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108화 (108/200)

# 108

제108화

선우 앞에 무덤으로 보이는 장소가 나타났다.

마치 누군가 차려놓은 제단 같은 것이 있었다.

“여기가 무덤 같은데?”

선우는 근처를 뒤지고 다녔다.

“오, 이거로군.”

돌로 만든 관이 제단 뒤편에 놓여 있었다.

“이걸 그냥 다 부숴버리면 되는 걸까?”

플레임 블레이드를 들어올리는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부스러진 해골 부족을 봉인했던 마법사의 무덤을 발견하였습니다.]

[경고! 위험합니다. 마법사의 관에서 사악한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마법사의 무덤이 침입자를 발견하였습니다.]

[침입자를 제거하려고 마법사의 영혼이 깨어납니다.]

드드드득!

“오? 뭐냐, 저거. 관 뚜껑이 들썩거리네.”

마법사의 무덤의 시설물이 덜컥거렸고 관 뚜껑이 열렸다.

스와악.

검은 연기가 관에서 새어나왔다.

연기는 서서히 형체를 만들었다.

검정색 로브를 쓴 해골이 붉은 안광을 번쩍였다.

스으으.

음산한 살기가 공기로 스며들었다.

선우가 플레임 블레이드를 겨눴다.

알림이 들려왔다.

[마법사의 영혼이 리치로 변하여 깨어났습니다.]

관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리치였다.

오랫동안 관에서 잠들었던 마법사의 영혼이 리치로 변한 것이었다.

“…놈들을…데려갈…순…없다….”

“시끄러. 쟤들은 이제부터 내 쫄병들이다.”

파앗!

선우가 돌격했다.

플레임 블레이드의 검신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야압!”

휘이익!

퍼컹!

화라락!

불길이 치솟았다.

하지만 리치는 공중에 두둥실 뜨며 위로 이동했다.

큐슈웅!

흑광이 번쩍이며 공중을 가로질렀다.

“크읍!”

선우가 플레임 블레이드를 가로로 뉘이며 막았다.

투캉!

콰당탕!

선우가 바닥을 몇 번 뒹굴며 일어났다.

“아우우… 저거 쎈 놈이네.”

그오오!

리치의 뼈 손가락이 주르륵 옷깃 소매에서 빠져나온다.

손가락 끝마다 붉은 빛이 일렁거렸다.

투-슈웅!

콰쾅!

붉은 빛이 뭉쳐지더니 총알처럼 발사되었다.

선우가 옆으로 피하면서 리치에게 돌격했다.

“반드시 없애버린다. 이야압!”

* * *

“하아…하아….”

선우는 알림을 듣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 리치를 처치하였습니다.]

[부스러진 해골 부족들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보상으로 부스러진 해골 부족의 권속을 획득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 300을 달성하였습니다.]

[레벨 300 달성 기념으로 인피니티 직업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후우…. 때마침 레벨업이 안 되었다면 이기기 힘들었을지도 몰라.”

선우는 레벨을 확인했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300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300

민첩: 300

체력: 300

마력: 300

스킬: 없음

소유 스킬: 소환의 진, 인피니티 아이(Eye)

스킬 사용권: 없음

“오, 인피니티 아이? 처음 보는 스킬인데.”

선우가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했다.

<인피니티 아이(Eye)>

등급: 신(God)

정보: 인피니티 여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만이 각성할 수 있는 감식안이다. 사물의 숨겨진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선우는 숨을 고른 뒤에 던전을 나갔다.

협곡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스러진 해골 부족에게 가 봤다.

“구아악! 봉인이 풀렸다!!”

“이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어!”

오크들이 포효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선우가 나타나자 오크 족장 파키쿠타가 다가왔다.

“설마 했는데 고맙다. 인간이여.”

“아, 이런 걸 갖고 뭘.”

파키쿠타는 선우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였다.

선우는 황금 안개,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에 이어 부스러진 해골 부족을 손에 넣었다.

“이제 남은 건 콜로세움 길드전이군.”

* * *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는 전쟁을 앞두고 있었다.

“빨리 가서 나도 껴들어야지.”

선우는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숨어있는 은신처로 향했다.

“야, 너희들 이제 나와라.”

“선우야, 코딱충 레비아탄 길드로 합류했대.”

“방금 본인이 직접 스트리밍 방송 하더라. 레비아탄 길드원들한테 맞아 죽을 줄 알았는데.”

선우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어떻게든 불독상어를 설득시켰나보지. 놀랄 건 없어. 예상했던 거니까.”

“뭐? 와, 너 이걸 예상했다고? 어떻게?”

선우는 뒷목을 긁적거리면서 대답했다.

