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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15화 (115/200)

# 115

제115화

코딱충의 눈이 오들오들 떨렸다.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삭빵? 뭐 이런 생선 가시 같은 놈이 다 있어?’

선우는 코딱충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구멍을 차단한 상태.

스트리밍 방송을 아까부터 틀기 시작한 이유를 뒤늦게 알아챈 코딱충이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콜로세움의 모든 관중들이 볼 수 있도록 선우가 판을 짜놨으니까.

선우의 방송으로 많은 시청자들이 코딱충의 대답을 주목하고 있었다.

“선택은 네가 해라. 자삭빵, 캐삭빵.”

코딱충은 난생 처음 자삭빵이라는 걸 들어봤다.

캐릭터 삭제를 걸고 패하는 건 알아도 자삭빵이라니!

‘미친 놈. 이건 사람 새끼 아니야. 자진 삭제? 이런 젠장. 망했어. 설마 이런 제안을 해올 줄이야….’

코딱충의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만약 선우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코딱충은 인피니티 로드의 시청자들 앞에서 공개적인 약속을 하는 꼴이다.

선우를 배신하려는 어떤 행위를 시도만 해도 스스로 캐릭터를 삭제한다.

제안을 거부해도 캐릭터 삭제로 죽게 되니 코딱충은 사면초가였다.

‘망했어. 이거 받으면 김선우 노예가 되고 안 받으면 여기서 캐삭빵…. 젠장, 저 또라이 자식이 어떻게 이런 수를 냈지?’

코딱충이 망설이자 선우가 재촉했다.

“딱충아. 너에게 선택지는 많지가 않다. 내 제안을 받고 충견이 될래? 아니면 여기서 죽을래? 캐삭빵이니까 뭐 벨론 대륙에서 다시 시작하려면 고생 좀 하겠다야.”

“김선우… 너….”

“응? 뭐라고?”

선우가 손으로 귀를 감싸며 몸을 기울였다.

“그냥 죽겠다? 야, 얘 빨리 처리….”

“야! 야! 잠깐! 내가 언제 죽겠다고 했어? 아직 대답도 안 했다고!”

“빨리 대답해라. 나 시간 없어.”

코딱충은 아무리 머릴 굴려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젠장, 졌다. 완벽한 패배야. 인정하는 수밖에 없어.’

분통 터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선우의 절묘한 공략에 완벽하게 당해버렸으니까.

이제 코딱충은 선우의 제안을 받을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캐삭빵 당할 순 없어. 그냥… 자존심 까짓것 버리자.’

코딱충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선우를 노려봤다.

선우는 느긋한 눈빛으로 코딱충을 내려다봤다.

이미 지존의 위치에 올라선 여유로 가득한 눈빛.

코딱충이 간신히 입술을 떼었다.

“네 밑으로 들어가겠다.”

“응? 그러면 날 배신하려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는 순간… 어떻게 된다?”

“…….”

“대답 안 하냐? 네 입으로 이 방송을 지켜보는 모든 시청자들과 콜로세움의 관중 앞에서 맹세해라. 빨리.”

코딱충이 다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가슴이 쓰라렸다.

선우의 귓속말이 오기 전까지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찰나의 위기를 극복 못하고 선우가 내민 손을 잡은 게 화근.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코딱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게 먼저다.

열혈독사, 불독상어의 꼴이 나고 싶진 않았다.

“나, 코딱충은!! 지금부터 김선우 밑으로 들어가겠다! 됐지?”

선우의 눈치를 보면서 대답한 코딱충.

“아니야, 아니야.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내가 어떻게 맹세해야 하는지 알려줄게. 가까이 와봐.”

선우가 코딱충의 귀에 무언가 속삭거렸다.

“이 자식이!! 진짜 죽고 싶냐!”

코딱충이 선우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었다.

선우가 목에 힘을 빼고 머리통을 늘어뜨렸다.

“어? 이거 왜 이러냐? 캐삭빵 시킬까?”

“이걸 확….”

코딱충은 차마 선우에게 손댈 수 없었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과 불나방이 무기를 들고 노려봤으니까.

“딱충아. 난 기회를 두 번 주지 않는다. 한 번 온 기회 악착같이 꽉 물어라. 자, 이제 대답 시작~”

선우의 멱살을 풀고 바닥에 주저앉은 코딱충.

“크흡….”

눈물이 차올랐다.

‘젠장… 김선우를 손대는 게 아니었어. 차라리 불나방처럼 그냥 옆에 딱 붙어있을 걸… 괜히 욕심을 부렸어….’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불나방을 보라.

