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
제87화
선우는 방금 번 돈을 길드원들에게 분배해줬다.
“일단 내 몫으로 50퍼센트 먹고 나머지 50퍼센트는 니들 머릿수대로 나눠줄게.”
“왜 너만 50퍼센트를 먹는데?”
“야, 이 돈을 벌수 있었던 게 누구 공이 젤 크냐?”
선우의 말에 록희가 별 대답을 못했다.
3억 4천만 원 중 1억 7천만 원은 선우 혼자서 먹었다.
나머지 1억 7천만 원은 길드원들 머릿수대로 나누기 시작했다.
길드원들은 체로키, 라비트, 록희, 마강쇠, 펠트리어로 모두 5명.
선우는 먼저 3천만 원씩 나눠줬다.
“이제 2천만 원이나 남네. 이건 체로키와 라비트 너희들 천만 원씩 먹어라.”
“야, 잠깐. 왜 그건 안 나누냐?”
마강쇠가 물었다.
선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얘네들은 한때나마 길드 마스터 였잖냐. 대접은 해줘야지. 내 말이 틀려?”
“그, 그건 그래.”
그제야 별 대꾸를 못하고 수긍하는 길드원들이었다.
선우가 체로키와 라비트에게 2천만 원을 반씩 나눠줬다.
체로키는 속으로 무언가 울컥 했다.
‘그냥 무식한 또라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씀씀이가 엄청 커.’
라비트도 속으로 선우에게 감동하고 있었다.
‘고맙다. 선우야.’
이 둘은 선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한 길드를 운영하는 길드 마스터였다.
독버섯 길드 마스터 였던 체로키 밑에 있던 라비트는 길드원들을 데리고 탈퇴해서 새로운 길드 본 브레이커를 만들었었다.
새로운 길드 마스터였던 라비트가 선우를 만나면서 사실상 실질적인 길드 마스터 권한을 내어줬던 것.
물론 선우는 길드 마스터라는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그는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이란 생각만 하는 플레이어였으니까.
하지만 체로키와 라비트는 달랐다.
‘김선우, 생각보다 마음이 넓은 놈이었어. 난 그저 단물만 먹고 뱉을 놈으로만 여겼는데. 미안하다 선우야.’
체로키의 속마음을 선우가 들을 린 없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선우는 언제든지 단물만 빨아먹고 누구든지 뱉을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야, 이제 정산 끝났으니까. 다음 작업도 잘들 해보자고. 나 따라다니면서 N빵해서 두당 3천만 원씩 먹었잖아. 어디 가서 이렇게 쓱쓱 먹어보겠냐? 안 그래?”
“그렇지. 그건 맞아.”
비록 선우가 가장 많이 돈을 가져갔지만 나머지 길드원들은 불만이 없었다.
처음엔 일부 투덜거림이 나왔지만 선우의 말을 들으며 곧 인정했다.
본 브레이커 길드를 조직하고 나서 지금 번 돈이 가장 컸으니까.
선우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콜로세움 근처를 전전하며 입맛만 다시고 있었을 것이다.
길드원들은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는 대꾸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선우야.”
“아까 투덜거려서 미안하다.”
“네 덕분에 3천만 원 먹은 게 어디야? 이걸로 한동안 생활비 넉넉하게 쓸 수 있으니 행운이지.”
선우를 향한 온갖 입바른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아누비스 애들이 이제 가만 안 있을 거 같은데. 대책은 세워뒀냐?”
“대책? 대책이라기보다는 전략이라고 해야지.”
“전략? 그게 뭔데?”
“기다려. 나 잠깐 할 일이 있으니까 너희들끼리 무기 시장이나 구경하고 있어.”
선우가 어디론가 후다닥 사라졌다.
* * *
“시청자님들, 반갑습니다~ 저 김선우가 오늘 아르콘 대륙에 진출한 기념으로 이렇게 시청자님들께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선우가 혼자 원맨쇼를 하듯이 굽신굽신 거리며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어느새 몰려들어 선우에게 근황을 물어봤다.
-님, 로젠하임 퀘스트 깨고부터 업로드가 딱 끊겨 있던데 뭐하고 계셨음?
-와, 방장님 아르콘 대륙 진출했으면서 왜 지금까지 이야기 안 하셨어요?
-아르콘 대륙 진출하고 이번이 처음 방송하시는 건가? 아니면 찍어둔 영상 같은 거 없음?
-방장님, 몰래 찍어둔 영상 있으면 숨겨놓지 말고 공개 좀 하시죠. 조회수 밀어드릴게요.
