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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05화 (105/200)

# 105

제105화

불독상어는 부랴부랴 열혈독사를 만났다.

“야, 독사. 너 지금 뭐하는 거냐?”

“이야~ 이게 누구신가? 아누비스를 호시탐탐 노리는 레비아탄 아니셔?”

“정신 차려 인마. 우린 지금 김선우한테 놀아나는 거라고.”

“김선우 그 자식은 어차피 내가 해치울 거니까 상관없어. 날 거슬리게 하는 건 지금 레비아탄이다. 감히 독구렁이를 캐삭빵시켜? 걔가 우리한테 얼마나 중요한 전력인지 뻔히 아는 놈이 그런 짓을 하고도 우릴 속일 줄 알았냐?”

열혈독사는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이미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의 플레이어들은 서로 신경전을 벌이면서 캐삭빵을 건 길드전을 앞두고 심리 싸움 중이었다.

“야, 이거 진짜 하는 거 아니지? 하는 척만 하다가 서로 손 잡고 화해하는 걸로 가겠지?”

“몰라, 아 젠장 내가 왜 이 길드에 가입했을까 후회된다.”

“캐삭빵을 왜 거는 거야? 독구렁이 그 자식 미친 놈 아니야?”

“아니, 지가 뭔데 캐삭빵을 걸고 길드전을 하는 건데? 난 동의한 적 없어.”

“야, 지금 길드장 명을 거스르겠다는 거야?”

“이게 왜 거스르는 거야? 내 의견 마음대로 꺼내지도 못하냐?”

“그게 길드장한테 도전하는 거지. 너 조심해라.”

“푸하! 지랄났다 아주. 야, 조심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난 탈퇴할거다. 여기 남았다가 캐릭터 삭제되고 밥줄 끊기느니 솔플 할란다.”

플레이어들끼리 내분이 일어나고 있었다.

예정된 수순이다.

선우가 짜놓은 판에 들어온 물개왕과 독구렁이는 교묘하게 선우가 툭툭 찔러 넣은 멘트에 휘말려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였다.

그 와중에 선우가 옆에서 싸움을 부추기는 바람에 캐릭터 삭제를 건 길드전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지켜보던 플레이어들은 가만히 앉아서 물벼락 맞는 기분이었다.

“뭐? 탈퇴? 이 자식들 봐라. 지금 탈퇴하겠다는 놈들 다 나와봐. 아무리 봐도 수상한데. 너희들 레비아탄이 보낸 스파이들이냐? 아니면 김선우가 포섭한 애들이냐?”

“스파이? 하~! 나 이거 어이가 없네. 어이, 이보쇼. 간부면 다야? 개 눈에 똥만 보인다더니 이제 뭐 당신 눈에 거슬리면 다 스파이야?”

“어이? 지금 어이라고 했냐? 이것들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 여기 아누비스 길드 본진이야. 말조심해라. 아르콘 대륙에서 아예 퇴출당하고 싶어?”

아누비스 길드는 물론이고 레비아탄 길드까지 플레이어들의 내분으로 시끌벅적했다.

불독상어는 빨리 이 사태를 수습해야 했다.

문제는 열혈독사마저 말을 듣지 않고 날뛰는 것.

“내 생각엔 변함이 없다. 불독상어. 너희 레비아탄과 언제 한번 칼을 겨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올 줄이야. 어차피 바라던 바니까 콜로세움에서 목 닦고 기다리라고. 캐삭빵 하루 이틀 해본 거 아니잖아?”

“이 자식이… 진짜 김선우한테 홀려도 단단히 홀렸구만.”

“김선우는 여기서 거론하지 마. 어차피 캐삭빵에서 살아남은 자가 김선우를 없앨 것도 예정된 거나 마찬가지지.”

불독상어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나도 마지막 수단을 쓰지.”

“뭐냐? 캐삭빵의 룰이라면 환영이다.”

“나는 이 결투를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레비아탄이 한 발 물러나겠다.”

“뭐?”

열혈독사는 불독상어의 제안에 당황했다.

“야, 불독. 잠깐만. 야! 야!”

불독상어는 더는 대꾸하지 않고 자리를 일어났다.

* * *

레비아탄 길드의 아지트로 돌아온 불독상어.

이미 길드원들끼리 말싸움이 한창이었다.

“다들 조용!! 이 새끼들이 왜 이렇게 지랄들이야?”

“상어 형. 진짜로 캐삭빵 걸고 길드전 하실 거 아니죠? 이거 하면 안 됩니다. 김선우가 뿌려놓은 덫이에요. 김선우는 이걸 바라고 있어요. 아누비스랑 레비아탄 둘 중 하나가 사라지고 남은 놈들도 정상 컨디션이 아닐 때 뒤통수를 치려고 할 겁니다.”

