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제90화
선우는 24시간마다 레벨이 1씩 오른다.
처음엔 신기한 클래스라고 여기며 좋아하던 선우.
하지만 지금은 레벨이 오르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오르면 오르는구나 하고 여기고 있었다.
왜냐고?
스트리밍 방송으로 돈맛을 봤기 때문이다.
영상 촬영을 하고 업로드를 하면 조회수가 상위권에 들어간다.
그것 하나하나 모두 선우에게 돈으로 지급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선우의 영상 판권이 이제 아이로드 컴퍼니를 통해 계약이 되기 시작했다.
로젠하임 대륙에서 촬영했던 영상 판권 판매 이후부터 선우의 주가는 계속 뛰고 있었다.
심지어 아르콘 대륙은 더하다.
콜로세움에서 결투를 벌여 이긴 플레이어가 모든 걸 다 먹을 수 있다.
영상을 촬영할 때마다 선우는 돈다발로 이불을 덮을 지경에 이르렀다.
선우의 레벨업은 아무것도 안 해도 레벨이 올랐다.
거기다 모든 스텟이 1씩 올랐다.
이런 시스템이 몸에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선우는 레벨이 몇 올랐는지에 대해 관심을 끄고 있었다.
선우의 관심사는 지금 오직 하나.
“우와아!!!”
구경하던 플레이어들의 감탄이 또 한 번 터졌다.
선우의 족발 당수가 김유한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어윽!”
김유한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더니 한 손으로 이마를 빠르게 비볐다.
“아으으… 미치겠네… 이러다 골 깨지겠어.”
한 방 맞을 때마다 콧물이 튀어나오는 위력.
더 맞으면 코피가 줄줄 터질 거 같았다.
“유한아. 형은 너한테 실망했다.”
“닥쳐! 어차피 날 엿 먹였을 때부터 너랑 난 끝이야. 끝!”
김유한은 사방에서 지켜보는 플레이어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위이이잉!
김유한의 검이 자색 빛으로 일렁거렸다.
“오, 광역기를 쓸 생각인가?”
“아니야. 궁극기로 승부를 보려나봐.”
김유한이 바닥을 차면서 선우에게 날아올랐다.
“죽어라! 김선우!!”
스와아악!
공중으로 솟아오른 김유한을 빤히 올려다보는 선우.
플레임 블레이드를 어깨에 걸친 뒤 홈런 타자처럼 자세를 잡았다.
“으아아아!”
낙하하면서 김유한의 검이 쇄도했다.
선우는 빤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앞으로 휙 하고 돌진했다.
“어?”
이미 선우가 서 있던 자리를 향해 공격을 펼친 김유한.
갑자기 선우가 자신의 발아래로 쑥 들어가버려 시야에서 사라졌다.
콰아앙!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자욱한 연기가 안개처럼 확 번졌다.
플레이어들이 눈을 찌푸리며 손을 몇 번 내젓고 나자 연기가 걷혀졌다.
“아악! 아야! 으악!”
빡! 뚜각! 퍽!
안개가 걷히기 전부터 뭐가 얻어터지고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플레이어들의 시야가 확보될 즈음.
“끄억!”
선우의 족발 당수가 김유한의 머리통 정수리를 내려치고 있었다.
마치 구제불능 양아치를 출석부로 후려치는 선생처럼 선우의 족발 당수는 자비가 없었다.
김유한이 검을 휘둘렀지만 플레임 블레이드로 막고 다시 족발 당수로 때렸다.
“아으!!”
잽싸게 뒤로 물러나는 김유한을 쫓아 선우의 플레임 블레이드가 쇄도했다.
“으어어! 잠깐. 형! 형!”
쑤걱!
플레임 블레이드의 불길이 솟구쳤다.
김유한을 뒤덮었고 필살의 일격이 가해졌다.
[플레이어 김유한 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선우는 알림을 들으며 묵묵히 서 있었다.
‘한때나마 동생으로 좋아하던 놈이었는데.’
선우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어? 야, 김선우 쟤 우는 거야?”
“먼지가 들어갔나 보지.”
“아니야. 우는 거 같은데? 왜 울지?”
“진짜네.”
선우는 우는 게 아니었다.
우는 척을 했다.
‘이제 방송을 켜볼까?’
선우가 노리는 건 바로 이거였다.
김유한의 죽음?
그딴 건 선우에게 눈물을 흘릴 가치가 없다.
어차피 경험치가 좀 줄어들고 다시 재접속하면 그만이잖아?
선우가 원하는 건 영상이었다.
