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
제85화
콜로세움으로 체로키가 독버섯 길드원들을 데리고 입장했다.
“와아아!!”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체로키 형. 저것들 쪽수도 딸리네요. 무슨 깡으로 우리한테 여기로 오라고 했을까요?”
“맞아. 멍청한 것들이 아랫것들 아이템 좀 털었다고 주제파악이 안 되나 봐.”
독버섯 길드원들이 킬킬거렸다.
하지만 체로키는 침묵했다.
맞은편에 서 있던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과 눈짓을 주고받는 체로키.
가장 뒤편 높은 암석 위에 올라 앉은 선우와 눈이 마주쳤다.
선우가 씨익 웃음을 보였다.
체로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선우에게 들은 말들이 떠올랐다.
‘먼저 체로키. 네가 데리고 올 독버섯 애들 전투 특성하고 장단점 다 말해봐. 그리고 걔들이 갖고 올 최고 비싼 아이템들 특성까지 예상가는 건 다 말해.’
이미 체로키는 독버섯 길드원들의 모든 정보를 선우에게 건넨 상태였다.
선우는 정보를 듣고 그에 맞춰서 전략을 짜줬다.
체로키의 역할은 간단했다.
“야, 말똥구리. 네가 탱커니까 먼저 저기 앞에 있는 놈들 최대한 끌어들여.”
“알겠습니다.”
“그리고 치킨 보이. 너는 딜러니까 좌우 사이드로 빠져서 말똥구리한테 달려드는 놈들 딜 한 번씩 넣어줘라. 그 5천만 원짜리 칼 맛이나 보여주라고.”
“고급지게 한칼에 보내버릴 겁니다. 하하하!”
“말똥구리 너 말고 탱커로 뛸 수 있는 애들 몇 명 있냐?”
“저 포함 총 5명입니다.”
“그러면 말똥구리 네가 이번 경기 탱커 팀장이다. 탱커 팀 데리고 방어벽 쌓아. 우리가 숫자는 2배나 많아. 탱커 팀이 방어벽 쌓으면 나머지 5명은 순차적으로 내 명에 따른다.”
“예!”
독버섯 길드원들이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먼저 치킨 보이 네가 딜러니까 탱커 팀이 방어벽 쌓으면 왼쪽 사이드를 맡아. 그리고 사탕벌레. 넌 도적이었지? 저놈들 죽을 때마다 드랍되는 아이템 싹쓸이해라.”
“네!”
“그리고 체리카나 넌 궁수잖아. 뒤에서 치킨 보이랑 사탕벌레 서포트 좀 해줘.”
“네.”
“알약튀김. 넌 마법사니까 뒤에서 버프랑 힐 좀 빵빵하게 넣어라.”
“체로키 형. 저는 뭐할까요?”
“피눈물비빔밥. 너는 오른쪽 사이드를 맡아. 치킨 보이가 왼쪽을 맡았으니 호흡 잘 맞춰라.”
“알겠습니다!”
체로키는 작전을 완료했다.
한편 선우는 바위에 앉아 라비트에게 명을 내렸다.
“라비트. 체로키의 사인을 보면서 움직인다.”
“선우야. 저기에 말똥구리라는 애가 있는데 쟤 진짜 무식한 탱커야. 자기 팀 애들 데리고 왔는데 탱커 팀이라고 부르거든. 쟤들이 방어벽 쌓고 밀고 오면 좀 난감한데.”
“쫄 거 없어. 체로키가 쟤들한테 어떻게 작전을 내릴지 이미 다 알려줬잖아. 먼저 마강쇠. 넌 오른쪽 사이드로 들어올 딜러를 담당해. 나는 왼쪽을 맡는다.”
“나는 뭐하면 되는데?”
“록희 넌 라비트랑 같이 탱커들 주의만 끌어. 펠트리어 넌 라비트하고 록희 버프 넣어주고. 승부는 속전속결이다.”