-님, 아르콘 대륙에서 뭐하고 노심? 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님 아르콘 거기 난장판 곱빼기라고 들었는데 가보니 어때요?
-내 생각에 이 방장님 아마 지금쯤이면 뭔가 사고 하나를 쳤음. 그러니 영상도 있고 방송도 시작한 거다. 내 말이 맞나 틀리나 두고보셈.
시청자들의 관심은 대폭발이었다.
선우가 세 번째 대륙 아르콘으로 진출하면서 이미 커뮤니티 내에는 적잖은 화제였으니까.
그런 선우가 드디어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근황을 알려왔으니 기대치가 높은 만큼 관심도 높았다.
“자, 자, 너무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지켜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지금부터 알려드릴 이야기에 주목해주세요.”
선우의 말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뭐지? 뭐 있구나? ㅋㅋㅋㅋㅋ
-저럴 줄 알았어. 뭐 있으니 방송 시작한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뭐예요? 방장님. 궁금하네.
-내가 예언한다. 저 방장님은 지금 아르콘 대륙에서 누군가를 엿 먹이고 심한 내상을 입혔음.
-예언 받고 또 예언한다. 아마 지금쯤이면 누군가 피눈물 터지고 있을 거다. ㅋㅋㅋㅋㅋㅋ
-그건 다 아는 거고 이제 그 누군가가 누군지 공개해주시죠. 방장님 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선우가 벨론 대륙부터 아르콘 대륙에 오기 전까지 보여줬던 영상들이 많았으니까.
단지 궁금한 건 선우와 맞설 대상이 누구이며 어떤 내용 이냐 였다.
“하하하! 시청자님들 그동안 제 영상을 보시면서 벌써 기대감이 엄청나신 것 같군요. 걱정 마세요. 제가 누굽니까? 앞으로 시청자님들의 기대를 100 퍼센트 충족시켜드릴 만반의 준비가 끝났으니까요.”
선우가 슬슬 말문을 열었다.
“제가 조금 전에 돈을 좀 벌었습니다. 그 돈을 어떻게 벌었냐? 그건 바로….”
선우의 이야기가 다 끝날 즈음 시청자들은 기겁하면서도 환호했다.
-대에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누비스 ㄷㄷㄷㄷㄷ 보고 있냐? ㄷㄷㄷㄷㄷㄷ
-방장님, 아누비스 템들 팔아치우고 뒷감당 어떻게 하실 거? ㄷㄷㄷㄷ
-뒷감당은 레비아탄 애들이 하는 거, 방장님 걱정 ㄴㄴ
-으음, 레비아탄 VS 아누비스 각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방장님 아르콘 대륙 오자마자 대형사고를 은밀하게 치셨네 ㅋㅋㅋㅋ
-야, 저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아냐? 그냥 조회수 높이려는 어그로 같은데.
-이분 오늘 처음 방송 보신 건가?
-저 방장은 어그로를 끌어도 진짜만 끔 ㅋㅋㅋㅋ
선우의 방송은 점점 갈수록 시청자가 급증했다.
레비아탄 길드와 아누비스 길드가 등장 했으니까.
여기에 기름을 붓기 시작한 선우.
“시청자님들. 지금부터 제가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올려드리겠습니다.”
선우는 자신이 조용히 촬영해둔 영상을 하나씩 개인 방송 채널에 올리기 시작했다.
업로드 된 영상들은 아이템들을 촬영해둔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레비아탄 길드의 코딱충과 대화하면서 아이템을 거래하는 내용들까지.
영상이 업로드 되고 나서 얼마 안 가 선우의 채팅방은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미친 ㅋㅋㅋㅋㅋ
-저거 아누비스 걔 누구지? 나방털인가? 하는 애가 자랑하던 칼 아닌가?
-맞는 거 같은데 ㄷㄷㄷㄷㄷ
-불나방이다. 나방털이래 ㅋㅋㅋ
-맞음. 불나방이 자랑하던 머시기 칼인데 저게 왜 저기 있지?
-혹시 방장님이 저거 먹은 건가?
-방장님 불나방하고 PVP 했어요? 영상 올려줘요!
-야, 저거 아누비스 길드 애들이 아끼던 아이템들 왜 저렇게 많냐?
-쟤 코딱충이다.
-혹시 방장님 아누비스 아이템들을 레비아탄 애들한테 팔았어요?
-미쳤네. 저건 뭐 전쟁하자는 건데 ㅋㅋㅋㅋㅋ
-팝콘 각 떴다!!
-치맥 시켜서 구경해야지.
선우가 올린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폭발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아누비스 길드의 아지트.
“크읍… 죄송합니다. 불나방 님.”
