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91화 (91/200)

# 91

제91화

선우의 인터뷰가 계속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몰려들었다.

“저기요. 나도 인터뷰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해주세요.”

“나도! 나도!”

“나도 할래. 아누비스 길드에 대해 까발릴 것들 많음.”

선우의 예상과 달리 인터뷰 아이디어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오고 있었다.

한편 아누비스 길드 또한 반응은 폭발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전혀 달랐지만.

“으아아아!!!”

콰콰쾅!!

“불나방 형! 진정하세요!”

“야, 잘못 말리면 우리도 데미지 입어. 뒤로 빠져!”

투쾅! 콰지직!

와장창!

“후우…후우….”

불나방은 갈수록 분노가 솟구쳤다.

간신히 길드원들이 진정시켰는데 이번엔 선우의 인터뷰 영상이 그의 심기를 긁어버렸다.

플레이어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방송 영상은 이런 내용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제가요. 저번 달 던전에서 사냥하려고 들어 갔다가요… 불나방한테 죽었어요.

-아누비스 길드에서 제일 성질 더러운 놈이 불나방일걸요?

-불나방은 성질도 더러워, 인격도 더러워, 매너도 더러워, 플레이도 더러워, 다 더러움.

-저는… 불나방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이것만 말하겠습니다. 불나방에 대해 폭로한 플레이어들은 가급적 다음 대륙으로 튀시는 게 좋습니다. 이 말한 저도 튀어야 할 거 같습니다.

“이런 X발!! 야, 저거 인터뷰한 새끼들 다 잡아와! 당장!”

“형! 지금 이렇게 나오면 아누비스 길드 전체가 다 욕먹어요.”

“맞아요. 길드 마스터도 지금 분위기 장난 아닙니다. 레비아탄 길드에서 보낸 스파이들이 우리 길드 갈라먹으려고 내분 일으켰다고 보고 있다구요. 잘못하면 형도 의심 받으실…컥!”

불나방이 앞에서 재잘거리며 입을 놀리던 플레이어의 목을 움켜잡았다.

“형! 형! 참으세요.”

“이 자식이 지금 누굴 엿 먹여? 의심? 누가 날 의심한다는 건데! 내가 스파이야? 앙?”

“켁! 아, 아뇨. 형. 제 말은… 이것 좀 놓고….”

불나방이 플레이어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아으으….”

“말을 가려서 해라. 지금 내가 그런 농담 같은 거 받아줄 기분 아니니까.”

“죄송합니다. 형.”

“후우… 야, 저거 인터뷰 하고 있는 놈. 김유한하고 무슨 사이야?”

“아마 예전부터 게임 좀 같이 하고 다닌 선배인가 봅니다.”

“김유한 어디 있냐?”

“멘붕 왔는지 접속 안 하고 잠수 탔어요.”

“멘붕 온 게 아니라 지금 이 사태 뒷감당을 못하겠으니 튄 거지.”

“하아… 이런 똥멍청이를 내 후배라고 귀여워 해준 내가 병신이지! 아오! X발!”

불나방이 벌떡 일어나자 플레이어들이 사방으로 물러났다.

“야, 김유한 잡아와. 이 자식한테서 김선우 정보를 뽑아내야겠어.”

“잠수 탔는데요.”

“그러니까 잡아오라고! 잠수 탔으면 아 그렇군 하고 넘어가야 되냐! 언제부터 아누비스가 그따위로 행동 했는데? 앙! 로그아웃하고 끌고 와서 강제 로그인 시켜!”

“죄송합니다. 잡아오겠습니다.”

“불나방 형. 길드 마스터가 찾으십니다. 오셔야겠습니다.”

“어디에 있는데?”

“길드에서 최근 독점 시작한 사냥터 있잖아요. 메린의 숲이던가?”

“아, 거기. 간다고 해. 야, 워프 마법 쓰는 놈 따라와.”

* * *

난리가 난 건 아누비스 길드뿐만이 아니었다.

레비아탄 길드에서는 누가 아누비스 길드의 스파이인지 색출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으… 코딱충 님. 저는 진짜 아니라니까요.”

“진짜야? 가짜야?”

“진짭니다! 진짜라고요!”

코딱충은 손가락을 튕기면서 앞에 있던 플레이어의 코를 때렸다.

“아오오!!”

코를 딱 하고 맞은 플레이어는 얼굴을 움켜잡고 바닥을 공처럼 굴러다녔다.

찡한 고통이 얼굴 전신에 퍼지며 머릿속을 뒤흔든다.

전류가 흐른 것처럼 몸이 바르르 떨리는 걸 보던 플레이어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딱충아. 이제 그만 해라. 스파이들이 제 입으로 맞다고 의심하는 거 봤냐?”

