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99화 (99/200)

# 99

제99화

포장마차 안이 뒤집어지도록 외쳐대는 플레이어들.

이들은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에서 코딱충과 불나방을 잡으러 온 길드원들이었다.

“이런 망할!”

불나방이 가장 먼저 일어났다.

검을 꺼내 포장마차에서 외쳐대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돌진했다.

“야! 불나방 잠깐….”

코딱충이 말리기도 전에 불나방의 검에서 검기가 발사되었다.

“으어어!”

푸슝!

콰콰쾅!!

포장마차가 충격파로 휙 하고 우산처럼 뒤집어졌다.

“젠장! 불나방이 우릴 공격했다!! 저놈이 배신자가 틀림없어!”

“죽여버려!”

“배신자 새끼. 의리도 없는 새끼. 넌 죽었어!”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딱충이 형. 이만 순순히 항복하시죠. 형이 살아남을 길은 복종과 사죄밖에 없습니다.”

“뭐 인마? 복종과 사죄? 너희들 많이 컸다. 감히 나한테 그런 단어도 쓸 줄 알고.”

레비아탄 길드원들은 한때 코딱충 밑에 있던 측근들이었다.

플레이어들이 피식 웃음을 흘리면서 대꾸했다.

“형님께서 그동안 많이 키워주셨지 않습니까? 우리라고 언제까지 형님 발밑에서 개고생하란 법도 없고요. 길드장님께서 이번 사건 잘 마무리 하시면 후한 대접이 있을 거라고 보장해주셨으니 열심히 해야죠. 딱충이 형. 이제 길드에서 형의 위치는 저쪽 안드로메다를 향해 날아갔어요.”

플레이어들이 코딱충을 자극했다.

그리고 선우가 옆에서 기름을 부어버리는 멘트를 날렸다.

“야, 코딱충. 쟤들 니 밑에 있던 부하들 아니냐? 우와~ 레비아탄 길드는 저렇게 해도 가만 놔두는 구나. 평화로운 길드네.”

코딱충은 선우의 말을 들으면서 더욱 열이 뻗쳤다.

그 와중에 눈치 없게도 레비아탄 플레이어들은 코딱충을 약 올렸다.

“딱충이 형. 우리들이 형을 위해서 준비한 게 있….”

파앗!

코딱충이 전광석화처럼 돌격했다.

“으어! 야, 꺼내!”

레비아탄 길드원들이 좌우로 흩어지면서 진법을 펼쳤다.

그러더니 탱커로 보이는 플레이어가 양손을 움켜쥐며 기합을 터뜨렸다.

“흐압!”

파지지직.

투콰콰-

플레이어의 온몸에서 결계막이 생성되었다.

뒤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던 선우에게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물었다.

“야, 선우야. 우리 되게 뻘쭘한 입장이 된 거 같은데. 여기서 뭘 해야 되는 거야?”

“일단 구경이나 하자고. 딱충이랑 나방이랑 콜로세움에서 얼마나 쓸 모 있는지 평가해보려고.”

“만약에 쓸모없으면 쟤들 어떻게 되는데?”

“뭐, 지들 알아서 해야지. 어차피 우리랑 상관도 없잖아?”

선우는 닭꼬치 남은 걸 주섬주섬 챙겨 먹으면서 구경을 시작했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김선우… 정말 무서운 놈이야. 이 와중에도 닭꼬치가 넘어가? 쟤들 저렇게 살벌하게 붙는데도?’

체로키와 라비트는 보기만 해도 피 터지는 전투였는데 선우는 차분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으음, 코딱충이 싸움을 생각보다 잘하네.’

선우는 먼저 코딱충의 전투 플레이를 지켜봤다.

휘이익!

퍼퍼퍼퍽!!

“크아악!”

코딱충은 무투가, 즉 격투가 클래스였다.

온갖 격투술과 권법, 무공 등을 익힐 수 있는 클래스로 코딱충의 주 공격은 맨손.

그의 양손에서 뻗어 나오는 초고속 연타에 레비아탄 길드원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탱커!! 어그로를 확 끌어!”

탱킹을 하던 플레이어가 환각 마법을 시전했다.

“마녀의 눈빛”

몬스터가 아닌 플레이어들에게만 먹히는 탱커들 특유의 마법 스킬이었다.

이 환각 마법에 걸리면 특정 시간 동안 자신이 펼치는 모든 공격이 자동으로 탱커에게만 집중되는 특징이 있었다.

마녀의 눈을 보며 홀려버리는 것처럼.

하지만 코딱충은 이들보다 상위 랭커였다.

순순히 당할 리가 없다.

“흥! 너희들 공격대 훈련부터 누가 가르쳐줬냐?”

