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109화 (109/200)

# 109

제109화

시스템 메시지가 플레이어들 귀에 들려오고 있었다.

[콜로세움의 길드 전쟁이 곧 시작됩니다.]

[길드전에 참가할 플레이어들은 모두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열혈독사와 불독상어가 서로 마주보는 사이 선우는 콜로세움의 대기실에 숨어 있었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도 마찬가지였다.

“야, 김선우. 무슨 작전이 있으면 얘기를 해줘야 될 거 아냐?”

불나방이 콜로세움을 감시하면서 선우에게 투덜거렸다.

“잘 들어라. 우리는 저놈들끼리 전쟁을 하다 지치는 순간을 노린다. 그때까지 여기 숨어서 기회를 엿봐야 돼.”

“그때가 언젠데?”

“내가 신호할 때다. 준비나 하고 기다려.”

선우는 대기실에서 콜로세움이 잘 보이는 창밖에 앉았다.

대기실은 콜로세움의 다음 전투가 예정된 플레이어들이 미리 지정해서 들어가는 곳.

물론 전투를 보다가 참가하고 싶으면 당장 참가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기에 선우는 아누비스와 레비아탄과의 전쟁을 지켜보기로 한 것.

“불독상어. 오늘이 네 게이머 인생의 마지막이다. 남기고 싶은 말은 없냐?”

“푸하하! 착각하지 마라. 독뱀 자식아. 네가 내 말만 들었어도 여기까진 안 왔어. 알아?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도 않았다고.”

불독상어는 생각할수록 열 받았다.

열혈독사가 자신의 말만 잘 따라줬어도 선우의 농간에 놀아나진 않았을 거라 여겼다.

“놀고 있네. 네가 뭔데 네 말을 들으면 여기까지 안 와? 착각하지 마라. 레비아탄은 주제 파악을 못하고 아누비스한테 개겨서 여기에 온 거다.”

“독뱀 대가리 자식. 여전히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는구나. 그 머리통으로 어떻게 길드 랭킹 1위를 유지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그래~ 그래~ 나도 네가 어떻게 아직까지 캐삭빵 안 당했는지 신기해. 이제 곧 없애줄테니까 벨론 대륙에서 다시 시작하도록.”

열혈독사가 뒤쪽에 서 있던 길드원들에게 손짓했다.

“모두 쳐라!!”

“우와아아!!!”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터뜨렸다.

기선 제압을 하려는 의도.

레비아탄 길드원들이 움찔 했다.

코딱충이 외쳤다.

“모두 쫄지 마라. 오늘 우리 레비아탄 길드가 역사를 새로 쓸 것이다!!”

“와아아!!”

바로 앞에서 코딱충의 멘트를 들은 불독상어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역사를 새로 써?’

순간적으로 다시 피어오른 의심의 불꽃.

코딱충을 여전히 김선우의 스파이로 의심하는 불독상어는 이를 부득 갈았다.

‘속내를 이렇게 드러내면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딱충아.’

불독상어가 자신을 흘겨보자 코딱충이 물었다.

“왜 그래? 형.”

“아니다. 아무것도. 전투가 시작된다. 네가 앞장서라.”

“물론이지. 맡겨만 달라고.”

코딱충이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앞으로 나왔다.

불독상어는 코딱충의 뒤통수마저 얄미웠다.

이 모습을 관찰하던 제 3자가 있었으니.

“으흠~ 코딱충을 바라보는 저 눈빛. 내가 기다렸던 그 눈빛이지.”

바로 선우였다.

망원경을 어디서 구입했는지 선우는 연신 망원경으로 콜로세움의 캐릭터들의 위치를 세세하게 파악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불독상어와 열혈독사 그리고 코딱충의 눈빛을 관찰했다.

딱 봐도 서로 의심하고 틈만 나면 죽이려 드는 배신의 우정.

선우는 키득거리면서 입맛을 다셨다.

“빨리 붙어라. 둘 다 죽도록 싸워.”

뒤에서 이런 선우를 지켜보던 라비트는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역시 김선우 얘랑 같은 편 먹은 게 내 게이머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어.’

라비트만 소름이 뻗치는 게 아니었다.

체로키는 경이로운 눈으로 선우를 바라봤다.

‘정말 보통 난 놈이 아니다. 어떻게 이 와중에도 저렇게 냉정하게 자기 계략을 꾸미는 걸까? 전투력이 특출 난 놈들보다 이런 타입이 훨씬 무섭다더니… 상상을 초월하잖아.’

본 브레이커 길드원 모두 처음과 달리 선우를 볼수록 우러러봤다.

선우가 보여주는 건 화려한 전투 플레이가 아니었다.

