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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레벨업-104화 (104/200)

# 104

제104화

독구렁이의 발언은 방송을 지켜보는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먼저 선우의 스트리밍 방송을 구경하던 시청자들은 기대치가 폭발했다.

-대박!!! 미쳤다. 콜로세움에서 길드전을 캐삭빵 걸고 한다고?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미친 실화냐?

-웤ㅋㅋㅋㅋㅋㅋ 저거 길드 마스터랑 상의하고 발언한 거 맞지? 아닌가?

-만약 단독발언이면 ㄷㄷㄷㄷㄷㄷㄷㄷㄷ

-미친 ㅋㅋㅋㅋ 길드전을 캐삭빵하면 지는 놈들은 밥줄 끊기네 ㅋㅋㅋㅋㅋ

-독구렁아. 너 지금 심하게 많이 나간 거 같다잉~ 돌아왕~

-저거 아무리 봐도 길드 마스터는 처음 듣는 소리 같은뎈ㅋㅋㅋㅋㅋ

-우앜ㅋㅋㅋㅋ 콜로세움에 팝콘 장사하면 재벌 되겠구나 ㅋㅋㅋㅋㅋ

-야, 니들 뭘 잊고 있는 거 같은데 저 길드전 캐삭빵은 김선우 방장님의 역할이 컸다는 걸 알아둬야 한다.

-맞아. 선우 님이 지금 판을 만들지 않았으면 저런 캐삭빵 볼 수도 없음.

-와, 미친. 아무리 봐도 저건 심한 거 같은데. 길드 하나 완전 사라지는 캐삭빵 ㄷㄷ

시청자들의 반응과 달리 열혈독사와 아누비스 길드원들은 엇갈리고 있었다.

“그렇지!! 말 잘했다. 구렁아. 그냥 싹 다 캐삭빵으로 없애버리는 거야.”

“저기… 독사 형. 이게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독구렁이가 흥분해서 말실수를 한 거 같아요.”

“지금 독구렁이 의견 확인하려고 애들이 귓속말 보내는데 답장을 안 한데요.”

길드원들은 우려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콜로세움에서 아누비스 길드는 레비아탄 길드와 수없이 많은 대결을 펼쳐왔다.

전투를 벌이면서도 패한 쪽이 아이템을 빼앗기면 다시 재도전해서 되찾아오는 등 뺏고 뺏기는 싸움은 치열했었다.

그런데 캐삭빵이라니!

캐릭터 삭제를 걸고 결투를 벌이면 지금까지와는 딴판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길드전은 길드와 길드가 전쟁을 벌이는 결투.

캐릭터 삭제를 걸고 결투를 했다가 한쪽이 패한다면?

패한 길드는 모든 플레이어가 자신의 캐릭터를 삭제해야 한다.

아르콘 대륙까지 진출한 플레이어들이면 스트리밍 방송으로 먹고 살 수입이 나왔다.

여기서 캐릭터 삭제를 해버리면 다시 벨론 대륙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걸 누가 반길까?

아누비스 길드원들 사이에는 걱정과 우려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문제는 열혈독사였다.

“마!!! 지금 쫀 거냐?! 감히 대 아누비스 길드원이란 놈들이 길드전 시작도 전에 캐삭빵 당할 걱정이나 해? 걱정 마라. 캐삭은 무조건 레비아탄이 하게 되어 있으니까. 확실하게 못 삼킬 길드면 아예 없애버리는 게 나아!!”

열혈독사는 흥분했다.

이럴 땐 단순무식한 성격이 독으로 작용했다.

아누비스 길드원들은 독구렁이에게 계속 귓속말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독구렁이는 물개왕에게 욕을 하느라 귓속말 확인도 못하는 중.

“야!! 물개왕. 준비 됐냐? 이제 시작해도 딴말 하지마라. 아예 바닷물에 절인 꽁치 쪼가리처럼 패대기를 쳐 줄 테니까.”

“구렁아. 뭐 이렇게 말이 많아. 그냥 먼저 한 번 쳐라. 자동으로 PVP 생성되게 한 방은 봐줄게. 너랑 번거롭게 결투 신청 주고받는 것도 짜증난다.”

물개왕이 낄낄거리며 독구렁이를 조롱했다.

독구렁이의 길드전 캐삭빵 발언에 이미 물개왕도 동의한 상태.

두 플레이어간의 PVP가 막 시작되었다.

한편 선우는 원탁의 바위에 걸터앉아 PVP 생중계로 돈을 벌고 있었다.

