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제82화
선우는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을 이끌고 던전 2층에서 사냥을 했다.
“야, 각자 몇 점 모았냐?”
“난 700포인트. 넌?”
“나는 900포인트. 마강쇠 넌 얼마 모았는데?”
“1300포인트.”
“펠트리어는?”
“나는 2000포인트.”
“와, 많이 모았네. 어디서 그렇게 모았냐?”
“저쪽으로 가 보니까 퀘스트 상자가 엄청 드랍되더라고.”
“야, 그러면 미리 얘기 해줬어야지. 우리도 가자.”
펠트리어를 따라 플레이어들이 움직였다.
한편 선우는 혼자서 퀘스트 상자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오예~ 이제 3000포인트 달성!”
선우가 혼자서 사냥을 하면서 무려 3천 포인트를 모았다.
이 정도면 넉넉하게 아이템을 준비해서 콜로세움 2승을 노려볼 만 하다.
“이거 퀘스트 포인트 좀만 더 모으면 5000포인트까지 찍겠는 걸?”
선우의 플레임 블레이드가 여전히 불길에 휩싸였다.
주변엔 불에 그을린 몬스터의 사체가 즐비했다.
“5000포인트까지 하려면 시간을 좀 더 단축시켜야겠는데. 베카를 소환해야겠다.”
선우는 베카를 소환했다.
“베카. 애들 불러서 여기 근처 몬스터들 피 좀 먹여라.”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들이 저마다 흡혈박쥐를 타고 던전 수색에 나섰다.
선우는 동시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을 불러 모았다.
행여나 몬스터로 오인할 수 있었으니까.
“야, 저 오크들은 대체 뭐냐?”
라비트가 놀라워하며 물었다.
“내 소환수들.”
“뭐? 오크를 소환해? 너 소환 마법도 익혔냐?”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어쩌다가 보니.”
선우는 대충 얼버무렸다.
오크 부족들과의 관계를 설명하기에는 이야기가 길었으니까.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원들이 던전 2층까지 몬스터들을 거의 전멸시켜버렸다.
선우가 할 일은 부지런히 퀘스트 상자를 주우러 다니는 것.
“와, 대박. 진짜 퀘스트 상자 이렇게 많이 떨어진 거 처음 봐.”
“사방에 널려있네, 널려 있어.”
“야, 저 오크들 능력이 뭐냐? 몬스터 사냥을 어떻게 이렇게 빨리 하는데?”
“특별한 오크들이라고 보면 된다.”
선우가 코 밑을 쓱쓱 닦으면서 퀘스트 상자를 줍고 있었다.
“5000포인트 달성!”
페이스가 순조롭다.
이대로 쭉 가면 1만 포인트까지 달성이 가능할 것 같았다.
선우가 들어온 던전은 총 4층까지 있었으니까.
“3층으로 올라갈까?”
“그러자. 2층은 이미 몬스터 싹쓸이해서 리젠 되려면 시간 좀 걸리니까.”
“3층이 2층보다 퀘스트 상자 드랍률이 더 높아. 올라가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신이 났다.
선우가 아니었으면 아마 1층에서만 맴돌았을 것이다.
통행료를 내고 2층으로 올라가면 되지만 독버섯 길드에서는 통행료 외에도 이리저리 훼방을 많이 놓았으니까.
선우는 베카와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 오크들을 시켜서 3층까지 전멸시켰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모두 눈을 뜨고 혀를 내둘렀다.
“와, 대박. 저거 대체 무슨 오크들인데 저렇게 쎄냐?”
“흡혈 오크들은 처음 보네. 벨론 하고 로젠하임 대륙에 저렇게 생긴 오크들이 있었던가?”
본 브레이커 길드 역시 선우처럼 같은 대륙을 거쳐 아르콘으로 왔었다.
하지만 아무도 선우가 데리고 다니는 오크들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피를 삼키는 바위족들의 사냥 능력은 탁월했다.
아르콘 대륙에서 본 어떤 소환수보다 조직적이고 치밀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흉폭한 성격과 외모까지.
오싹한 느낌을 주기에 이들을 따라갈 몬스터도 드물 것이다.
선우는 베카와 피를 삼키는 바위 부족들을 데리고 4층까지 진격했다.
3층과 4층의 몬스터를 깨끗하게 쓸어버렸다.
그 다음 떨어지는 퀘스트 상자와 온갖 아이템들.
선우는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과 같이 각자 바닥에 떨어진 걸 정신없이 주웠다.
“베카, 수고했어. 이따가 또 부를게.”