선우가 작전을 완료했다.
조금 있으니 알림이 들려왔다.
[콜로세움에 양 측 팀원이 모두 입장을 완료 하였습니다.]
[이번 대결에 참가한 플레이어는 김선우 팀 5명, 체로키 팀 10명입니다.]
[룰은 없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세요.]
[카운트를 시작합니다.]
카운트가 들려오고 0이 되는 순간.
“죽여라!!”
콜로세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이 터졌다.
동시에 플레이어들이 움직였다.
가장 먼저 말똥구리가 탱커 팀을 끌고 돌진했다.
“가자!!”
“으아아!”
탱커 팀이 돌격하는 순간 체로키는 가장 뒤에서 선우의 지시에 먼저 따랐다.
그가 맡은 역할은 뒤통수.
마법사 플레이어인 알약튀김이 돌격하는 탱커 팀을 향해 마법을 캐스팅 하는 빈틈을 노렸다.
“섀도우 스팅.”
체로키의 손에 들린 검 끝이 그림자로 일렁거렸다.
쑤걱!
“커흑….”
“미안하게 됐네.”
스걱스걱!
체로키의 회심의 일격이 연속으로 들어갔다.
알약튀김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캐스팅 되고 있던 마법이 사라졌고 알약튀김의 캐릭터가 맥없이 늘어졌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지는 아이템들.
알림이 들려왔다.
[플레이어 알약튀김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알약튀김 님이 소유하신 아이템들이 모두 드롭되었습니다.]
체로키는 아이템을 주웠고 알약튀김과 눈이 마주쳤다.
“야… 뭐한 거냐… 설마 우릴 배신한 거냐?”
“배신은 얼어 죽을 배신. 네놈들이 나 몰래 아누비스 애들한테 충성을 다하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체로키 너… 두고 봐. 이렇게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라. 아누비스가 가만 안 둘 거니까.”
알약튀김은 황당해하면서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사라졌다.
체로키는 알약튀김의 아이템을 싹쓸이했다.
‘다음 목표는.’
파앗!
체로키가 선우의 작전대로 착실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편 선우는 치킨 보이와 맞섰다.
투캉!
챙! 챙! 챙!
“으아압!”
콰콰쾅!
선우의 플레임 블레이드가 치킨 보이의 검과 충돌했다.
“후후! 어떠냐? 이게 무려 5천만 원이나 나가는 칼이다. 아누비스 길드의 공대장님께서 아끼시는 콜렉터 중 하나… 크억!”
“말이 많다.”
투칵! 투칵!
선우의 플레임 블레이드가 매섭게 날아들었다.
치킨 보이가 선우의 공격을 계속 막으면서 뒤로 물러나는 순간.
쓰걱!
“쿠헉!”
뒤에서 갑자기 칼날이 들어왔다.
치킨 보이의 몸을 관통한 칼날.
체로키의 검이었다.
마주 오던 선우가 플레임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이얍!”
퍼걱!
불길이 치솟고 치킨 보이의 몸이 바비큐처럼 불타올랐다.
“뭐냐…갑자기….”
치킨 보이는 뒤를 볼 틈도 없이 죽어버렸다.
알림이 들려왔다.
[플레이어 치킨 보이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치킨 보이님이 소유하고 계신 아이템이 모두 드롭되었습니다.]
“체로키, 아이템 빨리 주워.”
선우와 체로키를 바라보며 사라져가는 치킨 보이.
“너희들… 한 편이었냐?”
“가자!”
선우는 무시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체로키가 따라가려는 순간.
“체로키! 넌 죽었어! 감히 우릴 배신해? 그러고도 네가 길드 마스터냐!”
“닥쳐! 날 무시하고 아누비스에 충성을 맹세하고 다닌 새끼들 주제에 누굴 더러 배신이래?”
“뭐?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냐?”
