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
제107화
부스러진 해골 부족들은 모두 하이에나를 타고 있었다.
흉악해 보이는 외모는 피를 삼키는 바위 족들을 능가했고 등에는 뼈로 만든 무기들을 메고 있었다.
오크 무리가 순간 좌우로 갈라졌다.
놈들 중 한 마리가 앞으로 나왔다.
하이에나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놈이 그를 태우고 있었다.
그 역시 다른 오크들보다 더 돋보이는 체격을 자랑했다.
양쪽으로 물소처럼 뿔이 돋아난 해골 투구를 뒤집어 쓴 오크는 베카와 선우를 노려봤다.
“베카, 네년이 여긴 무슨 일로 왔지?”
베카가 대답했다.
“오라버니가 널 궁금해 한다. 파키쿠타.”
[상태창]
이름 : 파키쿠타
부스러진 해골 부족의 왕으로 거대 하이에나를 타고 다니는 사납고 게걸스런 부족.
베카의 흡혈박쥐는 어느덧 공중을 날면서 경계를 하고 있었다.
“인간이 날 궁금해 한다?”
파키쿠타를 태운 하이에나가 선우에게 다가왔다.
“쿠후웁….”
거친 숨결이 한꺼번에 몰아닥쳤다.
썩은 고기와 피에서 맡을 것 같은 악취.
선우는 눈을 비스듬히 감으면서 입을 틀어막았다.
“아우, 야, 너네 양치 좀 해라.”
“쿠으으!”
선우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일까?
파키쿠타의 하이에나가 흥분을 했다.
“진정해라.”
하이에나의 머릴 쓰다듬자 흥분을 가라앉혔다.
“날 왜 궁금해 하지?”
“아, 내가 지금 소박한 전쟁을 하나 앞두고 있는데, 병력이 좀 부족해.”
“전쟁? 인간들과의 전쟁이면 너희들의 문제다. 왜 날 찾은 거냐?”
파키쿠타의 눈빛에 노기가 어렸다.
베카가 옆에서 선우에게 속닥거렸다.
“오라버니. 쟤는 인간들을 싫어해.”
“딱 봐도 그럴 거 같네.”
“싫어하는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뭔데?”
“여기서 벗어날 수 없거든.”
베카의 말에 선우의 귀가 솔깃해졌다.
“왜? 뭐 때문에?”
“오래 전에 쟤들이 여기서 인간들하고 전쟁을 많이 벌였거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어나가니까 떠돌이 마법사가 나타나 쟤들을 이곳 뼈들의 무덤에 봉인을 시켜버렸어.”
“진짜야?”
“응. 그 결과 부스러진 해골 부족은 뼈들의 무덤에서 다른 곳으로 나가려고 해도 불가능해. 마법사의 봉인이 걸려 있으니까.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와도 부스러진 해골 부족들과 만날 수는 없어.”
의외의 사실이 드러났다.
부스러진 해골 부족의 오크들은 모두 마법에 걸려 있었다.
그렇다면 선우가 이걸 해제한다면?
“야, 쟤들 봉인 내가 풀어주면 어떻게 되는 거냐?”
“틀림없이 오라버니에게 충성할 거야.”
“그래?”
선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 파키쿠타가 발견했다.
“인간. 한 번 더 그 따위로 웃으면 뼈까지 씹어 먹어주마.”
“야, 너네 봉인 걸렸지?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어도 못 빠져나간다며?”
선우의 말에 파키쿠타의 눈빛이 꿈틀거렸다.
타고 있던 하이에나가 사납게 울부짖었다.
“키헤에엑!”
“키히힉!”
주변의 하이에나들이 동조하듯이 덩달아 울음소릴 높였다.
부스러진 해골 부족 전체가 동요하고 있었다.
‘사실인 것 같군.’
선우는 눈치를 채고 이들을 자신의 부하로 삼을 궁리를 했다.
파키쿠타가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베카, 쓸데없는 이야기를 인간에게 하는 건 여전하군. 하지만 이곳은 뼈들의 무덤이다. 봉인에 걸려있다 한들 이곳까지 들어온 인간을 죽일 수 없는 건 아니다.”
“아아~ 진정해. 난 너희들을 도와주고 싶으니까.”
파키쿠타는 여전히 의심스런 눈빛을 뿌렸다.
“어째서냐? 인간이 오크를 자발적으로 돕는단 이야기는 선조들에게 들어본 적이 없다.”
“말했잖아.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전쟁에 우릴 쓰겠다? 쿠하하하!”