“시청자님들, 반갑습니다. 접니다.”
뜬금없이 진행되는 선우의 방송.
구경하던 플레이어들까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자, 지금 여기가 어디냐면 콜로세움 근처의 마을인데요. 제가 여기서 아누비스 길드로부터 습격을 받았습니다. 아니지. 습격이라기보다는 보복이라고 해야겠구나.”
선우는 옆에 쓰러져 사라져가는 김유한을 보여줬다.
“얘가 누굴까요~?”
방송 화면 속 김유한을 보던 시청자들이 너도나도 답을 했다.
-나 쟤 봤음. 김유한 아님?
-김유한이네. 아누비스 길드의 충견.
-아오 갑자기 열 받네. 나 저번에 사냥터에서 쟤한테 템 뜯겼음.
-오예, 주인장님. 저 양아치를 처리해버리신 거?
시청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선우는 의외라고 여겼다.
‘오잉? 김유한 얘 평가가 양아치라는 게 주류네. 흐음, 이 자식이 아르콘 대륙에서 좀 깽판을 치고 다녔나 보군. 오히려 잘 됐어. 이걸 활용하면 영상 돈벌이가 빵빵하겠는 걸.’
선우는 지금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재빨리 시청자들용 멘트를 치기 시작했다.
“딩~동~댕! 바로 맞췄습니다. 여러분들을 아르콘 대륙에서 무자비하게 괴롭히던 양아치. 건방진 놈. 위아래도 모르는 놈. 지 밖에 모르는 놈. 근본도 없고 개념도 없고 예의도 없는 뭐 하나 있는 게 없는 놈. 바로 그 김유한 되겠습니다. 하하하!”
선우의 멘트에 시청자들이 깔깔거리고 웃어댔다.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X나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본도 없고 개념도 없고 뭐 하나 있는 게 없는 놈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님 멘트에 터짐 ㅋㅋㅋㅋ
-아 방장님, 나 지금 시리얼 우유에 타 먹고 있는데 웃다가 키보드에 흘렸잖아요. ㅋㅋㅋㅋㅋ
-맞아, 맞아. 김유한 쟤 생긴 거랑 달리 완전 개 양아치였음.
-크으… 방장님의 정의구현이 콜로세움 밖에서도 이미 시작된 것인가…
-아르콘 대륙에서 최고의 협잡꾼 플레이어 한 마리만 꼽으라면 김유한을 꼽겠다!
-방장님. 김유한 쟤가 시비 털러 왔어요?
-김유한 템 떨어졌으면 경매에 올려요. 내가 살 거임.
난리 난 건 시청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아무 생각없이 구경만 하던 플레이어들까지 웃음에 휩싸였다.
“푸하하하. 방금 들었냐? 있는 게 없는 놈이래.”
“큭큭큭. 김유한 저거 아누비스 길드에 들었다고 설쳐대더니 꼴좋다.”
순식간에 멘트를 치면서 분위기를 사로잡는 선우였다.
한편 캐릭터가 사라지고 있었어도 들을 건 다 들리는 김유한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야!! 김선우!! 넌 뒈졌어! 이 새끼가 감히 날 모함해? 뭐? 있는 게 없어? 야!!”
선우는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샷이다.’
자신을 향해 온갖 욕설을 껌처럼 뱉어대는 김유한을 선우가 촬영했다.
“아유, 무서워라. 시청자님들. 보셨죠? 이런 놈이 아르콘 대륙에서 순진한 사람 등 처먹고 다녔다니 정말 인피니티 로드 하기가 겁나네요.”
김유한의 욕설마저도 자신의 방송의 조회수 높이는데 써먹는 선우였다.
“저 새끼가 진짜….”
김유한은 울화통이 터졌다.
하지만 캐릭터가 사라지고 있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선우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방송 소재로 써먹고 있었으니 눈 뜨고 당하는 중이었다.
“두고 보자. 김선우. 아누비스 길드에게 도전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그리고 내가 널 동생으로 삼아주지. 나한테 형이라고 해야 될 거다. 기다려라.”
김유한의 경고를 선우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듣고 있었다.
그 다음 시청자들을 향해 툭 하고 내뱉었다.
“보셨죠? 쟤가 저래서 위아래가 없는 놈 이예요. 근본이 없으니 위아래 개념도 없죠. 모든 게 다 없는 놈이죠. 어라? 아이템도 흘렸네. 어쩌냐, 유한이가 이제 아이템도 없는 놈이 된 거 같네.”
선우의 멘트에 다시 한 번 빵 터지는 플레이어들.
