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다리면 레벨업-88화 (88/200)

# 88

제88화

아누비스 길드는 콜로세움에서 가장 악명을 떨치는 길드였다.

길드의 세력 구도가 비록 레비아탄과 양대 산맥으로 나뉜다지만 실질적인 1위는 아누비스였다.

그렇기에 레비아탄은 아누비스를 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고 아누비스는 레비아탄을 항상 경계했다.

그러던 와중에 결국 사건이 터져버렸다.

아누비스 제 2 공격 대장이자 콜로세움 PVP 랭킹 3위의 소유자.

전투와 사냥, 길드전에서 불나방처럼 뛰어든다고 해서 만든 닉네임.

랭커 불나방의 콜렉션이 레비아탄 길드로 넘어가버렸다.

“으아아!!”

“형! 진정하세요!”

불나방은 화를 삼키지 못하고 날뛰고 있었다.

아누비스 길드가 독점하고 있는 사냥터에는 온갖 몬스터들의 사체가 쌓여 있었다.

“야, 독버섯 애들 들어왔냐?”

“안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쭈? 이 새끼들이 나를 끝까지 엿 먹이고 싶다 이거지?”

“나방 형. 걔들도 벌써 레벨이 다 10 가까이 떨어졌잖아요. 진정하십쇼. 너무 몰아붙이면 다른 길드원들 신임까지 잃으실 위험이 있습니다. 걔들도 먹고 살아야죠.”

“후아, 야, 레비아탄 코딱지 어디 있냐? 찾아.”

“형, 일단 제가 코딱충에게 귓말 보내놨으니까요. 조금 있으면 연락이 올 거예요.”

“후우… X발!!”

와장창!!

쿠쾅!

불나방이 검을 좌우로 마구 휘둘러댔다.

“블레이징 스윙!”

엄청난 속도로 대검이 마구 휘날렸다.

검기가 뻗어나가며 굵은 고목들을 뎅겅 베어버렸다.

헐벗은 숲 사이로 몬스터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퀴이익!

불나방은 근처에 몬스터 1마리가 또 나오자 검기를 뿌려가면서 마구잡이로 죽여댔다.

가상현실게임이지만 눈앞에서 펼쳐진 현실처럼 엄청난 사실감이 플레이어들을 긴장시켰다.

“아, 젠장. 코딱충은 왜 답이 없어?”

“망할. 이러다가 우리들까지 불똥 튀게 생겼어.”

“길드장한테 갈까? 불나방 진정 좀 시켜달라고.”

“길드 마스터가 가장 아끼는 플레이어 중 하나가 불나방인데 같이 날뛰면서 분위기나 안 맞춰주면 다행이다.”

“김선우 이 새끼 어디에 있냐? 이 새끼를 먼저 데려와서 저 형 기분 좀 풀어주자.”

“콜로세움에서 방송질 한다고 깝치고 있었어.”

“그래? 나방 형! 형!”

불나방한테 달려가는 플레이어들.

“형, 일단 제가 김선우를 잡아오겠습니다.”

“…김선우?”

“예, 그 자식이 이 사건의 원흉이잖아요. 레비아탄 길드는 사실 형 아이템을 사려고 샀겠어요? 팔려고 하는 놈이 나왔으니 샀죠.”

“그건 그래.”

“코딱충이 형 아이템을 갖고 있지만 그건 이야기를 잘 해서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김선우. 이 자식은 아니죠.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인 놈이니까요. 제가 이 자식을 끌고 오겠습니다.”

불나방은 김선우를 끌고 오겠다는 플레이어들의 말에 그렇게 하라고 했다.

“후후, 김선우. 생각해 보니 내가 레벨 1로 만들어야 할 놈이 너라는 걸 잊고 있었다. 기대해라. 감히 내 칼을 멋대로 팔아치워? 그것도 방송으로 자랑까지 해? 네놈이 레벨 1까지 추락하는 걸 방송하게 도와주마.”

* * *

선우는 레비아탄 길드와의 거래 영상을 통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와, 선우야. 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조회수가 나오지?”

“야, 지금 감탄할 때야? 아누비스가 이제 칼을 갈고 우릴 노릴 거라고.”

“걱정 마라. 그런 애들 쯤은 콜로세움의 장난감으로 갖고 놀 사람이 선우라고.”

라비트는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선우가 지금까지 보여준 게 있었으니까.

‘어쩌면 아누비스 길드를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

선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런 상상조차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하지도 않았을 라비트였다.

지금은 달라졌다.

“야, 김선우. 지금 나한테 아누비스 애들한테 쪽지가 엄청 오고 있어. 이거 어떻게 말해줘야 되냐?”