“야, 생각 해봐라. 불독상어 걔가 지금 아누비스랑 정면충돌하면 길드 체급이 딸리는데 미쳤다고 코딱충을 내쫓겠냐? 명색이 레비아탄 2인자였다며? 그러면 버릴 땐 버려도 급할 땐 쓰고 버려야지. 나 같으면 그렇게 할 거다.”

“아, 그렇구나. 대단하다. 이런 생각을 그 순간에 하고 코딱충을 보내준 거였다니.”

“어차피 코딱충 같은 놈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우리가 신경 쓸 건 그런 놈들이 아니다.”

“그럼 뭔데?”

“어부지리 전략으로 가야지. 아누비스랑 레비아탄 싸움을 계속 옆에서 부추기면 돼.”

선우의 눈이 반짝거렸다.

아이로드 컴퍼니에 왔던 취재진에게 했던 전략은 이미 실행 중이었으니까.

* * *

불독상어는 코딱충을 무릎 꿇려 놓고 있었다.

“딱충아. 사실대로 말해봐. 김선우는 왜 기자들 불러다가 나에 대해 이딴 개 짖는 소릴 씨부렸던 건지, 의도가 뭔지, 김선우의 속내가 뭔지 다 꺼내놔.”

“상어 형. 진짜야.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코딱충이 레비아탄 길드에 합류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 레비아탄 길드 안에서 코딱충의 위치로 들어갔다는 뜻은 아니다.

불독상어는 코딱충이 자신에게 다시 와서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을 때 일단 받아들였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레비아탄 길드에 코딱충이 다시 합류하였다는 걸 알리라고 방송까지 시켰다.

코딱충은 스트리밍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지금 레비아탄 길드와 합류했고 아누비스 길드와의 전면전을 준비한다고 큰소리 쳤다.

그리고 김선우는 가장 마지막에 없애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코딱충의 방송이 끝나고 나서야 불독상어가 본색을 드러냈다.

“딱충아. 내가 널 알고 지낸 지가 벌써 몇 년이냐? 우리 사이에 이런 거짓말은 먹히질 않아.”

불독상어가 의심하고 있는 건 선우가 기자들과 했던 인터뷰 내용.

이미 게임 뉴스로 퍼져서 이제 모든 대중들이 선우를 주목하고 있었다.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의 전쟁을 원했던 건 불독상어의 음모였다는 선우의 뻥이 먹힌 것이다.

결과적으로 불독상어는 가만히 있다가 뉴스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는 코딱충이 갑자기 선우에서 자신에게 들어오겠다는 것을 의심했다.

‘한 번 속지 두 번은 안 속는다. 김선우. 날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멍청하게 이미 써먹은 스파이를 또 보내냐?’

불독상어는 선우가 코딱충을 다시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선우가 심어둔 스파이가 코딱충이라고 알려져 불독상어의 이미지는 엉망진창.

‘코딱충, 콜로세움이 네 무덤이 될 거다.’

불독상어는 속내를 감추고 코딱충에게 계속 물었다.

처음부터 너무 쉽게 코딱충과 손을 잡으면 역으로 의심을 풀지 않을 거니까.

의심을 풀고 코딱충이 자신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것이 불독상어의 목적.

코딱충은 불독상어에게 계속 해명 했다.

“상어 형. 저는 진짜 김선우 그 새끼에 대해 아는 게 없습니다. 믿어주세요!”

“일단 지켜보겠다.”

“고맙습니다. 형! 정말 고맙습니다! 콜로세움에서 보답 해드리겠습니다!”

코딱충은 불독상어에게 넙죽 엎드려 인사를 하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썩어빠진 굴비 대가리 같은 자식. 콜로세움에 들어가는 순간 넌 무조건 뒈진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지. 기대해라.’

한편 열혈독사는 콜로세움에 도착해 있었다.

모두가 아누비스 길드를 발견하고 웅성거렸다.

“열혈독사가 왔다.”

“아우라는 쩐다.”

“역시 아르콘 대륙 1위 길드 마스터 답네.”

“콜로세움에서 캐삭빵 길드전이 벌어질 줄이야.”

열혈독사는 아누비스 길드원들에게 무기 시장을 샅샅이 뒤지라고 했다.

“콜로세움에는 화력전으로 승부를 건다. 온갖 무기 다 퍼부어버려. 그리고 창고에 있는 무기들도 다 가져와라.”

“옙!”

“독사 형! 이것 좀 보세요!”

“뭐냐?”

“김선우가 지금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뭐라고?”

열혈독사는 반사적으로 방송 채널 화면을 띄웠다.