“아, 형. 그래도 끝까지 걸러내야죠. 아누비스 놈들 도대체 이게 몇 번째예요?”

“그건 그렇고. 우리 쪽에서 스파이를 보낸 게 사실이냐? 이것들이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스파이를 보내?”

레비아탄 길드 마스터 불독상어는 코딱충의 스파이 색출과 선우의 인터뷰 영상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딱충아. 김선우 쟤 좀 데려와봐.”

코딱충은 스파이로 의심되던 길드원들 코만 골라서 때린 뒤에 불독상어에게 다가왔다.

“형, 쟤 데려와서 뭐하게?”

“일단 물어봐야지. 아누비스 길드와 우리 쪽 길드에서 서로 스파이를 보냈다고 하는데 익명의 제보자가 누군지.”

“익명이라는 데 쟤가 알겠어?”

“그건 모르는 거지. 물어보지 않고선. 데려와.”

“알았어. 귓속말 해볼게.”

* * *

선우는 한참 인터뷰에 빠져 있었다.

해보니 생각보다 엄청 재밌었으니까.

‘와, 이렇게 조회수를 뽑아낼 줄이야. 대박이다. 대박이야. 푸하하.’

선우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그의 인터뷰 패턴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 주제는 하나였다.

“그러니까 불나방이 님하고 파티원들을 막 패고 아이템 뺏고 그랬다는 거죠?”

“맞아요. 다 불나방이 한 짓이예요. 그 새끼 진짜 쓰레기예요.”

“불나방 그 새낀 진짜 닉네임부터가 더러워요. 막 듣기만 해도 날개에서 가루 날릴 것 같아서 짜증나.”

플레이어들은 너도나도 선우의 방송 화면에서 등만 보인 채 익명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선우의 인터뷰 진행이 재미있었는지 폴리모프 마법으로 얼굴을 변형시켜서 끼어드는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폴리모프 마법은 스킬을 익히지 않았으면 마법사에게 돈을 내면 가능하다.

지금 선우의 인터뷰 현장에는 마법사들이 와 있었다.

이들은 모두 폴리모프 마법을 즉석 할인으로 해주겠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선우와 인터뷰 하면서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불나방을 욕하고 싶은 플레이어들은 우르르 마법사들에게 몰려갔다.

“이봐요, 새치기 하지 마요.”

“내가 언제 했어?”

플레이어들은 선우와 인터뷰 하려고 마법사들에게 폴리모프 마법을 받았다.

보복당하지 않으려면 얼굴, 목소리 변형시켜서 인터뷰를 해야 하니까.

폴리모프 마법 비용이 없는 플레이어들은 선우와 상의 후 안전하게 뒷모습만 보이게 한 뒤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가 끝나면 선우가 다른 곳으로 방송 시점을 돌렸고 그 사이 도망치는 것이었다.

선우는 플레이어들의 사연을 들어주면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끌어올렸다.

“정말 열 받으셨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 보십시오. 아르콘 대륙에서 이렇게 무자비한 양아치 짓이 넘쳐 납니다. 이 모든 양아치 짓의 핵심 인물은 바로 불나방. 닉네임도 가루 날릴 것 같아서 짜증난다고 하는 그 전설의 쓰레기! 피해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여태껏 알려지지 않은 것도 모두 다 불나방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불나방을 지목했다.

그리고 신랄하게 물고 뜯고 씹고 맛보는 선우와 플레이어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덜덜 떨었다.

“야, 선우 쟤 괜찮을까?”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지금 쟤랑 엮였다간 레벨 1로 초기화되게 생겼어.”

“쫄지 마, 등신들아. 선우가 다 생각이 있으니 저러는 거지.”

“생각은 무슨 생각. 아누비스랑 레비아탄이 서로 스파이 심어뒀다는 정보를 저렇게 공개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이 있으니까 공개한 거야. 아무 생각 없이 공개했을 리가 없어.”

체로키와 라비트는 선우를 믿었다.

반면 펠트리어, 마강쇠, 록희는 기겁하고 있었다.

“너무 쫄지 마라. 너희들 선우가 항상 하는 말이 있잖아. 자기랑 같이 있으면 걱정할 거 없다고.”

“걱정할 짓을 눈앞에서 하고 있는데?”

“일단 지켜보자. 사실은 나도 잘 몰라.”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선우의 인터뷰를 구경했다.

자칫 선우의 방송에 나오면 아누비스와 레비아탄으로부터 찍힐 확률이 높았으니까.

이들은 철저히 숨어서 구경하려고 했지만 선우가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어? 저기 저를 믿고 따르는 진정한 플레이어. 본 브레이커 길드가 있는 것 같은데요.”

갑작스런 선우의 멘트.

구경하던 본 브레이커 길드원 전체가 화들짝 놀랐다.

“아니, 쟤 왜 저래?”