“쫄지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 귓말 보내.”

“뭐라고?”

“너희들 꿀 빠는 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체로키는 입술이 바짝 말라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지, 진짜로 그렇게 보내?”

“가짜로 보내냐?”

선우의 말에 체로키는 귓속말을 보내려고 했지만 심장이 쿵쾅거렸다.

“야, 선우야. 아누비스 길드가 진짜로 잡아 죽일 기세인데… 이거 그렇게 보냈다가 뒷감당을….”

“야, 줘봐. 걔들 채팅창 내 꺼로 공유시켜.”

“알았어.”

체로키는 자신의 귓속말로 날아드는 아누비스 길드원들의 채팅 시스템을 선우의 채팅 시스템과 연결시켰다.

선우는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꺼내며 아누비스 길드를 자극했다.

-3분 뒤 방송 시작한다. 편안하게 감상하도록.

“선우야. 방송으로 뭐라고 하게?”

“너희들도 구경이나 해라.”

선우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시작했다.

“자, 시청자님들. 반갑습니다. 저를 애정해주시고 제 영상을 사랑해주시고 저를 먹여 살려주시는 고마운 시청자님들께 오늘도 달콤한 뉴스 한 토막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선우의 방송이 시작되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넋을 놓고 바라만 봤다.

선우의 말은 청산유수였다.

막힘없이 흘러가며 구불거림 없이 쭉쭉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아누비스 길드에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

선우의 말에 채팅방이 들썩였다.

-뭔데요?

-오 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꿀잼 스멜이 모락모락~

-아누비스 아이템 싹쓸이 공약?

-님들 이 분 때문에 레비아탄이랑 아누비스 전쟁 각 나옴.

-방장님. 아누비스 길드 마스터 콜렉션 좀 털어주세요. 뭐 있는지 궁금.

선우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가면서 말문을 열었다.

“지금 이 시간부터 저 김선우는 중대발표를 공개하고자 합니다. 사실 얼마 전에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익명의 플레이어로부터 엄청난 이야기를 전달 받았습니다. 그건 바로 아누비스 길드에 관련된 것이었죠.”

선우의 말에 지켜보던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 머릿속엔 물음표가 떠올랐다.

“야, 쟤 지금 뭐라고 하는 거냐? 익명의 플레이어라니?”

“몰라. 그냥 보자고.”

선우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 이야기의 내용은 무엇이냐? 바로 스파이에 관련된 것 이었습니다.”

스파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자 채팅방이 들끓었다.

-스파이? 설마 아누비스 길드가 무슨 작당을 꾸민 건가?

-그러고도 남을 애들이지. 근데 어디다 스파이를 심어뒀단 얘기인가?

-혹시 아누비스 길드 내부에 무슨 스파이가 있는 거 아님?

시청자들의 반응을 쭉 보면서 잠깐 뜸을 들이던 선우.

“그 스파이는 무엇이냐? 여러분들.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레비아탄 길드에 아누비스가 몰래 스파이를 심어뒀고 얼마 안 가 레비아탄 길드를 집어삼킬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당하고 있을 레비아탄이 아닙니다. 아마 똑똑한 우리 시청자님들은 예상하셨을 겁니다. 바로 레비아탄 길드 역시 아누비스 길드 내부에 스파이들을 심어뒀다는 거죠. 결국 이 은밀한 첩보전의 결과가 곧 나오게 될 건데 어디서 나오냐? 바로 콜로세움에서 나올 겁니다.”

선우의 말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대에박! 저거 실화임?

-ㄷㄷㄷㄷㄷ 콜로세움에서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가 한판 붙는 건가?

-꿀잼 각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

-레비아탄 길드가 아누비스 길드에 스파이를 심어둘 줄이야. 아누비스야 그런 거 잘하는 애들이니 놀랍지도 않지만.

-와 그러면 방장님한테 익명의 제보를 한 플레이어는 어느 쪽 길드지?

-쩐다. 그러니까 저 익명의 제보자는 배신을 한 건가? 아니 근데 저렇게 핵심정보를 막 까발리면 그건 정보 노출 아님?

시청자들은 엄청난 뉴스에 혼란에 휩싸였다.

이걸 정리해줄 사람은 선우였다.

“여러분들. 간단합니다. 익명의 제보자는 본인이 어느 길드에 소속된 것인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폴리모프 마법 스킬을 써서 철저히 얼굴과 몸을 다른 형태로 바꿔놨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그건 알 수 없고 여러분들이 주목해야 할 것! 기대하셔야 될 것은 바로 레비아탄과 아누비스 길드의 한판 승부! 이거 아니겠습니까?”