“자~ 자~ 시청자님들. 지금부터 내기를 시작해볼까요~? 레비아탄 길드의 물개왕과 아누비스 길드의 독구렁이의 절체절명의 대결!!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길드와 길드간의 캐릭터 삭제를 건 전투의 서막을 누가 시작하게 될까!? 두구~두구~두구~ 개봉박두!”

선우의 흥겨운 멘트에 시청자는 깔깔거리며 좋아했다.

-방장님 멘트 겁나 찰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 멘트 보솤ㅋㅋㅋㅋ

-역시 스트리밍 방송 다른 데 다 가봐도 여기 방장님만큼 재미있는 데가 없다니까.

-방장님. 뭐 걸고 내기하실 거?

선우는 정신없이 멘트로 시청자들을 조련하면서 휘몰아쳤다.

“저는 물개왕이 이길 것 같습니다. 만약 물개왕이 이기시면 시청자님들께서는 제게 쏘시고 싶은 만큼의 달풍선을 쏴 주십시오. 반대로 독구렁이가 이긴다면 제가 지금까지 촬영하고 비공개 했던 영상 1개를 채널에 업로드 하겠습니다.”

내기의 조건이 다른 것 같지만 결과는 같았다.

누가 이기든지 결국 선우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물개왕이 이기면 수십만 명이 몰려있는 시청자들로부터 달풍선을 받는 것이고 독구렁이가 이기면 비공개 영상을 올려 조회수로 돈을 벌 것이다.

선우는 이걸 알고 일부러 내기라는 표현을 써서 서로 다른 것처럼 꾸몄다.

영악한 장사 수단이었다.

“죽어라!! 물개왕!”

“구렁아! 잘 가라!”

얼떨결에 캐삭빵을 건 물개왕과 독구렁이의 결투가 펼쳐졌다.

* * *

“끄으…으으….”

“구렁아. 내가 뭐라고 했냐? 봐준 거라고 했지?”

물개왕이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두툼한 손에는 독구렁이의 목이 붙들려 있었다.

독구렁이는 맥없이 축 늘어진 채 신음을 흘렸다.

“이게 마지막이다. 구렁아. 그동안 즐거웠다.”

물개왕의 마무리 일격에 독구렁이가 죽었다.

그리고 모든 아이템들이 떨어지면서 독구렁이의 캐릭터가 사라졌다.

“이겼다!!!”

“와우~ 축하한다. 개왕아.”

“고마워. 헤헤헤.”

물개왕도 단순했다.

선우가 일부러 맞장구를 치면서 물개왕의 기분을 북돋워줬다.

그리고 선우의 채팅방에는 달풍선이 여름철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시청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제가 기획한 방송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자, 그러면 지금부터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의 시작을 알린 전설의 플레이어!! 물개왕 님과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전설? 헤….”

물개왕은 선우가 자신을 전설의 플레이어로 포장해주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선우는 물개왕을 소개하면서 인터뷰 방송을 진행했다.

한편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레비아탄 길드는 경악하다 못해 충격에 빠졌다.

“물개왕… 저 덜 떨어진 저능아 자식이 무슨 짓을 벌이는 거야!!”

“캐삭빵… 이라고? 길드전에서?”

“야, 이걸 대체 어떻게 수습해야 되는 거냐? 지금 수십만 명이 봐버렸고 이미 길드전 잡힌 것처럼 분위기가 흘러가는데.”

“상어 형. 어디 가셨냐?”

“길드장님 조금 전에 두통이 심하다고 잠깐 병원 갔다 오신다고 로그아웃 하셨습니다.”

“뭐? 아니 그 형은 지금 병원 갈 때야? 빨리 연락해봐! 당장!”

불독상어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국을 들러 약을 받고 집에 왔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피폐하고 초췌한 느낌이 들었다.

-지이잉.

집에 들어오자마자 스마트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상어 형! 지금 어디십니까?

“집이다. 방금 약 받고 들어왔어.”

-어디가 편찮으신 겁니까?

“아니… 그냥 김선우 때문에 신경을 갑자기 많이 썼는지 편두통이 심해져서….”

-상어 형. 지금 큰일 났습니다.

“뭐? 또 뭔데?”

-독구렁이가 물개왕한테 PVP를 걸었어요.

“뭐라고? 아니 그 새끼들은 김선우 잡으라고 보낸 건데 왜 지들끼리 치고 박고 지랄이야? 물개왕은 그걸 또 받아줬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독구렁이가 PVP 하기 전에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뭐라고 했는데?”

-아누비스 길드는 레비아탄 길드와 캐삭빵을 걸고 길드전을 할 거라고 했습니다. 콜로세움에서요.

