒤에 있던 코딱충이 움직였다.

퍼퍼퍽!

사파와 정파 무림인들이 충돌하려는 사이 코딱충이 절묘하게 끼어들었다.

그리고 정파의 검과 사파의 검을 빗겨내면서 공격을 무마시켰다.

“뭐, 뭐야?”

플레이어들이 당황하며 뒤로 물러났다.

“저놈이 코딱충이로군.”

“실력 하난 듣던 대로야. 그런데 저놈이 왜 김선우를 따르는 거지?”

싸움을 구경하던 무림인들이 수군거렸다.

선우의 방송으로 인해 코딱충의 인지도가 꽤 올라간 상태.

코딱충이 입을 열었다.

“다들 여기서 나가라. 객잔을 소란스럽게 하면 각오하는 게 좋다.”

“시끄러 인마! 야, 저것들 다 조져!”

정파와 사파 플레이어들이 모조리 코딱충에게 달려들었다.

* * *

“으으…으으….”

“딱충이 수고했다.”

정파와 사파 소속 플레이어들은 객잔 밖으로 버려져 있었다.

선우는 퀘스트 클리어를 했다는 알림을 들었다.

보상으로 객잔 주인에게 정보를 들을 수 있단 말에 선우가 먼저 객잔 주인을 찾아갔다.

“여보쇼. 당신이 주인이지?”

“예? 아, 예 그렇소만.”

“내가 쟤들 처리해줬으니 고맙지? 이제 보상을 좀 해야겠는데.”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으로 선우의 객잔 싸움 해결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상을 해야겠데 ㅋㅋㅋㅋㅋㅋㅋ

-으엌ㅋㅋㅋㅋㅋㅋㅋ 역발상 지리고요 ㅋㅋㅋㅋㅋ

-방장님 상남자시넼ㅋㅋㅋㅋㅋㅋ 일단 뚜까패고 객잔 주인한테 고맙지? 물어보는 센스 ㅋㅋ

-근데 저 객잔 좀 박살난 거 물어줘야 되는 거 아닌가?

-원래 무림 세계는 객잔이 전쟁터임. 맨날 처 부수고 깨고 싸움만 남.

선우의 말에 객잔 주인이 얼떨결에 대답했다.

“뭘 원하시는지요?”

“당신만이 알고 있는 정보 같은 게 있는 것 같던데. 그걸 알려줘.”

“예? 아니, 그걸 어떻게….”

“그런 게 있으니까 빨리 대답해봐.”

객잔 주인은 놀란 눈으로 선우를 쳐다보았다.

‘대체 이 자는 어디서 온 누구길래…,’

선우와 코딱충, 불나방을 보면서 객잔 주인은 대충 짐작을 하기 시작했다.

‘으음… 아무래도 은둔하고 있던 고수들인가 보군. 괜히 잘못했다가 뼈도 못 추리겠어. 사실대로 다 실토해야지.’

객잔 주인이 선우에게 대답했다.

“여기는 보는 눈과 듣는 귀들이 많습니다. 따라오시죠.”

객잔의 내부로 들어가자 지하 계단이 나왔다.

이곳으로 내려간 객잔 주인이 문을 닫은 뒤 입을 열었다.

“손님께서 어떻게 알고 여기를 찾아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범상치 않은 분들 같으시니 사실대로 고하겠습니다.”

객잔 주인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참을 들은 선우와 코딱충, 불나방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떳다.

“그게 사실이냐?”

“물론입니다. 요 근방의 주루 일대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죠.”

객잔 주인의 이야기는 사파와 정파간의 은밀한 동맹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면 흑룡당은 사파의 주요 문파 중 하나인데 정파 명문 중 하나인 용무문과 은밀히 혈맹을 맺었다는 거로군. 어째서지?”

코딱충이 어느 때보다 흥미를 갖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투가 클래스다 보니 무림 세계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잘 알 수밖에 없다.

객잔 주인이 대답하려는 순간 선우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정파와 사파의 세력 구도에 대해 알아내라.]

등급: 에픽

[과거에 알아주던 대형 문파 용무문.]

[정파를 대표하는 4대 문파를 일컫는 ‘사문무적(四門無敵)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정파 내부의 알력다툼으로 인해 무림맹의 눈총을 받게 되고 세력이 약화되었다.]

[용무문은 여기에 반감을 품고 사파 흑룡당과 손을 잡았다.]

퀘스트 메시지는 계속 들려왔다.

[사문무적이란 쿤타 대륙 정파 세력 가운데 한때 대적할 적이 없는 4개의 문파를 칭송하는 뜻이었다.]

[8대 정파는 명문 문파들이었음에도 이들 사문무적의 위치에는 올라설 수 없었기에 열등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문무적을 음해하고 몰아세우기 위한 음모를 꾸몄는데 때마침 사문무적 내부에서도 서로 대립하는 정보를 입수, 이간질에 성공하여 용무문을 몰락시켰던 것.]

[사문무적 중 한 군데가 떨어져 나가자 나머지 3개의 문파들은 더는 사문무적의 별호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무림맹의 결론이었다.]

[결국 무림맹주를 비롯한 무림맹의 원로들은 8대 정파와 사문무적의 문파들을 모아놓고 회의 결과 사문무적이란 별호를 없애기로 한 것이었다.]

[용무문의 몰락이 사문무적의 몰락이기도 한 사건이었고 8대 정파는 그 뒤 자신들의 세력을 더욱 확실하게 굳혀버렸다.]

[지금의 사문무적은 8대 정파에 끼지도 못하고 애매한 위치에 놓인 문파가 된 셈.]

[나머지 3개의 문파는 용무문이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렇게 되었다고 원망을 했고 결국 사문무적들끼리 사이는 더욱 악화된 상태였다.]

선우가 퀘스트의 내용을 보고 객잔 주인에게 물었다.

“흑룡당과 용무문 얘들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