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
제111화
열혈독사가 궁지에 몰렸다.
연속적인 공격에 처참해진 몰골.
“크으….”
탱커들의 방어벽에 열혈독사의 모든 공격이 막혔다.
동시에 딜러 부대의 총공세는 체력을 순식간에 거덜내버렸다.
“길드장!”
열혈독사를 구하러 달려가던 아누비스 길드원들.
이들 또한 불독상어의 지시로 앞을 가로막은 마법사들이 공격 중이었다.
“좋아, 이렇게만 가자. 싹 다 녹여버려!”
불독상어는 기세등등해졌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
라비트가 선우를 보며 물었다.
“야, 이제 우린 뭐 하면 되냐?”
선우가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구경만 해라.”
“진짜로?”
“응.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하니까.”
선우의 눈빛이 번뜩였다.
‘코딱충이 팝콘소년을 몰아붙이고 있군. 근데 근접전이라서 그런가? 코딱충이 너무 일방적으로 패고 있네.’
퍼퍼퍽!
퍽! 빠박!
빠바박!
“하하하! 맛이 어떠냐? 팝콘 튀겨 먹는 거 같지?”
코딱충의 손발에 팝콘 알갱이 터지듯이 맞고 있는 팝콘소년.
“으극… 쿨럭!”
마법 스킬을 쓰려고 손을 올리면 코딱충의 정권지르기가 속사포로 들어왔다.
“매직 미사일!”
간신히 거리를 벌린 뒤 급하게 쓸 수 있는 마법을 썼다.
코딱충은 예상했다는 듯 옆으로 슬쩍 몸을 날렸고 바닥을 차면서 발차기를 했다.
“크억!”
팝콘소년의 몸통이 옆으로 홱 하고 꺾였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코딱충의 권각술은 근접전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이제 마지막이다.”
빠바박!
코딱충의 마무리 일격이 팝콘소년의 급소를 강타했다.
결국 팝콘소년이 죽었다.
코딱충에게 패배한 팝콘소년은 캐릭터가 사라졌고 아이템을 흘렸다.
마법사들이라면 누구나 눈을 반짝일 아이템들.
코딱충이 이걸 줍는 것을 선우가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슬슬 쟤들도 작업해야겠다.”
선우는 코딱충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딱충아. 불독상어가 널 노리고 있다. 타이밍 잘 잡아라. 열혈독사 지금 다 죽어가고 있는데 쟤 죽으면 너도 사실상 끝이야. 아까 내가 보니까 불독상어가 너한테서 눈을 못 떼더라.
선우의 귓속말을 받은 코딱충은 불독상어의 위치를 확인했다.
때마침 불독상어가 코딱충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둘이 눈이 맞닥뜨리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먼저 시선을 회피하며 열혈독사 쪽으로 향하는 불독상어.
코딱충은 불독상어를 따라가며 시선을 옮겼다.
“저 자식이… 진짜로 날 주시하고 있었네.”
선우의 말은 사실이었다.
불독상어가 콜로세움 전투 와중에도 자신을 지켜본다는 것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는 뜻.
“김선우의 말은 고깝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열혈독사가 죽는다면 다음 타겟은 내가 될 거야. 그러면… 내가 해야 할 건….”
열혈독사는 아직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불독상어의 마법사 및 탱커부대들에게 가로막혀 열혈독사를 도와주지 못하는 게 보였다.
선우의 귓속말이 또 날아왔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코딱충의 눈이 번쩍 뜨였다.
-김선우. 그게 사실이냐?
-물론이지. 내가 이미 손질 다 하고 양념까지 발라 놨다. 네가 떠먹으면 된다니까.
선우의 귓속말을 확인한 코딱충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좋아. 김선우. 일단 널 처리하는 건 생각 좀 해보마. 단, 네 말이 사실이어야 할 거다. 난 여기서 누가 이기든지 무조건 혼자서라도 살아남을 자신은 있거든.”
코딱충이 열혈독사의 위치를 재확인했다.
거의 다 죽어가는 열혈독사와 필사적으로 공격하라고 외치는 불독상어가 보였다.
“좋아. 티 안 나게 손봐주지.”
파밧!
코딱충이 몸을 날려 뛰기 시작했다.
망원경으로 코딱충을 관찰하던 선우는 불나방을 불렀다.
“왜?”
“야, 나방아. 네가 잘 아는 아누비스 길드원들 저기 몇 명이나 되냐?”
“아직 살아남은 놈들 대부분은 다 알지.”
“그러면 걔들한테 귓속말 좀 보내려고 하는데 닉네임 좀 불러봐.”
불나방이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쳐다봤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우리를 위한 짓이다. 불러봐.”