처음엔 선우와 죽일 듯이 칼을 휘둘렀던 그였다.

지금은 마치 선우의 오른팔처럼 기간트 소드를 들고 당당하게 서 있지 않는가!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선우 옆에서 충견처럼 움직였고 이들은 거기서 떨어지는 보상을 먹고 있었다.

‘아… 내가 등신이었어. 이런 개망신을 당할 날이 올 줄이야….’

코딱충이 눈물을 삼키고 가슴을 진정시켰다.

“딱충아. 대답이 너무 늦어. 캐삭빵 시키라고 눈치 주는 거냐?”

선우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물었다.

“아니다. 결정했다.”

“대답은?”

코딱충이 심호흡을 하고 외쳤다.

“나! 코딱충은! 지금부터 김선우의 충성스러운 부하가 되어 시키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 만약에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김선우를 배신하려는 어떤 사소한 행위라도 하는 순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캐릭터를 삭제하는 이른바 자삭빵을 실시할 것을 약속한다!”

우렁찬 외침이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콜로세움 관중들이 호응해줬다.

“우워! 코딱충이 드디어 김선우의 충견이 된 건가?”

“내 저럴 줄 알았어. 버티고 버티더니 결국은 훈련 끝난 셰퍼드 신세네.”

“멍청한 코딱충. 저럴 거면 뭐하러 김선우 뒤통수 치고 난리를 친 거냐?”

“순간 눈이 헷까닥 돈 거지 뭐. 눈앞에 길드 마스터의 자리랑 아르콘 대륙 1등 타이틀이 왔다 갔다 하는데 누군들 안 그러겠냐?”

“이럴 땐 불나방처럼 단순무식하게 그냥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게 딱 맞아.”

“맞아, 맞아.”

“진짜 김선우 대단한 놈이다. 결국 코딱충을 굴복시켰네.”

“아니, 난 그보다도 자삭빵이라는 걸 만든 게 더 신기해. 어떻게 저 생각을 했을까?”

콜로세움에서 구경하던 플레이어들은 모두 선우의 순발력에 혀를 내둘렀다.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으로 선우와 코딱충을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와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코딱충 굴복 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휴, 저 븅신 저렇게 개망신 당할 거 왜 주인장 뒤통수를 치냐 ㅋㅋㅋㅋ

-멍청한 코딱충. 무식한 불나방처럼만 했어도 저렇게 개망신은 안 당하지 ㅋㅋㅋㅋ

-크으… 역시 방장님 클라스 장난 아니십니다.

-와, 난 자삭빵은 또 처음 들어보넼ㅋㅋㅋㅋㅋ

-자삭빵 ㅋㅋㅋㅋㅋ 저거 실화냐?

-캐삭빵보다 더 무서운 자삭빵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코딱충 목에는 시한폭탄이 걸려있는 셈이네 ㅋㅋㅋ 배신하는 순간 자삭빵 잼 ㅋㅋ

-방장님 아이디어 미쳤다 ㅋㅋㅋㅋㅋㅋ 나도 저거 써먹어야지 ㅋㅋㅋㅋㅋ

-와, 결국 콜로세움의 승자는 주인장님이신가 ㄷㄷㄷㄷㄷㄷㄷ

-이제 아르콘 대륙의 새로운 질서가 생겼다. 외쳐! 갓선우!!

시청자들이 선우의 방송을 보면서 달풍선을 마구 쏴댔다.

“감사합니다. 시청자님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방송을 재미있게 봐주시고 달풍선도 쏴주시고 너무 감사드려요.”

시청자 앞에서 허리 숙여 굽신거리는 선우.

이 모습을 꼴사납게 째려보는 코딱충이 시청자들 눈에 발각되었다.

-딱충아. 자삭빵 지금 당하고 싶냐?

-눈깔이 불량스럽구나. 딱충이.

-배신의 눈빛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님. 지금 딱충이가 뒤통수 칠라고 각 재는 중.

-딱충이 자삭빵 ㄱ?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던 선우가 코딱충을 힐끔 봤다.

코딱충은 즉시 사또 말 잘 듣는 이방처럼 웃어보였다.

“오, 오해다. 선우야.”

“딱충아. 넌 이제 모든 시청자님들께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항상 겸손하도록.”

선우의 말에 코딱충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지다가 멈칫 했다.

‘천하의 코딱충이… 이게 대체 무슨 개망나니 신세냐.’

한탄스러웠지만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수도 없었다.

코딱충 스스로 자처한 꼴이니까.