선우가 스트리밍 방송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들! 지금 긴급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게 뭔지 궁금하시죠? 저도 처음에 듣고 믿을 수가 없어서 재차 확인해봤습니다. 그런데 믿을 수 없게도 사실이더군요.”

선우는 스트리밍 방송으로 새로운 뻥을 만드는 중이었다.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가 거대한 수레바퀴라고 한다면 여기에 기름칠을 해줘야 한다.

“그게 바로 뭐냐! 여러분들. 충격 받지 마요. 지금 아누비스 길드에 남아있는 열혈독사 측근들 있죠? 그 측근들 중에 불독상어가 심어놓은 스파이가 아직 남아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마상에!”

선우의 호들갑 떠는 리액션과 곁들여진 멘트.

여기에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미친 대박!! 스파이가 아직도 있어?

-방장님 그 스파이도 방장님이 심은 거죠?

-아니지. 방장님이 심었으면 가만히 있지 이렇게 까발리겠냐?

-와, 불독상어 철저하네. 아누비스를 볶아 먹으려고 아주 칼을 갈다 못해 녹이는 수준인데?

선우의 스트리밍 방송을 본 열혈독사와 불독상어는 크게 당황했다.

“스파이…가… 아직도 남았다고?”

열혈독사는 즉시 곁에 있던 플레이어들을 흘겨봤다.

“아~ 행님. 저는 아닙니다.”

“진짜 저 아닙니다.”

“독사 형. 저건 김선우가 또 뭔가를 꾸미는 겁니다. 뻥이라고요.”

길드전을 코앞에 둔 열혈독사는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이번 길드전은 평소 때와 다르다.

무려 캐릭터 삭제를 건 전쟁.

만약 패하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이 사라진다.

그러다 보니 예전이라면 별것 아니라고 취급할 것조차 심각하게 느껴졌다.

‘젠장, 캐릭터 삭제가 걸려 있다 보니 가볍게 넘길 수가 없어.’

열혈독사는 입술이 바짝 말라가는 느낌이지만 불독상어는 울화가 터지고 있었다.

“으아아!! 김선우 이 자식이 자꾸 날 모함하고 있잖아! 놔봐!”

“참아요! 이제 길드전 시작까지 1시간 밖에 안 남았어요.”

선우는 영악했다.

콜로세움에서 모두에게 공개한 아누비스 대 레비아탄의 전쟁.

약속 시간은 불과 1시간 앞으로 다가온 상태.

결전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사람은 초조하고 긴장되기 마련이다.

그 틈을 선우는 절묘하게 찔렀다.

옆에서 지켜보던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물었다.

“선우야. 넌 계획이 뭔데?”

“맞아. 우리도 뭘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있을 수만은 없다고.”

“우린 일단 구경할 거야.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고 보람찬 구경이 뭐냐? 싸움 구경이라고 하잖아.”

“그렇기는 한데… 그냥 구경만 하고 있다가 저 중 누가 이기면 그 다음 우릴 노릴 건데 그땐 어쩔 거냐고. 우리도 기회를 엿 봤다가 끼어들어야지. 살아남은 놈들 힘 빠졌을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라비트의 말에 체로키를 비롯한 모든 플레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가 대답했다.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야. 그리고 너희들은 구경만 해라. 나는 구경하면서 할 게 있으니까.”

“그게 뭔데?”

“보면 알아. 재미있을 거야.”

선우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 * *

“레비아탄이다!!”

“드디어 아르콘 대륙의 양대 산맥 길드가 모두 나타났군.”

“와, 진짜 내가 다 떨리네. 길드전 캐삭빵을 라이브로 볼 줄이야.”

“야, 누구한테 걸래?”

“김선우는 어느 길드한테 돈을 걸었을까? 난 그게 제일 궁금하다.”

“맞아. 김선우 정도 잔머리면 지금쯤 어떻게든 자기가 돈 벌 각을 재고 있을 건데.”

“그러고 보니 그러네. 김선우가 아까 스트리밍 방송으로 실컷 떠들더니 지금은 잠잠하잖아.”

콜로세움에 하나 둘 자리 잡은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길드전 반, 선우 반이었다.

“아누비스 길드가 입장했다.”

“레비아탄 애들도 다 들어왔네.”

“와, 분위기 쩐다. 이제 쟤들 중 죽는 놈들은 다 캐삭빵이네.”

“지금껏 쌓아올린 것들을 이번 승부 한판에 다 없어지면 와 리얼 멘탈 가루되겠네.”

콜로세움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열혈독사와 불독상어가 콜로세움 가운데로 나와 마주봤다.

선우로 인해 벌어진 전쟁이 벌어지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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