파키쿠타가 호탕하게 웃더니 허리에 찬 거대한 손도끼를 들어 선우에게 휙 하고 내던졌다.
투콰앙!
선우가 옆으로 쓱 피했고 손도끼는 뒤쪽의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애송아. 우린 너희 인간들에게 갚아줘야 할 것이 참으로 많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서 뭐? 전쟁에 필요해? 얘들아.”
“쿠훠어!”
하이에나들이 울부짖었다.
“저놈을 먹어치워라.”
“크와악!”
파앗!
하이에나들이 삽시간에 선우에게 몰려왔다.
선우는 플레임 블레이드를 빼들었다.
“이야압!”
서걱-
가장 먼저 달려든 하이에나의 목을 베어버린 선우.
뒤이어 달려오는 하이에나 떼들과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히익…히익….”
하이에나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선우는 멀찌감치 떨어져 바위를 밟고 있었다.
“다람쥐 같은 놈이로군.”
파키쿠타가 마침내 나섰다.
“고작 저딴 애송이 하나 못 잡아내고 뭣들 하는 것이냐?”
“두목 저놈 진짜 엄청 빨라요.”
파키쿠타는 등에 메고 있던 장검을 빼들었다.
“죽을 준비는 되었냐?”
“야, 이러지 말고 일단 내 말을 좀 들어봐.”
파앗!
엄청난 속도로 하이에나가 돌격했다.
선우는 플레임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파캉!
콰아아!
엄청난 불길이 치솟았다.
파키쿠타의 장검과 선우의 플레임 블레이드는 연속으로 충돌했다.
파캉! 파캉!
콰콰쾅!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두목! 죽여버려!”
하이에나들의 웃음소리와 부스러진 해골 부족들의 환호가 들렸다.
선우와 파키쿠타의 대결은 계속 이어졌다.
“후아… 얘 진짜 쎄네. 전쟁에 엄청 쓸 만하겠어.”
파키쿠타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 정도 수준의 오크 전사가 이끄는 오크 부족들이면 콜로세움 대전쟁의 주인공은 선우가 될 것이다.
“야, 파키쿠타.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볼래? 난 널 죽이려고 온 게 아니라 구해주려고 온 거다.”
선우가 슬슬 말을 꺼냈다.
“구해주러 와?”
파키쿠타의 장검이 스르륵 아래로 내려갔다.
“나의 부족에게 걸려있는 저주를 알고 있는 거냐?”
“알고 있으니까 왔지. 어떤 마법사가 너희들을 여기다 처박아두고 봉인을 걸었다며?”
파키쿠타가 울분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다! 그 마법사 놈을 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 발겨주겠어!”
“그러면 일단 여기를 나가야 될 거 아니야? 내가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는 거고.”
선우의 말에 부스러진 해골 부족 오크들이 웅성거렸다.
“저 인간 뭐라는 거야? 우릴 꺼내준다고?”
“마법 봉인을 해제시킬 줄 아는 마법사인가?”
오크들의 웅성거림에도 파키쿠타는 싸늘한 눈빛을 뿌렸다.
“네놈 마법사냐?”
“그런 건 아닌데… 뭐 대충 할 줄은 알지.”
일단 뱉고 보는 선우였다.
“흐음….”
파키쿠타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이 틈을 놓칠 리 없는 선우가 말을 걸었다.
“야, 뭘 고민 하냐? 믿고 맡겨봐.”
“넌 우리 부족에 대해 뭘 알고 있지?”
“뭐?”
“부스러진 해골 부족. 우리들은 다른 부족들에게 항상 그렇게 불렸다.”
“오, 그래 멋들어진 이름이네. 내 부하들 중에 황금 안개 부족하고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이 있거든. 베카는 피를 삼키는 바위족의 족장이고. 너하고도 아는 사이 같던데?”
“흥. 잘 알다마다.”
“그러니까 베카를 봐서라도 날 믿고 맡겨. 니들도 봉인에서 풀려나기를 바라는 거 아니야?”
“무슨 수로 봉인을 풀어 줄 거냐?”
“일단 너희 부족들이 어떻게 봉인 되었는지 자세하게 말해줘. 나도 아는 게 있어야 도와주지.”
선우의 말에 결국 설득당한 파키쿠타.
장검을 다시 칼집에 꽂아 넣었다.
“따라와라.”
* * *
선우가 파키쿠타를 따라간 곳은 협곡 안에 위치한 동굴이었다.
“여기가 어딘데?”
“이곳은 뼈들의 무덤에 존재하는 지하 던전이다.”
“지하 던전?”
뼈들의 무덤은 부스러진 해골 부족이 봉인된 장소.
