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
제102화
선우의 모함 방송은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 일으켰다.
인피니티 로드 커뮤니티의 게시판 마다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를 욕하는 글들이 도배되고 있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레비아탄과 아누비스 길드가 진압에 나섰다.
[여기 아누비스 길드 욕하는 플레이어들 누군지 다 알아내서 조치 들어갑니다. 자제하시죠.]
[레비아탄 길드 욕한 플레이어들 글하고 댓글 모두 수집 완료했습니다. 만약 수위 조절 안 되시면 법정에서 조절시켜드릴게요~]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가 반 협박이 섞인 경고문을 게시판마다 내걸고 다녔다.
그러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이들을 욕하는 글은 대폭 줄어들더니 사라졌다.
아지트에 넋을 놓고 앉아있던 열혈독사.
그에게 길드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보고를 올렸다.
“형님. 로그아웃한 애들한테 게시판 모니터링 교대로 하라고 시켰습니다.”
“지금은 커뮤니티 게시판이 아주 깨~끗~합니다. 염려 마십시오.”
“건방진 새끼들이 감히 아누비스 길드를 뭐로 알고 설쳐대는지.”
열혈독사는 무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형님. 뭐 보고 계십… 어? 김선우 방송을 또 보고 계십니까? 이거 보지 말라니까요. 정신 건강에 안 좋습니다. 아주 해로운 방송이에요.”
“독사 형. 우리 쪽에서 김선우처럼 말빨 살아있는 놈들 다 모았으니 곧 방송 준비합니다. 김선우의 실체에 대해 까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누비스 길드원들의 침 발린 아부를 들으며 열혈독사가 말문을 열었다.
“얘들아… 너희들도 시간 나면 김선우 방송 지금 들어봐라.”
“예?”
“켜봐.”
열혈독사의 말에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선우의 스트리밍 방송을 켰다.
“채팅방을 봐.”
“채팅…으어?”
선우의 채팅방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이거… 동접자 숫자 실화냐?”
채팅방에 동시 접속자는 무려 20만 명을 넘고 있었다.
“여기 모인 20만 명이 지금 김선우가 업로드한 모든 영상 조회수를 다 올려주고 있어. 스트리밍 방송은 실시간 후원금이 아주 작렬하고 있고.”
열혈독사는 선우가 돈벼락을 맞는 광경을 넋 나간 얼굴로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걸까?
왜 갑자기 선우의 채팅방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인지 길드원들은 이해 못했다.
“이거 뭐… 어떻게 된 거지? 왜 김선우 채팅방에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 있죠?”
“그걸 몰라서 묻냐? 너희들이 게시판마다 협박장을 날렸다며?”
“예? 아니 그거야… 아누비스 길드를 욕하고 다니는 놈들 군기는 좀 잡아야죠.”
“주제파악이 안 되는 놈들이 너무 많아서요.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형님.”
“그렇구나. 김선우도 효과는 확실히 느끼는 거 같다.”
“그게 무슨…?”
열혈독사가 벌떡 일어났다.
“야! 이 머저리 자식들아!! 협박문을 날려도 어느 정도껏 날려야 할 거 아냐?! 아주 그냥 뿌리를 뽑아서 짓밟겠다는 수준으로 협박질을 해대니 사람들이 죄다 김선우 채팅방으로 몰려가서 우리들 욕질을 하고 있잖아!!”
“아, 그게….”
열혈독사가 가장 열 받았던 건 선우가 지금 상황마저 역이용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들의 눈에 비친 선우는 열심히 스트리밍 방송으로 온갖 멘트를 남발하고 있었다.
“아유~ 시청자님들. 마음고생 심하셨겠네요. 그러게 제가 뭐랬습니까? 열혈독사 그거 사람 아니라니까요. 뱀의 영혼으로 빚어낸 순도 100퍼센트 양아치죠. 인간이면 자기들한테 관심 가져주는 팬 분들한테 그딴 협박 할 생각 꿈도 못 꾸죠. 어딜 감히!”
선우의 멘트에 공감대를 일으킨 시청자들은 너도 나도 감정을 토로했다.
-맞아. 쓰레기 자식들. 지들이 욕 먹을 짓 해놓고 욕 하면 고소한다고 협박질 했음
-방장님. 저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요. 아누비스 길드에서 한 번 더 커뮤니티에 글 올리면 고소한다고 쪽지 받았어요.