압도적인 힘과 높은 레벨과 강력한 스킬.

이런 건 기존에 보여주는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하지만 선우는 달랐다.

철저하게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흘러가면서 자신을 숨기며 원하는 걸 독식해왔다.

선우가 한 번 갖겠다고 한 것은 수단과 방법은 안 가리고 얻어냈다.

지금 아르콘 대륙의 콜로세움을 보라!

모두가 열광하던 아누비스와 레비아탄의 이미지는 선우에 의해 망가져버렸다.

그리고 이들을 결국 캐릭터 삭제까지 건 최후의 결투로 몰아버린 것도 선우의 능력이었다.

그 어떤 전투력 높던 플레이어도 선우와 같은 일을 해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선우가 이제 무슨 일을 벌일지 예상은 간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는 알 수 없었다.

모두가 자신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걸 알지 못한 선우.

지금도 머릿속으로 어떻게 할지 이미 계산이 끝난 상태였다.

“드디어 붙었다.”

선우가 외치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일제히 창살로 몰려들었다.

“와아아!!”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투쾅!

푸슝! 푸슝!

화르륵!

콰콰앙!

사방팔방 폭발음이 들렸고 불기둥이 솟구쳤다.

오색찬란한 빛이 일렁거리며 뒤섞였고 마법사들의 공격이 양쪽 진영을 덮쳤다.

“물러나지 마라!! 레비아탄은 아누비스를 이길 수 있다! 한 놈만 죽여도 무조건 캐삭빵! 한 놈씩 없애가라!”

코딱충이 몰려드는 적을 손발로 격퇴시키며 명령을 내렸다.

불독상어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위.

“저 자식이 진짜….”

“형님. 코딱충은 아무래도 김선우의 스파이가 맞습니다. 자기 말로는 형님께 오해를 풀고 싶다고 찾아왔다는데 저거 좀 보십쇼.”

“저건 누가 봐도 대놓고 본인의 야망을 드러내는 겁니다. 코딱충은 전쟁이 끝나면 즉시 처분해야 합니다.”

“일단 너희 밑에 직속 딜러들한테 말을 다 해놨지?”

“걱정 마십시오. 길드장님께서 명을 내리시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좋아. 대기하고 있어라. 일단 지금은 전쟁에서 이기는 게 먼저다.”

불독상어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코딱충을 노려보는 걸 선우가 포착했다.

“좋아쓰~ 저 멍청한 머리통에 슬슬 오해의 꽃밭이 펼쳐지는군.”

선우는 아누비스 길드 진영을 확인했다.

열혈독사는 미쳐 날뛰고 있었다.

“다 죽여라! 죽여 버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아르콘 대륙에 레비아탄 길드 자체를 지워버리는 거다! 아하하하하!!”

악당 같은 웃음이 울려 퍼졌다.

선우는 열혈독사를 보면서 슬쩍 귓속말을 보냈다.

-야, 독사야. 나 선우다.

전투를 하던 열혈독사의 눈앞에 띠링 하고 나타난 선우의 귓속말 화면.

“뭐냐? 이거.”

열혈독사가 근처 바위로 올라가서 주변을 살폈다.

벌집 같은 대기실의 창살 한 곳에 선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 자식이 죽고 싶어 환장했나.”

이때 다시 선우의 귓속말이 들려왔다.

-야, 너 조심해라. 네 측근이 네 뒤통수 깔 틈을 노리고 있어. 몇 명인지는 비밀이지롱.

귓속말을 읽고 있던 열혈독사의 뒤가 갑자기 싸해졌다.

“독사 행님! 피하십쇼!”

파앗!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날린 열혈독사.

꽈과광!!

서 있던 바위에 라이트닝 미사일이 떨어지며 박살이 나버렸다.

“후아… 이거 뭐냐?”

열혈독사가 뒤를 보자 플레이어들이 엉켜서 싸움을 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기습 공격을 했는데 실패하자 시치미 뚝 떼는 것처럼.

“저놈은 팝콘소년인데… 이 정도 라이트닝 미사일을 뿌리는 내 측근은 저놈밖에 없어.”

선우의 귓속말 타이밍과 동시에 일어난 공격.

열혈독사의 눈이 다시 의심으로 가득 차올랐다.

‘뭐지? 설마 김선우 말대로 누군가 날 진짜 노리는 건가?’

선우가 뻥을 쳐댄 아누비스 길드 스파이 설을 열혈독사는 무시했었다.

길드전을 앞두고 선우가 자신을 흔들어 보려는 노림수로 여겼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흐음….”

열혈독사가 일단 아누비스 길드 진영의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뒤가 켕겼다.

