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제116화
선우는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과 함께 아르콘 대륙의 황제 아르콘 3세를 찾아갔다.
콜로세움에서 선우의 대활약으로 인해 황제의 귀까지 명성이 전해진 것이다.
그리고 황제는 선우를 직접 황궁으로 불렀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이 사실에 모두 경악했다.
황제의 부름이라는 퀘스트를 받은 플레이어는 아르콘 대륙에 거의 없었으니까.
선우가 받은 퀘스트 황제의 부름은 매우 간단했다.
[아르콘 황제를 찾아라]
-아르콘 대륙의 황제인 아르콘 3세를 찾아가시오.
보상: ?
즉 선우가 지금 아르콘 황제를 찾아가서 인사를 하면 퀘스트가 클리어 된다는 것이었다.
“선우, 너 진짜 대단하다. 난 황제의 부름을 직접 받은 플레이어 처음 봐.”
“야, 우리도 뭔가 콩고물 같은 거 떨어지지 않을까?”
“근데 황제가 뭐 때문에 부르는 거냐?”
“뭐겠냐? 선우가 콜로세움에서 보여줬던 플레이에 감동 받았으니까 그렇지.”
황제의 부름을 받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콜로세움의 어떤 플레이어들보다 독보적인 인상을 심어줄 것.
단순히 이기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대륙의 상징이자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콘 황제의 눈에 띄는 것.
이것은 그만큼 특별한 플레이어라는 증거를 보여줘야만 가능했다.
그렇기에 모든 플레이어들이 황제의 부름을 받고 싶었지만 받을 수 없었다.
콜로세움에서 아르콘 황제의 부름을 받는 유저들은 반드시 황제의 기억에 남을 만한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황제의 부름을 받기 위해 미친 듯이 콜로세움에서 싸웠다.
하지만 물약값과 아이템 값만 날아갈 뿐 황제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선우는 이걸 받아낸 것이었다.
“야, 선우야. 그거 진짜야?”
“응.”
“와, 대박이다. 어떻게 콜로세움에서 신기록 세우지도 않고 아르콘 황제가 부른 걸까?”
라비트가 길드원들에게 설명해줬다.
“이런 일들이 아주 가끔 있기는 해. NPC지만 사람하고 똑같이 만들어서 변덕스러울 때도 많고 예측불허한 상황이 발생하잖아. 아르콘 황제가 선우 플레이를 보면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으니까 가능한 거야. 왜냐면 콜로세움에서 전투 기록은 몇 번 되지도 않거든. 이건 진짜 레어 중의 레어 케이스라고.”
선우 뒤를 터덜터덜 따라가던 코딱충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흥, 미친놈들. 고작 그딴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코딱충은 졸지에 선우의 충견이 되어버렸다. 선우는 모든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코딱충을 복종시켰다.
자삭빵.
이제 코딱충은 실수로라도 선우를 배신하려는 행위를 했다가는 스스로 캐릭터를 삭제해야 한다.
캐삭빵은 결투에서 패하면 삭제하지만 자삭빵은 선우를 배신하려고 시도만 해도 적용됐다.
코딱충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망할, 김선우 개XX. 저 빌어먹을 놈 때문에 내 게이머 인생이 완전 꼬여버렸어.’
코딱충의 뒤를 따라가는 불나방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젠장,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평생 김선우 뒤를 쫓아다녀야 되는 건가?’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선우가 등장하면서 아르콘 대륙을 지배하던 대표적인 길드 2개가 동시에 사라진 대사건.
이 사건으로 인피니티 로드 업계의 모든 사람들이 선우를 주목하고 있었다.
거기에 아르콘 황제의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은 모두를 경악케 만들었다.
“저기다. 선우야. 저게 아르콘 황제의 궁궐이야.”
“화려하군. 들어가자.”
선우가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을 데리고 황궁으로 들어갔다.
* * *
아르콘 3세는 황궁에서 선우와 길드원들을 맞이하였다.
“어서들 오시게!!”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아르콘 황제.
그는 촐싹맞은 표정을 지으며 선우를 찾았다.
“여기서 그 자가 누군가? 콜로세움의 새로운 영웅! 아누비스와 레비아탄을 해치워버린 천재! 그 자가 누군지 알려주게.”