“왜 우릴 언급하고 지랄이야. 야! 하지 마! 하지 마!”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멀리서 양손으로 X 표시를 하면서 날뛰었다.

“오~ 뭔가 할 말이 있나 봅니다. 가볼까요?”

선우의 멘트를 들은 라비트와 체로키는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아냐, 아냐. 없어, 없다고! 오지 마!”

“미친… 온다. 야, 우리 X됐어. 어떻게 해야지?”

“폴리모프, 폴리모프 받어.”

“젠장, 줄 봐. 저걸 언제 받냐?”

“그럼 일단… 으악!”

어느 순간 선우가 본 브레이커 길드원 뒤에 와 있었다.

이미 그를 따라온 수많은 플레이어들과 함께.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다고 선우의 방송에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당황해서 무심코 나온 방어 본능.

“자, 여러분들. 저와 함께 하는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을 만나 보시겠습니다. 이들도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에는 많은 걸 알고 있는 친구들이죠. 할 말도 많을 거예요. 그렇죠?”

선우의 멘트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눈 감고 입 닫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우린 할 말 없다고. 미친놈아!’

‘으아아, 돌겠다. 이거 뭘 해야 되는 거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갑자기 찾아온 위기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선우는 슬쩍 다가오더니 길드원들의 정강이를 툭툭 차버렸다.

“아야!”

“이제 대답할 준비가 되었나 봅니다. 먼저 아누비스 길드와 혈맹을 맺으셨던 분이시죠. 체로키님께 물어보겠습니다. 아누비스 길드는 얼마나 쓰레긴가요?”

* * *

아누비스 길드의 마스터 열혈독사는 메린의 숲에 위치한 오두막에 앉아 있었다.

“아, 독사 형. 나 불렀어?”

“나방아. 얘가 니 밑에 있던 애지?”

“응? 어라. 김유한. 너 이 자식 어디 갔었냐?”

김유한은 뒷감당을 못하고 잽싸게 로그아웃하고 튀었다가 결국 강제로 캡슐 안에 들어가서 로그인을 했다.

“얘가 김선우와 엄청 친한 후배였다던데 사실이야?”

열혈독사는 더러운 인상으로 양아치 눈빛을 발산하며 김유한과 불나방을 노려봤다.

“나도 처음 알았어. 형.”

불나방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길드 마스터 열혈독사가 자신도 의심하고 있단 것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나방 밑에 있던 김유한과 선후배 사이인 선우.

선우는 지금 인터뷰 영상으로 플레이어들로부터 아누비스 길드 이미지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중이었다.

게다가 레비아탄 길드와 아누비스 길드와의 스파이 전술까지 까발린 그가 김유한과 선후배라면?

여기에 김유한과 불나방이 길드 안에서 사이좋던 선후배라면 의심은 불가피하다.

불나방은 일단 자기 앞가림부터 하기로 했다.

퍽!!

“크억!”

보란 듯이 발로 김유한을 걷어찬 불나방.

열혈독사가 째진 눈으로 노려봤다.

“야, 김유한. 사실대로 말해라. 너 스파이지? 김선우와 무슨 관계냐?”

“크윽…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형님들. 김선우 그 새끼는 내 선배가 아니라고요!”

김유한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선우를 써먹으려다가 모든 게 틀어졌다.

이미 선우에게 박살나고 관계는 원수지간이 된 상태.

그나마 선우의 인터뷰로 어떻게든 모르쇠로 나가야만 살 수 있었다

“형님들! 김선우 그 새끼가 내 선배면 제 레벨을 1까지 다운시켜도 됩니다! 믿어 주십쇼!”

자신 있게 외친 김유한을 보던 불나방.

때마침 선우의 인터뷰 영상을 바라보던 열혈독사가 말문을 열었다.

“야, 나방아, 그리고 김유한. 이거 잠깐 볼래?”

열혈독사가 띄운 화면은 선우의 인터뷰가 나왔다.

영상 속에서 선우는 이렇게 멘트를 치고 있었다.

-저랑 가까웠던 후배 김유한에게 많은 걸 해줬습니다. 그리고 유한이도 제게 많은 걸 줬었죠. 하지만 이젠 다 옛날 일이 되었습니다. 유한이가 아누비스 길드에서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멘트.

열혈독사와 불나방이 동시에 물었다.

“야, 김유한. 많은 걸 해줬다는데?”

김유한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쳤다.

“아냐! 아냐! 저거 아냐! 형님들. 저 새끼가 말하는 많은 걸이라는 뜻은 그 많은 게 아닙니다! 진짭니다! 저 새끼 또라이예요!”

“일단 유한아. 레벨 1에서 다시 시작하자. 형이 확실하게 키워줄게.”

“아닙니다. 진짜 제가… 으아악!”

한편 선우는 본 브레이커 길드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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