파밧!

코딱충은 두 눈을 감으면서 환각 마법 스킬을 펼치기 전에 이미 사전에 빠져나갔다.

환각 마법 ‘마녀의 눈빛’은 주로 시각을 통해 걸려들기 때문.

눈을 감고 코, 귀를 이용해서 플레이어들의 땀과 피 냄새, 발자국 소리와 검 휘두르는 파공음, 마법을 캐스팅하는 소리까지 종합적으로 캐치해내는 코딱충이었다.

그 다음 촉각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활용해서 플레이어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염천격타!”

코딱충의 두 주먹에서 불길이 솟구치며 파이어 볼처럼 발사되었다.

파바바밧!

투콰콰쾅!

콰아아!

어마어마한 불줄기가 탱커를 맡았던 플레이어에게 쏟아졌다.

한여름 장맛비처럼 퍼부어지는 불 폭탄. 구경하던 선우도 이건 흥미를 느꼈다.

‘오~ 저거 쓸 만한데?’

“크아아! 힐! 힐!”

“야! 힐 넣어!”

다른 플레이어들이 부랴부랴 힐을 뿌렸지만 소용없었다.

천 개에 달하는 불덩이가 탱커를 연속으로 타격했다.

급속도로 줄어드는 체력을 보며 탱커가 허겁지겁 물약을 마셨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물약으로 회복되는 속도보다 코딱충의 화염천격타로 줄어드는 체력 속도가 훨씬 빨랐으니까.

“크윽….”

결국 탱커가 죽었다.

탱커가 지녔던 아이템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선우의 눈이 아이템들을 포착했다.

“야, 라비트. 체로키. 지금 애들 시켜서 저 아이템 우리가 먹는다.”

“뭐? 이 와중에 템을 줍자고?”

“이때 주워야지. 언제 줍냐? 당장 빨리 움직여.”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전투를 벌이는 코딱충과 불나방의 눈치를 보면서 각자 흩어졌다.

선우도 슬쩍 일어났다.

아이템을 주워 먹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이 새끼들이 어디서 우리 팀 아이템을 넘봐? 뒈질래?”

“야! 저 하이에나 새끼들 막아! 김선우 어디 갔…으억!”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죽은 탱커의 아이템을 쓱싹 주워 먹고 있었다.

탱커에게 힐을 넣어주던 플레이어가 마법을 캐스팅했고 그 와중에 선우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망할, 김선우. 이 와중에 남의 아이템을 처먹고 싶냐?”

“야, 앞에 봐. 코딱충 온다.”

“뜨어어!”

플레이어가 다급히 매직 실드를 펼쳤다.

투콰앙!!

“끄악!”

마법사 플레이어가 뒤로 10미터 가까이 날아갔다.

코딱충이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야, 갔다. 니들 빨리 다 주워.”

선우가 시키는 대로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아이템을 먹고 빠졌다.

“야~ 저것들도 다 죽여!! 코딱충과 불나방을 포섭한 김선우, 저 놈이 원흉이다!”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조금 전보다 훨씬 많이 모여들었고 레비아탄 길드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포장마차에서 한바탕 패싸움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구경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선우에겐 이 순간이 기회였다.

돈 냄새 가득한 기회.

‘오, 이거 뜻하지 않게 주목 확 끌었는데? 방송 해야지.’

선우는 스트리밍 방송을 켰다.

아직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시청자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시청자님들. 여기는 체험!! 배신의 현장입니다!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설명을 좀 해드리겠습니다!”

“저 자식이 지금 스트리밍 방송을 했어.”

“미친놈이네. 야! 막아!!”

“하~ 저 양아치 매력 보소. 이 와중에 남의 길드 집안싸움으로 돈 빨겠다 이거냐?”

선우가 떠들어대는 걸 막으려고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스걱!

“크악!”

“어딜 보는 거냐? 너희들 상대는 나잖아.”

불나방이 거대한 대검을 휘둘렀다.

대검이 플레이어들을 타격하면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했다.

플레이어들은 트럭에 충돌한 고라니처럼 마구 튕겨져 나갔다.

“끄으어….”

“어떠냐? 이게 나의 베스트 콜렉션 ‘기간트 소드’ 다.”

불나방의 기간트 소드는 굵고 두꺼운 검신에 양손으로 휘두르는 양손검 이었다.

한번 휘두르면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발생하며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을 흩어지게 만들었다.

데미지 역시 엄청났다.

아누비스 플레이어들이 물약으로 세수하듯이 들이켰다.

안전거리에서 서포트를 하던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광역 힐을 난사했다.

“젠장, 저걸 언제 가져갔지?”