“맞습니다. 길드장. 이거 김선우 떡밥입니다. 이거 물면 안 됩니다. 완전 낚인다고요!”

“상어 형. 만약 캐삭빵 걸고 진짜 길드전 하는 거면 저는 탈퇴 할 겁니다. 이 캐릭터 없어지면 뭐 먹고 살아요?”

“알아, 알아! 누가 길드전 한대? 걱정 마라. 내가 이미 해결했다.”

“예? 어떻게요?”

불독상어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열혈독사한테 레비아탄은 캐삭빵을 건 길드전 안 할 거라고 통보하고 오는 길이야.”

순간 레비아탄 플레이어들이 침묵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입을 열었다.

“아니 형! 그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시면 우리 길드 체면이 구겨지잖아요!”

“맞습니다. 뭔가 사람들이 볼 때 오해가 있었고 그 오해를 풀기 위해서 한 거라고 동등한 위치에서 합의를 봐야죠. 이건 우리가 완전 지고 들어가는 겁니다.”

“아, 이것들이 일단 급한 불은 꺼놓고 수습을 해야 할 거 아냐! 생각들을 좀 해라!”

“형님! 형님! 큰일 났습니다.”

레비아탄 길드의 문이 벌컥 열렸다.

“또 뭔데? 아 요즘 왜 이렇게 큰일이 자꾸 나냐?”

“김선우가 지금 기자들을 불러놓고 뭔가를 꾸미고 있다고 합니다.”

불독상어는 소름이 쫙 돋았다.

기자들과 선우의 이름이 언급되었으니까.

“그, 그 자식이 대체 기자들을 왜 불렀대?”

“모르죠.”

“야! 모르죠 라고 하면 되냐? 알아보겠다고 해야 할 거 아냐!!”

“알아보겠습니다.”

“확실한 거야? 진짜 김선우가 기자들을 불렀다고?”

“정확한 건 김선우랑 계약한 아이로드 컴퍼니에서 취재진들을 비공개로 불렀데요. 우리 애들이랑 친한 기자 한 명이 거기 취재하러 갔다 온다고 얘기해줘서 알게 된 겁니다.”

불독상어는 갑자기 머리가 띵 해지는 느낌이었다.

“후우~ 아 나 두통약 먹어야겠다. 일단 좀 나갔다 올 테니까 너 빨리 걔들한테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

“예, 다녀오십시오.”

* * *

선우는 아이로드 컴퍼니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사무실 안에는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인피니티 로드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기자들이었다.

선우의 말대로 권정아는 아이로드 컴퍼니로 취재진들을 불러들였다.

목적은 하나.

선우와의 인터뷰를 위해서였다.

“자, 다들 주목해주세요. 먼저 여기 계신 김선우 플레이어님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선우라고 합니다. 지금은 본 브레이커 길드 마스터의 부탁을 받고 본 브레이커 길드를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짝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렇게 자리에 와주신 기자님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이제부터 제가 기자님들께서 흥미가 당길 만한 정보들을 제공해드리고자 합니다.”

“선우 님. 그 정보가 뭐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입니까?”

“먼저 제가 말씀드릴 정보는 지금까지 제가 수집해온 비밀 정보였습니다.”

사실 비밀 정보 같은 건 없다.

선우는 지금 뻥을 치고 있었다.

들킬 수가 없는 순도 높은 사실주의 뻥을.

“비밀 정보에 대해서 자세히 좀 알려주십시오.”

“먼저 여러분들도 이미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누비스! 레비아탄! 이 두 길드는 이미 캐삭빵을 건 운명의 대결을 콜로세움에서 하겠다고 선포한 것을요.”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선우 님 채팅방에서 별 생각 없이 지켜보다가 정말 놀랬어요. 독구렁이가 그런 식으로 엄청난 발언을 저지를 줄이야.”

선우는 청산유수처럼 말을 이어나갔다.

“바로 그겁니다. 그 엄청난 발언. 이걸 독구렁이가 내뱉고 장렬하게 사라졌죠. 그렇다면 기자님들께서는 이제부터 왜 그랬을까? 이걸 주목하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우는 슬쩍 그럴 듯한 미끼를 기자들에게 던졌다.

기자들은 덥썩 물었다.

“혹시 독구렁이도 선우 님께서 포섭했던 플레이어였습니까?”

“에이, 아니지. 독구렁이 지금 캐삭당하고 멘붕 왔다던데. 물개왕 이길 줄 알고 들이댔다가 완전 발렸다고.”

“맞아. 자기 캐삭하면서 스파이 짓을 할 플레이어 누가 있어? 본캐가 있다면 몰라도.”