선우는 베카를 다시 불러들였다.
“자, 이제 퀘스트 포인트 각자 모은 거 정산해보자. 얼마씩 모았냐? 라비트 너부터 말해봐.”
“나는 5800포인트.”
“록희 넌?”
“5700포인트야.”
“좋아. 양호하네. 마강쇠는?”
“7600포인트!”
마강쇠가 가슴을 탕 하고 치면서 대답했다.
지금까지 나온 퀘스트 포인트 중 가장 많았으니까.
꽤 우쭐한 표정을 짓는 마강쇠를 본 펠트리어가 피식 하고 웃음을 흘렸다.
“펠트리어 넌 얼마 모았냐?”
“놀라지 마라. 난 8700포인트다.”
“뭐어?”
펠트리어와 선우를 제외한 나머지 길드원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제 그렇게 모앗었냐?”
“뭐, 열심히 돌아다닌 결과지.”
펠트리어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자 선우가 씨익 웃었다.
“선우 넌 얼마 모았는데?”
“나는 1만 포인트 달성이지!”
“헉!”
선우의 대답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 모두가 숨이 턱 막힌 표정을 지었다.
“대박. 진짜 쩐다. 어떻게 1만 포인트를 달성한 거냐?”
“와, 난 그렇게 많이 줍고 다녀도 1만 포인트는 어렵겠던데. 퀘스트 상자 점수 배당이 넘 낮은 것만 주워서 그런가?”
“얘는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1만 포인트를 찍을 줄이야. 내가 모은 포인트랑 거의 2배 차이나잖아.”
“라비트랑 록희 네 포인트 모은 거랑 대충 비슷한 거 같다. 하하하!”
선우가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던전 복도를 타고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응? 야, 저기다. 이 목소리가 내가 말했던 그 놈이야. 김선우.”
“네 이마빡에 당수 자국을 만든 놈이다 이거지?”
“응. 그 자식은 곱게 죽이지 마라. 그리고 빨리 죽이지도 말고. 막타는 내가 먹일 거니까.”
“알았다. 야, 가자.”
독버섯 길드원 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PK를 꽤 잘하는 플레이어들로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여기까지 불려왔다.
선우의 족발 당수 스킬에 당했던 독버섯 길드원이 길드원 전체에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독버섯 길드원들은 보복을 위해 선우가 사냥 중인 던전으로 모여들었다.
플레이어들은 모두 10명이었다.
“걔들 쪽수가 5명이라고 했지?”
“맞아. 본 브레이커 길드 놈들 4명하고 김선우까지 총 5명.”
“본 브레이커 허접떼기들이 건방지게 누굴 손대? 야, 보는 즉시 그냥 다 없애버려.”
“예.”
독버섯 길드원들이 선우의 웃음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어갔다.
“헉! 헉!”
“어라? 이 근처에서 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어디 갔지?”
선우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듯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독버섯 길드원들은 사방을 둘러봐도 선우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야, 일단 나눠서 찾아본다. 너희들은 저쪽으로 가봐.”
“예.”
길드원들은 5명씩 나눠서 흩어졌다.
“야, 찾았냐?”
“아니, 너희들은?”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안 보여. 어떻게 된 거지?”
“야, 이 놈들 올라간 거 확실해?”
“예, 물론입니다. 형님들. 제가 감히 형님들께 구라를 치겠습니까?”
“하긴 뭐, 그것도 그렇지. 야, 그러면 다시 한 번 수색해본다.”
독버섯 길드원들이 던전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디에도 선우와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없었다.
이들은 선우가 내던 웃음소리를 들리는 곳마다 모두 수색을 했었다.
“하아, 이거 뭐냐? 웃음소린 나는데 왜 아무도 없어?”
“이거 혹시 환각마법을 누가 걸어둔 거 아닐까요?”
“환각? 그럴 수 있겠는데. 그러면 마법 해제 시켜봐.”
“알겠습니다.”
독버섯 길드원 중 마법사 플레이어가 환각 마법을 해제시키는 마법을 캐스팅했다.
위이잉!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지면서 던전의 복도를 타고 번졌다.
“어라? 형님. 던전에 환각 마법이 걸려 있지 않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환각 마법이 없는데 왜 자꾸 웃음소린 들려오는데?”
“그게…저도…잘….”
독버섯 길드원들이 머릴 긁적거리는 순간이었다.
“깔깔깔.”
이들을 비웃는 것 같은 선우의 웃음이 다시 들려왔다.
“이런 젠장!!! 이 자식이 우릴 희롱하는 거냐!”