불나방은 마지못해 아누비스 길드원들의 닉네임을 선우에게 하나씩 알려줬다.
* * *
“모두들 밀어붙여! 독사 형이 죽으면 안 된다! 그러면 이겨도 이긴 게 아니야!”
아누비스 길드 간부들이 길드원들을 다그쳤다.
이들은 밀고 밀리는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레비아탄 길드의 마법사들이 마나가 바닥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텨라!! 마법사 애들 지금 마나 다 떨어졌으니까! 탱커들만 제끼면 길드장 구할 수 있어!”
레비아탄 길드의 남은 탱커와 마법사들은 둥글게 반원을 그리면서 열혈독사를 포위한 채 아누비스 길드를 방어하고 있었다.
방어벽을 무너뜨려야만 열혈독사를 구하러 갈 수 있었다.
한참 전투 중이던 아누비스 길드원들 중 누군가 말문을 열었다.
“에이 씨. 야, 솔직히 생각해봐. 지금 열혈독사 죽으면 아누비스 길드 마스터 자리가 비는 건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놈들이 길드 마스터 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렇기는 하지.”
“그러면 하는 척만 하고 열혈독사 죽게 놔두자. 어차피 캐삭빵 길드전이잖아. 캐릭터 삭제되면 벨론 대륙부터 다시 시작일 건데 그 사이에 우리가 길드장 먹고 아누비스 길드로 장사하자. 그게 훨씬 이득 아니냐?”
“나도 마침 그 생각 하고 있었어.”
“맞아, 틀린 말은 아니지. 솔직히 열혈독사 그동안 혼자서 많이 해먹었잖아.”
“이제 길드 마스터 자리도 바뀔 때가 됐어.”
“나랑 같이 손잡을 사람? 지금 빠지자. 조금만 더 시간 끌면 열혈독사는 결국 죽을 거라고.”
“좋아. 나도 한다.”
“야, 나도 끼워주라.”
아누비스 길드원들끼리 서로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어어? 저 자식들 왜 저러는 거야? 야!! 너희들 공격 제대로 안 하냐!!”
갑자기 한 무리의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쑥 하고 뒤로 후퇴한다.
“어라? 저것들이 미쳤나 진짜! 이 와중에 뒤로 빠져? 야! 새끼들아! 당장 안 튀어와!!”
아누비스 길드 간부 중 하나가 고래고래 소릴 질러댔다.
“응? 야! 너희들은 또 어디 가! 왜 물러나는 건데! 공격 안 하냐!!”
길드의 간부들이 갑자기 일제히 뒤로 후퇴하는 길드원들을 보더니 당황했다.
“어딜 보는 거냐! 우릴 앞에 두고!”
“크어억!”
동시에 앞에 있던 레비아탄 길드원들이 간부들을 공격했다.
“야, 지금이다. 간부 자식들 싹 털어버리자. 저것들 갖고 있는 템은 다 우리 꺼다.”
“그래. 가자!!”
갑자기 뒤로 후퇴한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간부들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어라? 야, 쟤들 왜 저러냐?”
되려 놀라 당황하는 레비아탄 길드원들.
자신들을 방어하던 아누비스의 간부들이 뒤에서 길드원들에게 마구 공격당하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집단으로 처 돌았냐! 정신들 차려…끄아악!”
“간부라고 평소에 갑질하던 거 마음에 안 들었는데 잘 걸렸어. 새끼들아!”
“네 아이템은 내가 잘 써줄게.”
“이 배신자 새끼들이! 아악!”
아누비스 길드의 간부들이 속절없이 죽었고 동시에 떨어진 아이템은 길드원들이 재빠르게 주워 먹었다.
레비아탄 길드원들은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 넋을 놓고 바라보기만 했다.
“뭐지? 얘들 혹시 상어 형이 미리 포섭한 아군인가?”
“뭐가 어떻게 되가는 거야?”
혼란에 빠진 레비아탄 길드원들.
그 와중에 코딱충이 레비아탄 길드의 탱커 방어벽을 뛰어넘었다.
“크으… 허공답보 스킬이 이럴 때 끝내주는구나. 비싼 돈 주고 무공 비급서 배워두길 잘했다니까.”
코딱충은 공중을 계단처럼 밟으면서 레비아탄 길드의 탱커들을 뛰어넘었다.
마법사들은 코앞의 아누비스 길드원들을 막아내느라 코딱충을 놓쳤다.
“열혈독사! 기다려라!!”
코딱충이 포효를 하면서 공중에서 지상으로 내달렸다.
“응?”
불독상어가 고개를 들었다.
“이야아압!!”
코딱충이 정권지르기를 연속으로 날리자 권풍이 발생하며 미사일처럼 날아갔다.
쉬이익!