“접니다.”
선우가 손을 들고 나왔다.
아르콘 황제가 비 맞은 강아지를 발견한 것처럼 뛰어갔다.
“만나서 반갑네!”
선우를 향해 격한 포옹을 하는 아르콘 황제.
말 그대로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으며 황제가 기뻐했다.
“자네는 나의 영웅일세. 하하하! 대 아르콘 제국은 자네를 영원히 칭송할거야!”
황제의 반응에 따라갔던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충격을 먹었다.
물론 코딱충은 기절할 지경이었다.
“이런 미친… 저 양아치가 뭐라고 영웅인데? 진짜 영웅은 내가 됐어야 한다고.”
뒤에 우두커니 서 있던 불나방이 콧방귀를 꼈다.
“흥, 놀고 있네. 이미 다 망해버린 길드 꼬리표 떨어진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놈이.”
“뭐라고? 야, 나방털. 어디서 콧방귀 냄새를 풍기냐? 맞아 죽어볼래?”
“어쭈? 선우한테 니가 나더러 배신 작전 설명했다고 말해볼까? 자삭빵 걸린 주제에 깝치지 마라.”
코딱충은 자삭빵이란 말에 몸을 우들우들 떨었다.
‘젠장, 이놈도 저놈도 다 처 죽이고 싶은 놈들밖에 없어. 그런데 내가 여기에 끼어 있다니. 난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여긴 어디지? 난 누구야?’
코딱충은 사실 콜로세움에서 멘탈이 깨진 상태였다.
지금도 멘탈은 깨지다 못해 가루로 흩날리고 있었다.
한편 선우는 황제의 극찬을 받는 중이었다.
“내가 콜로세움에서 지금까지 자네만한 전사를 본 적이 없었네. 어떻게 그런 천재적인 계략을 세웠단 말인가?”
선우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대충 하이라이트 요소만 쏙쏙 뽑아 황제에게 들려줬다.
황제는 놀라운 표정을 짓고 혀를 내둘렀다.
“자네 같은 천재는 여기 콜로세움에서만 묶여 있기에는 너무 아깝네.”
“그러면 폐하. 저를 콜로세움에서 해방시켜주시겠습니까?”
“하하하! 물론이지! 자네는 콜로세움을 벗어나 세상 모든 곳을 갈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하네. 내가 그 권능을 부여하겠네.”
아르콘 황제의 말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감탄을 했다.
“미친… 대박… 지금 황제가 뭐라고 하는 거야?”
“선우에게 자유를 주겠데.”
“미쳤다. 진짜 쩐다, 쩔어. 황제가 자유를 주겠다는 거야? 콜로세움의 자유?”
“와… 선우 쟤는 진짜 천재다. 황제의 부름을 받은 것도 모자라 콜로세움의 자유까지 받을 줄이야… 대체 저건 실력일까? 운빨일까?”
“실력이지 뭐.”
“근데 선우가 콜로세움의 자유까지 받아버리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지켜봐야지.”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황제와 선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폐하. 콜로세움의 자유가 무엇인지요?”
“하하하! 내가 미처 그걸 알려주지 않았군. 콜로세움의 자유란 지금 즉시 자네를 해방시켜 다음 대륙 어디로든 갈 수 있도록 허락한다는 뜻이네. 오직 나 아르콘 3세만이 내릴 수 있는 특권이지.”
선우가 재빨리 모든 걸 파악했다.
다음 대륙 어디로든 간다고?
이 말은 아르콘 대륙을 선우가 통과하고 다음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네가 콜로세움에서 벗어나 쿤타 대륙으로 가서 나 아르콘 3세의 명성을 전해주시게. 하하하!”
“반드시 그리 하겠습니다. 폐하.”
“좋아. 그러면 자네가 결정하게. 내가 부여할 콜로세움의 자유를 함께 누릴 자들을 저 중에서 골라보게. 모두에게 줄 수는 없네. 딱 2명까지만 허락할 수 있으니 신중하게 골라보게.”
아르콘 황제의 말에 본 브레이커 길드원과 코딱충, 불나방의 표정이 변했다.
“뭐라는 거야?”
“골라보라고? 다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선우가 일어났다.
“2명을 골라보라고 하시니 고르겠습니다.”