“너희들 같은 멍청이들이 꾸미는 수작을 내가 모를 것 같냐? 아누비스 애들한테 말해라. 너희들도 다 죽은 목숨이라고.”
“큭큭, 체로키 너 후회할 거다.”
이 말을 끝으로 치킨 보이가 완전 사라졌다.
체로키는 다시 선우를 뒤쫓았다.
“야! 버프! 버프 좀 해줘!”
록희와 라비트가 미친 듯이 공격을 하면서 탱커 팀을 몰아붙였다.
펠트리어의 마법 버프가 이들의 공격력을 배로 끌어올렸다.
한편 탱커 팀의 버프를 해줄 마법사 알약튀김은 이미 죽고 없었다.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말똥구리가 외쳤다.
“뭐하는 거냐! 알약! 빨리 힐 좀 넣으라고!!”
그 사이 선우는 발 빠르게 다음 타겟으로 움직였다.
“이야압!”
사탕벌레가 마강쇠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젠장! 틈을 안 주는구만.”
이리저리 도망치던 사탕벌레에게 갑자기 날아든 칼날.
쓰걱-
“컥!”
사탕벌레의 어깨가 부욱 하고 베어졌다.
불길이 솟으며 추가 데미지가 들어갔다.
“앗! 뜨,뜨,뜨!”
사탕벌레가 다급히 불길을 잡는 순간 다시 공격이 들어왔다.
선우의 플레임 블레이드가 결국 사탕벌레를 마무리 지었다.
“어으… 젠장…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플레이어 사탕벌레 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사탕벌레 님이 소유하고 계신 모든 아이템이 드롭되었습니다.]
“마강쇠, 얘 꺼 주워 담아.”
마강쇠가 서둘러 사탕벌레의 아이템을 쓸어 담았다.
“우와, 아이템 퀄리티 쩐다. 이건 황제의 반지, 이건 마녀의 로브, 그리고 또 이건 그레이트 햇(Hat) 까지. 고급진 아이템들 엄청 들고 다니네.”
마강쇠가 감탄하면서 사탕벌레의 아이템들을 주워담고 있었다.
이제 선우가 처리해야 될 플레이어는 두 명.
그 사이 체리카나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뭐냐!? 왜 갑자기 우리 팀 애들이 다 죽어버린 건데?”
뒤늦게 마법사 알약튀김이 없어졌고 치킨 보이를 상대하던 선우가 갑자기 사탕벌레를 공격해 죽여버리는 것을 띄엄띄엄 목격한 체리카나.
그가 살기를 느끼고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으악!”
타캉!
체로키의 검이 체리카나를 덮쳤다.
궁수였던 체리카나는 백 스텝을 밟으며 빠르게 물러났다.
동시에 활을 겨눴다.
“뭐하는 거야? 체로키! 당신 길드 마스터잖아. 왜 우릴 공격하는 건데!”
“배신자 새끼들. 감히 날 무시하고 아누비스에 붙어?!”
“어? 어떻게 알았지?”
“멍청한 자식들. 다 죽어버려!!”
분노에 휩싸인 체로키는 검을 들고 돌격했다.
“망할… 저 덜떨어진 길드장이 눈치를 챌 줄이야.”
체리카나가 연사를 퍼부었다.
퓨퓨퓨퓩!
화살이 날아가며 사방으로 번졌다.
챙! 챙! 챙!
체로키가 검으로 화살을 걷어냈다.
“야! 피눈물비빔밥! 어디 있어?! 나 좀 도와줘! 빨리!”
체리카나는 뒤로 도망치면서 화살을 쐈다.
피눈물비빔밥은 선우와 마강쇠의 공격을 받고 죽어가고 있었다.
“아…으… 망할… 체로키가 스파이였을 줄이야… 먼저 쳤어야 했는데….”
뒤늦게 죽어가면서 체리카나를 공격하는 체로키를 발견했다.
피눈물비빔밥은 그야말로 피눈물 나는 기분이었다.