“푸하하하!”
“낄낄낄. 야, 쟤 왜 저렇게 웃기냐?”
김유한의 캐릭터가 완전히 사라졌고 선우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자, 지금부터 즉석 인터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선우 라고 합니다. 닉네임이 어떻게 되시죠?”
“예? 아… 이건 뭐… 인터뷰하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제 방송을 지금 지켜보고 계신 모든 시청자님들께 인사 한 마디 나누시죠.”
“예? 아, 예. 안녕하세요.”
구경하던 플레이어들에게 다가가 아무나 붙잡고 막무가내 인터뷰를 진행하는 선우.
이것도 다 의도적인 계산이었다.
갑작스런 선우의 인터뷰에 웃고 있다가 당황한 플레이어.
“저는 엔쵸비스트 라고 합니다.”
“엔쵸비스트 님! 아, 닉네임 스타일리쉬하고 멋있으시네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방금 김유한이라는 플레이어와 저와의 PVP를 감상하셨는데요. 어떠셨습니까? 소감이요.”
“예? 아… 일단 김선우 님께서 플레이를 너무 멋지게 해주셔서 잘 봤고요. 김유한은 뭐… 생각했던 것보다 좀 별로인 것 같아서 실망했습니다.”
“실망을 하셨다… 그러셨군요. 뭐 때문에 실망했는지 제 방송의 시청자님들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 여기 보면서 말하면 되나요?”
선우가 된다고 손짓했다.
“안녕하십니까? 저, 저는 엔쵸비스트 라는 닉네임을 쓰는 플레이어인데요. 일단 김유한은 아누비스 길드에서 좀 양아치 평가가 나오던 플레이어였죠. 아마 아시는 분들도 좀 많으실 거예요. 저도 예전에 사냥터에서….”
엔쵸비스트의 개인적 사연이 얼떨결에 소개되었다.
그러자 선우의 채팅방은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선우의 인터뷰 진행을 참신하게 여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님 인터뷰 무엇?
-스트리밍 방송 하시다가 갑자기 인터뷰 ㅋㅋㅋㅋ
-인터뷰 하는 유저 첨 보는데 신선하다. ㅋㅋ
-저 사람 인터뷰 한다고 하니까 좀 얼어붙음. TV 인터뷰랑 비슷한가봐.
-게임인데 인터뷰하면 무슨 느낌이지? 궁금하다.
이 뿐만 아니었다.
처음엔 멀뚱멀뚱 지켜만 보던 플레이어들이 너도나도 선우 곁으로 몰려들었다.
“야, 이거 인터뷰야?”
“난 방송하는 애들은 많이 봤지 이런 식으로 인터뷰 하는 건 또 처음 보네.”
플레이어들은 선우와 인터뷰하는 엔쵸비스트 뒤쪽에서 슬쩍 얼굴을 보여주면서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러자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의 반응이 터졌다.
-풉. 저거 TV 뉴스에서나 보던 그림 아니냐?
-게임이나 현실이나 저것까지 똑같네 ㅋㅋㅋㅋㅋㅋ
-손 흔들고 있어 ㅋㅋㅋㅋ
-나도 방장님 인터뷰 나가고 싶다. 방장님 시청자들 모아놓고 인터뷰 한 번 하시죠.
선우는 엔쵸비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김유한을 비롯한 아누비스 길드를 까발리고 있었다.
그동안 김유한이 알게 모르게 저질러온 짓들이 선우의 인터뷰에 응하는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자동 폭로되었다.
“와, 그건 진짜 쓰레기네요.”
“맞아요. 아누비스 길드 자체가 쓰레기니까 김유한이 그런 짓을 하고 다닌 거죠.”
“저는 정말 아르콘 대륙에서 아누비스 길드가 랭킹 1위라고 해서 존경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아누비스 길드가 폭삭 주저앉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모이면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한번 바람이 불듯이 분위기가 잡혀서 휩쓸리면 너도나도 마구 끼어드는 것이다.
선우의 의도는 적중했다.
김유한과 PVP를 끝내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왜 김유한과 결투를 벌였는지 시청자들과 플레이어들이 알기 쉽게 설명했고 동시에 김유한과 아누비스 길드의 본색을 들춰버리는 데 성공했다.
선우의 인터뷰 방송은 굉장히 신선하고 참신한 발상이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선우의 스트리밍 방송을 구경하던 권정아 실장은 감탄을 터뜨렸다.
“와… 대박.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한 거지? 보면 볼수록 천재 같다니까.”
선우는 게임 플레이가 아닌 인터뷰 영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