선우가 뒤를 돌아봤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서로 데려가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반면 코딱충은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이건 절호의 기회다. 저 마왕의 개 같은 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찬스라고.’
코딱충은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 뒤에 숨어서 선우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했다.
불나방은 고민이었다.
“으음, 여기 남는 것도 좋고 가는 것도 좋고…. 야, 코딱충 넌 어떻게 할 거냐?”
코딱충이 화들짝 놀랐다.
“쉿! 시끄러 새끼야. 김선우한테 들리잖아.”
“뭐가?”
“난 여기 남을 거다. 김선우가 본 브레이커 떨거지들 중 아무나 2명 골라서 칸룬 대륙으로 가면 나야 땡큐지. 콜로세움에서 레비아탄의 뒤를 이을 길드를 결성하고 지배자가 될 거다.”
“별 놈 다 보겠네. 쿤타 대륙으로 가는 게 훨씬 낫지 않아? 난 솔직히 아르콘 대륙이 이젠 좀 지겨워서.”
“흥, 그러면 김선우랑 같이 꺼져. 나야 더 좋지. 경쟁자가 없어졌으니 나만의 길드를 만들 수 있으니까.”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선우를 붙잡고 매달렸다.
“야, 선우야. 날 데려가야 된다.”
“아니야, 나야, 나라고.”
“다들 비켜! 건방진 새끼들! 위아래가 없어. 솔직히 여기 있는 놈들 중 나만큼 선우한테 충실했던 놈 있으면 나와 봐.”
체로키가 당당하게 외쳤다.
그러자 라비트가 대뜸 반발했다.
“체로키 형.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니죠. 어떻게 여기서 형만 선우한테 충실했어요?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형은 본 브레이커 공식 길드원도 아니잖아요. 그냥 굴러온 돌이지.”
“뭐라고? 야, 라비트. 너 지금 말 다했냐? 이것들이 아주 이제 본색을 슬슬 드러내는군.”
“형, 아닌 건 아닌 거죠. 참고로 선우 영입한 건 제가 한 거라고요. 제가 선우의 재능을 알아보고 딱 본 브레이커 길드원으로 합류를 시켰지 형이 한 게 뭐가 있어요? 저 아니었으면 형 솔직히 여기 있지도 못해요.”
“이 새끼가 진짜. 너 인마. 자꾸 이럴래?”
“형. 저는 선우 데리고 진짜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 이러자. 어차피 2명 데리고 가는 거니까 너랑 나 둘이서 선우 따라서 쿤타 대륙으로 가는 거야. 어때? 생각해보니 1명도 아니고 2명인데 왜 우리끼리 싸워?”
체로키의 말에 잠자코 있던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반발했다.
“저기요, 체로키 형. 죄송한데 길드원 아니시면 좀 빠져주시죠? 우리들은 뭐 시청자들이에요?”
“맞아. 굴러온 돌이 어딜 와서 자꾸 나대?”
“뭐? 새끼들이 진짜 죽고 싶냐?”
“새끼들? 이게 뒈질라고.”
“야, 체로키. 너 나와봐. 우리랑 붙을까?”
“이렇게 된 거 결투로 정하자.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2명이 선우를 따라가는 걸로.”
“좋아. 그러자. 니네들은 뒤졌어.”
체로키가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과 언쟁을 벌이는 사이.
“큭큭, 싸워라. 더 열심히 지랄들 해라. 어차피 난 안 갈 테니까.”
코딱충은 신이 나 있었다.
반면 선우는 길드원들의 싸움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다들 조용!”
선우의 말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침묵했다.
이를 지켜본 아르콘 황제가 속으로 감탄했다.
‘호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안목이 있다니까. 영웅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자로군.’
선우는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날 따라가고 싶은 건 이해한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 따위는 없다. 누군가 선택 받으면 누군가는 현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도 게이머로서의 배짱이지.”
“선우야. 내가 널 가장 먼저 알아봤잖아. 너 나 아니었으면 여기에 오지도 못했을 걸?”
“라비트. 시끄러. 내가 결정할 테니 잔말 말고 들어라.”
선우의 말에 모두가 침을 꼴깍 삼켰다.
코딱충만 혼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고 있었다.
“내가 데려갈 놈들은 불나방, 그리고 코딱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