“먼저 뒤통수를 쳤어야 하는데!!”
“시끄럽고 빨리 꺼져.”
선우가 플레임 블레이드를 어깨에 걸치고 남은 손으로 족발 당수를 시전했다.
빠각!
“뜨어억!”
피눈물비빔밥의 눈이 핑핑 돌았다.
엄청난 충격이 그의 두개골을 강타했다.
마지막 남은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플레이어 피눈물비빔밥이 사망하셨습니다.]
[피눈물비빔밥 님이 소유하고 계신 모든 아이템이 드롭되었습니다.]
“마강쇠, 쓸어 담아.”
선우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강쇠는 아이템을 마구 쓸어담았다.
한편 체리카나는 활을 쏘며 마구 도망쳤고 탱커 팀에게 사실을 알리려고 외쳤다.
“젠장! 야!! 뒤를 조심해! 뒤다!”
말똥구리가 이끄는 탱커 플레이어들 뒤쪽에서 선우가 살금살금 접근하고 있었다.
마강쇠가 가세하며 록희, 라비트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탱커 팀은 이들 공격을 막아내느라 뒤를 신경 쓰지 못했다.
작전대로라면 뒤는 알약튀김이 봐줬어야 했는데 이미 죽고 퇴장한 뒤.
“이얍!”
선우가 족발 당수로 탱커 팀원들의 뒤통수를 한방씩 갈겼다.
빡! 빡! 빡! 빡!
“뜨으억!”
“꾸엑!”
탱커 팀원들이 휘청거렸다.
그러자 잘 막고 있던 방어벽이 확 무너졌다.
“지금이다!”
마강쇠의 해머가 휘둘러졌고 록희의 펀치와 라비트의 도끼가 날아들었다.
쾅! 툭! 퍽! 빠박! 쩌걱!
말똥구리는 쏟아지는 공세에 결국 양손으로 머릴 휘감으며 막아야만 했다.
그 사이 선우는 나머지 탱커들을 발로 차고 밟고 플레임 블레이드로 찔러댔다.
“젠장! 젠장!”
“어딜 보는 거냐?”
체리카나가 도망치면서 말똥구리 팀이 무너지는 걸 목격하는 순간.
쑤걱!
체로키의 검이 체리카나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크헉!”
활을 떨어뜨린 체리카나를 보며 체로키가 검을 뽑아냈다.
그리고 마무리 공격이 가해졌다.
서걱!
체리카나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플레이어 체리카나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체리카나 님이 소유하고 계신 모든 아이템이 드롭되었습니다.]
[플레이어 말똥구리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말똥구리 님이 소유하고 계신 모든 아이템이 드롭되었습니다.]
순차적으로 알림이 계속 들려왔다.
말똥구리가 이끌던 탱커 플레이어들 모두 사망.
이들의 아이템까지 바닥에 떨어지자 온통 아이템 밭이었다.
“오예! 이겼다!”
“이겼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환호했다.
선우는 이 와중에도 아이템을 계속 주워 담고 있었다.
“야! 뭣들 하고 있냐? 빨리 템 주워!”
“아, 그렇지. 야! 템 먹자!”
전투가 끝나고 선우는 실시간 레벨업 알림을 들었다.
[상태창]
이름: 김선우
레벨: 240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240
민첩: 240
체력: 240
마력: 240
스킬: 없음
소유 스킬: 소환의 진
스킬 사용권: 없음
승패가 결정되자 구경하던 콜로세움 관중들이 천둥 치는 듯한 함성을 터뜨렸다.
“우와!! 저것들 어디서 온 놈들인데 저렇게 잘하냐!”
“기억해두겠어! 김선우라고 했지?”
흥분하는 관중들 사이에 유독 침묵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야, 비상사태다. 독버섯 길드 마스터 체로키가 길드원들을 배신했어. 아누비스 길드에서 빌려간 아이템들까지 죄다 빼앗겨버렸어. 빨리 길드에 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