독버섯 길드원들의 리더로 보이는 플레이어가 검을 뽑아들었다.
플레이어들이 아무리 사방을 노려보며 수색했지만 웃음소리 외에 보이는 건 없었다.
이쯤 되니 괜히 무서워졌다.
“아, 이거 귀신같은 거 아니에요?”
“멍청아. 게임인데 귀신은 무슨 얼어 죽을 귀신타령이냐? 정신 나간 소리 말고 찾아.”
독버섯 길드원들 대다수는 겉으로 태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겁이 들고 있었다.
‘아우 씨. 오싹하게 꼭 이런 던전에서 웃는 소리만 나고 지랄이야?’
다들 생각은 비슷했다.
하지만 내색할 순 없었다.
한편 선우는 어디 있을까?
“야, 쉿. 조용해라. 여기 가만히 있어.”
“으으. 이거 정말 안 물까?”
“내 명령 없이는 못 문다. 떨어지지 않게 잘 매달려 있으라고.”
선우가 소환한 베카와 부족들의 흡혈박쥐가 던전의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거꾸로 매달린 흡혈박쥐의 다리 틈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하나씩 숨어 있었다.
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흡혈박쥐들은 던전의 천장을 마력이 새어나오는 발가락으로 움켜쥐면서 다람쥐처럼 이동할 수 있었다.
선우의 웃음소리가 들려와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건 이것 때문이었다.
독버섯 길드원들은 던전의 복도와, 벽, 바닥을 수색하고 있었지만 천장은 생각하지 못했다.
어차피 천장에는 고개를 들어도 어두컴컴했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도 위험한 던전에서 고개를 들어 천장만 바라보는 짓은 해서는 안 된다.
갑자기 어디서 적이 나타나 기습을 당할지 모르니까.
항상 정면과 측면, 바닥을 주시하고 있어야 몬스터가 튀어나오거나 적의 기습에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했다.
“선우야. 이제 어떻게 할라고? 우린 여기서 언제까지 매달려 있어야 돼?”
“조금만 기다려라. 곧 끝날 테니까. 야, 너희들은 여기 가만히 있어. 내가 곧 놈들을 처리하고 올 테니까.”
선우가 매달린 베카의 흡혈박쥐가 초음파로 근처에 매달린 흡혈박쥐들에게 명을 내렸다.
흡혈박쥐에 매달린 흡혈 오크들은 마치 캥거루 주머니의 새끼 같았다.
쓰스슥.
선우와 흡혈박쥐 떼가 천장을 밟고 미끄러지듯이 어디론가 이동했다.
“깔깔깔!”
일부러 웃음을 터뜨리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던전 복도에 메아리가 울렸다.
“젠장! 도대체 어디에서 정확히 소리가 나는지 알 수가 없잖아!”
“야, 그냥 나가자. 기분이 좀 그렇다.”
“나가긴 어딜 나가! 지금 통행료 안 내고 공짜로 우리 던전 쓰고 있는 놈들 안 보여?”
“안 보이는데.”
“아니, 그러니까 안 들리냐고!”
“들리건 나발이건 어디 있는지 알아야 족치지. 벌써 수색한지 한 시간이 흘렀다고.”
“차라리. 던전 밖에서 매복했다가 잡는 게 어떨까?”
“멍청아, 귀환 주문서 써서 튀면 어떡할 건데?”
“아, 그렇지.”
“야, 정신들 차려. 이 자식들 놓치면 우리가 길드장한테 깨진다고. 통행료 안 내고 공짜로 쓰는 먹튀들 길드장이 얼마나 싫어하는 지 알 거 아냐? 이런 일들 반복되면 독버섯 길드의 체면이 안 서는 거야.”
“알고 있다고.”
“응? 야, 잠깐만. 무슨 소리 안 들리냐?”
“무슨 소리? 아까 그 양아치 웃음 소리는 안 들리는데.”
“아니야. 김선우 웃는 거 말고 지금 이건 좀 다른 소리 같은데.”
독버섯 길드원들이 저마다 귀에 손을 가져다댔다.
츠즈즉.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소음이 간간히 들려온다.
뚝! 뚝!
“응? 이건 뭐…으악!”
“에이씨! 무섭게 왜 지랄이야!”
“피! 피!”
길드원 1명의 뺨에 끈적한 핏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뭐냐? 이거!”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는 순간.
“지금이다!”
천장에 매달린 흡혈박쥐 떼가 바닥을 노려보며 아가리를 벌렸다.
츠와아악!!
엄청난 핏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