“요것들 봐라… 그러니까 스파이 놈들이 아직 내 길드에 숨어 있는데… 길드전에서 날 실수인 척 치려고 한다?”

열혈독사만의 착각이 시작되었다.

사실 지금 콜로세움의 길드전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적군과 아군을 식별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온갖 마법과 버프 공격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탱커와 딜러들끼리 서로 뒤엉켰고 죽어가는 플레이어들이 속출했다.

여기에 콜로세움의 구경꾼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응원을 하니 정신이 없었다.

공격을 하다 보면 정말 실수로 아군에게 공격이 들어갈 수도 있다.

평상시 같으면 열혈독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더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거다.

문제는 선우가 귓속말을 보내버린 것이다.

사실이 아닌 뻥이지만 열혈독사의 머릿속을 흔들고도 남았다.

이제 열혈독사의 눈에는 적군이 아니라 아군조차 자신을 노리는 적으로 보일 지경.

‘젠장, 아니야. 이건 김선우의 농간일 거다. 실수겠지. 실수일 거야. 실수여야만 한다.’

열혈독사가 다시 전투에 나섰다.

‘내가 조심하면 된다.’

전투를 하는 열혈독사에게 또 선우의 귓속말이 날아왔다.

-야, 뒤쪽 11시 방향.

이제 열혈독사는 의심 없이 먼저 몸을 돌렸다.

“으억!”

콰쾅!

매직 미사일이 날아와 폭발했다.

“야, 팝콘소년. 너 아까부터 뭐하는 거냐?”

“아, 길드장. 죄송합니다. 저놈이 피하는 바람에… 아! 길드장 조심하십쇼! 매직 미사일!”

“으아악!”

팝콘소년이란 마법사 플레이어의 손에 매직 미사일이 연발로 발사되었다.

열혈독사가 황급히 피하는 순간 뒤쪽의 레비아탄 길드원이 맞고 사망했다.

“흐어…흐어….”

“길드장. 다치셨습니까?”

열혈독사가 팝콘소년을 쳐다보는 순간 선우의 귓속말이 날아들었다.

-걔가 다쳤냐고 안 물어보냐? 왜 물어볼까?

열혈독사의 머릿속이 혼잡스러워지고 있었다.

사실 선우는 아누비스 길드의 스파이란 존재를 계속 만들어내는 중이었다.

애초에 스파이란 걸 심어놓지 않았으니 즉석에서 만드는 것이다.

전투를 살펴보면서 열혈독사 쪽으로 다른 이들의 공격이 날아갈 거 같으면 미리 경고를 던진다.

그러면 선우가 열혈독사가 안 당하도록 도와준 꼴이 된다.

하지만 열혈독사 입장에서는 선우의 전적이 있기 때문에 의심이 커지게 된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아군의 실수가 자신을 은근슬쩍 노리는 뒤통수로 보이는 것.

이걸 해낸 게 바로 선우의 귓속말이었다.

한편 선우는 이번엔 타겟을 불독상어에게 돌렸다.

-불독상어. 내 말 들리냐?

-꺼져! 이 자식아. 숨어서 귓말 보내지 마라.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진정하고 내 말 잘 들어라. 열혈독사 잡게 해줄게.

불독상어의 귀가 솔깃해졌다.

-어떻게?

지금 불독상어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코딱충이 선우의 스파이라고 의심하는 중이었지만 일단 눈앞의 적들을 해치워야 하니까.

먼저 열혈독사를 잡고 1위 길드로 우뚝 서는 것.

그 다음 코딱충을 처치하고 선우를 노리는 게 불독상어의 빅 플랜이었다.

선우는 이러한 불독상어의 욕망을 써먹을 작정이었다.

-내가 보라는 방향을 봐. 열혈독사를 노리는 내 스파이들이 있을 거니까.

-뭐? 하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김선우 이 양아치 새끼야. 기자들 앞에서는 내가 열혈독사 측근들에 스파이를 심었다고 구라를 치더니 이제야 실토하는 거냐?

-어차피 너도 알고 있었을 거 아니야?

선우가 은근슬쩍 인정해주는 척 하자 불독상어가 우쭐해졌다.

-당연하지!! 내가 너 같은 애송이들 잔머리에 놀아날 거라 생각 하냐?

자신만만한 불독상어에게 선우가 떡밥을 던졌다.

-조금 있으면 다시 열혈독사 쪽으로 마법 공격이 펼쳐질 거다. 근처에서 마법사 플레이어들 전투하는 거 보이지? 쟤들 중에 내 스파이가 있어. 걔들이 공격해서 열혈독사의 빈틈을 만들면 네가 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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