이 안에서조차 던전이 있었다.
“이건 왜 있는 거냐? 너네 식량 창고 같은 거냐?”
“비슷하지. 몬스터들이 풍부하니까. 하지만 이 던전에서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이 있다.”
“그게 뭔데?”
“바로 오래 전 부스러진 해골 부족에게 봉인 마법을 걸어놓은 마법사 놈의 무덤이 저 안에 있기 때문이지. 이 던전은 모두 지하 9층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들은 8층까지 갈 수는 있지만 9층은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 마법사 놈의 무덤이 9층에 있거든.”
“으음, 그렇군.”
선우는 이제야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부스러진 해골 부족들을 봉인시키기 위해 마법사는 이곳 던전에 자신의 무덤까지 만들었고 죽은 뒤에도 이들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그러면 그 마법사의 무덤을 어떻게 하면 봉인이 풀리는 건데?”
“놈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아마 마법사니까 자신이 죽고 난 뒤에도 어떤 조치를 취해놨을 거야.”
파키쿠타가 근엄한 표정으로 선우에게 물었다.
“정말로 우릴 봉인에서 꺼내주고 싶은가?”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부스러진 해골 부족의 봉인을 풀어라]
등급: 유니크
내용: 아르콘 대륙에 정착한 부스러진 해골 부족은 인간들과의 전쟁을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들 편에서 오크들을 몰아내기 위해 어떤 마법사가 나타났습니다. 이 마법사에 의해 부스러진 해골 부족은 뼈들의 무덤까지 내몰렸고 결국 이곳에 봉인되고 말았습니다. 지금부터 뼈들의 무덤에 봉인된 부스러진 해골 부족을 구하세요. 그리하면 당신을 향한 충성심이 하늘에 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클리어 조건: 뼈들의 무덤 던전 속에 잠든 마법사를 물리쳐라.
페널티: 실패 시 부스러진 해골 부족의 권능 획득 불가.
보상: 부스러진 해골 부족을 다스릴 수 있는 권능 획득.
기다렸던 퀘스트였다.
선우는 즉시 대답했다.
“물론이지. 내가 너희들을 봉인에서 꺼내주러 왔으니 잠자코 기다려라.”
자신만만한 선우의 대답에 처음으로 파키쿠타의 눈빛이 흔들렸다.
‘한낱 인간 따위인 줄 알았는데… 이놈은 내가 봐온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다.’
선우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한 파키쿠타가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 믿어보마. 만약 네놈이 정말로 우리 부족을 봉인에서 꺼내준다면 앞으로 부스러진 해골은 목숨을 걸고 충성하겠다.”
파키쿠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히죽 웃었다.
“그래야지. 갔다 오마.”
선우가 지하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 * *
“퀴아악!”
퍼퍽!
선우는 9층에 잠들어있다던 마법사의 무덤까지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어마어마하게 튀어나왔다.
“와, 뭐 이런 데가 다 있냐? 나와도 나와도 끝이 없네.”
사실 베카를 데려오면 좋지만 문제는 던전의 입구 출입이 불가능했다.
봉인 마법의 결계가 오크 부족인 베카의 출입을 금하고 있었던 것.
부스러진 해골 부족은 가능하지만 외부의 또 다른 오크 족의 출입은 불가능했다.
누군지 몰라도 부스러진 해골 부족을 봉인시켜놓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났다.
“이 정도로 부스러진 해골 애들이 쎄다는 건가?”
선우는 더욱 흥미로워졌다.
콜로세움 전쟁은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의 전면전이 된다.
그것도 캐릭터 삭제를 건 결투.
선우는 이들 사이에서 콩고물을 주워 먹을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단이 필요했다.
“이얍!”
스걱!
화르륵!
선우의 플레임 블레이드가 8층 던전에서 마구 휘둘러졌다.
몬스터들을 불태워버리면서 마침내 9층 입구에 도착한 선우.
“이제 9층이군. 여기까지 혼자 돌파하는 것도 빡세구만.”
선우는 9층으로 들어갔다.
던전 9층 계단 입구로 내려오는 순간 몬스터들이 반겼다.
“키에엑!”
“꺼져라, 이것들아.”
선우가 플레임 블레이드를 마구 휘둘러댔다.
좁은 입구로 몰려든 고블린 떼들이 불길에 휩싸였다.
“키엑! 키엑!”
불타는 고블린들이 뒤로 물러나는 걸 선우가 발로 차면서 전진했다.
“아우, 빡세네.”
선우는 다시 9층을 휘젓고 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선우의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