“야, 니네들. 아이템 다 주웠냐?”

“응. 여기 떨어진 아이템들 엄청 많다. 선우야.”

“좋아. 싹 다 쓸어 담고 경매장으로 가자. 한몫 챙겨보자고.”

* * *

콜로세움 옆 경매장.

이곳은 매번 콜로세움 전투가 끝날 때마다 쏟아지는 아이템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오늘은 역대 최대의 플레이어들이 몰려들어 난리였다.

“야, 아누비스 길드 아이템 언제 나오냐?”

“기다려 봐. 지금 김선우 쪽에서 올린다고 하니까.”

선우는 콜로세움에서 잔뜩 수집한 아이템들을 모조리 경매에 올리는 중이었다.

라비트와 체로키는 나머지 길드원들에게 아이템 목록을 정리 중이었다.

“야, 선우야. 그런데 이걸 정말 다 팔 거야?”

“팔아야지. 저게 다 돈인데. 안 팔 거냐?”

“저 중에 쓸 만 한 건 그냥 콜로세움에서 계속 써도 되지 않을까?”

“너희들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하나씩 챙겨라. 그 외에 나머지는 팔아버려.”

선우가 콜로세움에서 수확한 아이템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생각해 보라.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와의 전쟁이었다.

각 플레이어들마다 캐삭빵 당하지 않으려고 각자 고급 아이템들을 갖고 나왔었다.

“우와, 근데 이놈들 진짜 아이템 신경 많이 썼네.”

“길드전 치고 무리수 둔 애들 많겠는데?”

“이렇게 비싼 아이템들 많이 떨어진 길드전은 진짜 처음 본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서로 혀를 내둘렀다.

선우는 태연하게 말문을 열었다.

“그게 다 캐삭빵이 걸렸기 때문이지. 죽기 싫으면 뭔들 못하겠냐?”

선우의 말대로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원들은 정말 목숨을 걸었었다.

캐릭터 삭제가 되느니 무리하게 돈을 써서라도 비싼 아이템을 구매하고 나온 것이었다.

물론 결과는 참혹했지만.

“와, 아누비스랑 레비아탄 길드원들, 이 정도면 벨론 대륙에서 시작하는 것도 버겁겠는데?”

“노가다 먼저 뛰고 벨론 대륙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니냐?”

“야, 목록 정리 끝났으면 경매 시작하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경매장에 각자 내놓을 아이템들을 계속 올려놨다.

경매가 시작되었다.

선우가 경매를 진행하기로 했다.

“자, 자! 플레이어 여러분.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의 전쟁에서 수확한 고~오~급 아이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김선우! 김선우!”

선우의 멘트에 경매장에 나온 플레이어들이 환호했다.

이들은 모두 어떤 아이템을 가져갈지 눈빛을 번쩍이고 있었다.

아이템 경매가 시작될 때마다 선우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으로 생중계 중이었다.

시청자들 역시 난리였다.

-와!!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 현질 하는 놈들 저기 다 몰려갔네.

-아이템 쩐다. 저게 저 정도 금액에 팔리다니.

-방장님 저 아이템 경매로 수수료 엄청 챙기시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방장님 게임 아이큐는 세계 1위 ㅋㅋㅋㅋㅋㅋㅋ

선우는 아이템 경매장에서도 엄청난 신기록을 세워버렸다.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의 아이템들을 모두 팔아치웠다.

뿐만 아니라 열혈독사와 불독상어의 아이템은 경매의 하이라이트였다.

“자!! 열혈독사가 썼던 제왕의 투구가 30억에 낙찰 되었습니다!”

열혈독사와 불독상어의 모든 아이템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선우의 스트리밍 방송으로 아이템의 주인들도 지켜봤다.

“김선우… 빌어먹을 자식… 내 새끼들을 저렇게 멋대로 팔아치워?”

열혈독사는 반쯤 풀린 눈으로 선우의 방송을 노려봤다.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빈 술병들이 가득했다.

불독상어는 병실에서 퀭한 눈으로 선우의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상어 형.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캐삭빵 당한 스트레스로 결국 입원한 불독상어.

그의 곁에는 마찬가지로 캐삭빵 당한 길드원들이 몇몇 있었다.

이들 모두 병실 TV에 설치된 화면으로 선우의 경매를 구경 중이었다.

선우의 화려한 말빨에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자신의 아이템들.

불독상어가 간신히 입술을 떼었다.

“형들한테 연락해야지. 김선우가 다음 대륙으로 진출하면 반드시 없애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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