-아누비스는 진짜 막장까지 다 갔음. 이제 하다하다 지들 봐주던 팬들한테 고소하고 협박이나 해대고. 이런 길드를 지금까지 응원했던 내가 다 한심스러움.
-레비아탄도 마찬가지임. 그건 아누비스 하위 호환 클래스. 둘 다 음식물 쓰레기들.
수십만 명의 시청자들이 선우의 채팅방에서 아누비스와 레비아탄을 욕했다.
물론 커뮤니티 게시판 모니터링 하던 이들의 길드원들은 선우의 채팅방이라고 가만 놔두질 않았다.
-여기 와서 욕질 하는 놈들 싹 다 캡쳐했다. 각오해라.
-아주 살판 났구만. 김선우 채팅방이면 뭐 안전한 줄 아냐?
[김선우 방장님께서 ‘독사왕’ 님을 퇴장시켰습니다.]
[김선우 방장님께서 ‘개뼉이’ 님을 퇴장시켰습니다.]
[김선우 방장님께서 ‘아누비스만세’ 님을 퇴장시켰습니다.]
채팅방에서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원으로 보이는 글이 올라오면 해당 유저들은 모조리 강퇴되고 있었다.
선우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원님들. 제 채팅방에 오셔서 구경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날 응원해주는 시청자님들을 협박하는 건 안 됩니다.”
선우의 멘트에 시청자들은 환호했고 지켜보던 열혈독사와 불독상어는 분노했다.
“으아아!! 김선우 이 다람쥐 새끼!”
“야! 말빨 좋다던 놈들 다 어디 갔어? 빨리 방송으로 저 자식 까버려!”
“지금 들어갑니다. 형님!”
레비아탄 길드가 준비한 선우 저격 방송이 시작되었다.
얼마 안 가 열혈독사의 측근들이 준비한 방송까지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의 연합 방송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공격 방송 소식이 순식간에 선우의 채팅방으로 전달되었다.
-방장님! 방장님! 긴급 뉴스! 지금 아누비스랑 레비아탄이 방송 시작했어요. 방장님 공격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팝콘 각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지능도 떨어지는 양아치들이 방송 해봤자 여기 방장님은 못 당해냄 ㅋㅋ
-아누비스랑 레비아탄이 이제 갈 데까지 가는구나. 스트리밍 방송까지 진출해서 변명질이나 하고 ㅋㅋㅋ
-예전 같았으면 콜로세움으로 끌고 가서 참수 퍼포먼스 벌이고 그랬는데 방장님 능력 장난 아니시네요. 주도권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으셔 ㄷㄷㄷㄷㄷ
드디어 아누비스와 레비아탄이 선우와 방송으로 맞불을 놓게 되었다.
선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내 영역으로 들어왔구나. 멍청이들.’
지금 현재 선우와 본 브레이커 길드 세력으로는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를 당해내기 어려웠다.
길드의 규모가 워낙 차이가 나기 때문에 콜로세움에서 전면전을 벌인다면 참패가 뻔했다.
선우가 전략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었다.
콜로세움에서 전투를 벌이려면 어느 정도 전력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 선우는 계획을 세웠는데 예상치 못하게 코딱충과 불나방이 날아 들어왔다.
뜻하지 않은 기회를 역으로 이용해서 선우는 아누비스와 레비아탄의 핵심 축 하나씩 빼버린 셈.
“레비아탄 길드, 아누비스 길드. 모두 치졸한 협박은 멈추시기 바랍니다. 그러고도 기업 후원 당당하게 받으면서 이미지 관리 할 겁니까?”
선우의 멘트는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욕인 듯 아닌 듯 애매모호한 멘트들로 무장한 선우의 공격에 열혈독사와 불독상어는 멘탈이 으깨지고 있었다.
“너희들 뭐하는 거냐!! 빨리 저 자식이 우리 길드에 벌인 짓들 다 폭로하라고!!”
선우는 기다리고 있었다.
‘와라, 와라. 빨리 들어와. 처참하게 박살내주마.’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가 준비한 회심의 방송.
하지만 시청자들은 많지가 않았다.