시청자들이 선우의 말을 듣고 열광했다.

-예~~압!

-빨리 붙어라. 콜로세움에서 팝콘 장사 좀 하게.

-팝콘 장사가 아니라 팝콘 체인점 내야할 각.

-아싸! 드디어 둘 중 하나는 골로 가는 것인가.

-둘 다 골로 갈 수도 있을 걸?

-아무나 이겨라. 어차피 둘 다 나랑 상관도 없는 길드.

-꿀템을 누가 많이 갖고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겠군.

-쟤들 길드원도 꽤 많아서 결투를 벌인다면 최소 길드전 각인데 기대 된다.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선우의 채팅방에는 동시간대 가장 많은 접속자들로 미어터졌다.

“야, 저거 진짜 사실이야? 아누비스 길드가 레비아탄 길드랑 첩보 전쟁 벌여왔다는 게?”

“나도 몰라. 처음 들어본다고.”

“체로키 형. 선우가 하는 말 진짜예요?”

“몰라. 나도 처음 알았는데.”

체로키와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모두 선우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선우는 계속 방송을 통해서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의 전쟁을 부추기고 있었다.

한편 선우의 말을 듣고 방송을 지켜보던 아누비스 길드원들은 난리가 났다.

“이런 X발!! 이게 뭔 소리야? 스파이라니! 우리들 중 누가 스파이 짓을 하고 있었단 거야?”

“야, 잠깐. 레비아탄 길드가 스파이를 심어둔 거 진짜 맞아? 길드 마스터한테 확인해봐야 되잖아.”

“우리 쪽에서 레비아탄 길드에 스파이를 심은 적이 몇 번 있는 건 사실이야. 그건 나방 형한테 들었다고. 들켜서 다 실패했지만 비슷한 사례가 있기는 했어. 그러니 레비아탄 쪽이라고 못 할 건 없지.”

“이건 길드장한테 가서 물어봐야 될 일이다. 가자.”

“야, 여기까지 왔는데 김선우는 끌고 가야 되는 거 아니야?”

“지금 그게 문제야?! 잘못하면 준비도 없이 길드 전쟁 치르게 생겼다고.”

“나방 형한테 욕먹으니까 그렇지!”

“길드장보단 안 무서워. 빨리 따라와.”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콜로세움 근처까지 왔다가 다시 되돌아갔다.

한편 레비아탄 길드 역시 난리가 났다.

“길드장님. 방금 이거 방송 보셨습니까?”

“아, 봤다.”

레비아탄 길드 마스터 칼페르토는 묵묵히 선우의 방송을 보기만 했다.

“길드장님. 저 말이 사실이에요? 스파이를 심어두셨다는 게….”

“스파이를 양성해서 보내라고 오래 전에 시킨 적은 있는데 나도 애들 불러다 물어봐야겠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다.”

“뭡니까?”

“아누비스 쪽 스파이를 찾아내야지. 몇 놈이든 무조건 찾아내. 그리고 아누비스 쪽에 마지막으로 스파이를 보낸 게 언제였는지 지금도 보냈는지 확인해봐. 내부의 적들부터 처리 하고 콜로세움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는 비상 사태였다.

선우가 방송으로 흘린 떡밥을 물어버린 것이다.

사실 스파이라는 건 선우가 꾸며낸 거짓 정보였다.

익명의 제보를 한 플레이어?

그런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선우는 그저 머릴 썼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에 혼란을 줄 것인가 하고.

그 결과는 스파이 떡밥이었다.

라이벌 길드는 경쟁 관계다.

스파이를 보낸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만한 전략.

하지만 내부의 적을 처리하지 않고 섣부른 공격은 불가능했다.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둘 다 혼란에 빠졌고 선우는 이 틈을 노릴 준비를 했다.

“자, 시청자님들. 일단 제가 할 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여기서 방송은 마치겠습니다. 조금 뒤에 또 다른 흥미로운 정보를 공개하고자 합니다. 스파이 관련된 이야기니까 기대해주세요.”

선우가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기고 방송을 마무리 했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선우에게 물었다.

“선우야. 스파이 얘기 진짜야?”

“익명의 제보자가 누군데?

“아, 그런 건 나도 몰라. 그저 들은 대로 이야기할 뿐이야.”

선우에게 갑자기 귓속말이 날아들었다.

-형! 저 유한입니다. 잠깐 저 좀 만나시죠. 여쭤볼 게 있거든요.

벨론 대륙 시절 선우에게 길드 가입을 제안했던 아누비스 길드 소속의 김유한의 귓속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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