길드원의 말을 들은 불독상어는 손에 든 약봉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형. 여보세요? 상어 형. 제 말 듣고 있습니까?

길드원에게 대답할 기운조차 빠져버리는 불독상어였다.

조금 진정된 편두통이 다시 몰려온다.

“야, 그게 뭔… 쥐똥 삶아먹는 소리냐!!! 왜 갑자기 캐삭빵이 나오는 건데!!”

불독상어의 누적된 분노가 폭발했다.

잠깐 사이에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선우의 실체를 까발리고 아르콘 대륙에서 쫓아내려고 기획한 방송이었다.

그런데 불독상어가 잠깐 병원 갔다가 약 사왔는데 난데없이 캐삭빵 길드전이 벌어지게 생겼다.

“야… 대체 김선우 그 자식이 무슨 짓을 한 거냐? 말해봐. 너희들은 방송 다 봤을 거 아냐? 생방송이었으니 무슨 멘트를 쳤는지 다 말해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둘이 처음엔 김선우 잡아 조진다고 막 뭐라고 하다가 갑자기 자기들끼리 싸움을 하는데 김선우 그 자식이 교묘하게 싸움을 붙이더라고요.

“아…아… 머리야… X발…김선우… 이 X새끼….”

불독상어가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선우를 잡으려고 세웠던 모든 계획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었다.

불독상어는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워버렸다.

-형, 일단 두통약 좀 드시고 빨리 지금 들어오셔야 합니다. 지금 길드 애들 난리가 났어요. 진짜 캐삭빵 걸고 길드전 하는 거냐고. 저희들은 지금 수습이 안 됩니다.

“열혈독사는 뭐라고 하는데?”

-그놈은 아주 좋다고 난리입니다. 잘 됐네 이러면서 캐삭빵 걸고 레비아탄 싹 지워버린다고 지 혼자 설치고 있어요. 아누비스 길드도 당황한 거 같은데 길드장이란 새끼가 무식해서.

“아~ 젠장!”

불독상어가 자기 집 천장을 올려다보며 눈을 감았다.

낮은 탄식을 뱉으며 간신히 약봉지를 주웠다.

열혈독사마저 결국 선우에게 휩쓸려버린 상태였다.

불독상어는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 와중에 길드원이 선우의 스트리밍 방송을 보라고 했다.

“그 자식 방송은 왜?”

-형. 지금 물개왕 이 멍청한 놈이 김선우랑 인터뷰 방송을 하고 있다니까요. 독구렁이를 이겨서 캐삭빵 시켰다고 좋다고 지 자랑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하아… 물개 그 자식은 또 왜 그런다냐?”

-김선우 말빨이 진짜 장난 아니에요. 듣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막 홀려버리는 거 같습니다. 물개왕 지금 인터뷰 하는 거 보면 김선우 밑에 있는 놈이지 레비아탄 길드로 볼 사람 아무도 없을 걸요.

불독상어는 약봉지를 뒤적거리고 두통약을 꺼내 먹었다.

“야… 일단 나 지금 들어갈 테니까 애들 다 불러 모아.”

* * *

선우는 물개왕과의 인터뷰를 마친 뒤 스트리밍 방송을 잠깐 껐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선우의 대담한 방송에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야, 선우야. 진짜 이거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캐삭빵을 건 길드전이라니… 독구렁이 그거 미친 놈 아니야? 지가 뭔데 책임도 못 질 말을 사람들 보는 앞에서 내뱉고 사라지는데?”

“자긴 캐릭터 삭제 됐으니 다 같이 죽자는 거지 뭐.”

선우는 길드원끼리 떠들건 말건 상관없이 누군가와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거기서 만나죠. 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그때까지 아누비스건 레비아탄이건 길드 눈에 띄지 말고 숨어들 있어라.”

코딱충이 투덜거리면서 물었다.

“넌 혼자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냐?”

“대장은 할 일이 많은 법이다. 네가 대장의 심정을 아냐?”

선우의 대답이 코딱충의 심장을 후려쳤다.

“금방 갔다 온다.”

휙 하고 사라지는 선우.

로그아웃을 하고 캡슐 밖으로 나온 선우는 권정아 실장과 만났다.

“선우 님. 진짜 대단하세요! 저 방송 보면서도 믿겨지지 않아요. 캐삭빵을 건 길드전이라니… 그것도 콜로세움에서… 어떻게 이런 기획을 만드신 거죠?”

“간단합니다. 멍청이들이 많으면 누구나 할 수 있죠. 일단 제가 실장님께 알려드린 건 준비 됐나요?”

“물론이죠. 선우 님께서 하라면 지금 당장도 가능합니다.”

“그럼 지금 시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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