이때 선우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자신의 채팅방에 아직도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원들이 조용히 지켜볼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자~ 제가 아까 몇 분은 강퇴 시켰는데 그럼에도 우리 열혈독사와 불독상어의 추종자들은 이곳 채팅방에 숨어 있을 겁니다. 그러니 가서 전달하십쇼. 나 김선우는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의 연합방송 멤버들과 합동 방송을 제안합니다. 서로 만납시다.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각자 시청자들 앞에서 진실이 뭔지 따져 보자고요. 쫄립니까? 쫄 거 없으면 무조건 나오십시오. 만약 내 제안을 응하지 않는다면. 아누비스와 레비아탄은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 게 아니라면 내 제안을 받아들이세요.”
선우의 말에 시청자들이 격렬하게 호응했다.
-오예!! 재밌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꿀잼 예약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누비스랑 레비아탄 쫄따구들은 닥치고 방장님과 합동 방송으로 배틀을 붙어라.
-이건 배틀 스트리밍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참신하넼ㅋㅋㅋㅋㅋ
-개웃곀ㅋㅋㅋㅋ 방송으로 배틀 붙는 거 첨 보네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재밌을 거 같다는 기대감이 폭발하고 있었다.
그 결과 선우에게 실시간으로 달풍선이 마구 터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시청자님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엄청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제 곧 저놈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아누비스와 레비아탄을 만나서 왜 죄 없는 시청자님들을 협박질 하고 고소미 먹일 거라고 깽판을 쳤는지 물어보겠습니다. 기대해주십시오.”
선우의 멘트를 보던 열혈독사와 불독상어는 크게 당황했다.
“이런 젠장… 이게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상어 형. 어쩔까요? 저거 김선우랑 만나서 서로 방송을 해야 할까요?”
“해! 해! 무조건 해야지! 어차피 지금 이대로 우리 쪽 방송에 사람들이 안 오잖아. 김선우랑 한판 뜨는 거라면 무조건 레비아탄 방에도 사람들이 몰려올 거다. 한다고 해!”
열혈독사도 불독상어랑 같은 입장이었다.
“야! 뭐하냐! 빨리 하겠다고 대답해라!!”
“알겠습니다. 독사 형. 가서 김선우의 실체를 다 벗겨버리겠습니다.”
“바로 그거야!! 김선우의 저 가면을 벗겨버려야 한다고.”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원들은 방송에서 선우의 제안을 응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우의 채팅방에도 소식이 전달되었다.
“아, 드디어 놈들이 저를 만나기를 원하는군요. 시청자님들. 저와 같이 놈들을 만나러 가보실까요?”
시청자들이 폭주하듯이 난리쳤다.
-가즈아!!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가즈으으으아아아아!!!
-ㄱㄱㄱㄱ 꿀잼 각 터졌넼ㅋㅋㅋㅋㅋ
-이건 무조건 봐야 한다 ㅋㅋㅋㅋㅋ
-ㅅㅂ 무슨 스트리밍 방송이 블록버스터급이냐 ㅋㅋㅋㅋ
-흥미진진ㅋㅋㅋㅋㅋ
선우는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와 방송을 같이 진행할 장소를 정했다.
이들의 방송 장소는 콜로세움 근처 무기 시장 외곽에 설치된 원탁의 바위.
둥근 원탁같이 생긴 크고 넓적한 바위가 있었고 그 바위 주변에는 앉을 만한 넓적한 돌덩이가 듬성듬성 솟아나 있었다.
여기에 레비아탄 길드와 아누비스 길드 스트리머가 도착했다.
“어이, 물개왕 일찍 왔네.”
“야, 독구렁이 네가 김선우한테 먼저 공격해라.”
“그러지. 내가 공격하면서 네가 끼어들어. 김선우는 초반부터 몰아붙여서 기를 죽여야 돼.”
“좋아. 김선우 같은 타입은 어떻게 공략하는지 다 아니까 걱정할 것도 없어.”
“건방진 자식. 감히 대 아누비스 길드를 모욕해?”
“레비아탄 길드는 김선우 때문에 이미지 다 박살났어.”
물개왕은 레비아탄 길드 최고의 말빨을 지녔다.
독구렁이는 아누비스 길드가 자랑하는 말빨을 갖고 있었다.
둘 다 이를 갈고 원탁의 바위에 앉았다.
고요한 바람이 이들을 스치는 순간.
“어? 왔다.”
멀리서 선우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