“독구렁이 본캐 있지 않을까?”

“없어, 없어. 예전에 독구렁이 인터뷰 몇 번 따봤는데 없었어.”

“걔는 완전 망했네.”

기자들의 수군거림을 잠시 들어주던 선우가 손가락을 딱 하고 쳤다.

갑자기 기자들이 선우의 얼굴을 주목했다.

“자, 보십쇼. 기자님들. 독구렁이는 캐삭빵에서 졌습니다. 그런데 왜 캐삭빵을 건 길드전을 하겠다고 했을까요? 자기는 이미 져서 참가도 못하는데?”

기자들은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모르겠는데요.”

선우의 멘트에 슬슬 약 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자~ 친애하는 우리 기자님들. 제가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건 바로 모종의 음모가 끼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음모요?”

기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테이블 가까이 의자를 바싹 끌어당기는 기자들이 많았다.

“그렇습니다. 그 음모란 무엇이냐? 바로 레비아탄의 교묘한 속임수를 뜻합니다. 독구렁이? 얘는 사실 써먹히고 버림받은 거라고 봐야죠. 제가 주최했던 원탁의 바위에서 독구렁이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놈입니다. 그러면 누가 얘를 써먹었냐? 바로 레비아탄 길드의 수장 불독상어입니다.”

“불독상어요?”

“이럴 수가. 불독상어가 또?”

기자들의 웅성거림이 아까보다 커졌다.

선우는 몇 초간 기자들이 떠들도록 놔뒀다.

자기들끼리 서로 이야기할 거리가 바닥 날 때까지.

그리고 분위기를 살핀 뒤에 손가락을 딱 하고 쳐서 주목하게 했다.

“자, 이쯤에서 기자님들께서 궁금해 하실 겁니다. 불독상어가 무슨 수로 독구렁이를 구워삶았냐? 그건 바로 물개왕에게 어그로를 끌라고 약간의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죠. 방송 보신 분들 기억하실 겁니다. 독구렁이 멘트를 물개왕이 어떻게 받아 쳤는지.”

“아, 그렇지. 그러고 보니 물개왕이 되게 능글맞게 말하던데. 특히 독구렁이가 민감해할만한 멘트를 골라가면서.”

“바로 그겁니다. 거기에 불독상어의 교묘한 술책이 숨어있었던 겁니다. 물개왕은 사실 불독상어의 속뜻을 모르고 있을 거예요. 불독상어 혼자서만 아는 거라서. 어쨌건 물개왕은 불독상어 말대로 독구렁이가 만약 도발하면 물러나지 말고 받아쳐라 대충 이런 식으로 들었을 겁니다. 겉보기엔 말이죠.”

“그렇다면 선우 님. 불독상어는 뭘 노리고 독구렁이를 이용한 겁니까?”

“이제부터 진짜 핵심이 나갑니다. 불독상어는 예전부터 호시탐탐 아누비스 길드 자리를 노려왔어요. 제가 알기로는요. 맞습니까?”

“맞아요. 레비아탄이 그런 부분은 엄청 집착했거든요. 2등하고 1등 차이는 크니까.”

“불독상어는 어떻게든 아누비스를 무너뜨리려고 계획을 짰던 겁니다. 먼저 독구렁이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고 있을 테니 물개왕을 보내서 자극을 시켰고 그 다음엔 캐삭빵 발언을 하면서 길드전까지 유도해냈죠. 즉 독구렁이는 이성을 잃고 자기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고 내뱉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물 엎질러진 거 알고 난 뒤엔 늦었죠. 그 다음 물개왕이 독구렁이를 제거했고 이제 남은 건 아누비스와의 캐삭빵을 건 길드전뿐인 거죠.”

“질문 있습니다. 선우 님. 레비아탄이 그토록 아누비스와 길드전을 벌이고 싶어 한다면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건데 그게 뭐죠?”

“그건 아직 확실한 건 아니기에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선우의 마지막 뻥에 기자들은 서로 웅성거렸다.

“불독상어가 뭐 있는 게 확실해.”

“그게 뭘까?”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을 무렵.

선우가 말문을 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불독상어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는 겁니다. 길드 랭킹 1위, 아르콘 대륙의 지배자가 되어 콜로세움의 모든 수입을 독식하면서 혼자 돈벼락 맞을 생각에 맛이 간 놈이에요. 제가 봐서 알아요. 그러니 사사건건 저를 죽이려고 드는 열혈독사를 뒤에서 조종하면서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겁니다. 그 놈이 하는 말 다 믿지 마세요. 순 사기꾼입니다.”

선우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기자들을 설득시켰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오늘 말씀하신 내용 기사로 내보내도 될까요?”

“물론이죠. 얼른 내보내십쇼. 빠를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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