“이것들아. 내가 단순무식해보여도 생존 감각이란 게 있는 놈이야. 너희들이 내 뒤통수를 칠 거 같다는 본능적인 느낌이 들 때 이걸 먼저 꺼내오게 되었지. 이것만 있으면 나머지 내 콜렉션들도 아누비스 창고에서 다 가져갈 수 있으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불나방은 자신의 모든 아이템들을 다 갖고 도망친 게 아니었다.

자신이 모아둔 아이템들은 아누비스 길드에서 마련한 거대 창고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썼다.

돈을 받고 대여해주는 모든 길드의 아이템들은 이 창고에서 꺼냈다 썼기 때문에 일종의 아이템 은행이었다.

“기간트 소드는 근접전만 피하면 된다. 뒤로 빠져. 원거리 딜을 넣자!”

딜러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들이 재빨리 물러났다.

“푸하하! 뒤로 도망친다고 안전할 것 같으냐?”

쉬이잉!

푸카앙!

기간트 소드의 검신을 타고 자색 빛이 일렁이며 끝으로 몰렸다.

검 끝에서 자색덩어리의 검기가 물방울처럼 맺혔다.

“맛 좀 봐라. 자이언트 커팅!”

휘이익!

스가악-

기간트 소드를 반원을 그리듯이 휘두르는 불나방.

동시에 검 끝에 맺힌 자색 검기가 초승달 형태로 뻗어나갔다.

“우와악! 피해라!!”

아누비스 플레이어들이 바닥에 엎드리고 뒹굴면서 간신히 피했다.

뒤쪽에서 불나방을 향해 돌격하던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미처 피하지 못했다.

“끄억!”

콰콰쾅!!

자색 검기와 충돌하자 아누비스 플레이어들이 마구 튕겨져 나갔다.

이걸 하나도 빼놓지 않고 촬영하는 이가 있었으니.

“이야~ 불나방도 쓸 만하네.”

선우였다.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촬영 중이다 보니 선우는 전쟁터를 누비는 종군기자처럼 실감 나는 장면들을 방송으로 보여줬다.

물론 영상 녹화는 잊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엄청나게 몰려들었고 달풍선이 시시각각 터지고 있었다.

선우와 불나방, 코딱충의 관계가 궁금했던 시청자들도 난리였다.

-방장님. 코딱충하고 불나방이 진짜 님 꼬봉임?

-코딱충하고 불나방 어떻게 스파이로 길들였어요?

-무식한 놈들이라서 길은 잘 드나 보지.

-와, 쟤들 방금 전투씬 봤냐? 방장님 각도에서 촬영하니 현실감 쩔어.

-방장님 지금 아누비스랑 레비아탄하고 길드전 벌이시는 거예요?

선우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해줬다.

그 와중에 코딱충이 선우의 뒤쪽에서 레비아탄 길드원들을 패고 있었다.

퍼퍼퍽!

투콱!

“끄억!”

“젠장!! 야 다음 작전으로 넘어간다!”

“너희들에게 작전 따위가 어디 있냐?! 고작 이런 실력으로 나랑 PVP를 하러 온 거냐?”

코딱충은 더욱 기세가 불타올랐다.

화염천격타를 먹이고 마나가 확 줄어들었지만 계속 근접 타격으로 치고 빠지면서 순식간에 다 회복시켰다.

물약은 있으나 만약을 대비해서 쓰지 않았다.

“불독상어 오라고 해!! 어디 갔냐!! 날 못 믿고 버려? 멍청한 생선대가리 자식! 그러니까 망해가지! 불독상어는 생선대가리다!! 야!! 듣고 있냐? 나와!”

코딱충은 열이 받아서 불독상어 욕을 퍼부었다.

이걸 놓칠 리 없는 선우였다.

‘오이구~ 잘한다. 잘해. 열심히 물고 뜯어라.’

선우는 코딱충과 불나방의 전투를 실시간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촬영했다.

구경꾼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들은 잘못 휘말렸다간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전투에 들어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선우는 마치 놀이터처럼 누비고 다녀서 구경꾼들은 기겁했다.

“와, 미쳤네. 김선우 쟤는 어떻게 저렇게 살벌한 전장을 놀면서 다니지?”

“또라이 같은데 숨겨 놓은 실력이 장난 아닌가봐.”

“진짜 부럽다. 나도 김선우처럼 저 안에서 촬영하면 영상이랑 조회수, 후원금 초대박 날 건데.”

“역시, 스트리밍 방송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건가.”

이들은 모두 선우의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어? 야, 저거 봐.”

“헉! 저거 설마?”

구경꾼들이 갑자기 다른 곳을 보더니 또 한 번 놀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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