“죄송은 무슨… 야, 꽉 잡아.”
“잠깐만요! 잠깐만요!”
독버섯 길드원들이 차례대로 무릎 꿇린 채 불나방에게 맞고 있었다.
“불나방 님. 저 이번에도 죽으면 레벨 떨어져요! 한번만 봐주십시요!”
“떨어지면 다시 올리면 되잖아. 어려워? 그리고 레벨 1 떨어진다고 죽냐?”
“그건 아니지만….”
“지금 너 같은 놈 레벨 1하고 내 아이템하고 동급 취급한 거야?”
“아닙니다! 그건 절대로… 커헉!”
독버섯 길드원 1명이 바닥에 누웠다.
플레이어의 사망 메시지가 울려 퍼졌고 길드원의 캐릭터가 사라졌다.
결국 길드원의 레벨이 떨어졌다는 메시지가 들렸다.
“야, 얘 다시 여기로 데려와. 레벨 1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아예 레벨 1로 만들어줄 거야.”
“불나방 님. 절대로 실수로 뺏긴 게 아닙니다. 이게 다 김선우 때문이라구요.”
“김선우고 나발이고 난 그런 놈 관심도 없었어. 너희들이 아이템 가져갈 때 뭐랬냐?”
불나방은 건틀렛을 착용한 손으로 독버섯 길드원들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불나방 님의 명성을 높여주겠다고 했습니다.”
“맞아. 내 아이템으로 콜로세움에서 템빨 영상 보여주고 수익 반으로 나눈다고 했었잖아.”
“그랬죠.”
“근데 지금 뭐냐? 내 명성을 이렇게 높여줄 생각이었어?”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 건… 으악!”
또 다른 독버섯 길드원이 죽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레벨이 1 떨어졌다.
불나방이 반복해서 죽이면서 경험치가 폭락했고 레벨이 다운된 것이었다.
“야, 얘도 다시 데려와. 여기 있는 놈들 다 레벨 1로 만들어줘.”
“옙!”
뒤에 서 있던 플레이어들이 불나방에게 목을 숙여 인사를 했다.
“제발요. 불나방 님. 레벨 1부터 다시 시작하면 아르콘 대륙에서 못 버팁니다.”
“누가 아르콘 대륙에서 버티래? 벨론부터 다시 시작해. 간단하잖아?”
“나방 형! 이것 좀 봐요.”
“뭐냐?”
불나방의 팀원으로 보이는 플레이어가 들어오더니 영상 화면을 띄웠다.
“이 새끼 김선우 맞죠?”
“내가 어떻게 알아?!”
“아, 그러니까 얘 지금 닉네임도 그렇고 방송 채널도 그렇고 김선우잖아요.”
“얘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김선우가 아까 방송하면서 뭐라고 했는 줄 알아요? 형 꺼 다 팔았대요.”
불나방이 입술을 달싹였다.
“내 칼을 팔아?”
“예. 근데 누구한테 팔았게요?”
빡!
“아야야!”
“이게 지금 누구 약 올리나. 지금 퀴즈 하는 거냐?”
“죄송합니다. 레비아탄 코딱충한테 팔았대요.”
“…뭐?”
코딱충이란 닉네임을 들은 불나방의 건틀렛이 부르르 떨렸다.
나머지 독버섯 길드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보세요.”
플레이어가 띄운 영상 화면에는 선우가 나왔다.
선우가 코딱충과 거래하는 아이템 인벤토리가 보였다.
인벤토리에는 불나방이 아끼던 칼부터 다른 아누비스 길드의 아이템들이 많았다.
“아…아… 내 칼… 저거 내 새낀데….”
“형, 진정하세요.”
“내가 저거 모을라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형, 그러게 누가 빌려주래요? 제가 그랬잖아요. 독버섯 저것들은 실력 딸린다고.”
“내 핵심 콜렉션 중 1개가 레비아탄 코딱지 저 새끼한테 넘어갔어….”
“형, 템빨도 아무나 다 먹히는 거 아니….”
따악!
“아야야!”
“새꺄!! 조용히 안 해! 누가 염장 질러!”
“아, 그러니까 제가 몇 번이나 뜯어 말렸잖아요! 빌려주지 말라고!”
“아우! 씨!”
불나방은 차마 영상을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선우가 자신이 아끼던 아이템을 레비아탄의 코딱충에게 넘기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선우는 얼마에 아이템을 팔았는지 가격도 공개해버렸다.
마지막 멘트는 불나방의 심장을 폭행해버렸다.
“아누비스 길드에게 감사합니다. 오늘 소고기 배 터지게 먹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