파파팡!
쾅! 쾅!
“크아악! 뭐, 뭐냐?”
“코딱충 형? 아니 왜?”
“저 새끼가 미쳤나! 뭐하는 짓이야!”
열혈독사를 죽이려고 하던 레비아탄 길드원들의 탱커들이 무너졌다.
코딱충이 날린 권풍에 맞고 탱커들의 방어벽이 흔들리는 사이.
“으아압!”
열혈독사가 눈을 번쩍이며 엄청난 공격을 휘몰아쳤다.
흔들린 방어벽으로 자신의 필살기를 펼치자 탱커들 일부가 뒤로 튕겨져 나갔다.
구멍이 생긴 틈으로 열혈독사가 빠져나갔다.
“이런 젠장!! 저 새끼 잡아!!”
딜러 부대가 열혈독사를 쫓으려는 사이.
퍼퍼퍽! 퍼퍽!
코딱충이 레비아탄 길드의 딜러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했다.
“저, 저, 저 새끼 미친 놈 아냐?”
당황하는 레비아탄 길드원들.
코딱충은 이들이 당황하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딜러들을 먼저 없애야 한다. 탱커는 시간이 걸리니까.’
파아앗!
코딱충이 높이 도약하면서 딜러들의 검을 회피했다.
그 다음 공중에서 떨어지면서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퍽! 퍼퍽!
“젠장! 코딱충이 배신했다!! 이 새끼 역시 김선우의 스파이였어!”
딜러들이 뒤로 후퇴했다.
넋을 놓고 코딱충의 행동을 지켜보던 불독상어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이 새끼!! 개만도 못한 개딱충 새끼!! 어차피 믿지도 않았어! 네놈이 김선우의 스파이라는 걸 알고도 그간의 정이 있어서 한번 믿어주려 했는데 또 날 배신해!!”
불독상어가 쌍욕을 퍼부어댔다.
코딱충이 손가락 욕을 날리면서 불독상어에게 대꾸했다.
“네가 언제 날 믿기는 했냐? 생선 찌꺼기 자식아!”
“죽여! 저 배신벌레 새끼를 먼저 죽여라!!”
열혈독사는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젠장… 코딱충 저건 왜… 아니 날 구해준 건가? 아니지… 저 새끼가 날 구할 리 없잖아. 하하. 운이 좋았군. 뭔지는 몰라도 내분이 일어났나 본데. 이참에 내 길드원들을 데리고 이 자식들 싹 털어버려야겠어.”
“열혈독사를 죽여!!”
코딱충이 미처 상대하지 못하는 레비아탄의 딜러들과 탱커들이 열혈독사를 쫓았다.
불독상어가 뒤따라오며 검을 빼들었다.
“저 독뱀 자식을 반드시 죽여라!”
다급해진 불독상어.
이걸 지켜본 아누비스의 길드원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어라? 야! 저거 봐. 열혈독사가 빠져나왔어.”
“이런 젠장! 빨리 가서 죽이자!”
“저 자식이 살아있으면 안 돼.”
아누비스의 길드원들이 엄청난 속도로 열혈독사를 쫓아갔다.
불독상어는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몰려오는 걸 발견했다.
“마법사들 저 자식들 못 오게 막아!!”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열혈독사를 구하러 오는 줄 알고 있었다.
그 사이 열혈독사는 선우에게 귓속말을 받았다.
-독사야. 잘 가렴.
뜬금없는 선우의 귓속말이었다.
-뭔 개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김선우. 넌 모가지나 씻고 기다려라. 이 빌어먹을 쓰레기들 다 치워버린 뒤에 널 콜로세움으로 끄집어내서 아예 갈아버릴 테니까.
귓속말을 전하면서 열혈독사가 도망을 쳤다.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레비아탄 길드에 막혀 오지 못하자 열혈독사가 가기로 한 것.
열혈독사는 뒤에서 레비아탄 소속 마법사들을 공격하면서 틈을 열었다.
“비켜! 비켜! 자식들아! 하하!”
“열혈독사다! 잡아!!”
레비아탄 길드원들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마침내 아누비스 길드의 진영으로 뛰어들었다.
열혈독사가 웃음을 터뜨리면서 외쳤다.
“후하하! 얘들아! 저것들 빨리 막아라! 그리고 물약 남은 놈들 나한테 넘겨. 당장!!”
열혈독사의 말에도 아누비스 길드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들이 뭐하고 있는 거야? 지금 여기 놀러왔어! 물약 내놓고 빨리 저것들 막으라고!”
아누비스 길드원들은 마치 먹이를 발견한 올빼미처럼 열혈독사를 쳐다봤다.
‘응? 이것들 분위기 왜 이래? 뭔가 쎄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